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적국의 왕자로 사는 법-185화 (186/527)

제32장. 나의 검(3)

맑은 녹빛의 차에서 은은한 꽃향이 났다.

결코 호사스럽지 않은 차 향의 끝을 조용히 매만지는 것 같기도 하고, 혹은 곁에서 흐드러지게 피어난 것 같기도 한 꽃의 향기가 꽤 오랫동안 느껴졌다.

바위 위에 홀로 피어난 꽃이 생각나다가도, 또 어찌 보면 들판에 눈 내리듯 함박 피어난 작은 풀꽃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니 그 차는 히나와 참 잘 어울리는 그런 향을 지니고 있었다.

- 잘, 지내셨어요?

찻잔이 내려지기를 기다리던 히나가 이렇게 물어왔다. 그 말과 함께 애옹거리며 다가온 루시가 드미레아의 발치로 다가와 몸을 부볐다. 밝은 상아색의 바지를 입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던 드미레아가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언제나 평화롭습니다."

루시의 등을 살살 쓰다듬어 준 드미레아가 이렇게 대답했다.

잘 지냈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기보다는 히나를 마주했을 때에 항상 느껴지던 기분에 대한 감상이었다. 다만 그것이 대답도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굳이 질문에 대한 답까지 덧붙이지는 않은 채로 이렇게만 말을 했다.

사실 지금 드미레아가 히나와 함께 있게 된 것은, 아이즌 에이프린 백작을 통해 준비를 마친 기사들이 어제 드미레아의 저택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본래는 왕실의 기사단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사단이었고 플란츠가 칼리안에게 쥐어 주려 했던 힘이었으나 결국은 플란츠의 검이 될 이들이 아닌가.

왕궁을 찾은 드미레아는 그들이 막 도착했고 아직까지는 별 탈 없이 지그프리드의 방패 아래로 들어왔음을 칼리안에게 알렸다. 그리고 그동안 줄곧 미뤄왔던 부탁을 하나 더 전했다.

'대련?'

기사들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드미레아가 직접 왕궁에까지 올 필요는 없었지만 '정혼자'들의 만남이 너무 적음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도 막을 겸, 그리고 칼리안과 대련도 좀 해볼 겸 해서 직접 걸음을 한 참이었다.

하지만, 대련을 청해오는 드미레아를 잠시 쳐다보던 칼리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손으로는 내 검 못 받아.'

칼리안의 말대로 지금 드미레아의 손이 조금 엉망이었다. 최근 한 단계 더 무거워진 검에 익숙해지기 위해 조금 무리를 했던 탓이었다.

덕분에 이번에도 대련 신청을 거절당했다.

누가 보면 데이트 신청이라도 했다 거절당한 듯한 얼굴을 하는 드미레아를 본 칼리안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너까지 나처럼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책도 보고 바이올린도 켜고 얀을 불러다 이야기도 나누면서 지내.'

이렇게, 무슨 조카 뻘 동생을 대하는 얼굴이 되서는 걱정해주는 말을 하더니 또 다른 말을 덧붙였다.

'내 정혼자가 나를 봐주는 게 좋기는 하지만. 나는 네가 조금 더 지그프리드답게 지내도 될 것 같은데.'

하고.

딱 싫은 얼굴로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이다.

물론 드미레아가 연애 감정을 가지고 칼리안을 본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런 뜻이었다면 드미레아는 대련이 아니라 결투를 신청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왕궁을 찾았을 때 칼리안이 마법사들에게 내보내던 살기를 의식해서 무리를 했으리라는 것을 눈치채고 하는 말임을 드미레아도 알았다. 하지만.

동갑, 수련 시간이 적은 왕자, 소드마스터.

칼리안이 무슨 비밀을 가졌는지 알지 못하는 드미레아로서는 이런 칼리안을 보는 것이 경외심도 들고 자존심도 상할 수밖에 없지 않나. 그 때문에 조금 더 열심히 검을 휘두르고 있을 뿐이었는데 그렇게 능글거리는 말을 한 것이다.

그리고는 뜬금 없이 말린 닭고기 육포 몇 개를 건네주면서 돌아가는 길에 히나에게 이것을 좀 가져다 줄 수 있는지 부탁을 했다. 덕분에 이렇게 히나를 만나 함께 차를 마시기 시작한 참이었다.

