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장. 대외 홍보용이라(3)
세상에는 참 많은 단어들이 있다.
그런데 그 많은 단어들을 가져다 두고도 채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이 종종 있다.
이를테면, 온전히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완전히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결국은 아직 그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 뿐인 미래의 미친왕을 한 알의 순한 완두콩으로 쑥쑥 키워내고 있는 내 동생의 효과적인 육아 방법을 두 눈으로 보고 있는데 내가 바로 그 완두콩인 그런 기분 말이다.
이걸 대체 뭐라고 해야 할까.
잠깐 고민을 해보다가 관뒀다. 스스로도 하루 이틀 돌아있던 것 아니라 했으니 일단은 다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세상에 이해 안 되는 일들도 사람도 많음을 이미 잘 알고 있는데 거기에 한 명 더 추가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글쎄요. 사사로운 감정으로 시간의 축을 원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플란츠 왕자가 왜 그런 일을 했을까 참 궁금하기는 합니다.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혹시라도 기억이 돌아오거든 나에게도 꼭 얘기해줬으면 해요. 어렵지 않다면."
그 미친왕이 부리던 이의 손에 죽은 놈이 자신의 생각을 전하며 배려심 가득한 말을 함께 건넸다. 그랬더니,
"기억 돌아오면 저를 협박해서 데려오신 건지 회유를 하신건지 그것도 꼭 알려주십시오. 저는 제가 어떻게 같이 왔는지가 제일 궁금합니다, 플란츠 왕자님."
그 놈 죽인 바로 그 놈. 미친왕이 바로 그 놈을 부렸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을 저도 못미더워해서 내 짜증을 자꾸 키우는 바로 그 진짜 미친놈이 논지를 흐렸고,
"마법사는 하기 싫은 일 못한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자의로 가셨을 것 같습니다."
그 놈 동생 하루라도 더 살리겠다며 대신 죽었다 했던 놈이 매우 객관적인 의견을 내어놓았으며,
"그런데 나는 일이 그렇게 되도록 손 놓고 있던 저하가 이해 안돼. 새들은 뭐했어? 놀았어? 저하는 뭐했어? 잤어?"
그 놈 죽을 때 옆에 붙들려 있었다던 분이 그 놈 죽게 만든 놈 말고 그 놈을 탓했다.
이상하다.
믿기지 않게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진지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때 쟤는 왜그랬을까, 라고.
이 상황은 또 무슨 단어로 표현해야 하는지 그것도 알 수가 없어졌다.
"······ 내가 자리를 피해줘야 할 것 같은데."
오명인지 악명인지 제대로 된 평가인지도 모를 '미친왕'이었던 바로 그 사람이 진심을 담아 이 토론의 마침표를 좀 찍어주기를 부탁했다.
결국 이런 얘기가 오갈 줄 알았다면 아마 안 왔을 거다. 사람이 한 끼 굶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밥 한 끼를 안 먹고 말지.
"그런데 칼리안 왕자님은 왜 안 오십니까, 플란츠 왕자님?"
직위가 해제된 이후 '발칸 부군단장'이라는 공통점을 잠시 잃게 된 바람에, 하늘 아래 두 발 달고 걸어다니면서 언어를 구사한다는 공통점만 남게 되어서 더는 그 이상한 호칭으로 기어오르지 못하는 파란머리 미친 마법사가 화제를 돌렸다.
에우리아 세이렌과 레이첼 그레이스는 세크리티아의 마법사 협회장과의 선약으로 이 자리에 오지 못했다. 협회 소속이 아닌 탓에 이곳에 자리하고 있던 아르센의 질문에 플란츠가 눈꼬리를 살짝 찌푸렸다.
"모르겠는데."
그리고 애석하게도 그 이유를 플란츠 역시 모른다.
모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플란츠도 묻고 싶다. 이 어색하기 짝이 없는 조합에 나를 끼워놓고 내 동생 대체 어디갔냐고.
"아, 칼리안 왕자는 이 자리에 못 옵니다."
그 뒤 불참 소식이 전해졌다.
이유를 알려달라는 의미로 그 보라색 눈을 쳐다보니 조금 늦게 대답이 나왔다.
"아버지를 만나고 있을 겁니다."
