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적국의 왕자로 사는 법-187화 (188/527)

제32장. 나의 검(5)

날카롭다.

칼리안의 날카로움이 숨겨진 비수와 같다면, 베른의 날카로움은 언제든 휘두르기 위해 칼집마저 내다 버린 거대한 칼과 같았다.

그리고 체이스의 날카로움은 들쥐의 심장을 꿰뚫어보는 매의 시선과 같았다. 베어내고 상처입히는 날카로움이 아니라, 상대가 누구든 혹은 대상이 무엇이든 제대로 짚어보고 정확히 판단하는 날카로움이었다.

즉, 통찰이다.

'저하께서 이미 아시는지 모르겠으나, 왕자님으로부터 피 냄새가 짙게 느껴지는 날이 간혹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이들이 있음은 이미 알고 있었다. 사라진 이유도 알았으며 그 배후에 누가 있는지 역시 알고 있었다.

데블란.

데블란이 어떤 방법으로 귀족들의 위에 군림하고 있는지 체이스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데블란이 휘두르던 검이 누구였는지는 알지 못했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설마, 아비가 자식을.

'더는 두고 보기가 어려워 말씀을 드립니다.'

그 말을 전해듣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몇 년을 지켜만 보다가 이제서야 그런 말을 해 주는 것인지, 그러고도 당신이 그 아이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지. 그런 말로 테일란을 원망하지 않았다.

믿지 못했으리라는 것을 이해했다.

체이스 역시 데블란의 아들, 뱀의 새끼였으니.

제 동생에게 충성 서약을 받아가며 세자위에 올랐던 형이 아닌가. 하여, 겉과 속이 다를지 모를 체이스에게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음을 알아보았다. 테일란 자신의 개입이 더 큰 파도가 되어 베른을 휩쓸어갈까 두려운 마음에 줄곧 지켜만 보았음을 알아보았다.

때문에 체이스는 테일란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 누구를 원망할 수 없을 만큼의 큰 죄는 체이스 스스로가 짓고 있던 것이 아닌지를 자책하며 후회했다.

이러고도.

형이라 할 수 있나.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해. 세자 저하 당신이 그렇게 완벽한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 안 해. 당신이 뭘 잘못했는지는 몰라도 당장 잘못한 것부터 고쳐야지, 후회를 왜 해? 시간 많아?'

아리안느는 말이 항상 날카로웠고 그 말에 달린 칼날에 베여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살펴보고, 더 정확히 통찰했다.

결정한대로 움직였다.

- 방울뱀 소굴의 술사가 네빌라드의 큰 둥지로 가고 있습니다.

그 무렵 데블란은 병을 앓고 있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를 병이었고 병세는 나날이 심해져갔다.

후궁의 아들로 태어나 힘들게 오른 세자위, 어미 다른 혈육들을 제 손으로 굳이 꺾고 올랐던 왕위. 그렇게나 소중한 왕위를 잃고 싶지 않아 하던 데블란은 결국 왕실의 법을 무시하고 텐실의 치유사를 불러들였다.

그리고 데블란이 키운 새는 치유사가 세크리티아로 향하고 있다는 정보를 착실히 모아 체이스에게 알려왔다.

'카스트린 경.'

'네, 저하.'

'나는 반역자의 핏줄이 내 땅을 밟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체이스는 데블란이 아니라 법을 지키기로 했다. 그렇게 하여 아비로부터 동생을 지키는 것이 체이스의 선택이자 결정이었다.

치유사를 만났다면 고칠 수 있는 병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럽게, 차라리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마지막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치유사. 제가 전부 치웠습니다.'

하지만 세상 그 무엇도 완벽할 수 없으므로.

완전 무결한 순백이란 존재할 수 없으므로.

'아버지.'

착해 빠진 체이스.

그런 체이스 역시 데블란의 아들, 뱀의 새끼였으니.

* * *

- 시간의 축, 생각이 조금 더 났습니다.

그 말에 대한 대답이 곧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때문에 체이스가 다시 한 번 말을 했다.

- 매의 편에 서신을 보냈는데, 기다릴 것 같아서 미리 연락을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서신으로 갈테니 확인해보세요.

