제51장. 사춘기라 그러시나(4)
마법사의 믿음이란 꽤 단단하다.
주인에 대한 일방적인 애정과도 같은 것이 기사의 충의라면 상대에 대해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는 맹목적인 마음가짐이 바로 마법사의 신의, 믿음이다.
이들의 믿음을 깨뜨리는 것은 어찌보면 불가능에 가깝다.
누군가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려면 그 누군가가 사실은 믿을 만한 이가 아니었다며 스스로를 설득하고 납득해야 하는데 그 전제 자체가 믿음에 대한 배반이 되는 모순이 생기지 않나. 기사, 혹은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지를 모르거나 가볍게 무시하고 넘어가겠으나 마법사라는 족속들은 그렇지 못했다. 원인에 대한 결과를 완벽히 증명해가며 살아가는 놈들의 머리로는 그런 모순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불가능을 한순간에 가능케 한 위대한 이가 한 명 있었다.
"세상의 모든 엄마는 강인하다던데······ 우리 꼬맹이 엄마 되더니 겁대가리를 미스릴로 포장했나봐."
당연하겠지만, 실로 비범하기 짝이 없는 칼리안의 미친 따까리를 말함이다.
꽁꽁 얼어붙은 감자튀김을 봤을 때에도 이렇게 배신감을 느끼진 않았다. 맥주 두 잔 먹여놨더니 사실은 네 잔 마셨다며 뿌듯해하는 얼굴을 마주대했을 때에도, 근 한 달을 품어 온 새하얀 계란 속에서 물갈퀴 달린 코코가 부리를 꺼냈을 때에도, 아르센을 믿는 마음을 바꿔먹은 적 없었다.
야만족 잡겠다며 카이리스의 국경을 넘나들다 웬 시퍼런 머리카락 가진 마법사를 마주쳤던 그 날 이후로 에우리아는 아르센을 믿었다.
믿음에 대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침이 오는 것을 믿는 행동에 별다른 이유가 없는 것처럼.
"아니면, 꽃 주면서 간땡이를 차원이동시켰나."
혼잣말을 하는 내내, 뭉근한 피어가 계속 에우리아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꽃 받았나보네."
뼛속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그 피어를 곁에 두고도 태연하기만 한 레이첼이 대꾸했다. 그제야 혼잣말을 멈춘 에우리아가 피어를 집어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웬일로 안 식상한 꽃 주길래 제법이다 했었는데 사는 게 식상해진 놈인 줄은 몰랐죠."
"······ 하나라도 안 식상한 게 어디야."
"돌아가서 얼굴 보기만 하면 영원히 재워 버릴까봐요. 코코도 제법 컸던데."
"그러지 말고 좀 봐줘. 경계만 했어도 그렇게 곧바로 잠들지는 않았을 텐데, 마음 놓고 있다가 바로 잠든 우리 탓도 있고. 왕자님이 시킨 일이라는데 어쩌겠어."
"칼리안 왕자님은 그냥 저희 둘 어디 안 가게 막아라, 정도로 얘기했을걸요. 꼬맹이가 제멋대로 재웠을 게 뻔해요."
이런 말과 함께 피식 웃은 에우리아가 잠시 주변을 살폈다.
'세크리티아 귀족들 중에 내 아우님을 노리는 놈들이 있는 것 같아서 잠깐 아우님이랑 같이 외출할 생각인데.'
'플란츠 왕자님이 아니라 칼리안 왕자님을 노린다는 말씀이십니까?'
'내, 아우님.'
'아······ 죄송합니다. 공격 대상으로 쉽게 생각할 분이 아니라서 말씀드렸습니다. 세크리티아에서 왜 칼리안 왕자님을 공격하려 하는지 혹시 아시는 바가 있습니까. 이곳의 마법사들은 칼리안 왕자님께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대외 홍보용 인격 때문에.'
'네?'
굳이 위험을 감수해가며 칼리안을 노리는 이유는 하나였다.
세크리티아 귀족들의 눈에는 칼리안보다 플란츠와 손을 잡는 것이 더 쉬워보였을 터였다. 플란츠가 칼리안에게 많은 것을 빼앗긴 것으로 보였을 테니까.
플란츠가 마지막까지 손 잡고 있던 에반마저 칼리안의 손에 잘려나갔고 당시 란델과 몇 차례 만남을 가졌던 그레이가 브리센의 후계를 받았다. 그러니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칼리안이 플란츠에게서 '브리센'의 세력을 완전히 빼앗았다고밖에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 비해 칼리안은 굳이 세크리티아의 귀족들과 손을 잡지 않더라도 어차피 왕세자위가 확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들에게 칼리안은 쓸모 없는 패다.
