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적국의 왕자로 사는 법-197화 (198/527)

제34장. 내가 거짓말을 못해서(3)

허리 숙여 예를 보이라는 말.

그 말을 듣자마자 귀족들은 저마다 각자 다른 이를 떠올렸다. 누군가는 친구를, 누군가는 가족을, 또 누군가는 장성한 자식들을.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각자의 사정에 따라 이 자리에 오지 못한 이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귀족들은 그들이 연회에 참석하지 않아 지금 이 순간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흥미진진한 광경을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 이야기를 어떻게 전해주어야 조금이라도 더 사실적인 설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갔다.

그것이 에반의 편에 선 귀족들이든 그렇지 않든 귀족들이 가장 처음 떠올렸던 것은 그렇게나 귀족다운 생각이었다.

'그 잠깐 사이에 무슨 말이 오갔기에 왕자님께서 직접 저런 말씀을 하시지?'

칼리안 왕자와 에반 브리센 후작.

한때 함께 손을 잡고 실리케를 몰아냈던 사이가 아니던가.

심지어 칼리안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플란츠와 매우, 물론 귀족들 눈에 그리 보였다는 이야기지만 아무튼 매우 사이가 좋았다. 그런데 그 사이에 에반과 무슨 대화가 있었으면 칼리안이 에반을 향해 예를 보이라는 이야기를 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후작님에게······. 너무 오만하지 않은가?'

그리고 그 귀족다운 생각의 끝에서, 에반의 편에 선 귀족들은 이런 것을 떠올렸다.

에반이 비록 왕자보다 낮은 서열의 후작이라 하나 이 연회장 안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지체 높은 사람이다. 그런 이에게 왕자가 허리를 숙이라 명령하는 것이 단순히 흥미있는 일이기만 한 것은 아닐 터였다.

'저 자리에 내가 있었다면.'

세자위에 오르지 않은 왕자가 있다. 그 왕자가 자신에게 저런 말을 했을 때 과연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뒤이었다. 더 나아가 또 한 가지.

'칼리안 왕자가 왕위에 오르면 이보다 더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후작에게까지 저런 이야기를 하는 왕자가 먼 훗날 왕위에 오른다면, 그 왕자는 후작보다 훨씬 낮은 직위의 귀족들을 어떻게 대할지 벌써부터 걱정과 반발심이 드는 것이다.

"브리센 후작."

수많은 눈동자가 바삐 움직이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은 고요함을 깨뜨리며, 칼리안이 다시 한 번 에반을 불렀다.

그런 칼리안의 눈에 멀찍이 선 레넌이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고보니 귀찮게 되었다.

기껏 조용히 집어넣어 놓은 레넌을 다시 꺼내놨으니 다시 치워버리게 생겼지 않나.

그것이 거슬리는 마음에 칼리안의 미소가 조금 더 짙게 변했다. 반대로 에반의 미간은 조금 더 찌푸려졌다.

'웃어?'

칼리안의 오러가 보이지 않는 것을 계속 신경써왔으나 이제는 그런 생각도 떠오르질 않았다. 당장은 저 피같은 두 눈을 당장 뽑아놓고 싶은 마음 뿐.

스치는 듯한 눈인사라도 했다면 그것을 핑계 삼아 넘기기라도 할 텐데, 생각해보니 정말로 인사를 안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지금 이 자리에서 칼리안이 시키는대로 정말 허리까지 숙여 가며 인사를 했다가는, 기다렸다는 듯 브리센에서 발을 뺄 귀족들이 너무 많았다.

저도 모르게 피어오르려는 살기를 억누른 에반이 부글거리는 속을 가라앉히려 필사의 노력을 했다. 이 자리에서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 평생 굴리지 않았던 머리에 강제로 기름칠을 하고 필사적으로 생각을 이어나갔다.

당연하겠지만 화를 낼 수는 없다.

이 순간 조금의 살기라도 비춰지면 그날로 끝이다. 앞에 선 칼리안이 문제가 아니다. 르메인을 호위하는 카에라의 기사들이 당장 그것을 눈치 챌 테고 그렇게 되면 르메인이······.

'가만. 르메인이 있었지.'

지금 감히 왕자가, 국왕 르메인을 앞에 둔 채 귀족에게 예를 요구하고 있지 않나.

'르메인을 완전히 무시하지 않고서는 어떻게 제까짓 것이 나에게 예를 보여라 마라 한다는 말인가?'

