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적국의 왕자로 사는 법-276화 (277/527)

제49장. 정녕 아름다운(1)

아. 세렌티시여.

제가 나중에 뵈면 한 대만 때리겠노라고 하기는 했습니다. 억울한 일들이 많은 것 같아서 그런 말을 하기는 했습니다. 했는데요.

아무리 그래도 진짜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시들시들한 완두콩같은 형님 한 분 주워다 놓고 물도 주고 해도 주고 파릇파릇하게 키우면서 착하고 어여쁘게 잘 살려고 제가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요. 아실 만한 분이 이렇게까지 하는 건 정말 좀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하······."

히몰리카 한 잔이라뇨.

제가 술 취해서 키리에 등에 업히겠다고는 했어도 연로하신 아버지 등에 업혀오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없거든요. 한 잔 들이키고 눈감았다 떴더니 아버지 등이 보여서 다시 열심히 자는 척하는 그런 기분 아십니까. 자는 척인 줄 모르실 분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 계속 자는 척하는 그 기분이 어떨지, 혹시 아십니까.

이제 철도 들었으니까 태어나 처음으로 아버지랑 둘이서 바람도 쐬고 도란도란 얘기도 하면서 맛있게 마시려고 순하디 순한 우리 형님이 주섬주섬 만들어두신 인격 팔아가며 얼마나 신중하게 또 얼마나 열심히 고른 술인데요. 그런데 딱 한 잔이라뇨.

그나마 히몰리카는 맛이라도 봤죠. 시즐리누는 맛도 못 봤습니다. 아버지가 가져가셨거든요.

"얀······ 나 머리가 울려······."

그리고 시스파니안이시여.

왜, 숙취는, 안 고쳐주십니까.

······ 두 분 다 진짜 너무하시네요.

* * *

사실 다녀오는 내내 잠을 못 잤다.

하루 이틀을 빼고 잠든 적 없었다.

가만히 앉아 손가락을 꼽아가며 엘프 도시에 다녀오는 기간 동안 총 몇 시간을 잤는지를 따져보던 칼리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물론 숙취 때문이다.

"아무튼 잠을 못 자서 그래."

그래.

잠을 못 자서 히몰리카 딱 한 잔만에 쓰러지듯 잠든 것이지 절대로 술에 약해서가 아닐 거다. 히몰리카 딱 한 잔을 마신 뒤 이렇게까지 숙취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는 나도 모르겠고 나는 그냥 정말 피곤해서 잠든 거다.

이렇게 애써 스스로의 상태를 진단한 칼리안이 씩 웃었다.

그리고 '아이고 우리 꽃같은 왕자님께서 히몰리카 한 잔 드시고 얻은 숙취 빨리 없어져야 할 텐데' 라는 얀의 진심어린 마음과 바나나와 꿀이 잘 섞인 주스를 몇 모금 마신 뒤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것 마시고 잠들 정도는 아니지, 내가."

"네."

대륙에 딱 세 명 밖에 없는 7서클 마법사 중 가장 강력하고 명망있으며 인품까지 훌륭한 최고의 대마법사 등에 내 동생이 업혀왔다 하더라는 소식을 전해들은 플란츠가 조용히 눈을 내려 감고, 지난 번에는 나 말고 제 스승에게 먼저 안겨들던 내 아들이 이번에는 나 말고 제 스승과 술을 마신 뒤 그대로 뻗었다는 말을 들은 르메인이 내 아들의 습관성 가출과 눈물겨운 주량 중에 무엇을 더 걱정해야 하나 고민할 때 쯤.

"전해주신 것 알아봤어요."

애써 침착한 척 꺼낸 말에 참 무심한 대답을 전한 에일라가 종이 두 장이 묶인 자료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아무튼 재미라고는 하나도 없는 성격은 조금도 바뀌지 않은 에일라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칼리안이 자료를 집어들었다.

"아시겠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검출되지 않는 독은 많아요. 실리케가 왕자님을 독살하려 했을 때 이용했던 타크리모사도 그랬으니까요. 말씀해주신 독도 같아요."

칼리안은 독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에일라만큼 많지 않았다.

"향과 색은 당연히 없고 중독되면 폐를 망가뜨리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손으로 만져서 잘못된 것이 아니라 독을 다루는 과정에서 들이마셨기 때문에 중독된거예요. 기화한 향이 아니라 의도치 않게 독분을 흡입하게 되어서요."

"그래서, 해독은?"

"불가능해요."