- 루시, 간식이네요.

얀의 손을 거쳐 꼼꼼히 쌓인 종이를 펼쳐본 히나가 살짝 웃더니 드미레아를 보며 다시 물었다.

- 그동안, 다른, 일은, 없으셨어요?

드미레아로부터 평화롭다는 대답을 듣기는 했지만, 히나의 집무실에도 잔뜩 있는 루시 간식을 굳이 드미레아 편에 보냈다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해서 한 질문이었다.

"네. 항상 언제나와 같으니까요. 그다지 큰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요."

내새끼가 막내 왕자와 정혼을 했다는 소식을 알음알음 퍼진 소문으로 전해들은 슬레이만이 '그래서 3왕자는 언제 지그프리드 공작령으로 올 예정인지'를 물어오는 편지만 열 통 쯤 보냈다는 문제가 조금 있기는 했지만 별달리 큰일은 아니었다.

지난 주 즈음부터 더 이상 편지를 보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가짜 정혼임을 드디어 알았거나, 아니면 르메인에게 같은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거나, 혹은 세리에에게 들켜 혼이 난 뒤 편지 보내기를 그만두었거나 셋 중 하나겠지만 그 역시 큰일은 아니었다.

"그보다, 축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베른 경."

그렇게 큰일 아닌 이야기를 접어둔 드미레아가 히나를 보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드미레아보다는 히나 쪽에 좋은 일이 많이 생겼지 않았던가. 히나도 능력에 맞을 자리에 올랐고 키리에 역시 기사 서임을 받게 되었다 하였으니.

- 저, 보다는, 오빠가 더, 좋아해요. 저는 그냥, 조금, 심심해졌어요.

히나는 여전히 심심한 편이었다.

에우리아와 아르센이 돌아온 뒤로 베로니카는 더 이상 학원에 가는 것을 멋대로 쉬지 못하게 됐고, 덕분에 베로니카가 없는 오전 시간에는 더더욱 할 일이 없었다.

"치유사가 한가한 것보다 좋은 일이 또 있겠습니까."

다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좋은 일이니까. 게다가 8월에 아이즌의 기사단까지 발칸에 합류시킨다면 그 때부터는 히나 역시 바빠질 지도 모를 일이니, 그 전에 할 수 있을 만큼 여유를 부리는것도 나쁘지 않을 터였다.

때문에 그런 대답을 건넨 드미레아는, 히나가 준비해 준 차를 한 모금 더 마신 뒤 내려놓으며 말했다.

"향이 정말 좋습니다."

히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군단장, 님께서, 주셨어요. 리, 베, 른, 에서 보낸 선물. 난초, 꽃이, 들어있대요.

정확히 말한다면 앨런이 칼리안에게 준 것을 칼리안이 다시 히나에게 건넨 것이다. 자신을 찾아왔던 칼리안이 차를 꽤 마음에 들어하자 앨런이 칼리안에게 그것을 주었고, 칼리안은 자신의 방에 들렀던 히나가 향기를 좋아하는 것을 보고는 다시 히나에게 들려 보냈으니까.

생때같은 칼리안이, 그리고 히나가 좋다는데 뭔들 못 내어줄까.

이런 기묘하기 짝이 없는 내리사랑의 결과로 히나에게 전해졌던 녹차를 드미레아가 다시 한 번 입에 머금었다 삼켰다. 그 모습을 보며 기분 좋아지는 웃음을 지어보인 히나가, 찻잔을 쥔 드미레아의 손을 가리켜보이며 말했다.

- 치료, 해드릴까요?

손바닥 이곳 저곳에 크고 작은 물집과 상처가 있는 것을 이제야 눈치채고 묻는 소리에, 드미레아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그냥 두는 것이 더 낫습니다."

드미레아의 검은 아직 슬레이만의 것만큼 무겁지 않았다. 차츰차츰 그 무게를 늘려가고 있었는데, 이번에 조금 욕심을 부려 무게를 더 많이 늘렸더니 이렇게 물집이 잔뜩 생겨버리고 말았다.

- 그래도 아프면, 얘기해줘요.