시간의 축에 쓰여 있던 문자들을 기억해냈다. 다만 베른이 그러했듯 체이스 역시 그것을 읽을 수는 없었다. 그러니 그것을 떠올렸다 해서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굳이 대화를 보낸 것은, 그냥.

혹은 아무 이유 없을 때 연락을 하겠노라 했으니까. 그래서 그냥.

- ······ 무리하신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고맙다는 말,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 대신 칼리안은 걱정을 했다. 걱정된다는 말을 숨기지 않고 전했다.

그런 칼리안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 했다.

생각보다 빠르게 연락을 취해 온 것에 대한 걱정이었다. 분명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였는데 그것을 떠올리려 무리한 것은 아닌지. 싫은 기억을 떠올린 것은 아닌지.

체이스는 걱정하지 말라 이야기 하려다,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사실 조금 다른 기억이 함께 떠올랐습니다. 유쾌한 일이 아니어서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그 이상으로 흔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말한 체이스가 찻잔을 들어 한 모금을 마시며 생각지도 못했던 기억을 잠시 떠올리다 입을 열었다.

- 이제와 같은 일을 마주한다 해도 여전히 나는 같은 선택을 했으리라는 것을 알아서.

베른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베른이 있었다면, 이제와 같은 일을 마주한다 해도 고민 없이 똑같은 선택을 하고 같은 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러니 체이스도 같았다.

데블란이 무엇 때문에 그리 잔혹한 일을 저질러왔는지까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어쩌면 분명한 이유가 있어 그런 짓을 벌였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잠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결정하고 실행한 일에 대해 실망하거나 욕지거리가 나오지 않았던 것은, 체이스 자신이라면 베른의 그늘을 알고도 그 뒤에 숨어 홀로 빛나려 할 사람이 아님을 알았던 까닭이다.

그것이 분명한 잘못이라 하더라도 두 번을 후회하지는 않았으리라고. 그것이 체이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었다.

-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요. 괜찮으니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칼리안은 조금 생소함을 느꼈다. 체이스가 무엇을 선택했는지, 유쾌하지 않았다는 그 일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였다.

시간의 축에 대한 이야기일까, 혹은 또 다른 것에 대한 이야기일까. 그것을 잠시 고민해보는데 체이스의 말이 다시 들려왔다.

- 기억 속에서 아리안느도 보았는데, 지금보다 더 말이 험해서 놀랐습니다.

칼리안이 저도 모르게 웃음 소리를 냈다.

베른에게 남의 속 뒤집는 방법을 알려줬던 사람이 바로 아리안느다. 세렌티의 영광을 가져간 앨런 만큼은 아니지만 아리안느 역시 꽤 괜찮은 입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입담을 배워가 잘 써먹고 발전시켜 아리안느에게 다시 알려준 것은 베른이었다.

그런 상호작용의 결과였으니, 지금보다 과거에 말이 더 험했을 수 밖에.

- 지금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칼리안은 그것 역시 베른의 부재 때문인 것을 굳이 알리는 대신 이렇게만 대답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 테니까.

지금 체이스의 곁을 지켜줄 수 있을 사람에게까지 베른의 빈 자리가 드러나 있음을 굳이 확인시켜 줄 필요가 없었다.

- 말이 아주 조금 덜 날카로운 것을 빼면 여전합니다. 여전히 잘 싸우고, 잘 혼내고, 잘 달래주고, 그렇게.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을 한 칼리안이 소리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체이스의 말이 이어졌다.

아무 이유 없이 연락을 했는데 할 말이 너무 많았다.

- 카스트린 경에게 사실을 알렸습니다.

아.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 믿어주지 않으면 어찌하나 고민을 했는데 다행히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당장 일어나 카이리시스로 가려는 것을 간신히 붙들었습니다.

칼리안이 웃었다.

체이스의 일을 제대로 알고 곁에 있어 줄 사람이 비로소 한 명 생겼음에 웃었고, 대륙 첫 번째 소드마스터의 검을 막아설 뻔했던 일이 사라졌음에 웃었다.

- 감사합니다.

그래서 칼리안은 이렇게 말했다.

혼자 앓지 않고 입 밖으로 내어 주어 고맙다는 의미이기도 했고, 그 강직한 테일란을 붙들어줘서 고맙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테일란이라면 정말 큰 힘이 될 것이다. 앨런처럼.

