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적국의 왕자로 사는 법-212화 (213/527)

제37장. 없거나 한 번(3)

뱀 사냥.

뱀의 꼬리를 잡아도 안 되고 몸통을 잡아도 안 된다. 자칫 잘못된 곳을 건드렸다가는, 저를 잡아챈 팔을 휘감기 위해 온 몸을 비트는 놈의 그 서늘한 눈동자와 마주하고 말 테니까.

세로로 갈라진 시커먼 동공에 어느새 침잠하여 주춤하는 사이, 긴 아가리를 쩍 벌린 뱀은 나약한 피부에 비수같은 독니를 박고 죽음을 밀어넣는다.

"저하."

섣불리 뱀을 잡으려다 되려 당하지 않으려면, 꼭꼭 숨겨 둔 음험한 이빨을 아예 내어 놓지 못하도록 단번에 머리를 꽉 틀어 쥐거나 잘라내야 한다. 뱀이라는 놈은 결코 두 번의 기회를 주지 않으니 사냥에 있어 조금의 실수도 저지르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니 뱀을 사냥한다는 것은, 생각 같아서는 유순한 사슴을 잡는 것보다 쉬이 여겨지다가도 사실 알고보면 성난 불곰의 멱을 끊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세자 저하."

하지만 조금도 꺼려지지 않았다.

이미 한 번을 하였는데 두 번을 못할까.

"······ 체이스."

생각에 잠겨 있느라 부름에 대답을 돌려주지 않으니 곧장 이름이 들려온다.

대답을 해야 하는데, 자신의 이름을 들은 체이스는 대답을 해주어야 함도 잊고 다시 한 번 사념에 빠져들고 말았다.

- 신성한 핏줄을 이은, 순백의 맹금순백이라.

이토록 꺼려지면서 이다지도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 또 어디에 있을까.

'차라리 독 중의 독을 이어 받은 칠흑의 뱀이라면 좀 낫겠는데.'

잡념의 끝에서 이런 생각에 닿은 체이스가 짧은 소리를 내며 웃었다. 첨탑 모서리에 걸터앉아 있던 아리안느가 답답한 듯 혹은 불안한 듯 물었다.

"저하, 왜 그래. 또 무슨 일 있었어?"

그제야 고개를 돌리니 바람이 불고 있었다.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았던 상념에서 간신히 올라온 체이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 아니, 그냥. 바람이 더워서. 더워서 올라왔는데 더운 바람이 부니까 더 더운 것도 같고 좀 나은 것도 같고. 어느 쪽인지 잘 모르겠어."

첨탑은 더위를 피하기 어려운 곳인지 아니면 쉬운 곳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태양에 조금 더 가까운 만큼 더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다가도 높은 만큼 더 시원한 바람이 불어야 맞을 것 같은 그런 모순된 곳이었다.

이곳에 올라오면 자연스럽게 함께 떠오르는 생각에 잠겨 목이 죄여 오는 기분이 드니 그것을 피해야 할지, 아니면 그로 인해 생에 대한 갈망을 느끼고 있으니 기꺼워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가 간혹 있는 것처럼.

"위험해, 아리안느. 이리 와."

무섭지도 않은지 까마득한 아래를 향해 다리를 늘어뜨리고 앉은 채 체이스를 보던 아리안느는 위험하다는 말은 아예 듣지 못했다는 듯 다시 물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했어?"

칼리안은 체이스의 고집을 닮았는데.

체이스는 어쩌면 아리안느의 고집을 닮은 것이 아닐까.

'플란츠 왕자와 아리안느가 서로 고집을 부려보면 누가 이기려나.'

또 한 번 의미 없는 생각을 하게 된 체이스가 아리안느를 쳐다봤다. 제대로 된 답을 해 줄 때까지 같은 것을 물어볼 것이 분명했으므로 일단 대답부터 전했다.

"이름 때문에. 아무래도 난 이름대로는 살기 어려운가보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 그게 조금 재밌네."

왕족이 아닌 아리안느는 잊혀진 옛 언어를 배우지 못했으나 적어도 체이스의 이름이 무슨 뜻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체이스의 웃음이 순백의 삶을 살지 못할 스스로에 대한 냉소라는 것도 알아들었다.

"뭐야. 난 또 무슨 대단한 고민이나 하는 줄 알았잖아."

지금껏 오로지 하얗기만 하던 체이스가 무엇 때문에 더이상 새하얀 빛일 수 없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았다.