이 자리를 현명하게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린 에반의 미간이 보란듯이 펴졌다.

마치 에반의 잔머리 굴리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흠결 하나 없던 미소를 천천히 지워낸 칼리안이 르메인이 있는 방향 쪽으로 살짝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자신과 조금 떨어진 뒤에 르메인을 둔 채, 이 조용한 지그프리드 관에 들어와 있던 모두가 들을 수 있을 만큼 또렷하고 엄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전하께, 예를 차리는 방법까지 내가 알려주어야 하나. 브리센은 이제 국왕 전하에 대한 경의조차 보이지 않기로 하였는가."

도망갈 길을 찾는 쥐를 내려다보던 고양이처럼.

빠져나갈 구멍 하나를 남겨두고 이 맛 좋은 먹이가 얼마나 빨리 그 곳을 찾아내는지 재밌게 지켜보던 고양이처럼. 비로소 간신히 찾아낸 탈출구로 달려가려는 쥐의 앞에 느긋하게 앞발을 내려놓으며 만족스러운 울음소리를 내는 고양이처럼, 말했다.

- 까드득!

칼리안의 귀에 에반의 입 속에서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칼리안은 마치 아무것도 듣지 못한 사람처럼 에반을 응시했다.

칼리안은 후작의 작위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조금도 보여지지 않는 완전한 하대를 해 가며 에반을 자극했다. 그리고는 분명 자신에게 허리 숙여 예를 보이라는 뜻으로 말을 했다. 르메인이고 뭐고 다 필요 없이 자신의 앞에 무릎 꿇으라는 듯 오만방자하게 굴었다.

그래놓고서는 이제와서 르메인을 팔았다.

자신이 아닌 르메인에게 예를 보이라고.

'플란츠는 왜 하필 이 자리에 없는 것인가!'

어떻게든 한 마디라도 거들며 에반의 편을 들어야 할 플란츠가 없었다. 그리고 르메인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칼리안과 에반을 주시했다. 그저 주시하고만 있을 뿐, 그 얼굴에 그 어떤 표정도 드러나있지 않은 채였다.

르메인이 나설 이유가 없는 것이다.

국왕에 대한 예의를 보이라며 왕자가 귀족을 힐책하는데 그것을 하지 말라 할 이유도 없고 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나서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처사라는 정도는 르메인도 알았을 것이다.

르메인은, 그것이 정말 자신에 대한 예의를 뜻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을 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에반과 르메인의 사이에 선 모양새를 한 채 예를 보이라 하는 칼리안의 저 행동을 보면서도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이리라.

'빠져나갈 구멍이 없구나.'

국왕을 입에 올린 이상 에반이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칼리안의 오만함을 잠시 의심하던 귀족들은 어느새, 그럼 그렇지 하는 정도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스스로가 아닌 르메인에게 예를 보이지 않아 화가 났다는데 그것을 두고 어떤 다른 생각을 하겠는가.

결국 에반이 르메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늦었지만······ 국왕 전하께, 인사, 드립니다."

르메인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러 남겨두었던 단 하나 뿐인 탈출구를 막아버리고 에반의 인사를 함께 받은 칼리안의 손가락이 오늘 그려낸 것 중 가장 깊은 호선을 그려냈다.

그렇게 또 한 번, 손 끝으로 웃었다.

천천히 허리를 들어올린 에반의 고개가 칼리안을 향했다. 플란츠의 것보다 짙은 녹빛의 눈이 포식자의 만족스러움으로 가득찬 핏빛의 두 눈을 파고들듯 노려봤다.

그것을 마주보는 칼리안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지배자의 인자함 이상의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온화한 얼굴을 한 채로, 칼리안이 느리게 말했다.

"굳이 나에게까지 한 번 더 인사할 필요는 없으니 이만 자리로 돌아가거라. 후작."

라고.

하찮은 혈통을 지녔으나 누구보다 고귀하고 자애로운 왕족의 너그러운 마음을 가득 담아서.

* * *

시퍼렇게 빛나는 손을 보던 키리에가 조용히 말했다.

"하지 마십시오."

앞에 있는 저 얼음 마법사가 이성을 잃었을 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몰랐고 과연 자신이 그것을 막을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었던 탓에, 키리에는 사뭇 긴장한 채였다.

"내가······."

