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장. 감당할 수 있는 일 (2)
거기에 더해 욕심을 내보라니.
삶에 대한 연륜이 더 많으실 것은 분명한 동생놈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를 만큼 어리지는 않았다. 살겠다 했으니 숨 쉬는 것 말고 사는 것을 좀 해보라는 소리겠지.
그러니 적당히 알겠다 하고 넘어갈 수 있을 문제이기는 했으나, 플란츠는 지금 그렇게 곱게 대답해 줄 기분이 되지 못했다.
차라리 시종 레릭이 저런 말을 했으면 그냥 또 짖나보다 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칼리안이 그 말을 한 탓에 플란츠의 한쪽 입꼬리가 기어이 말려 올라갔다.
"내 아우님께서 하실 말이 아니지 않나."
루비 장신구 하나에 집중하는 귀족들이, 갑자기 자신들 앞에서 플란츠를 불러세운 칼리안의 말을 놓치고 지나갔을 리 없다.
그러니 한 시간 쯤 뒤면 아스트리샤 거리에 소문이 퍼질 것이다. 그 3왕자 칼리안이 발칸이 있는 빌헬름 관에 함께 가도 되는지 2왕자 플란츠에게 허락을 구했노라고. 굳이 귀족들이 있는 곳에서 그 말을 꺼낸 것은, 플란츠가 발칸을 소유했다는 것을 칼리안도 인정했음을 귀족들에게 알리기 위한 행동임이 분명하다고.
이렇게, 귀족들 앞에서 꺼낸 갑작스러운 말 한 마디로 아주 확실하게 발칸을 넘겨주자마자 저런 소리까지 하고 있으니 플란츠의 심기가 매우 불편할 수 밖에.
그 불편함을 모를 리 없는 칼리안이 태평한 목소리로 느긋하게 대답했다.
"저는 충분히 욕심 내면서 살고 있습니다."
레이븐이 잡초 먹는 소리 한다.
한 치의 거짓도 없다는 얼굴로 말하는 칼리안을 보며 그만 할 말이 없어진 플란츠가 입을 다물었다.
어쩐지 칼리안은, 다 끌어안아 지키는 것을 제 욕심이라 여기는 듯 보여서. 그렇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 플란츠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칼리안이 다른 말 없이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다 멀리 보이는 궁에 시선을 두며 말했다.
"고양이 이름을 카밀론이라고 지으면 히나가 싫어할까요."
꺼내놓는 말이 뜬금없기로는 카이리스 아니라 대륙 제일일 것이다. 방금 전까지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린 것처럼 고양이 이름 얘기를 꺼내 들다니.
"아니면 아껴뒀다가 개한테 붙여주는 게 나으려나요."
플란츠는 당황하거나 그게 무슨 말인지 묻지 않았다.
이름 지어 줄 고양이가 한 마리밖에 더 있나.
방금 전에 오간 대화에 대해서는 더 언급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뜻이기도 했으니, 그냥 짧은 한숨만 내쉰 뒤 이 갑작스러운 주제에 대해 답했다.
"위대하신 분께서 헤이시아에 다시 오시겠군."
키우는 고양이나 키울 개에게 시스파니안의 아들이자 이 나라의 2대 국왕의 이름을 붙이면 시스파니안이 다시 찾아오겠다고.
이번엔 이해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검은 나비'의 의미 그대로 그냥 죽여버리러.
"그래도 '나비'라니. 사람보다는 고양이에게 더 어울리지 않습니까."
플란츠가 잠시 말하지 않았다.
칼리안이 말한 것이 카밀론의 뜻임을 알아들었고, 그로 인해 칼리안이 지금 세크리티아 왕제의 지식을 꺼내놓고 있음을 상기한 탓이다. 카이리스에서는 그 언어로 이루어진 말이 그렇게 많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지 않았으니까.
아무튼 칼리안도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니었는지 그에 대해 더 이상 말을 잇지는 않았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조용한 걸음이 다시 이어졌다.
그렇게 칼리안과 플란츠가 빌헬름 관 근처에 다다랐을 즈음, 말 없이 발을 옮기던 플란츠가 입을 열었다.
"······ 위로."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때문에 칼리안이 플란츠를 쳐다봤고, 플란츠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더했다.
"고양이 이름. 아직 못 정했으면."
창 밖을 보거나 가만히 앉아 있을 때마다 찾아와서 귀찮게 울어대던, 플란츠를 더 좋아하는 칼리안의 고양이 이름은 그런 뜻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말했다.
의외라는 눈으로 플란츠를 보고 있던 칼리안이 곧 웃었다. 고양이 이름 지어 줄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음을 깨달아서였다.
"루시, 라고 합니다."
위로. 그리고, 가장 빛나는 별.
고양이 이름으로 하기에 딱 좋은 말이라서 웃었다.
"그렇게 지으면 되겠네요."
플란츠는 고개만 끄덕였고, 드디어 이틀간의 고민을 끝낸 칼리안은 속 시원한 얼굴로 발을 옮겼다.