"어차피 이 세상에 순백이라는 건 없어. 북쪽 대사막의 설원도 결국 밑바닥은 썩어 문드러진 땅일 뿐인데 당신이라 해서 그게 다르겠어? 그건 이루고 말고 할 게 아니라 애초부터 불가능한 거야. 그게 싫으면 계속 그냥 나한테 맡겨 둬. 내가 할 테니까. 아니라면, 순백으로만 살 수 있는 사람은 어차피 어디에도 없으니 거기에 얽매이지 마. 굳이 직접 나서겠다 하더니 있는 생각 없는 생각 다 쏟아 부은 정성스런 올가미 하나 만들어서 뒤집어 쓰지 말고."

아리안느의 해법은 언제나 간단하고 명료했다. 항상 앞서 걸어가며 길을 비춰주곤 하던 이를 향해 체이스가 실없는 말을 대답 대신 했다.

"죄 없는 사람이 없다는 말을 당신이 하니까 이상하네. 지난 번에도 그러더니."

법을 다루는 아리안느 아니던가.

그런 사람이 세상에 깨끗한 사람 없단 말을 저렇게나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모순되는지.

"올가미 안 짰어. 고민은 끝났고 뭘 할 건지도 이제 다 정했어. 후회도 안 할 거고. 당신이 걱정하는 그런 일 없을 거야."

"그럼 왜 웃었는데?"

"그냥 재밌어서 웃었어. 뜻대로 이루어지는 이름이 결국 하나도 없는 것 같아서. 그게 재밌어서."

옭죄는 것이 아니라는 소리에 더 걱정 않고 고개를 끄덕이려던 아리안느가 '결국 하나도' 라는 말에 든 뜻을 잠시 가늠해보다 물었다.

"당신 동생 이름 말하는 거야?"

칼리안과 대화를 했을 때 거침 없이 이름을 불렀던 아리안느였지만 체이스의 앞에서는 그리 부르지 않았다. 체이스가 떠올리는 동생'이 칼리안인지 아니면 그 속에 있는 이름 모를 누군가인지 가르기가 어려워서였다.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려던 체이스는 여전히 위태위태한 자세로 앉아있는 아리안느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일단 아리안느부터 안전한 곳에 내려와야 제대로 대화가 될 것 같아서였다.

"위험하다니까. 이리 와, 아리안느."

하필 제 성격 꼭 닮은 화염 마법을 배운 까닭에 이런 더운 날 그저 신발 벗고 첨탑 끝에 걸터 앉아 바람을 쐬는 것이 더위 해소 방법의 전부인 아리안느가 웃으며 말했다.

"당신 동생 이름은 무슨 뜻이야? 그건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쪽으로 오면 말해줄게."

아리안느와 플란츠가 말싸움을 할 일이 과연 있을까 싶었으나, 만약 언젠가 그런 날이 온다 해도 아리안느가 이기기는 어렵겠다 싶었다. 결국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아리안느가 체이스의 손을 잡고 첨탑 안쪽으로 돌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고집 접어 준 것을 칭찬하는 눈으로 아리안느를 바라본 체이스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 일몰의 잔재."

낯선 말을 가만히 입 속으로 굴려보던 아리안느가 체이스의 보라색 눈을 쳐다봤다. 체이스의 얼굴과 꼭 닮았으면서 머리가 더 길고, 키가 더 크고, 흉터가 많고.

그리고, 체이스의 것보다 더 옅은 빛을 냈다는 신비로운 두 눈을 상상해보면서.

그러고보니 길었던 머리가 당신에게도 참 잘 어울렸는데, 하는 말을 꺼내는 대신 여전히 허전하게 느껴지는 체이스의 목덜미를 잠깐 쳐다본 아리안느가 물었다.

"옛날 이름 뜻이야, 아니면 지금 이름 뜻이야?"

"어느 쪽일 것 같아?"

"지금. 전하가 아무리 제정신이 아니라 해도 자기 아들한테 '일몰'이니 '잔재'니 하는 말로 이름을 짓지는 않았을 것 같네. 옛 언어 모르는 카이리스에서라면 그렇게 지을 수도 있겠지만."

굳이 입을 열어 답을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아리안느의 생각은 맞았다. 체이스가 말한 것은 '칼리안'이라는 이름을 옛 언어로 해석했을 때의 의미였다.

"일몰의 잔재라니, 그렇게 하니까 굉장히 이상한 말이 되어 버리잖아. 무슨 뜻인지 감이 안 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말로는 참 좋은 뜻인데."

일몰의 잔재.

생각해보면 그보다 어울리는 이름이 있을까 싶다. 머릿속으로는 의미가 그려지면서도 입을 열어 설명하기는 또 어려운 말이니까.