이렇게 말하는 히나를 본 드미레아가 살짝 웃는 얼굴을 했다. 칼리안이 왜 자신을 히나에게 보냈는지 깨달은 탓이다. 치료받지 않아야 할 상처라는 것을 칼리안도 알 테니, 그보다는 또래와 함께 잠시 숨을 돌리는 시간을 가지라는 뜻이리라.

"지금도 아픕니다. 그래도 물집이 터지고 나아야 굳은살이 생기니까요. 걱정해줘서 고맙습니다."

겉으로 보면 드미레아의 손은 그저 작고 예쁘기만 했다. 하지만 그 손을 조금만 뒤집어 보면 온통 굳은살과 물집이 잔뜩이었다. 오히려 키리에의 손이 더 부드럽다 할 정도였으니 다른 설명을 해서 무엇할까.

- 오빠도, 그런 말을, 했었어요. 치료가, 필요 없는 상처도, 있다고.

이렇게 말을 하다 멈춘 히나가 자리에서 일어서 책상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더니 책상 위에 놓인 작은 나무 상자 하나를 가져와 드미레아에게 건넸다. 지금 마시고 있는, 난꽃이 들어간 그 녹차가 담겨있었다.

앨런에게 보내진 리베른의 선물이라면 꽤 귀한 차일 터였다. 그것을 덜어내지도 않고 통째로 건넨 것이다. 전부 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하려던 드미레아를 향해 히나가 손을 움직여 보였다.

- 치료, 하지 않더라도. 가끔씩, 쉬어요. 쉴 때, 마셔요.

히나는, 자신보다 어린 드미레아가 너무 무거운 검을 가진 것 같다는 말 대신 그냥 쉬라는 말만 했다.

"네. 그렇게 할게요."

그런 히나의 말을 다 알아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드미레아는 뜻밖의 선물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이렇게 대답했다. 히나가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플란츠는 똑똑하다.

한 번 본 것은 어지간해선 잊는 법이 없고 생각의 전환도 빠르며 눈치까지 좋다. 덕분에 칼리안이 알려주는 많은 것들을 잘 익히고 배워서 써먹고 있었다.

"내 형님께선 어찌나 배움이 빠르신지······."

피망을 넣은 파프리카 구이, 파프리카와 어우러진 피망 볶음, 피망과 파프리카 샐러드, 피망과 함께 갈아 만든 파프리카 주스.

"내 아우님께서 잘 가르쳐주신 덕분에."

칼리안이 드미레아를 만난 탓에 주방에 말을 전하는 것이 늦었다. 이미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만 듣고 그러려니 했는데 플란츠가 이럴 줄은 몰랐다.

"배우셨던 것을 이렇게 써먹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는데요."

고기가 없다.

고기 없는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오로지 피망과 파프리카만 가득한 극단적인 식탁을 본 칼리안이 씩 웃으며 감상을 전했다.

그 말끝이 흐려지는 것을 보니 썩 기분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던 탓에, 플란츠의 한쪽 입꼬리가 잘 말려 올라갔다.

"아. 몰랐군."

미친놈을 다스릴 땐 그놈보다 조금 더 미치면 된다는 깨달음을 여전히 잘 실천하고 있는 플란츠가 아니던가. 놈이 가리는 음식이 있든 말든 이 정도면 누구라도 싫어할 만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레 생각해 낸 식단이었다.

그런 둘을 보던 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는 어제 플란츠와 같이 식사를 하고 온 뒤 감격의 대성통곡을 한 탓에 여전히 눈이 퉁퉁 부어있는 레릭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이 유치한 싸움을 끝내려면 주방장을 갈아 엎든가, 아니면 히나를 불러다 저 꼬락서니를 보여줘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질린 얼굴의 시종들이 밖으로 나간 뒤 플란츠가 입을 열었다.

"먹어, 사양 말고."

"형님도 드시죠. 많이."

그렇게.

전쟁이 시작됐다.

아무 소리 없이 구운 피망을 가져다 반 자르니, 잘게 다진 각양 각색의 파프리카 조각이 퐁퐁 새어 나왔다. 플란츠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그 정체 불명의 알록달록한 피망 구이를 한 입 가져다 먹었다.

- 달그락

생전 내지 않을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칼리안이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놨다. 그리고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또 어깨가 떨렸다.

웃음이 터졌다.

속 썩이겠다더니 피망 속에 파프리카를 채워 가져오는 질풍노도의 사춘기는 대체 어떻게 해결해야되는지, 칼리안도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웃었다.