- 카스트린 경도 그 말을 하더군요. 내 일을 털어내줘서 고맙다는 말도 했고. 자신의 마지막이 아주 마음에 든다며 그것을 알려줘서 고맙다는 말도 했고. 또 이것저것 고맙다는 말을 했는데 내가 그새 다 잊어버려서.

울었다는 말은 뺐다.

아무리 그래도 과거의 스승인데 위신은 세워줘야지.

스물 한 살에 검의 길에 올랐던 베른.

테일란이 자신보다 2년을 앞서 검의 이치를 깨달은 그 대단한 제자를 키워냈다는 것을 알려준 것에 고마워했다는 말도 전하지 않았다.

베른이 왜 그렇게 빠르게 소드마스터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이제 알게 되어서이기도 했지만, 아무리 이야기를 해 주어도 테일란이 '베른'이라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함을 알게 된 탓이 더 컸다. 그래서 칼리안에게 그 말을 전하지 못했다.

- 카이리시스에서 내가 칼리안 왕자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 또 있는데.

이렇게 말한 체이스는 잠시동안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사실 카이리시스에서 체이스가 칼리안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것은 꽤 많았다. 여차하면 다 포기하고 플란츠를 정말 죽여버리려 했었다는 이야기도, 체르밀에서 란델을 만나 경고아닌 경고를 했었다는 이야기도, 아르센을 보고 마음이 복잡했다는 이야기도, 플란츠에게 베른의 이름을 말했었는데 아마 플란츠도 그것을 잊어버렸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그리고 그 외에도 이것저것, 꽤 많았다.

- 검을, 가지고 갔었습니다. 만약 맞다면 돌려주고 싶어서.

베른이 썼던 새하얀 강철의 검.

세크리티아 대왕의 남편, 기사 베른 네리아드가 썼던 그 검. 지금의 베른과 달리 그 이름의 뜻대로 정말 잊히지 않는 영웅이 된 그의 검을 칼리안에게 주려고 가져갔었다.

하지만 건네지 못했다.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닌가, 해서.

그런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칼리안이 작게 웃었다. 그리고는 정말 아무렇지 않다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 저는 다른 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것은 체이스 왕세자께서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말에, 체이스가 살짝 놀란 얼굴을 했다. 검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알린 적 없었던 탓이다. 비록 칼리안이 볼 수 있을 얼굴은 아니지만 분명 놀란 얼굴을 한 채로 팔찌를 내려다봤다.

때문에 대답이 없자 칼리안이 다시 말했다.

- 커피 주실 때 알았습니다. 생각해보니 호위도 없이 혼자 계시면서 너무 여유로웠고. 그래서요.

체이스 손의 굳은살을 보았다는 소리였다.

- 그런데 제 주변에 검만 보면 깨뜨리고 싶어하는 미친 마법사 한 명이 있습니다. 어떻게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보기 좋게 미쳐있는데, 혹시 마주치게 되면 검은 내보이지 말아주세요. 이번에는 깨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르센 헤르츠.

그에 대한 말을 건네오는 것에 한 점 머뭇거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체이스는 다시 한 번 안심했다.

생각만큼 끔찍한 곳에서 홀로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 파란 머리 마법사. 조심하겠습니다, 칼리안 왕자.

생각만큼 끔찍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체이스 역시 알았으니, 그 이름을 떠올리는 것에도 서늘한 기분이 조금쯤 줄어들었다.

- ······ 이름.

칼리안이 이렇게 말을 했다.

그리고 한동안 이어지지 않았다.

체이스가 찻잔에 든 것을 세 번쯤 마시고 내려놓았을 때가 되어서야 다음 말이 이어졌다.

- 이름, 부르고 싶으신 대로 불러주셔도 괜찮습니다.

누군가 함께 들을 수조차 없는 이 대화에서까지 굳이 참아내지 말라는 말. 이름을 내려놓은 것은 칼리안의 몫이니 그것까지 체이스가 나눠 감당할 필요는 없다는 소리였다.

체이스가 싱긋 웃었다.

오랜만에 내려 마시는 커피에서 민트 향이 나는 기분이 꽤 마음에 들어서.

- 술 마실 때. 그렇게 할게요. 나중에.

칼리안의 웃음소리가 전해졌다.