그 후 오래지 않아 빌헬름 관에 들어설 때, 플란츠가 뜻밖의 이야기를 하나 더 꺼냈다.
"내 이름에도 다른 의미가 있나."
플란츠. 지금의 언어로는 '고귀한 달의 인도자' 라는, 왕족에 걸맞는 뜻의 이름이었다. 그것은 칼리안은 물론 플란츠 역시 잘 아는 내용이기도 했다. 다만 그 의미 말고 칼리안이 알고 있는 언어에 같은 말이 있는지가 궁금하다는 소리였다.
말이 좀 짧아서 그렇지 그래도 가르쳐주는 것 하나는 잘 배우는 플란츠가 아니던가. 그러니 궁금해하라 말해준 대로 자신의 일에 대해서도 궁금해하는 것이었다.
조금 전 심기 사납게 굴었던 놈과 완전히 다른 놈이라는 듯 고양이 이름을 지어주더니 이번에는 자기 이름까지 알려달라 하는 플란츠를 보며, 칼리안이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아······."
말을 흐리는 칼리안의 표정이 참으로 묘했다. 웃는 것인지 아니면 난처한 것인지, 혹은 둘 다 담긴 얼굴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웠다.
"형님 이름과 같은 말이 있기는 합니다. 나쁜 뜻은 아닙니다만."
말을 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던 칼리안이 씩 웃으며 말했다.
"내 형님께서 아직 어리셔서, 좀 더 크시면 알려드리겠습니다."
하.
연세 모를 동생의 이 어처구니 없는 말에, 순간 할 말 잃은 플란츠가 짜증 가득한 얼굴을 했다.
"짖네, 또."
칼리안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빌헬름 관으로 먼저 들어갔다.
한참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그런 거 있잖니, 잔디같은거. 아니면 나무라거나. 아무튼 초록색 나는 싱싱한거. 너 맨날 처먹는 그거. 그게 플란츠란다.'
라는 말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냥 짖는 게 낫지.
* * *
누군가 찾아왔음을 알릴 필요가 없었다.
이미 진작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고 진작부터 들어오기를 기다렸을 테니까.
"스승님!"
그래서 칼리안은 곧바로 문을 열고 들어서며 반갑게 말했다. 자신의 집무실에 칼리안이 오는 것을 이미 느끼고 있던 앨런이 웃으며 반겼다.
"오래도록 오지 않으시기에, 그냥 잊고 가시는 줄 알았습니다."
아르센의 부재로 앨런 역시 빌헬름 관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것을 알면서도 빌헬름에 도착한 칼리안이 훈련장에서 나오지 않아서, 오늘은 그냥 수련만 하다 돌아가려나보다 하고 마음을 접고 있던 참이었다. 그랬으니 더 반가울 수 밖에.
"키리에가 조금 힘들어 해서, 제가 대신해 형님의 검을 보아드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한 칼리안이 앨런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래왔듯 앨런이 미리 준비해둔 차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말린 귤을 넣고 우려낸, 앨런의 마음 씀씀이만큼 짙은 향이 나는 차였다.
그 향을 잠시 음미하며 기분 좋은 웃음을 보이던 칼리안이 그 동안 있던 일을 풀어놨다. 다만 키리에에 대한 일은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일에 대한 것은 나눠 질 수 있을 걱정이 아니라 그저 앨런의 속만 상할 일이었으니까.
대신, 비가 많이 오던 날 시스파니안을 만난 것에 대한 말을 전했다.
"갑작스럽게 오신 탓에, 제가 스승님을 모시지 못했습니다."
그 뒤에는 앨런을 보며 이렇게 덧붙였다. 시스파니안이 카이리시스에, 그것도 빌헬름 관과 지척에 있는 헤이시아 궁에 왔었음에도 만나지 못했으니까.
앨런은 이번에는 그때만큼 아쉬워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그 날 그 자리에 갔다가 돌아왔습니다."
"그러셨습니까?"
뜻밖의 말에 칼리안이 놀라며 물었다. 앨런이 어딘가 흡족한 얼굴로 설명을 더해주었다.
"플란츠 왕자님이 제 발을 되돌려 놓으시기에 다른 시간을 잡아 다녀왔습니다. 무슨 일로 그리하셨나 했는데 이유를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리고는 '내새끼 친구 생긴 게 진짜구나' 하는 표정을 짓는 바람에 칼리안을 질색하게 만들었다. 고양이 끼고 사는 풀이랑 친해진 것처럼 보였다는 말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그래요. 시간의 축에 대해서는 저도 계속 확인을 하고 있으니 알게 되는 것이 있으면 바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여보인 칼리안이 물었다.
"아무래도 세이렌 경이 그 일에 대한 조사를 계속 하는 것 같은데, 혹시 맞습니까?"
이미 확신을 한 듯한 말이었으므로, 앨런은 칼리안이 걱정할까 굳이 전하지 않았던 말을 꺼냈다.