칼리안을 그렇게나 애지중지하는 앨런 역시 대외적으로 나서서 칼리안을 도운 적은 거의 없지 않나. 그러니 '친아들을 잃고도 별다른 보복을 하지 않았던' 앨런에 대해서는 아예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칼리안이 이곳에 왔던 날 체이스에게 망토를 덮어주며 데블란에게 선전포고를 한 일에 대해서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알려진 것은 체이스가 초대한 조찬에서 데블란이 칼리안을 빼낸 일이었다. 체이스가 카이리스 왕궁에서 플란츠를 여러 차례 만난 것은 알려졌지만 카이리스에서 칼리안을 도운 일들은 귀족들에게까지 공개되지 않았을 터였다.
그러므로 세크리티아의 귀족들의 눈에는 데블란과 칼리안, 체이스와 플란츠라는 묘한 구도가 그려졌으리라.
'세크리티아 귀족들이, 제 손에 피 안묻히고 데블란을 몰아낼 계획을 하나 만든 것 같은데.'
'카이리스의 힘을 이용하려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칼리안 왕자님을 없애주는 대신 카이리스의 전력으로 데블란을 몰아내려고요.'
'아마도.'
'하······ 우선 알겠습니다. 그런데 세크리티아에서 칼리안 왕자님을 해칠 수 있을 만한 사람이라면 카스트린 경 정도일 텐데요. 아니면 설마, 또 제온입니까?'
'제온인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한데.'
'제온이 아니라면 어떻게 칼리안 왕자님께 덤벼 볼 생각을 하겠습니까.'
'세크리티아 귀족들은 그렇게 생각 못 할 텐데. 놈들은 내 아우님이 얼마나 많이 먹고 얼마나 잘 싸우는지 제대로 몰라.'
카이리스의 귀족들도 칼리안이 어느 정도의 무력을 가졌는지 모른다.
제온에서 처음으로 칼리안을 공격했을 땐 칼리안이 죽다 살았다. 그 이후에 제온의 일원들이 에우리아와 아르센을 공격했던 날에는 칼리안과 앨런이 함께 가서 둘을 구했다.
뿐만 아니라, 칼리안이 에반과 싸운 뒤 다친 이유에 대해서는 '세크리티아의 세작들로부터 공격을 받아' 큰 부상을 입은 것으로 소문을 냈다. 카이리스 귀족들이 칼리안의 강함을 제대로 알게 된다면 칼리안을 차기 국왕으로 내정하는 것을 얌전히 두고 보지 않으리라 여긴 탓이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칼리안이 어느 정도로 강한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것이 제온이라 하더라도, 에반의 일에 대해 칼리안이 세작들에게 정말로 그 정도의 피해를 입었으리라 속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에반을 쉽게쉽게 상대하다 막판에 딴 생각을 해서 배에 구멍이 나버렸다고 여기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다.
'하긴 그렇겠군요. 그럼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놈들이 나에게 언제든지 내 아우님 노릴 기회만 엿보고 있겠다 했으니, 어차피 언젠가 덤벼올 것이라면 전력 보강할 시간 줄 필요 없이 오늘 바로 나갈 생각인데. 조용히 와서 싸우는 것 도와. 파란 머리 미친 마법사 데리고.'
칼리안이 데블란 앞에서 참 잘 짖었다. 덕분에 데블란이 칼리안 목숨을 노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플란츠는, 칼리안이 귀족들과 데블란 양쪽에게 위협을 받느니 차라리 지금 당장 어느 한 쪽을 맞닥뜨리고 해결하는 것이 낫겠다 여겼다.
데블란은 귀족들이 칼리안 목을 노리는 이유를 곧바로 알아 볼 사람이 아닌가. 그리 되면 데블란은 일단 칼리안보다 귀족들을 먼저 상대하려 할 터였다.
'그럼 그레이스 경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기다렸다가 체이스 왕세자 나올 때 같이 왔으면 하는데.'
'세크리티아의 왕세자를 외부로 불러내시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요.'