이들의 대화에 참여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듯 계란 프라이의 노른자에 베이컨을 찍어 입에 넣던, 바다색 머리를 비녀로 틀어올린 검사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작은 연회장의 긴 테이블 주변에 사일런트를 발현하고 있던 파란 머리 마법사, 3왕자의 기사, 그리고 2왕자가 동시에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놨다.
체이스가 마련한 조찬 자리가 선약임을 알면서 이미 참석하기로 한 중요 손님을 멋대로 불러낸, 그리하여 체이스를 또 밑바닥으로 내려놓은 국왕 데블란을 떠올리게 된 탓이다.
"별 일 없을 테니 신경쓰지 말고 식사해요, 플란츠 왕자."
이제껏 아무렇지 않은 척하던 체이스가 걱정 말라는 듯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을 보고 있으려니 아무 걱정 없는 얼굴로 헤실거리던 전날의 칼리안이 문득 떠올라서, 플란츠가 낮은 목소리를 냈다.
"누가 누굴보고 신경쓰지 말라 하는지."
체이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조금도 줄지 않은 자신의 접시 위를 바라보다 그냥 다시 한 번 웃어보였다.
* * *
일반인과 대련할 때에는 오러로 신체를 강화하지 않는다.
- 딸랑.
실력의 차이가 있으니 만에 하나 다칠 것을 염려할 필요도 없었고 몸 속에 오러가 담긴 순간 이미 일반인보다 월등한 신체 능력을 지니게 되니 일부러 신경써서 더 강화시킬 필요가 없었다.
- 부우웅!
- 카아아앙!
그런데, 순간 아릿해오는 감각에 저도 모르게 팔에 오러를 두를 뻔했다.
- 카가강! 카앙!
아니.
둘렀어도 될 것을 그랬다.
기억에 남은 어두운 새벽, 쉴 틈을 주지 않고 쇄도해오던 그 검붉은 검보다 확실히 무거웠다. 애초에 사용하는 검술이 다르고 검도 달랐으니 검의 무게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무게감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묵직했다.
'꽤 놀랄 거야.'
그래.
그 말 그대로다. 정말 놀랐다.
'만나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닌데 칼을 대어 본 적은 없었어서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인 줄 몰랐군.'
'기대해도 좋아. 나도 기대가 크거든. 내 검과 정혼자님 중에 누가 먼저 검의 길에 오를지도 궁금하고.'
'그 정도인가.'
'응. 어쩌면······ 아니다.'
'왜 말을 집어넣나.'
'미안. 이상한 소리 어디 가서 또 하면 내 정혼자님이 죽여버리겠다 해서 말 못하겠어. 나는 엄청 오래 살거거든.'
이제와 누군가 검의 길에 오른다 해도 '칼리안'이 검의 길에 올랐던 15세보다 이르기는 힘들었다. 다만 '베른'이 실제로 검의 길에 올랐던 것은 21세였던 탓에, 칼리안은 그 기억을 염두에 두고 말을 하려다 집어넣은 것이었다.
어쩌면, 가장 빨리 검의 길에 오른 나이가 다시 앞당겨질지도 모른다고.
그런 생각을 알 리 없을 시오나, 그리고 더 이상 설명할 수 없다 말한 칼리안으로 인해 어중간하게 마무리되었던 대화를 떠올리는 사이, 묵직한 공격이 시오나의 눈앞으로 짓쳐들었다.
- 부웅!
- 카가가강!
검날이 부딪히는 굉음에 손잡이 끝에 매달린 방울의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다시 한 번 팔에 오러를 두르는 것이 나을까 고민하던 시오나가 살짝 휜 형태의 검을 다잡았다.
그것이 대련이든 실전이든, 시오나는 상대를 앞에 두고 다른 생각을 하는 일이 좀처럼 없는 숙련된 검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실력에 놀랐기 때문이다.
- 카아앙! 카강!
칼과 함께 시오나를 베어내겠다는 듯 횡으로 날아오는 검을 막아낸 시오나가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팔을 뻗었다. 유연하게 이어지는 공격을 피한 드미레아가 허리를 튕기며 다시 공격을 보냈다.
- 카앙!
그것을 막았다. 막았음에도, 드미레아는 칼을 회수하지 않는다.
- 카가각!
또 다시 걸어오는 힘 싸움.
결국은 시오나가 검을 틀어 드미레아의 공격을 빗겨냈다. 그러자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드미레아가 시오나의 검을 올려쳤다. 그리고 빙그르르, 올라간 검에 실린 힘을 담아 한 바퀴 회전하며 시오나의 허리를 노렸다.