"하긴. 더 이상한 이름도 있어."

이상한 이름 뜻을 가진 사람의 윗층 사는 사람. 그 사람의 파릇파릇하기 짝이 없는 더 이상한 이름이 생각난 체이스가 또 한 번 실소했다.

"뭐야. 또 혼자 웃네. 나도 알려줘."

"안돼. 소문나면 곤란해."

"나 입 무거워. 당신도 알잖아."

"그래도 안돼. 미안."

사실을 차마 말하지 못하고 완강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젓는 모습에, 결국은 고집을 접어 주기로 한 아리안느가 조금 전 들은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며 말했다.

"당신 동생의 지금 이름이 가진 그 이상한 의미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웃은 것은 아닐테니······."

그 후 잠깐 짧은 숨을 내쉰 아리안느는 마치 이 더운 날씨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한 가벼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

"당신 동생 진짜 이름 생각했나보구나."

동생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라도 가볍게 해서 허전하고 쓸쓸하고 슬프고 외롭고 괴로운 그런 기분은 조금이라도 덜 느끼게 해주려고.

"베른. 베른이야, 아리안느. 베른이라는 이름이었어."

체이스는 아리안느가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벌써 수십 수백 번을 일러준 이름을 다시 한 번 입에 담았다.

보석같이 반짝이던 아리안느의 눈에 순간적으로 탁한 빛이 어렸다. 그리고 아리안느는 잠깐 눈을 깜빡이더니 물었다.

"동생 이름도 안 맞았어?"

스치는 바람소리가 내 말보다 크게 들렸을까.

그래서 듣지 못했을까.

아예 기억에조차 담지 못할 만큼. 방금 무엇을 놓쳤는지를 궁금해하지도 않을 만큼.

"안 맞는다 뿐일까."

방금 전에도 그러했듯 더 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어긋나고 있는데, 그것을 고작 안 맞는다는 쉬운 말로 어찌 다 설명할까.

체이스는 숨을 참으며 이런 말도 참았다. 그 모습에서 아리안느는 조금 전 체이스가 또 한 번 이름을 말해준 뒤 모진 사실을 다시 확인했음을 눈치챘다.

그래서 아리안느는 말을 돌리듯 툴툴거리며 입을 열었다.

"전하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맞지도 않을 이름들을 나란히 지어준거야? 괜히 내 정혼자 마음만 시끄럽게."

서툰 위로의 말을 들은 체이스가 싱긋 웃었다.

"그러게. 기원이 아니라 저주하듯이 이름을 주셨네. 내 아버지는."

생각해보니 이름을 지어주는 첫 만남부터 그렇게나 틀어진 관계가 아닌가. 체이스는 그것을 원망하기보다는 차라리 잘 된 일이라 여기기로 했다.

"이만 내려가자. 당신 일 해야지. 나도 가야 할 곳이 있고."

마음 정리를 마친 체이스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호기심 많아 궁금한 것은 끝까지 알고 싶어하는 아리안느가 어디에 가는지 묻지 않은 채 함께 일어났다.

* * *

가끔씩 짜증이 치미는 때가 있는 것 같았다.

사실 본래도 짜증이 좀 많은 편이긴 한데, 가끔씩 저렇게 잔뜩 치미는 얼굴을 할 때가 있다. 그것을 굳이 말로 설명해본다면 갓 건져낸 어린 물미역같은 느낌이랄까.

"예민하신 내 형님께서 또 뭐가 불만이실까."

"내 아우님께서 짖지만 않으면 될 것 같은데."

파릇파릇하긴 한데 어딘가 좀 쩌든 것 같고 짠내도 좀 나는 것 같고 그런 얼굴의 플란츠가 바로 대답했다.

어차피 제대로 대답 안 해 줄 완두콩이 왜 저렇게 푹 삶아져있나 잠깐 고민하던 칼리안이 소리 없이 웃었다. 빈 자리를 대비하겠노라, 혹은 형님 네놈이 뭐든 손에 쥐고 있어야 안 죽는다 이유들을 가져다 붙여놓으며 일거리들을 쥐어주었지만 아무래도 의심이 드나보다 싶어서였다.

알고보면 다 일 시켜먹으려는 핑계인 것은 아닌가 하고.

결과적으로 플란츠는 매일 바빠졌는데 칼리안은 그렇지 않았으니까.

"바쁘셨습니까."

칼리안의 말대로, 바빴다.

그것도 많이 바빴다.