예상했던 대답이지만 그래도 다른 말이 나오기를 기대했던 칼리안이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그래······. 해독이 되는 종류였다면 데블란이 이미 해독을 했을 테지."

디에나가 정말 신중하게 골랐을 독.

티나지 않고 해독조차 불가능한 독.

아주 오랜 시간동안 이용해왔을, 그런 독.

"그럼 혹시 히나라면 고칠 수 있을까."

"네. 베른 자작님이라면 고칠 수 있겠죠."

루이즈를 고칠 수 있다고 한다.

칼리안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 소리가 났다.

에일라를 만나기 전에 체이스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 히나라는 그 치유사는 함께 오지 말거라.

- 히나의 치유술로 어머님을 고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이번이 아닌 다음에. 그때 함께 오는 편이 좋을 것 같구나.

루이즈의 중독 증상은 이제 시작됐다.

그리고 루이즈는 베른의 마지막 날까지 숨을 놓지 않았었다. 아직 시간이 있다는 소리다.

히나를 데리고 함께 갔다가 데블란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데블란은 눈 앞에 놓인 목표를 절대 놓치지 않으려 할 테니까.

- 알겠습니다.

그래서 칼리안은 데블란이 세상에서 사라진 이후에 히나를 데리고 다시 가겠노라 대답을 했다.

이번 말고 다음 번.

체이스의 즉위식에 참석하기 위해 세크리티아를 다시 찾을 때 함께 가서 루이즈의 중독을 고치겠노라고.

"그래. 고마워."

이렇게 말한 칼리안이 손에 들린 종이를 태웠다. 내용은 이미 다 담았으니 혹여 이곳에라도 증거를 남길 이유가 없었다.

"저도 데리고 가달라고 하면 데려가실 건가요?"

그런데 에일라가 이런 말을 했다.

칼리안이 다시 한 번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하얗고 긴 손 아래 살짝 가려진 얼굴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거기는 왜."

"데블란 만나러 간다면서요."

"그런데."

"나는 내 목숨 노린 놈 다른 사람이 죽이는 것 별로여서."

"그사람 참 여기저기서 미움 많이 받는구나."

그래서 오래 사나, 하고 중얼거리던 칼리안이 작은 웃음 소리를 냈다. 아직 앳된 소년의 웃음 같다가도 참 많은 것을 겪은 이의 웃음 같기도 한 소리가 났다.

"그런데 에일라. 나는 내가 시킨 것 잊어버리고 다른 데 눈 돌릴 놈한테 일 맡기는 사람 아니야."

"베른 자작에 대한 호위라면 잠시동안······."

"에일라."

말을 끊은 칼리안의 시선이 에일라를 향했다.

"새들이 얼마나 독한지 알아. 얼마나 집요한지도 알고 있고. 네가 데블란에게서 언제 도망쳤고 얼마나 오래 쫓겼는지는 몰라도 안 죽고 안 잡히려고 고생한 것도 알고 있어. 죽는 걸 직접 봐야 마음 놓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같이 가겠다는 말도 이해해."

그리운 곳의 바다가 담긴 머리카락을, 두 눈을 바라봤다.

"무서워서 그러는 것 알아. 나도 그랬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뜬 에일라가 한숨을 한 번 쉬었다. 여전한 머리 장식이 가볍게 흔들렸다.

"이번에도 여전히 잘 아시네요."

"설마 내가 네 비녀 속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고 있을까."

불안한 만큼 몸에서 떨어뜨려놓지 못하는 독.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칼리안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이 사라져야 안전해 질 것 같은데. 증오하던 대상이 사라져야 살맛 날 것 같은데. 안 그래. 사람이 그런 걸로 살아지는 건 아니더라."

데블란의 죽음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다.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것이 생각처럼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안 것은, 체이스로부터 추방 명령을 받은 뒤였다.

"수어 배우고 있다는 얘기 들었어. 그때 마음먹은 대로 흔들리지 말고 계속 배웠으면 해. 나 따라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생각 하는것보다는 그 편이 나아."

칼리안은 마지막 한 모금까지 다 마신 주스잔을 내려놓은 뒤 말을 이었다.

"히나 곁에서 지내면서, 죽는 것 보면서 사는 법 말고 치료하고 살려내는 것 보면서 사는 법도 배워봤으면 좋겠어. 정답이 아닐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겪어 본 바로는 그게 나았거든."

작고 부드러운 목소리.

거짓 아닌 말.