"아······ 어떡하지······."

그 불손하고, 예의없고, 경박한 모습을 보면서도 플란츠는 아무 말도 안했다. 하던대로 계속 신물 날 것 같은 피망을 집어먹었다. 그것도 결국 풀이었던 탓에 적응이 된 것인지 아니면 그냥 꾹꾹 참고 먹는 것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플란츠는 의연하게 잘 먹었다.

정신없이 웃던 칼리안만 제대로 먹질 못한 채로 그렇게, 전쟁 같은 저녁 식사가 마무리됐다.

홍차를 마시는데 피망 맛이 났다. 식사가 부실했을 것을 생각한 얀이 함께 준비해 온, 바나나를 얹은 팬케이크를 먹는데 피망 맛이 났다. 작게 자른 딸기에 달지 않은 설탕 시럽을 씌워 굳힌 디저트를 먹는데 피망 맛이 났다.

칼리안이 다시 고개를 숙이고 울듯이 웃었다.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칼리안이 하는 냥을 조용히 쳐다보던 플란츠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안하겠다고 해."

피망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는 것인지, 어린애 취급 하지 말라는 것인지, 혹은 다른 뜻인지. 칼리안도 가늠이 안 되는 말이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웃음을 멈춘 칼리안이 조금 늦게 물었다.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르니에리 때문에 미안해하는 짓."

그 말을 들은 칼리안은 고요한 미소를 띠며 답했다.

"······ 아셨습니까."

옛 칼리안과 플란츠의 일은 지금의 칼리안이 접근하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이든 알 생각도 하지 않았고 옛칼리안을 대신해 플란츠를 욕하지도 않았고 용서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그것을 제외한 다른 문제. 옛 칼리안에 대한 일을 제외하고 그냥 지금의 플란츠와 칼리안, 그리고 실리케의 관계만 따져봤을 때.

향기를 싫어하게 된 플란츠를 만든 것은 실리케인가, 아니면 실리케와의 관계를 미처 다시 쌓아보기도 전에 실리케를 밀어낸 칼리안인가.

플란츠의 동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칼리안에게 목숨이 걸린 문제였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플란츠에게 있어 가장 큰 그림자이자 동시에 빛이었던 실리케를 치워낸 것은.

과연 선인가, 위선인가.

그런 생각에서 기인한 과보호까지는 하지 말라는 소리였다. 그것 역시 어느 한 쪽이 이해하고 용서하고, 그렇게 간단히 더하고 빼는 셈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플란츠를 잠시 쳐다보던 칼리안이 조용히 답했다.

"네."

플란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칼리안의 손, 정확히는 그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가리켜보였다.

"같은 취급 필요 없어."

체이스에게 하듯 자신을 대하지 말라는 소리다.

플란츠 심장 지키겠다며 체이스를 헤집어놓고 그것을 플란츠에게는 숨기고. 사실을 알았을 때 제대로 화도 내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 짓. 하지 말라고.

앨런은, 칼리안이 그런 방법 밖에 몰라서 그렇다 했다. 혼자 다 떠안고 체이스를 지키는 법만 배워서 그렇다 했다.

칼리안이 왜 그것밖에 할 줄 모르는지 플란츠는 모른다. 왜 혼자 떠안기만 했는지 모른다.

- 모르니까, 할 수 있는 것도, 있어요.

언젠가의 히나가 했던 말처럼 모르니까 할 수 있는 거다. 전부 알고 이해해주고, 그렇게 모든 상처를 다 치료하고 넘어갈 필요는 없지 않나.

"잿더미에서 구르는 법은 나도 알아."

칼리안이 잠시 시선을 내렸다.

빨간 눈동자가 서서히 내려가 멈추었다.

"······ 네."

칼리안은 손에 끼워져 있는 것을 한동안 그렇게 내려다보다 흘려내는 듯한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

플란츠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반지를 내려다보는 칼리안을 보던 플란츠가, 최근 가장 하고 싶었지만 참고 참았던 한 마디를 마지막으로 꺼냈다.

"피망. 싫어해."

다시 고개를 들어 플란츠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칼리안의 웃음이 또 터졌다.

플란츠가 정성을 담아 준비한 한끼 식사 덕에 칼리안도 같은 것이 싫어진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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