서늘한 눈빛으로 키리에를 마주보던 아르센이 입을 열었다. 무언가를 잔뜩 억누르고 있는 것이 분명한 목소리가 벌어진 입술 새로 흘러나왔다.

"내가 참아야 할 이유가 있나."

"네. 있습니다."

이렇게 말한 키리에가 낮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실 더 참지 않고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것을 억누르고 있는 것은 오히려 키리에였으므로, 다소 화가 난 듯한 얼굴이 된 채였다.

"닭 튀김은 얼면 맛 없습니다."

그리고는 아르센이 얼리려던 접시를 멀찍이 치웠다.

꽁꽁 얼어붙은 닭고기가 가득한 두 개의 접시 옆에 이제 갓 튀겨져 나와 모락모락 김이 나는 노릇노릇한 닭 튀김을 피신시킨 키리에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한 번 더 얼리시면 그냥 갈 겁니다."

"아, 그건 안되겠네. 혼자 마시는 술은 심심하다네."

혼자 술 마시는 것이 심심하다 생각했으면 닭을 얼리지 말았어야지. 아니면 그냥 얌전히 세 잔만 마시던가. 오늘은 컨디션이 좋고 기분만 별로라는 근본 없는 소리를 하더니 기어코 한 잔을 더 시켰다.

키리에의 잘못이 있다면 아르센의 맥주 주량이 몇 잔인지 이제야 알았다는 것, 그리고 아르센에게 있어 얼려놓으면 참 예쁠 것 같이 생긴 따끈따끈한 닭 튀김을 참 좋아한다는 것 정도랄까.

그런 키리에의 서글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네 잔째의 맥주를 꿀꺽꿀꺽 들이킨 아르센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말일세, 베른 경."

"오늘같은 날 칼리안 왕자님 곁에 그 하얀 로브 입고 서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이미 여섯 번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까 그 모가지 진짜 돌려버리기 전에 좀 닥치라고.

그런 의미가 가득 담긴 이 악문 소리에, 아르센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가로저었다.

"아니지, 아니야. 내 말은 그게 아니야. 내가 말일세, 베른 경."

키리에가 주먹을 꼭 쥐었다.

손 많이 갈 것 없이 제 할 일 알아서 잘 하는데다 알고보면 그렇게 많이 미쳐있는 사람도 아니니까 그래도 한번 잘 지내보라는 칼리안의 말이 없었다면 아마 진작에 저 모가지를 보기 좋게 다듬어놨을 것이다.

그렇게 많이 미쳐있지 않다는 것이 다분히 칼리안의 관점에서 그렇다는 것임을 이제야 깨달은 키리에가, 포기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맘대로 그냥 할 말 하라는 뜻이었다.

"나는 발칸의 부군단장이네, 베른. 아니, 베른 경. 이런 내가 오늘같은 날 왕자님 곁에 있었으면 씹다 뱉은 쑥빵같은 그 후작놈이 우리 왕자님한테 기어오를까 걱정할 일이 없었지 않겠나? 그러니까, 베른 경. 내가 굳이 부군단장이신 왕자님과 한 집무실을 쓰고 우리 왕자님 앞에서만 예쁜 말 쓰시는 군단장님 밑에서 지내는게 막 서러운 것 다 참아가면서 지내는 것이 말일세. 오늘같은 날 내가 우리 왕자님 옆에 딱 서있으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말이지."

너 때문에 나까지 왕자님 곁에 못 서있고 여기서 닭 튀김이나 지키고 있는 것을 너는 아느냐고.

딱 그런 얼굴을 한 키리에가 결국 손을 들었다.

저 말도 이미 네 번을 들었으니 이만 재워도 될 것 같아서였다. 이 정도면 술 친구 역할은 충분히 한 것이 아니겠나.

그리고 아르센은 다시 입을 열었다. 또 말을 시작했다.

"우리 스승님이 그러셨거든, 베른 경. 마법사는 다른 것 다 필요 없이 자기보다 조금 더 돌아있는 놈 따라다니면 된다고. 그 생각이 나서 곰곰히 따져봤더니 역시 내가 사람 하나는 제대로 잘 찾은 것 같은데, 베른 경. 그런데 내 맘대로 따라다닐 수가 없다는 말이지. 그런데 부군단장이신 왕자님은 나더러 우리 왕자님한테 다시 가라고 하시니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고 그렇지 않겠나, 베른 경."