"아직 출발까지 시간 있으니까 돌아가서 생각해봐. 그래도 안되겠으면 얼마든지 다시 와서 얘기해줘. 그 때는 다른 말 않고 데려갈게."

"······ 알겠어요. 생각해볼게요."

"그래. 고마워."

칼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는 있었어도 여전히 잘 믿기지는 않았었는데 정말 체이스를 많이 닮았다고, 에일라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 * *

확실히 닮았다.

아니, 맞는 것 같다.

왕궁에 돌아와서 금고를 열어본 뒤 확인해봤었는데 이렇게 다시 보니 확실히 맞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내 생각에······."

두터운 잿빛 털 장식이 달린 하얀 코트를 벗어 집사장에게 건넨 칼리안이, 드미레아에게 받은 검을 살펴보다 장난기 묻은 얼굴로 웃었다.

"이건 헤르츠 경이 썼나본데."

히몰리카 한 잔에 잠든 것을 애써 부인하던 날로부터 다시 며칠이 지났다.

안네는 아주 조금 더 자랐고 날은 조금 더 많이 추워졌다. 그리고 지그프리드 공작가의 대장장이 로튼의 손에서 새로운 검 한 자루가 완성됐다.

소식을 듣고 또 멋대로 궁을 나온 칼리안이 지금 검에 새겨진 '시나스타' 라는 이름을 보던 중이었다. 정확히는 청은빛 검신 쪽에 남아있게 된 반절의 글자였지만.

"그 글자를 헤르츠 백작이 썼다는 말씀이십니까."

"응. 그런 것 같아."

카이리스에서는 자라지도 않는 꽃의 이름이 적힌 검.

그 강도는 묵빛의 검과 똑같지만 색이 완전히 다른 검.

그런 검을 맡겨야 했다.

때문에 칼리안은, 드미레아에게 그것을 어디에서 어떻게 얻었는지를 알려주었었다.

"그럼 왕자님께서 기억하시는 시간에도 헤르츠 백작이 발칸에 있었습니까."

"있었지. 그땐 군단장이었고. 스승님이 안 계셨거든."

이런 말을 들으면서도 드미레아는 신기할 것 없다는 듯 고개만 끄덕였다. 며칠 전의 에일라도 그러더니 아무튼 둘 다 재밌는 성격이 못 된다는 생각이 든 칼리안이 잠깐 웃었다.

곧 칼리안은 시선을 내려 손에 들린 검을 다시 살폈다.

- 시나스타

윗 부분의 글자와 아랫 부분의 글자는 이어지지만 글씨체가 서로 달랐다.

"재밌네."

칼리안이 '내가 그래도 쟤보다는 술을 잘 마시겠지' 하며 굳게 믿고 있는 아르센 헤르츠가 술에 잔뜩 취한 채로 급여와 자존심을 맞바꾸었던 그 다음 날. 아르센이 한 글자 한 글자 정성들여 써왔던 반성문이 생각났다. 그 봉투에 적혀있던 글씨가 검에 남겨진 글씨와 참 많이도 닮았다.

평소에는 일이 많고 바쁘다는 이유로 엉망진창 흘려 쓰더니.

플란츠가 쓸 검을 맡기면서는 정성스럽게 한 글자 한 글자를 써 준 것일까. 아니면 그 때의 아르센은 흘림체를 쓰지 않았던 것일까.

이제와서는 그런 사소한 것들이 궁금해진다.

"혹시 형님 보더라도 이 글자 헤르츠 경이 쓴 거라고 얘기하지 마. 버릴라."

"알겠습니다."

드미레아의 과묵한 성격은 재미없지만 이 검은 참 재밌어서 다시 한 번 웃음이 나왔다.

과거의 플란츠가 손에 쥐었던 별빛의 검에 아르센의 글자가 반. 그리고 지금의 플란츠가 손에 쥐게 될 묵빛의 검에 칼리안의 글자가 반.

"중앙에도 날이 있습니다. 아실 테지만 조심하십시오. 베입니다."

그 글자 위에 가만히 손을 가져다 대보려니 드미레아가 이런 말을 했다.

세로로 나뉘는 검.

서로 맞닿는 면을 비스듬하게 깎아 날을 내 두어, 평상시 뿐만 아니라 반으로 나누어도 양날을 지니게끔 되어 있는 독특한 검이다.

검의 손잡이를 비틀어 반으로 나누어 보고 다시 하나로 합쳐 보기도 하며 제대로 잘 만들어졌는지 한참을 확인한 칼리안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철컥!