'싸움 끝난 뒤에 잠깐 오면 돼. 체이스 왕세자가 나와 내 아우님 중에 누구를 돕게 될지 모르고 있을 데블란과 귀족들이 움직이는 방향을 보면 우리도 누구를 먼저 견제해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플란츠와의 대화를 마치고 밤이 되었을 때 아르센이 찾아왔다. 플란츠의 말대로 아르센과 함께 칼리안의 뒤를 따라가 호위를 할 생각 뿐이었던 에우리아는 방심했다.
덕분에 잠들었고 깨어나니 에일라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에일라가 전해 온 칼리안의 새로운 부탁을 수행하기 위해 레이첼과 함께 이동하는 중이었다.
레이첼의 능력으로 빨라진 속도에 휙휙 바뀌는 풍경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익숙한 것을 찾던 에우리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브리지트 숲이라는 곳이 어디인지 알고 가시는 건 맞아요? 아까부터 계속 비슷한 곳 달리는 기분인데요."
"이동 마법사한테 길 잃어버렸냐고 묻는 거야?"
"아뇨. 취소."
마법 학교 안에서야 에우리아가 교장이고 레이첼이 부교장 역할을 했으나, 레이첼의 나이가 더 많은 탓에 밖에서는 그냥 편한대로 지내기로 했다. 물론 레이첼이 학교에 부임한 첫 날에 밤새도록 히몰리카를 주고 받으며 결정한 일이다.
"숲 인근에 세크리티아 병사들도 많이 있을 것 같은데, 놈들이 엘프 숲에 허튼 짓 하는지 지켜보고 방해도 좀 하려면 우리가 눈에 좀 덜 띄는 게 나으니까. 그래서 지금 빙 돌아가는 샛길로 가고 있는 거야. 길 잃은 것 아니니 걱정 마."
"네, 알겠어요. 그런데 샛길까지 알고 계시네요. 오신 적 있었어요?"
레이첼이 고개를 끄덕였다.
- 레이첼, 미안해. 이쪽 길 아니었나봐. 계속 가면 숲이 나오기는 하는데 조금 많이 돌아가야한대.
- 거 봐. 이쪽이라고 알려 준 사람, 길 잘 모르는 것 같았다니까. 한 번만 더 물어보고 가자니까 기어코 네 말 맞다고 하더니.
같은 길을 지나왔던 언젠가의 기억이 떠오른 레이첼의 입에서, 어지간해선 잘 꺼내놓지 않던 이야기가 이어졌다.
"엘프들이 사는 곳에는 신기한 풀도 많고 약재로 쓸만한 것이 제법 많아. 그래서 베로니카 낳기 전에 로닐이랑 한 번 찾아갔었는데 그 때 이 길로 갔었거든. 얼마 전에는 세크리티아 왕세자가 아버지를 한 번 초청했던 적이 있어서 온 김에 잠깐 들러보기도 했고. 아, 그땐 로닐 대신 베로니카랑."
"아······ 두 분이 여기저기 많이 다니셨다 했었죠."
"응. 아버지 방랑벽이 워낙 극성스러우셔서. 나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 좋아하고 로닐도 그래서 둘이 같이 졸졸 따라다녔거든. 재밌게 살았지."
술마시고 협박하고 싸우고 죽이는 것은 참 잘하는 에우리아였으나, 먼저 떠난 동갑내기 남편을 떠올리고 있는 새 친구를 위로하는 것에는 그리 소질이 없었다. 때문에 무슨 말을 더 해야 하나 열심히 고르고 있는데 레이첼의 말이 들렸다.
"그러니까 죽인다 만다 너무 쉽게 말하지 말아."
아르센이 함부로 슬립 마법을 걸고 도망간 것에 대해 에우리아가 화를 낸 일을 떠올린 레이첼이, 대답 없이 자신을 쳐다보는 에우리아를 보다 고개를 돌렸다.
- 길도 잘 모르면서 알려줄 줄은 몰랐지.
- 그렇게 사람들 덥썩덥썩 믿고 제대로 확인도 안하고 살다가 크게 후회한다, 너.
- 미안해, 레이첼. 대신 내가 돌아가면 꽃 사줄게. 오는 길에 꽃집 있던데 세크리티아 꽃 예쁘더라.
- 꽃을 어디다 써. 꽃 말고 맛있는 것 사줘.
- 그래, 알았어. 맛있는 것 사줄게.
"농담처럼 꺼낸 말들이 나중에는 많이 아파."
* * *
고요하다.
말의 발굽 소리는 일정하고 단조로워, 집중하여 듣지 않으면 곧 귀에서 잊혀지고 만다.