마음 같아서는 칼리안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고 싶은데 플란츠 신경쓰는 칼리안의 상황 때문에 그렇게 못하고, 플란츠는 플란츠대로 칼리안에게 아르센을 돌려보내려 하는 꼴이 답답하고 속상하다는 소리다.

"그래서 내가 생각을 해 봤는데, 베른 경."

그렇게 말한 아르센이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을 한 번 지어보이더니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내가 오늘 후작저로 가서······."

- 퍼억!

아, 이건 정말 어쩔 수 없었다.

후작저로 가서 뭘 할지는 몰라도 무시무시한 생각을 하는 것이 분명한 발칸 부군단장을 얌전히 만들 최선의 방법이 이것 밖에 떠오르질 않는데 어쩌겠나.

뒷목을 맞고 쓰러진 아르센이 잘 기절한 것을 확인한 키리에가 조금 식은 닭 튀김을 하나 집어들며 담담하게 말했다.

"주무십시오, 그냥."

필요 이상으로 힘이 들어간 것은 우연이지 결코 사심이 아니었으니 그것도 별 수 없는 일이다.

모가지 안 돌아갔으면 됐지.

* * *

그 자체로 칼리안의 생이었다.

햇살보다 더 따사로운 미소에 온 마음이 풀어지고 그 작은 손 끝의 따스함에 언 심장이 녹는 것 같았다. 그러니 히나는 존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칼리안이 숨을 쉬어야 하는 이유가 되는 그런 소중한 선물이었다.

그런데 그렇게나 소중한 우리 히나가 접어둔 것이 분명한 저 망토는 대체 뭐냐고. 삐져나온 곳 하나 없이 완벽한 각도로 접은 망토를 동글게 말아둔 저 귀여운 모양새는 우리 히나의 솜씨인 것이 분명한데, 레이븐이 참 좋아하게 생겨먹은 네 놈의 망토를 왜 우리 히나가 개어 놨느냐고. 그러고보니 오늘부터 너랑 나랑 잠깐 나이 같아진 것 너 혹시 아느냐고. 이 참에 진짜 가만 두지 않겠다고.

라고 하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간신히 꾹꾹 참았다.

대련하자는 말도 안했고 욕도 안 했다.

"파란 별이 내립니다."

오늘 하루 참은 것이 너무 많아서, 스스로를 잠시 기특하게 여겨 준 칼리안이 이렇게 말했다.

아르센을 만나러 왔더니 있으라는 아르센은 없고 한 이틀 삶은 것 같은 분위기의 완두콩 한 알이 창문 앞에 서 있었다. 그래서 그냥 소파에 앉아서 맞은편 소파에 놓인 망토를 가만히 보고 있다가, 이렇게 문득 입을 열었다.

그냥.

정말로 축하 받아야 할 아이가 생각났고.

정말로 축하 받아야 할 그 날이 생각났고.

그냥 그래서.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세상 그 어떤 날보다도 더 아름다운 하루가 있는데. 가끔 오기도 하고 오지 않기도 해서 축하를 받기도 했다가 받지 못하기도 했다가. 그랬습니다."

여느 때처럼 뜬금없는 말이기는 해도 세렌티의 시간이 무엇인지는 알았다. 그러니 지금 들린 이야기가 무슨 소리인지는 플란츠도 알아들었다.

플란츠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뒤에 앉아있던 사람을 쳐다봤다. 누구의 모습을 하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해서.

"이렇게 아침부터 일어나 빨간 꽃을 받고 축하 인사를 받고 축하주를 받고. 그런 날을 맞이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낯설기도 하고."

거기까지 듣던 플란츠가 말 없이 옷걸이에 걸려 있던 재킷을 입었다.

다른 복잡한 것들은 다 두었지만, 셔츠 차림으로 아직 귀족들이 돌아다니고 있을 빌헬름 관 밖으로 나갈 수는 없어서였다.

그리고는 가끔씩 나이차이 말고 세대차이 느껴지는 말을 하는 동생놈을 향해 짧게 입을 열었다.

"배고파."

쓸데 없는 얘기 말고 밥이나 먹자는 소리에 칼리안이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 * *

어여쁜 나의 아가, 일어나보렴.

밤하늘에 파란 별이 피어났단다.

이렇게나 예쁜 날에 태어났으니

오로지 너 하나만은 특별하단다.

어디에도 남지 않은 너의 생일을 이다지도 많은 별이 기뻐하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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