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적국의 왕자로 사는 법-217화 (218/527)

제38장. 그 검(2)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했었다.

하지만 르메인은 일찍 일어나서 그냥 일을 많이 했다. 일을 많이 해서 특별히 배가 불러지지도 않았고 스스로의 목숨줄을 늘리는 것에 큰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아무튼 이제는 그나마 카밀리아 궁에 가서 잠을 자고 다시 아르피아 궁으로 돌아오고 있기는 했으나 그렇다 해서 일을 좀 적게 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일은 여전히 많았다.

흐린 탓인지, 시간이 이른 탓인지 어둑어둑한 하늘을 잠시 올려다 본 르메인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

"칼리안은 아직인가."

눈을 뜨자마자,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마치자마자, 조식을 대신할 오트밀 스프를 몇 스푼 먹고 내려놓자마자, 카밀리아 궁에서 나서자마자, 그리고 지금 이렇게 아르피아 궁 앞에 서자마자.

일과 관련 없는 말을 벌써 다섯 번째 묻고 있었다.

밤새 잠을 설치며 눈을 뜰 때마다 곁에 서 있던 호위기사 렌에게 물은 것을 합친다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네, 전하.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여전히 가끔씩 생소해지는 이런 질문에, 시종장 라울이 정중한 목소리로 대답을 전했다. 예상했던 대답을 실제로 듣게 되었음에 짧은 한숨을 쉰 르메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칼리안은 간밤에 플란츠와 숲에 다녀온 뒤 곧장 밖으로 도망을 쳤다. 어차피 레이븐을 따라잡을 말이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았기 때문에 처음만큼 열심히 막아서지도 않는 그 걸음을 굳이 도망이라 하는 것은, 르메인이 아직 칼리안의 외출을 허락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런 르메인의 뜻을 벌써 몇 번이고 무시해가며 밖에 나가는 것을 차마 강경하게 막지 못하는 것은.

"마나실 백작도 아직이겠군."

칼리안이 그렇게 바빠진 것이 전부 다 르메인 때문이라는 마법사가 칼리안을 불러다 앉히지도 못하도록 극성스럽게 싸고 돌더니, 전날에는 오히려 르메인보다 더 화를 내고는 칼리안을 당장 잡아오겠다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갔기 때문이다.

"맞습니다, 전하. 그러니 너무 걱정 마시고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십시오. 마나실 백작이 갔으니 설령 실레스티안을 마주친다 해도 무탈하지 않겠습니까."

칼리안에 대한 걱정을 너무 많이 한다 느꼈는지, 진중하던 라울이 이런 이야기가지 건네며 르메인을 안심시키려 했다.

텐실 인근 대사막에 둥지를 틀었다던 황금빛의 드래곤을 생각하니 시스파니안이 연상됐고, 그 시스파니안의 둥지를 지키는 지그프리드 공작가가 떠올랐고, 그러고보니 얼마 전 그 곳으로 훌쩍 걸음을 했던 앨런을 데려오겠다며 칼리안이 궁을 또 빠져나갔던 일이 떠올라버린 르메인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다.

"분명 무슨 일이 있기는 한데. 세자위에 대해서 그리 말을 하는 것도 그렇고."

궁 밖 출입이 늘어난 것도 그렇고 갑작스럽게 세자위에 욕심을 내는 모습도 그렇고, 칼리안에게 분명 무슨 일이 있으나 앨런도 칼리안도 도무지 말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한 말이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을 깨달은 라울이 재빨리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정 걱정이 되신다면 플란츠 왕자님에게 상황 설명을······."

"되었다."

플란츠라면 칼리안이 무슨 일로 나갔는지 알고 있을 테니, 플란츠를 불러다 설명을 하게 하자는 이야기를 막은 르메인이 말을 이었다.

"란델은 란델을 살피고 대화하고자 만나고 칼리안은 또 무슨 사고를 벌일지 걱정되는 마음에 만나는데. 플란츠만은 유난히 그렇게 만나질 못하고 있으니. 플란츠를 만나 란델의 근황을 묻고 칼리안이 도망친 이유를 묻고, 늘 그런 이유로만 그 아이를 찾고 싶지는 않으니 이번에는 그냥 두거라."

앨런이 들으면 꽤 기특하다 여길 만한 말을 한 르메인이 멀리 보이는 왕궁 정문을 잠시 쳐다보다 아르피아 궁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집무실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서 있는 앨런을 보며 미간을 심히 찌푸렸다. 칼리안이 곁에 없었던 탓이다.