거추장스러운 것은 싫어하고 시간이 흐르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플란츠는 시계를 들고 오지 않았다. 하늘을 보고 별을 가늠하여 시간을 따져보는 방법 같은 것은 배워본 적 없었다.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할지를 물어볼까 하던 플란츠는 그냥 조용히 앞만 보며 계속 나아갔다.
- 다각, 다각.
잊혀지다가도 어느새 다시 들려오다 오래지 않아 귓가에서 멀어지기를 반복하는 발굽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짙어지다 씻은 듯이 사라지고 또 서서히 짙어져가는 동생 놈의 피 냄새에 집중하기보다는 말 발굽 소리에 집중하는 것이 나았다.
칼리안이 플란츠 고집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플란츠 역시 칼리안의 고집을 모두 꺾는 것은 아니었다.
이 어둠에 핏방울 떨어진 것을 세크리티아의 기사들이 본다 해서 그것이 칼리안의 것인지 플란츠의 것인지 쉬이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때문에 그 놈의 클린 마법좀 그만 낭비하라 이야기를 두 번 더 했다. 그리고 칼리안은 말을 안 들었다.
언뜻 언뜻 보이는 붕대가 축축하게 젖어들어 핏방울이 고일 즈음이면 깨끗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 배어나오는 피냄새가 얼마나 빠르게 짙어지는지 역시 잘 기억하고 있는 플란츠가, 결국 한참만에 입을 열었다.
"······ 낫지 않는 것 같은데."
더 빨라지지도, 더 느려지지도 않는 속도.
상처가 아물고 있다면 조금씩이라도 피가 멎어야 하는데 피가 배어나오고 클린 마법에 지워지는 속도가 똑같았다.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축복의 힘이 있더라도 상처가 계속 벌어지면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거짓말이다.
하다못해 칼리안이 타고 있는 말이 에스티나라면 저 말을 믿겠다. 하지만 레이븐은 남다른 말이었다. 칼리안의 상처가 움직이지 않도록 발걸음을 조심할 줄 아는 놈이 아닌가. 이런 평지를 저렇게나 조심스레 걷는 말 위에 앉은 놈의 상처가 벌어진다 한들 축복의 힘으로 고쳐지는 속도가 더 빨라야 한다.
플란츠가 아무 말 없이 칼리안을 쳐다봤다.
또 한 번 마력이 움직이고, 피 냄새가 지워졌다.
"치료가 안 되고 있거나, 심하거나. 어느쪽인데."
칼리안이 작은 웃음소리를 냈다.
그 입에서 또 '내 형님은 어찌나 똑똑하신지' 따위의 말이 나오기 전에 플란츠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말해."
"치료가 늦어지는 것뿐이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해독이 끝나면 곧 나을 것이라서요."
해독.
플란츠가 할 말 잃어버린 얼굴로 칼리안을 쳐다봤다.
"······ 독에는 안 당한다며."
"독에 대한 면역이 있다기 보다는 몸을 보호하는 쪽이라 해야 맞을 겁니다. 상처가 좀 뜯겨나간 사이로 스몄나본데 마시고 들이쉬는 쪽보다는 몸 속에 직접 들어오는 게 좀 더 독하니까요. 어쩐지 검을 바꾸고 달려들더라니. 같이 죽자는 뜻이었나 싶네요."
회색 머리 전사가 싸움 도중 갑자기 검을 버렸다. 그러더니 죽어 나뒹군 갈색 머리 전사의 검을 들어 칼리안을 벴다. 그리고 죽었다.
톱날이 달려있던 검.
베였다는 말보다는 속살이 뜯겨나갔다 해야 할 상처가 생겼다. 그 사이로 감각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느끼던 칼리안이 가벼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
"아무튼 돌아가면 형님 좋아하시는 딸기라도 준비해달라 해야겠습니다. 음식이 맞질 않아서 그런지 안색이 안좋으시네요."
내 형님이 워낙 예민하셔서, 하는 말을 덧붙이는 칼리안을 보던 플란츠가 눈꼬리를 찌푸렸다.
"짖을 때 아닌 것 같은데."
"형님 탓 아닙니다. 전사들이 그런 수를 쓸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서. 제가 너무 믿었나 봅니다."
농담같은 말을 건네고 잠시 고개를 돌려보던 칼리안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더했다.
"그러니 지금 이 일도, 형님 탓 아닙니다."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를 채 가늠하기도 전에 칼리안의 손에 붉은 기운이 어렸다.
따라온 이들이 넷이 아니었음을, 그제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