- 부우웅!
- 카앙!
자신을 향한 검을 살짝 흘려보낸 시오나가 그대로 드미레아를 향해 도약했다. 공격 후 잠시 비어있는 드미레아의 어깨 쪽을 향해 칼을 뻗었다. 딸랑, 하는 방울소리가 잠시 울리다 곧 다른 소리에 먹혀 사라진다.
빠르게 발을 놀려 공격을 피한 드미레아가 아래로 향해있던 은빛의 검을 올려쳤다.
- 카아앙!
그리고 그 반동으로 내리꽂히는 자신의 검을 강제로 움직여 시오나의 옆구리를 향해 뻗어냈다.
베기 위주의 공격을 이어가던 중 갑자기 튀어나온 찌르기에, 시오나가 싱긋 웃으며 제 검을 아래로 휘둘렀다. 날카로운 소음이 이어지며 이번에도 공격이 막혔다.
- 딸랑.
그리고 다시 한 번 방울소리가 울렸다.
- 카가가강! 캉! 카앙!
불똥이 튀고, 두 검이 서로 긁히는 소리가 났다.
한번 더 몸을 회전시켜 무게감을 더한 베기 공격을 막은 시오나가 드미레아의 손목을 향해 검을 내뻗었다. 드미레아가 검날을 틀어 그것을 막아내려 했을 때, 시오나의 칼날이 휘어들어왔다.
끝이 구부러진 검이 말 그대로 둥근 곡선을 그리며 찔러들어온다. 공격을 막기 위해 틀어쥔 검을 다시 똑바로 한 드미레아가 그것을 올려쳤다.
- 카아앙!
날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으니 분명 막은 것이 맞다. 헌데.
- 사락······!
블론즈 색의 머리카락 끝이 잘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검의 휘어짐이 드미레아가 예상한 것을 벗어났고, 결국 드미레아는 목 근처의 머리카락을 내어주게 되었다.
언젠가 칼리안에게 몇 가닥인가 잘려나갔던 머리카락을 잠시 떠올리던 드미레아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한 발을 물렸다.
"졌습니다."
시오나가 씩 웃었다.
어느샌가부터 팔에 오러를 두르고 있었다는 말은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힘을 만들어 쓰는 게 제법인데, 소공작."
키도 크고 단단한 근육도 있다.
슬레이만처럼 우락부락한 근육질이 아니라 그 붉은 눈 왕자를 태우고 다니던 검은 말의 다리 같은 늘씬한 근육이 있다.
"그런 근육에서 나오는 것이라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힘이 좋군. 자칫 잘못하면 허리고 어깨고 다 망가질 만큼 힘을 몰아 쓰는데도 몸의 균형이 잘 잡혔고. 괜찮은 실력이야. 많이 연습하고 연구한 티가 나."
"감사합니다."
시오나를 향해 드미레아가 살짝 고개를 숙여보이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저도 모르게 칼리안의 말을 다시 떠올려보던 시오나가 칼리안이 삼킨 말을 제멋대로 이었다.
"어쩌면, 에반이 죽어 줄어든 시스테라 대륙의 소드마스터 수가 다시 늘어나는 날이 그리 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군."
이런 대단한 칭찬을 들었음에도, 드미레아는 감사하다는 말을 다시 꺼내지 않았다.
"네. 맞습니다."
생각해 볼 필요조차 없을만큼 당연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드미레아를 본 시오나의 눈에 흥미 가득한 기색이 떠올랐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 검 끝에 푸른 열기가 피어오를 날을 꼭 보고야 말겠다는 열의가 함께 피어올랐다.
* * *
웃음을 참았다.
손 끝의 호선을 만들지도 않았다. 그냥 참았다.
칼리안의 앞에 놓인 커피. 그 의미를 알아서 그냥 웃지 않고 참았다. 대신 참지 않고 말했다.
"커피를 싫어하니 마시지는 않겠습니다."
예상했던 대답이라는 듯, 데블란은 놀라거나 노여워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커피라는 것이 향은 달콤하나 맛이 쓰기는 하지."
"네. 전하의 말씀처럼, 그렇습니다."
커피같은 갈색 눈이 정원의 베고니아같은 붉은 눈을 응시했다.