* * *

아침부터 단 것을 참 잘도 먹는다.

헤즐넛과 아몬드를 넣은 초콜릿, 그리고 산딸기와 커스터드 크림을 올린 타르트를 잘도 집어먹고 있는 적은발의 마법사를 보던 르메인이 안경을 쓰며 말했다.

"이번에도 알려주지 않을 셈인가."

"도중에 돌아왔으니 왕자님께서 어디로 가셨는지는 저 역시 모르겠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집무실에 있던 앨런은 칼리안이 왕성을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 뒤 곧바로 칼리안을 따라 나섰다. 그런데 칼리안을 붙들지도 못했고 그냥 다시 돌아왔단다.

"백작이 왜 남쪽에 내려갔다 왔는지도 말을 하지 않고, 이번 일도 그렇고. 결국 전부 그 아이와 연관이 있을 텐데도 그 무엇 하나 알려주지 않으려 하는군."

르메인으로서도 답답하여 하는 소리였으나 답답하기는 앨런도 마찬가지였다.

'그 자가 전하께 언제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없어서 걱정이 되네요. 조심해서 금방 다녀올테니 스승님께서 신경을 좀 써주세요.'

데블란이 이미 칼리안에게 한 차례 편지를 보냈지 않나. 그 데블란이 르메인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들지 몰랐다. 때문에 칼리안은 앨런까지 왕궁을 비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며 다시 왕궁으로 돌려보냈다.

"전하."

르메인이 칼리안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앨런이 해야 할 일은 딱 하나다. 칼리안이 데블란의 일에 직접 나서겠노라 한 마당에, 르메인까지 칼리안의 손에 맡길 수는 없지 않겠나.

'이번 일에 대해서만은 조용히 넘기시지요. 쓸데 없는 눈치는 명을 당길 뿐이니.'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진심어린 조언을 꾹 눌러 참은 앨런이, 생크림 가득 올라간 진한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찻잔을 내려놓고 르메인을 쳐다보는 날카로운 눈이 둥글게 구부러졌다.

"추숭은 언제 하실 요량이십니까."

데블란이 무슨 핑계를 대어 칼리안을 불러내려 들지 알 수 없으니, 칼리안을 하루라도 빨리 세자위에 올렸으면 해서 하는 말이었다.

"다음 주 화요일로 날을 정하고 전할 생각이네. 다만 그리 된다 하더라도 세자위에 올리는 것이 바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수 있네."

마치 앨런의 의도를 알아 챈 것처럼 르메인이 대답했다.

이 소 같은 놈이 오늘따라 이런 저런 눈치가 빠르다. 아마도 칼리안 걱정이 되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그 역시 가능한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만. 어째서 어렵다 하시는지요?"

"칼리안이 베른 경의 일로 엘프 대장로를 만나고 싶다 하지 않았나."

앞서 앨런은 르메인과 엘프 대장로가 만나는 자리에 칼리안이 함께 가고 싶어 할 만한 이유로 히나를 언급했었다. 하프엘프이기도 했고 엘프들 사이에서도 드문 치유사이기도 했으니, 그들을 직접 만나보는 것이 히나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칼리안이 함께 가고 싶어한다 핑계를 대었다.

발견된 시간의 축에 '인간의 왕'이라는 글자가 있었고 그에 대해 확인하고자 대장로를 만나겠다 이야기 할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왕자님이 대장로를 만나는 일과 왕자님을 세자위에 올리는 일이 무슨 관계가 있기에 그런 이야기를 하십니까?"

"관련이 없었지. 그런데 어제 이런 서신을 받았네."

말을 잠시 끊은 르메인이 책상 서랍에서 서신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는 그것을 앨런에게 건네주라며 렌을 부르는 대신, 직접 자리에서 일어나 앨런의 앞에 내려놓은 뒤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그 사이 타르트를 거의 다 먹어치워낸 앨런이 포크를 내려놓은 뒤 서신을 펼쳤다.

"······ 음."

그리고는 곧바로 침음을 냈다.

멀쩡한 머리가 아파오는 느낌 때문에, 앨런은 손을 올려 자신의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제가 칼리안 왕자님과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아무래도 세크리티아에서 기어코 일을 낼 모양인 듯 하니."

데블란.

이 뱀 같은 새끼!

* * *

기분이 좋았다.