부드러운 음성이 이어졌다.

- 바닷가에서.

- 네. 바닷가에서.

* * *

피식거리다 웃더니 피식거리다 웃는다.

아무래도 내 동생이 진짜 좀 이상한 것 같다.

아니지. 이상한 게 맞다.

아무튼.

이상하든 돌았든 미쳤든, 웃든 말든 다 상관 없는데.

여긴 내 방이었다.

식기를 치우기가 무섭게 시작된 저들의 대화가 끝나지 않음에, 내 동생인데 남의 동생인게 맞지만 아무튼 내 동생인데 연세는 좀 있으셨던 것 같은 그런 이상한 내 동생을 언제쯤 쫓아내야 할 까 고민하고 있을 때 쯤.

- 똑똑

하고 노크 소리가 들렸다.

공사 다망하신 동생님을 대신해 들어오라 이야기 하고 고개를 돌려보니 레릭이 혼자 왔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차를 올려온데다 얀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마 시종들간의 다른 일이 잠시 있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별 생각 없이 앉아있던 플란츠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커피 향기.

- 달칵

얇게 썰어 말린 귤의 반쪽에 초콜릿을 입힌 디저트가 내려놓아졌다. 그리고 레릭은 새콤 달콤한 그것과 무척이나 잘 어울릴 음료를 함께 내려놓았다.

그래.

초콜릿과 같은 색을 내는 커피였다.

어느새 대화가 끝이 났던지, 더는 빛나지 않는 반지를 잠깐 쳐다본 칼리안의 시선이 커피에 가 닿았다.

"말고."

그리고 플란츠가 말했다.

커피 말고 다른 것 가져오라는 소리다.

피나는 노력의 결과로 이제는 저 정도 말은 곧바로 알아듣게 된 레릭이, 내려놓은 커피를 도로 가져가려 다가왔다.

그것을 본 칼리안이 살짝 손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아니야. 잘 마실게. 고마워."

덕분에 레릭은 두 번 수고할 것 없이 인사를 건넨 뒤 밖으로 나갔다.

3층에 사는 왕자님은 고맙다는 말도 하시는구나,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은 그런 눈빛을 한 채로. 칼리안에게 커피를 가져다 준 것을 알게 된 얀에게 얼마나 혼이 날지도 모르는 채로.

레릭이 나가며 문을 닫는 소리가 들릴 때 쯤, 칼리안이 아주 의외라는 얼굴을 한 채 플란츠를 쳐다봤다. 플란츠의 앞에서 커피를 마신 적이 없기는 했으나, 마신 적 없었기 때문에 싫어하는 것역시 보인 적 없어서였다.

조용히 손을 들어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내려놓은 칼리안이 말했다.

"우리 형님, 그 정도 눈치면 어디 가셔도 굶지는 않겠습니다."

"짖지 말고 나가."

말린 귤 초콜릿을 한 입 베어 먹은 칼리안이 아직 한참 남은 커피를 툭 쳐 보였다. 다 마시고 알아서 나갈 테니까 기다리라는 뜻이었다.

"바빠."

그랬더니 플란츠가 걸치고 있던 가디건을 툭툭 건드려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옷 갈아입고 나가서 할 일 많으니 내 방에서 이제 좀 꺼지라는 소리다.

새하얀 가디건.

긴 가디건.

그것을 본 칼리안은 잊고 있던 무언가를 떠올렸다. 잊지 말았어야 할, 하지만 상황과 기분이 영 좋지 않아 그만 잊고 지냈던 그 일이 선명히 떠올랐다.

"형님."

칼리안이, 짜증 가득한 얼굴의 푹 삶은 완두콩을 불렀다.

그러고보니 너 이 자식 지난번에 우리 히나 로브 왜 들고 있었냐고. 생각해보니 그 때 이미 한 번 참았는데 조금 전에는 닳아 없어질까 아까운 그 고운 이름까지 입에 올렸지 않느냐고.

"대련 한 번 하시겠습니까."

플란츠가 바쁘다 했던 것은 홀랑 까먹은 채로 그렇게 방긋방긋 웃었다. 하마터면 두 번 참을 뻔 했다는 것을 깨달은 자의 안도감 가득한 미소였다.

그 뒤에는 향 좋은 커피를 다시 한 번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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