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적국의 왕자로 사는 법-259화 (260/527)

제45장. 바다 보러(6)

무지개 안으로 발을 디딘 날이 있었다.

그 안에 들어가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가 궁금해서 그리했었다. 세상에 서서 무지개를 바라보면 온갖 색이 다 보였으니, 무지개 속에서 세상을 보면 검은 것 없이 예쁜 색으로만 보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무지개의 끝을 찾아가 발을 디디고서는 결국 실망을 했던 그런 날이 있었다.

- 쏴아아아······.

커다란 물소리가 들려오고 안개비 같은 물방울이 얼굴로 튀었다. 벼랑 끝에서 떨어져내리는 폭포수의 물보라에 무지개가 둘이나 떠 있었다.

'그 때가 아마 지금이랑 비슷한 나이였는데.'

정확히 어느 날이었는지 모를 언젠가의 기억을 떠올려 본 칼리안이 피식 웃었다.

물가에 선 은백색의 말이 맑고 찬 물을 마시는 동안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 무지개 끝으로 발을 옮기는 플란츠를 본 탓이다.

'이 나이대에 하는 생각들이 다 똑같지.'

형님 너 거기 들어가봐야 실망만 할거다 하고 말을 해줄까 하던 칼리안이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놈의 이름 뜻이 뭔지, 루시의 허리는 도대체 얼마나 긴건지, 그리고 베른과 얽힌 일들. 이런 것 말고 다른 뭔가를 궁금해하는 모습을 처음 본 듯 해서 그냥 내버려뒀다.

햇빛 덜 받은 보리 싹 같은 저 놈이 실망을 하든 실망하는 대신 기억 하나를 얻든. 왕궁 안에서 쌓아 온 것들보다는 낫겠지 싶어서였다.

'그러니까 결국은 전하께서 다 잘못하신거네.'

애 이름을 하필이면 플란츠라고 지어놓은 것도 모자라 밖에 데리고 나다니지도 않았으면서 그 넓은 왕궁에 고양이 한 마리를 안 들여놓는 바람에 결국 저렇게나 손 많이 가는 놈을 만들어 놨으니 말이다.

심지어 이제 집에 돌아가면 저 보리 싹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을 옥수수수염도 살펴봐야 하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막내다.

아.

갑자기 술이 고프다.

"내 말 안 듣고 있는 것 같은데."

"듣고 있어. 거래하자고 했잖아. 생각 중이야."

시오나의 말에 대꾸한 칼리안이, 무지개 속에 들어가 손바닥을 펼쳐보는 플란츠로부터 시선을 뗐다. 계곡 물 속에 들어가 불을 뿜어대는 미친놈들이 보였다.

"······ 대체 왜 물 속에 불을 지르려고 하는거야?"

"생각 중이라며."

"생각 중이야."

물에 들어가 불을 뿜는 이유를 한 눈에 알아 본 너도 좀 이상하지 않느냐는 시오나의 눈빛을 무시한 칼리안이, 마법사들로부터 애써 시선을 돌려 기사들 쪽을 봤다. 나무 기둥에 기대거나 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쉬는 것이 보였다. 옷이야 젖겠지만 저기 불 뿜는 미친놈들이 알아서 말려 줄 테니까 그냥 되는대로 쉬는 듯 했다.

그래도 안 미친 놈들이 있으니 다행한 일이다.

기사들 없었으면 레이븐이 제일 이성적일 뻔 했다.

"사실 내가 싫어하는 게 세 가지가 있거든."

무지개 속에 들어가 있는 왕자와 물 속에서 불 쏘는 마법사들을 한 번씩 더 쳐다본 칼리안이 레이븐의 목덜미를 유난히 정성스레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엘프. 엘프랑 싸우는 거. 엘프랑 거래하는 거."

이렇게 말한 칼리안이 생글생글 웃으며 시오나를 쳐다봤다.

"그런데 나한테 칼 들이댄 엘프가 나랑 거래하고 싶어서 왔다고 하면 내가 좋아하겠어, 싫어하겠어."

"내가 엘프이기 이전에 대사막의 전사라는 것을 잊었나본데."

"아. 그리고 나는 대사막의 늑대랑, 대사막의 늑대가 나 따라오는 거, 대사막의 늑대가 나한테 덤비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해. 당신 혼자 참 많이 해먹는데 그럼 내가 좋아하겠어, 싫어하겠어."