비록 날은 흐렸지만 아직은 비가 오지 않았고, 앨런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 하나 그 사이 왕궁에 무슨 일이 생기지도 않았다. 이제 칼리안을 섣불리 건드리지 않기로 한 것인지는 몰라도 다녀오는 내내 제온 일당을 마주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그레이가 예상보다 똑똑했다.

어차피 플란츠와는 비교되지 않을 테지만 그래도 레넌보다는 확실히 똑똑했고 에반보다도 정치적인 머리가 나았다.

'하긴, 생각해보면 그 날에도 대처를 잘 하긴 했지.'

칼리안에게 몽둥이 찜질을 당했던 그 날, 너를 누가 때렸는지를 묻는 질문에 칼리안도 아니고 다른 엉뚱한 이도 아닌 에반의 이름을 꺼내놓는 것으로 제 목숨을 연명했던 그레이가 아니던가.

- ······ 네. 제가 묵과했습니다. 에반 브리센 후작이 칼리안 왕자님을 습격하려는 정황을 제가 알았고, 혹시나 싶어 증거도 모아 두었습니다만. 저는 란델 왕자님을 지지하기 때문에 앞으로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말로 다시 한 번 제 목숨 연명에 성공한 그레이를 떠올려 본 칼리안이 피식 웃었다.

'인성도 없고 손속도 잔인하고 제 아랫사람 귀한 줄도 모르는 그 성격 때문에 오래 살려 둘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적당히 써먹기 좋은 정도의 머리는 가지고 있다는 뜻이 될 테고. 그래도 제 살 길 하나는 잘 찾는 놈인 것 같으니 다행인가.'

성격이 더럽고 멍청하기는 해도 그럭저럭 말은 통하는 놈이다. 그러니 어찌 기분이 좋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을 한 칼리안이 체르밀 궁의 입구를 지키는 기사들의 예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칼리안이 왕궁에 돌아왔다는 것은 이미 르메인과 앨런에게 전달이 되었을 테고, 어차피 르메인을 만나 자초지종을 설명하려면 의복을 갈아입는 등 다시 준비를 해야 했으니 일단은 곧장 체르밀 궁으로 들어온 참이었다.

"왕자님!"

인공호수와 장미정원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칼리안이 들어왔음을 전달 받은 얀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잠도 못자고 기다렸을 것이 분명해서 미안했지만 그렇게 기다려주는 것이 더 할 나위 없이 반가워서, 저도 모르게 웃음소리를 낸 칼리안이 입을 열었다.

"자고 있으라니까."

"잠이 안 와서요."

"들어가 쉬어. 오전에는 메를린과 같이 다니면 되니까."

"목욕하실 준비 해뒀어요. 목욕 끝내시고 식사 마치시면 그 때 쉴게요."

지금 당장 절실하게 생각나는 것을 이미 준비해 둔 얀이 이렇게 대답을 했다. 어디를 다녀왔는지, 무엇을 하다 이제 왔는지 묻지 않은 채로.

"브리센 변경백령에 다녀왔어."

방에 돌아온 뒤, 밤새 걱정을 했을 텐데도 아무것도 묻지 않는 얀을 보며 칼리안이 먼저 말했다. 정확히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이야기 해줄 수 없지만, 그래도.

"그레이 브리센을 만나셨다고요? 그 작자를 왜 만나셨어요? 허리 부러졌던 일 때문에 이를 갈고 있을 텐데, 왕자님께 해코지라도 하면 어쩌시려고 겁도 없이 거기를 혼자 가셨어요?"

그래도 그냥 괜히 이런 말이 듣고 싶어서.

"마나실 백작과 함께 가기 어려우셨으면 베른 경이라도 데리고 가시지 않고요. 그냥 잠깐 다녀오신다기에 가까운 곳에 볼 일이 있으신가보다 했더니, 세상에. 브리센 변경백령이라니요? 이러니까 제가 자꾸 걱정을 하잖아요. 싸우지는 않으셨어요? 다친 곳은 없으세요?"

몸도 찌뿌둥했지만 목욕 말고, 그냥.

"안 싸웠어. 안 다쳤어."

옆에서 뱅글뱅글 같이 돌겠다는 연두색 놈 때문에 복잡했던 머리가 비로소 잠깐 식는 것을 느낀 칼리안이, 여전히 자신보다 조금 큰 얀을 보며 헤실헤실 웃었다.

"얀. 나 배고파."