히나 호위로 인해 바빠진 아르센이 남긴 일들도 좀 가져와서 해 놓고, 본래 해야 했을 일도 하고, 단지 이름만 왕자인 것은 아니니 왕자라서 참석해야 하는 여러 일정에도 참여하며 힘든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

그렇게 피로한 얼굴로 체르밀 궁 입구에 서니, '짤그랑' 하는 얼음 소리가 가까운 어딘가에서 들렸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살짝 들어 본 것이 실수였다.

무슨 생각 하고 사는지 알다가도 모를 것 같은 얼굴로 테라스 밖을 쳐다보고 있던 새빨간 눈과 딱 마주쳐버렸다.

새벽부터 일어나 일하고 귀족 모임 참석하고 일하고 일하고 오찬에 참석했다가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돌아왔는데, 여유롭게 일어나 쉬고 귀족 모임 참석하고 쉬고 쉬고 오찬에 참석한 뒤에 쉬고 쉬고 쉬고 지금 여유롭게 차까지 처마시고 있는 놈의 빨간 눈 말이다.

"쉴 거야."

새벽부터 귀족 모임과 오찬에 참석한 뒤 이제껏 어디에서 뭐 했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저 이 더운 날 얼음 가득 들어 있는 차를 손에 든 저 면상이 짜증날 뿐.

그래서 짧게만 이야기 한 플란츠가 체르밀 궁 안으로 들어서려 할 때, 3층에 서 있던 칼리안이 테라스 밖으로 몸을 날렸다.

들고 있던 민트 차 내려놓을 생각도 않은 채로.

"칼리안 왕자님!"

아직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레릭이 깜짝 놀라 외치는 것은 듣지도 않고, 아무런 소리도 없이 테라스 아래로 뛰어내린 칼리안이 플란츠 앞으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은 차를 손에 든 상태 그대로 씩 웃으며 물었다.

"식사 하셨습니까?"

칼리안은 위에서, 플란츠는 아래에서, 한 쪽이 내려다보고 한 쪽이 올려다보며 대화를 나눌 수는 없으니 그냥 뛰어 내린 것이다. 밥 먹었는지 물어보려고.

"생각 없어."

"네."

밥 생각 없으시면 조금 이따 식사하러 가겠습니다, 배 안고프시면 식사나 하시죠, 피곤하실텐데 밥이나 먹으면 딱 좋겠네요. 등등. 그 동안 밥 먹자고 참 다양한 말로 짖어대던 칼리안이 어쩐 일로 순순히 '네'라고 했다.

때문에 또 무슨 꿍꿍이인지를 의심하는 얼굴이 된 플란츠를 본 칼리안이 생긋 웃었다.

밥 생각 없다는 말이 나 지금 피곤해 죽겠으니까 좀 꺼져달라는 말인 줄을 모르는 것도 아닐텐데, 밥 생각 없다는 말에는 알았다 하면서도 갈 생각을 안하는 것이다.

"피곤해."

"그럴리가요."

그리고 칼리안은 웃기지 말라는 듯한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다.

고작 그 정도 일로 피곤할 거였으면 아르센은 이미 죽었을 거다. 뭐 이런 뜻이기도 했고 아무리 그래도 브리센의 피가 있는데 그 정도가 힘들다는 거냐, 하는 소리이기도 했다.

"저희 사이좋게 오래 얘기 못 하니,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식사 맛있게 하시고 적당한 때 숲으로 오십시오."

연회장에서 드미레아에게 티아라를 씌운 일, 그리고 프레이야 추숭의 일로 또 한 번 사이가 갈라져버렸으니 다른 이들이 보는 앞에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제멋대로 할 말 전한 칼리안이 빠뜨린 것이 있다는 듯 잠시 발을 멈췄다. 그리고는 또 한 번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검, 잊지 마시고요."

그 말이 플란츠에게는 지옥에서 보낸 초대 메시지처럼 들리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칼리안은 여전히 예쁜 얼굴로 웃으며 가볍게 예를 취한 뒤 다시 제 방으로 올라가버렸다.

가만히 서서 그 뒷모습을 보던 플란츠가 최근 들어 자신이 히나와 얽힌 일이 있었는지를 따져보다 미간을 찌푸렸다. 특별한 것이 없었다.

"왕자님, 피곤하시면 오늘 쉬세요."

"됐어."

"하지만, 굳이 이야기를 듣지 않으셔도······."

걱정해오는 레릭의 말에, 플란츠가 짜증 난 얼굴 그대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다. 배우기로 했어."

레릭이야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어쨌든 저 놈한테 전부 다 배우기로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지옥으로 부르든 세뉴 강 건너로 부르든.

가야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