시오나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일단 자신보다 스무 살은 어린 것 같은 왕자로부터 하대를 듣는 것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신분을 떠나 아예 종족이 달랐으니 신경 쓸 부분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칼리안도 그냥 계속 말을 놨다.

먼저 칼 들고 덤빈 잘못이 있으니 이정도는 해도 된다 생각하면서.

"엘프 도시가 어디 숨어있는지는 며칠이 걸리든 내가 찾으면 돼. 그리고 제온에 대해 같이 조사를 해주겠다는 두루뭉술한 약속을 대가로 내가 가진 정보와 조약돌을 달라는 건 들어주기 힘들어."

엘프의 도시를 찾도록 도움을 주고 제온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유할 테니, 지금까지 칼리안이 알게 된 것들과 칼리안이 가진 검은 조약돌을 달라.

엘프들의 도시에서 나오는 길에 칼리안의 일행이 피운 모닥불을 발견한 시오나는 이 말을 하기 위해 칼리안을 찾아왔다고 했다. 만나고 보니 괜한 호승심이 들어 일단 싸움부터 걸었지만 아무튼 칼리안을 찾은 목적은 그랬다.

그리고 칼리안은 시오나의 입에서 '거래'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아침 챙겨먹고 다시 발을 옮겼다. 그러다 폭포 아래로 흐르는 물을 봤고 말들도 쉬일 겸 잠시 발을 멈춘 참이었다.

칼리안이 웃음기가 채 가시지 않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내가 그 돌을 가지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제온을 쫓는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당신은 그것도 말 안했어."

"정확히 얘기하지 못하는 건 나 역시 너를 완전히 믿을 수는 없기 때문이고 굳이 거래를 하자 이야기하는 것은 무력으로 빼앗고 싶지 않아서인데, 이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지 않나."

"재밌는 말을 하네, 시오나."

작은 웃음소리가 폭포수의 소리에 가려 잘 들리지 않았다.

칼리안의 눈이 찬 기운을 머금었다.

"빼앗다니. 안 그래도 아픈 것 같아서 안 죽인거야, 내가. 당신도 알면서 왜 그런 말을 해."

시오나가 별다른 반응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때문에 칼리안은 속으로 아주 조금 놀랐다.

사실 지금 칼리안은 시오나의 오러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시오나는 칼리안을 봤을 때 '검은 머리, 빨간 눈'이라 말했다. 칼리안을 오러가 아닌 외모로 알아봤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둘의 오러가 같거나 비슷하다는 것. 둘 다 서로의 오러가 안 보이는 상태라는 말이다.

다만, 일부러 낸 방울 소리를 듣기 전에는 칼리안도 시오나의 접근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니 시오나 역시 같은 사실을 알고 있을 터였다.

"하긴. 내가 이상한 말을 했군."

"인정이 너무 빠른데."

그럼에도 순순히 칼리안이 자신을 살려둔 것임을 인정한 모습 때문에 의외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칼리안이 겪었던 어떤 질 나쁜 엘프는 자존심을 굽히려 하지 않았었으니까.

"대사막의 문제다. 너도 알고 있겠지만 '제온'이라는 집단이 가진 힘이 심상치 않아. 나와 연이 있는 대사막의 한 부족 족장이 그들에 대해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한 뒤에 내가 쫓던 놈들이 얼마 전에 네 부하를 공격했다가 너한테 죽었어. 네가 묻어 둔 놈들 시신을 살펴봤더니 놈들 심장이 전부 다 갈라져 있더군."

"······ 헤르츠 경을 공격했던 놈들 말인가."

숲에서 아르센을 공격했던 이들을 죽인 뒤 앨런이 오기 전에 모두 묻었던 일이 생각났다. 앨런이 그들의 모습을 보면 칼리안보다 더 신경을 쓸 것 같아서 그렇게 했었다.

그렇게 굳이 묻은 시신을 시오나가 확인한 모양이다.

"맞아. 그러다 한 달 전에 이 곳에서 제온의 또 다른 놈들을 만나서 싸웠고 하나를 죽였는데 비슷한게 나왔어. 널 만났던 애들을 기억해 냈으면 심장을 찌르진 않았을텐데 생각을 못해서 돌이 같이 부서졌어. 놈들이랑 헤어진지 한 달이 넘었는데 꼬리를 다시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고, 그렇다면 차라리 너와 정보를 공유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결국 칼리안과 같은 이유로 돌이 필요하다는 소리였다.