데블란이 말한 것과 같이 향은 달고 맛이 쓰다는 소리일까. 데블란의 말이 향은 달고 맛이 쓰다는 소리일까. 숨겨진 의미를 잠시 가늠해보려 말 한 마디를 덧붙였다.
"······ 독이 들었던 탓에 싫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고."
"그 역시 전하의 말씀과 같습니다."
"그대의 말 역시 그렇구나. 독이 들었어."
"그렇습니까."
데블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칼리안의 앞에 둔 것과 똑같은 커피를 들어 한 모금을 마셨다.
그것을 본 칼리안은 참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것이 무엇 때문일까 잠시 고민을 해보다 이유를 알게 되었다.
독대.
생애 처음으로 데블란과 독대를 하고 있다.
체이스를 앞에 두고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고 밀폐된 곳에서 이야기도 나누지 않는 데블란. 베른을 상대할 때에도 호위기사 없이는 절대로 독대하지 않았던 데블란. 그런 데블란과 단 둘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생경한 기분이 들 수밖에.
이 나라를 찾은 이방인 중 가장 위험하고 가장 의심스러운 이이기 때문에, 오히려 단 둘이 만나기에 가장 안전하다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곳에 온 플란츠가 호위 없이 혼자 산책을 나간 것과 같은 이유다.
"보면 볼수록 놀랍구나."
"무엇이 놀라우십니까."
"타국의 왕자가 국왕의 면전에 독을 내밀고 있으니,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닌가."
"대단하다 여기지 않으셔도 됩니다. 타국의 국왕이 자식을 독에 담아 키운 것을 두 눈으로 보게 된 것만큼 놀랄 일이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데블란이 참지 않고 웃음소리를 냈다.
"그 독이 실로 달구나. 대화하는 재미가 있으니."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이제는 '아버지'라 부를 수도 없는 이를 눈 앞에 둔 칼리안이 지금 얼마나 많은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는지, 데블란이 알고는 있을까.
- 참지 마.
제발 좀 알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입 속의 독을 참지 않는 대신 무엇을 참고 있는지를.
"나의 새가, 아니지. 이제 그대의 새라 해야 하나. 그대의 새가······."
"에일라입니다. 새가 아니라."
"아, 그래. 그런 이름이었지. 그 이름 끝이 조금 달라진 탓에 잠시 잊었구나."
"브리지트 말씀이십니까. 나에게 있어 중요한 곳이라 그런 이름을 붙였습니다."
"중요한 곳이더냐."
데블란의 이 질문을 들음과 동시에, 전날 플란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 내 아우님이 데블란을 따로 만나게 되면 아무것도 숨기지 말고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 티나. 숨기면. 전부.
- ······ 네.
- 만나게 되면 뭐라고 짖었는지만 말해. 맞춰줄테니.
- 동생이 사고치면 수습해주는 형 노릇 해주시는 겁니까.
- 그래.
체이스 말은 전부 다 잘 들으며 살았고 란델 말은 전부 다 안 듣기로 했다. 그러니 중간에 낀 플란츠 말은 적당히 걸러가며 듣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나.
내 형님 가라사대 다른 사람 앞에서 이것저것 숨기느라 기죽지 말고 잘 짖으라 하셨으니, 잘 짖어야지.
"내 어머니가 그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셨다 하니 나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곳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세크리티아에서 지내오던 아이에게 성이 필요하다 하여 그 곳의 이름을 주게 되었을 뿐, 그리 특별한 이유는 아니니 관심두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 그것은 몰랐던 이야기구나."
"당연히 모르는 일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타국의 국왕이 나와 내 사람들에게 그렇게나 관심을 가지게 될지, 나 역시 몰랐던 것처럼."
"그것이 그대와 그대의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끝났다면 좋았을 것을. 모르던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자꾸 동하니 이를 어찌할까."
"계속 궁금해하시면 됩니다. 신기한 것이 많은 세상에 호기심을 막으려 드십니까. 내 사람들에 대해서든 나에 대해서든, 혹은 내 형제들에 대해서든. 얼마든지 궁금해하셔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잠시 말을 멈춘 칼리안이 제 앞의 커피잔을 데블란 쪽으로 살짝 밀었다. 칼리안에게 있어서는 독일 뿐인 그것을 데블란에게 건넸다.
"어차피 오래도록 궁금해하지도 못할 분이신데. 잠시나마 참고 이해를 해드려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그와 함께, 입 속의 독도 계속 건넸다.
마치 한 마리의 뱀이 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