기분이 좋은데 머리까지 식고 나니 배가 고팠다.

잠 못 자서 피곤한 기색이 다 지워질 만큼 하얗게 질린 얼굴로 칼리안의 이곳저곳을 살피던 얀이, 정말로 다친 곳 없는 것을 제 눈으로 확인한 뒤에야 대답을 했다.

"네. 목욕하시는 동안 식사 바로 준비해둘게요."

그렇게 말하는 얀이 손가락을 들어 윗층을 가리켜보였다.

"그러고보니 플란츠 왕자님께서 왕자님 오시면 올라오라고 전해달라 하셨는데. 식사는 4층에 준비할까요?"

"그러고보니 라고 하면 안될 것 같은데."

형님이잖아, 하고 말하던 칼리안이 웃었다. 그래도 이제 존대는 해주고 있으니 그나마 나아졌다고 봐야 하나 싶어서였다.

"그렇게 해줘."

"네. 바로 준비할게요."

플란츠가 아침 식사를 했는지, 돌아오면 바로 찾아오게 하라는 말이 목욕하고 느긋하게 밥이나 먹으러 가도 된다는 말이 맞았는지, 4층에 올라오라는 것이 밥 먹자는 소리는 아니었을텐데 그냥 그 방에 식사를 차려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칼리안이나 얀이나 신경쓰지 않은 채였다.

* * *

거슬리는 향이 없었다.

우유와 양파, 그리고 옥수수를 넣은 스프에서 좋은 향이 났다. 레몬과 땅콩이 들어간 소스가 어우러진 대구 스테이크에서도, 소고기를 줄콩과 함께 볶은 요리에서도 맛 좋은 향이 났다. 잘게 다진 닭가슴살을 얇은 빵에 돌돌 말아 둔 요리에서도, 두툼한 베이컨에서도 마찬가지로 군침 도는 향이 솔솔 났다.

문제는, 지금이 아침이라는 것에 있었지 저런 푸짐한 요리를 아침부터 내어 놓은 주방장이나 그걸 또 좋다고 처먹고 있는 동생놈이 잘못한 일은 없을 것이다.

대구에는 손도 대지 않고 스프 몇 입과 소고기 두 점, 노릇하게 구운 빵 한 조각, 그리고 샐러드 몇 조각으로 식사를 끝낸 플란츠가 입을 열었다.

"밥 먹으라고 부른 적 없는데."

"제가 배고파서요."

그래.

배고픈 동생 올라오라고 한 플란츠가 잘못했다.

전해 줄 말이 있으니 잠깐 올라오라는 말을 듣고 내려간 뒤 동생 말고 요리 접시 들여놓은 시종에게도, 그래. 잘못은 없을 것이다.

살짝 인상을 찌푸린 플란츠 곁으로 다가온 루시가 예쁜 울음소리를 냈다. 레릭이 건네 준 닭고기 간식을 루시에게 준 플란츠가 말했다.

"뭐 하고 왔는데."

"모르고 계셔야 할 일이요."

플란츠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지금 저 말에 대해서 또 생각을 안 하려면 또 다른 생각을 해야 했으니까.

결국 자신이 물어본 말 때문에 잡생각만 하나 더 늘려야 하게 된 플란츠를 보며, 식사를 마친 칼리안이 물었다.

"저는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참 빨리도 물어본다.

아무 잘못 없이 밥 잘 먹은 칼리안을 보며 한숨을 내쉰 플란츠가 입을 열었다.

"세크리티아 국왕이 포기를 모르는 것 같아서."

"제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벌써 포기할 사람이겠습니까."

체할 것 같다는 얼굴이 된 칼리안이 조용히 대답한 뒤 플란츠를 쳐다봤다. 아침부터 무슨 일로 그 사람 이야기를 꺼내는지를 묻는 것이다.

"세크리티아 왕세자 흉내를 내고 나서 곧바로 전하께 서신을 보낸 듯 하다고, 마나실 백작이 이야기를 하고 갔는데."

달칵, 하고. 칼리안이 물 컵을 내려 놓는 소리가 조금 크게 울렸다. 그 소리를 흘려보낸 플란츠가 살짝 눈을 감으며 말했다.

"세크리티아의 국왕이 내 아우님과 하프엘프 치유사를 공식적으로 초대했다더군."

- 화아악!

이야기를 마치지 않았음에도 짙은 살기가 퍼졌다.

창 밖에서 뚝뚝,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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