사실 칼리안으로서는 환영할 일이다. 어차피 문제의 검은 조약돌은 이미 여러 개 가지고 있었던데다 대사막 쪽에서 조사를 한다면 조금 다른 정보가 확인될지도 모르니까.

다만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어야 할지도 설명해."

"모르나본데 엘프들은 거짓말 안해. 어머니 나무께서 거짓말하는 걸 싫어하시거든."

엘프 싫다 했더니 대사막 전사라 대답하고 엘프 못믿는다 했더니 엘프니까 거짓말을 안한단다. 저 필요할 때마다 왕자와 부군단장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어떤 놈이 생각난 칼리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칼리안을 쳐다보다 자신을 믿게 할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흠, 하고 생각에 잠겼던 시오나가 진지한 목소리를 냈다.

"그것도 안 되면 역시 싸워서 뺏어야······."

"혹시 당신 칼 말고 마법도 써?"

되게 호전적인 게 어쩐지 마법사 같은데.

이런 생각에 피식 웃는 칼리안을 보며 시오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위험한 물건이라는 것은 알고 있어. 어차피 놈들 손에 다시 들어간다 해도 크게 달라질 것 없는 일 아닌가? 그럴 바에는 함께 조사하는 것이 나을텐데."

레이븐의 안장을 톡톡 두드리며 잠시 생각하던 칼리안이 입을 열었다.

"앞으로 알게되는 정보를 교환하자는 것까지는 그렇게 할게. 대신 돌을 넘기는 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칼리안의 손가락이 시오나의 검에 매달린 방울을 가리켜보였다.

"그걸 달고 다니는 게 자신감인지 자만인지도 확신이 안 서거든. 당신이 그 돌의 힘을 이상한 방향으로 쓰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시오나가 미간을 찌푸렸다.

신경쓰지 않겠다는 듯 칼리안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덧붙여 말했다.

"엘프들의 도시가 있는 곳까지 안내해. 별로 할 일도 없는 것 같은데 이번 일 끝날 때까지 전력도 좀 보태고. 마음에 들면 원하는 걸 줄게. 어때."

놈들의 꼬리를 다시 잡아 따라잡은 뒤 돌을 얻어내는 것과, 앞으로 며칠간 칼리안을 따라다닌 뒤 돌을 얻어내는 것의 득실을 잠시 따져보던 시오나가 말했다.

"알았어. 그렇게 하지."

"좋아."

결국 이렇게 엘프와의 두 번째 거래를 하게 된 칼리안이 중요한 문제라는 듯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 당신도 풀 좋아하면 네 밥은 알아서 챙겨. 난 몰라."

시오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부터 대사막 전사의 손에서 자라났고 대사막에는 풀이 많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은 고기 참 잘 먹는 엘프라는 말은 생략한 채였다.

* * *

풀잎 스치는 소리들을 듣던 칼리안이 입을 열었다.

"축하드립니다."

"뭐를."

"시오나 덕분에 왕궁에는 좀 더 빨리 돌아갈 것 아닙니까."

어찌됐건 엘프들의 도시를 찾느라 헤매는 시간은 줄었으니 하는 말이었다.

부정 않고 고개를 끄덕인 플란츠가 멀리 앞서가는 시오나를 보다 입을 열었다.

"믿어 볼 만 하지 않나."

칼리안이 그런 플란츠를 쳐다봤다.

간혹 이해 못할 말을 들었을 때 짓는 표정을 하고 있었으므로, 플란츠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일행들 인질 삼고 협박 할 수도 있었는데 안 그랬어."

"새벽의 일 말씀이십니까."

플란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발칸의 대원들, 혹은 플란츠를 인질 삼는 대신 대놓고 나서서 싸움부터 하고 본론을 꺼냈으니 그 정도 성격이면 그냥 믿어도 되지 않느냐는 소리다.

엘프들과 대화하러 가는 상황에 시오나가 있으면 더 유리할 텐데 그렇게 한참동안 입 씨름을 해 가며 손 잡지 않으려 한 것이 칼리안답지 않다는 말일 터였다. 그 의뭉스런 란델도, 그리고 플란츠에게도 별다른 의심 없이 손을 잡지 않았던가.

"협박 못합니다. 제 울타리에 손 넣는 순간 죽을 거라서."

플란츠가 피식 웃었다.

참 대단한 자신감이다.

"엘프라서 그랬습니다. 세상의 모든 엘프가 히나같지는 않더라고요."

"히나같은 엘프도 있다는 거잖아."

물론 히나는 하프엘프였지만.