새로 맞추게 된 검집에 부드럽게 들어간 검이 검집과 맞물리는 소리가 났다. 검집을 내려다보는 칼리안을 향해 드미레아가 설명을 더했다.

"깎아내고 남게 된 운철 조각을 다시 쓰기도 어렵고 버리기도 어려워서, 검집에 장식을 더했다고 합니다."

"그런 것 같네."

하얀 바탕에 잿빛과 청은빛의 운철로 문양을 새겨넣었다. 안에 든 검에 참 잘 어울릴 모습에 칼리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확인을 모두 마친 칼리안이 검을 옆에 내려놓자, 따뜻한 밀크티가 담긴 잔을 들어올리던 드미레아가 나지막이 물었다.

"수고비는 어떻게 치를 생각이십니까."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겠나.

아이즌 에이프린 백작이 보내 온 두 번째 기사들이 쓸 검을 손보느라 바쁘던 대장장이가 몇 날 며칠을 두고 검 하나에 혼을 불태우도록 만들었으니 상응하는 대가가 있어야 마땅한 일 아닌가.

"지난 번에 대련해주기로 한 것도 아직 다 못지키셨습니다."

티아라 닮은 장신구 해 주는 값으로 보름동안 대련을 해주기로 했으면서 결국 딱 한 번밖에 하질 못했다. 그것을 떠올린 칼리안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좀 바빠졌는데. 줄여주면 안 되나?"

"안 됩니다."

안 통한다.

"시간 괜찮으면 내일부터라도 왕궁에 와. 상대해줄게."

"이틀 뒤부터 가겠습니다."

"그래, 그럼 검 값은······."

결국 이렇게 나머지 일정을 잡힌 칼리안이 잠시 생각을 해보다 입을 열었다.

"내 정혼자님한테 내가 무엇을 주어야 맞으려나······. 차라리 돈을 달라 하면 낫겠는데 나보다 풍족할테니 그건 안 되겠고."

"2왕자님께서 사용하실 검이니 2왕자님께 나누어 받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기다렸다는 듯 말이 나왔다.

칼리안이 고개를 끄덕여보이자 드미레아가 말을 이었다.

"브리센의 검술. 리리에에게도 물려주셨으면 합니다."

"검술은 알려줄 수 있어. 형님께서도 반대하지 않으실 테고. 다만."

선뜻 대답하던 칼리안이 드미레아를 깊이 쳐다봤다.

"훗날 언젠가, 국왕의 형님이신 플란츠 대공이 브리센의 가주로 사는 것에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일부러 선 긋지 않으셔도 됩니다. 2왕자께서 그 자리에 가지 못하시면 어찌 되는지는 아니까요."

이렇게 말한 드미레아가 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브리센의 아이를 브리센처럼 키울 생각은 저도 없습니다."

그건 마음에 드네, 하고.

칼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썩 괜찮은 값에 검을 하나 구했다.

이틀 뒤부터는 빚도 하나 줄이기로 했다.

그래서 기분이 참 좋았다. 좋았는데.

"······ 형님."

"가자고."

왕궁 앞에 버젓이 세워져 있는 거대한 마차.

카이리스 왕실의 문양이 화려하게 새겨진 거대한 마차.

그래.

시스파니안께서 온갖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두신 바로 그 마차. 카이리스 왕실을 대표하는 그 호사스러운 마차.

그것이 왕궁 입구에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 2왕자의 말 에스티나가 서있었고, 그 위에 완두콩이 앉아있었다. 거기까지만 있었으면 그러려니 해보려고 노력이나마 했을텐데.

이상하다. 레이븐이 왜 나와있지.

"어디를 가자 하시는지."

"대구 먹으러."

"지금요."

"지금."

"세크리티아에 서신 한 장 안 보내고 왕실마차 끌고요."

"그래."

"저 이틀 뒤에 소공작과 대련 약속 잡았는데요."

외교 관계고 사전 통보고 뭐고 다 모르겠고.

"내가."

칼리안의 말에 짧게 입을 연 플란츠가, 실로 오만한 눈으로 동생을 내려다봤다.

"······ 가겠다는데."

생일 맞이로 그 좋다는 세크리티아 바다 보러 카이리스 2왕자께서 가신다는데 감히 누가 말리려 드느냐고.

열심히 만들어 둔 대외 홍보용 망나니 인격 쓰는 법 잘 배운, 하지만 알고 보면 되게 순한 형님이 고갯짓을 했다.

빨리 레이븐에 타라는 소리였다.

"환장하겠네······."

아.

세렌티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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