"이젠 가르쳐주는 방법도 배우셨습니까."

아무튼 칼리안은 방금 전 플란츠의 이야기를 두고 히나같고 시아같은 엘프들도 있으니 모든 엘프를 다 못미더워 할 필요 없다는 말로 잘 알아들었다.

"알겠습니다. 편견 없이 보고 생각할게요."

"알았어."

칼리안이 웃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이다 질문 하나를 꺼냈다.

"형님은 무슨 색을 보시려고 그 안에 들어가셨습니까."

"색이라니."

"무지개요."

"아니야."

"그럼 왜 들어가셨습니까."

"확인하려고."

"무엇을 확인하셨는지 여쭤봐도 됩니까."

"싫어."

"네."

말 하기 싫다는 것 굳이 건드릴 생각은 없었으므로 이번에도 미련 없이 고개를 끄덕인 칼리안이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물이 안 드는 걸 확인하려고."

두 번 안 묻는 동생놈을 향해 플란츠가 이렇게 말했다.

"지금껏 확인하며 사셨던 것 아닙니까."

"모르겠어서."

굳이 귀찮게 하루종일 지워내던 풀물을 한 번 더 지워준 칼리안이 입을 열었다.

"주변이 다 풀밭이었어도 완두콩은 완두콩색입니다. 풀물 안 들어요."

"주변이 다 풀밭이라 안 가리고 잘 짖네, 내 아우님은."

"원래 밖에서 더 잘 짖습니다."

뒤에서 오던 니들렌이,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수수께끼 같은 대화가 잘 이어지는 것을 들으며 참 알쏭달쏭한 표정이 된 것을 보지 못한 채였다.

사실은 신경 쓰지 않았다 해야 맞을 것이다.

지금껏 그 화려한 브리센 속에 쌓여 살았어도 플란츠는 플란츠라는 것을 확인했다는 말임을 이해한 건 아마 칼리안 밖에 없었을 테니, 다른 이들 표정을 살피거나 사일런트를 발현할 필요가 없었다.

"여기야."

그렇게 한 쪽은 참고 한 쪽은 짖어가며 옥신각신 길을 가려니 시오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한 곳에 선 시오나가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인 칼리안이 가장 먼저 시오나의 앞으로 갔고, 칼리안을 대신해 니들렌이 플란츠의 앞으로 왔다.

시오나가 가장 먼저 숲의 어느 한 지점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일행의 앞에서 사라졌다.

이미 예전에 겪었던 일이었으니 칼리안은 주저하지 않고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 니들렌과 플란츠가, 그 후 대원들이 모두 안으로 들어섰다.

"아."

누구인지 알 수 없을 이의 입에서 짧은 소리가 나왔다.

그것은 감탄사이기도, 놀라움의 표현이기도 했다.

"신기하네요. 지난 번에 찾은 마을은 이렇지 않았는데, 도시는 도시군요."

칼리안이 감상을 전했고 다른 이들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모두가 말을 잃었다 해야 맞을 터였다.

석찬에 올려놓던 크리스털 잔이 생각난다.

마법 등불 아래 두면 이리저리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는 샹들리에가 생각났다.

투명한 햇살 아래 사방으로 빛을 내는 나무가 저 먼 곳에 있었다. 카이리스 왕궁의 둘레 만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거대한 나무. 그 나무의 안과 주변에 들어선 엘프들의 도시가 눈 앞에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 바다."

아득할 만큼 광막한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네. 결국."

숲 속에 들어와 바다를 마주한 칼리안이 플란츠의 말에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을 전했다.

"바다 보러 오긴 왔네요."

상상 속의 무지개 속에 발을 들인 것처럼.

숲에서 딱 한 발을 나아가 전혀 다른 세상 속으로 들어선 것처럼.

그 아름다운 모습을 한참 쳐다보던 칼리안이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저걸 어떻게 태우나."

나무라길래, 나무인 줄 알았지.

바다고 나발이고 일단 나무가 내가 알던 그 나무가 아니잖아.

이 곳을 찾은 소기의 목적을 전혀 잊지 않은 말에 '편견을 버리라' 말했던 플란츠가 피식 웃었다. 기사들은 비장한 각오를 다잡는 얼굴로 검 손잡이를 쓸어내렸으며 니들렌을 포함한 마법사들은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한 무리의 엘프들이 다가왔다.

제대로 잘 짖을 준비를 마친 칼리안의 붉은 입술이 짙은 호선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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