"두 놈이 수도를 떠난 다음 날 밤에 갑작스러운 보라색 번개가 한참 떨어졌다 합니다. 번개 떨어진 자리에서 마흔 구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습니다. 아마도 협회장이 벌인 일이겠지요."
그 말에 칼리안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에우리아가, 그리고 아르센이 정말 그 일에 개입을 한 것을 확인 받은 까닭이다.
"둘이 수도로 돌아오면 꼭 손을 떼도록 말을 해야겠네요."
"그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남은 것은 왕자님과 제가 알아보면 될 일이니."
최소한 앨런은 그들로 인해 위험해질 일은 없었다. 칼리안은 그렇게 해달라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체이스 왕세자 역시 계속 움직이고 있습니다. 카이리시스에서는 세크리티아의 세작이 아닐까 추정되는 시신들이 발견됐고, 협회장 뒤를 세작들이 따라간 흔적도 발견됐습니다. 그것은 알고 계시는지요."
칼리안이 찻잔 속의 귤 조각을 스치듯 바라본 뒤 입을 열었다.
"의심되는 부분이 있는 세작들을 내치셨을 겁니다. 그들에 대한 조사도 멈추지 않으셨을 테고."
그것은 과거의 체이스와는 조금 다른, 베른에 가까운 행보였다. 베른이 맡았던 것들을 전부 맡을 수는 없었겠지만 어느 정도는 해왔을 것이라 생각을 했다.
베른이 없어서 바뀔 만한 사람은 체이스였지 데블란이 아니니까.
"확인되는 것이 있으면 알려주실 테니, 새들은 그냥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스승님."
모르는 척 해달라는 말이었다. 앨런은 그냥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게 한동안 말 없이 앉아있는 칼리안을 보던 앨런이 잠깐 뜸을 들이다 차를 들어 한 입을 마시고 내려놓았다.
"그나저나, 후작을 잘라낼 생각은 아직 그대로십니까."
자신과 대련하여 오러를 늘리고, 르메인에게 프레이야의 추숭을 요청하고, 아르센을 보내 그레이를 회유하고. 오늘은 발칸의 소유에 대한 명확한 의사를 귀족들 앞에서 보였다 했다. 이 모든 것이 전부 에반 브리센 후작의 목숨을 빼앗기 위한 준비였다.
'그들'에 대한 일만으로도 충분히 머리가 아플 상황인 칼리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대로입니다. 브리센 후작이 죽지 않는 한, 형님께는 언제 떨어질 지 모를 칼날 아닙니까."
심장 위에 칼을 얹고 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플란츠가 에반이 정해 둔 기준에서 벗어나는 순간 맹세의 인이 발동될테니까.
"브리센 후작이 그리 영민하지 않은 것이 다행한 일입니다만, 혹시 모를 일이니까요."
브리센을 배반하지 않는다는 기준에 얼마나 많은 틈이 있었는지 에반이 눈치채지 못할 때 없애버리는 것이 나을 테니까.
그런 칼리안을 잠시 보던 앨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느새 주변에 투명한 막이 일렁이는 채였다.
"때가 되면 제가 다녀오지요."
에반을 죽여 없애도 무리가 없을 때가 되면 칼리안이 아니라 자신이 에반을 죽이고 오겠노라고. 그런 말이었다. 앨런에게 있어 에반 브리센은, 조금 까다로울 수는 있겠지만 위험한 상대는 아니니까.
어려울 것 없는 일이라는 듯 꺼내진 말에 칼리안이 살짝 웃었다. 앨런이 이렇게 말을 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브리센이 우습고 가벼운 그 머리로 카이리스를 집어 삼킨 것은, 브리센 후작의 검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입니다."
칼리안이 왜 이런 말을 꺼내는지 알 것 같아서, 앨런이 소리 없는 한숨을 한 번 쉬었다. 한 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준 적 없던 칼리안은 이번에도 정석 같은 대답을 꺼내놓았다.
"저는 브리센의 검까지 끊어놓고 싶지는 않습니다."
칼리안의 말대로 브리센의 머리는 가볍지만 그들의 검은 강했다. 욕심 많고 생각 없는 브리센이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검의 강함에 있었다.
그런데 그 검을 온전히 구사하는 것은 에반이 유일했다. 기사들 뿐 아니라 플란츠에게도 모두 알려지지 않은 것이 브리센의 검술이 아닌가. 그나마 그레이가 있다지만 그레이는 소드마스터가 아니었으니 온전한 브리센의 검을 다룬다고 보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니 지금 칼리안의 말은 곧.
"플란츠 왕자님에게 그들의 검까지 온전히 알려주시려는 겁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직접 알려주려 하지 않을테니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형님의 이름이 바뀌지 않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플란츠가 브리센을 손에 쥔다 해도 플란츠는 완전한 브리센의 사람으로 여겨질 수 없었다. 브리센을 가지게 되더라도 왕족인 플란츠의 이름까지 바뀌지는 않는다. 브리센의 가주인 플란츠 룬 카이리스가 되는 것이다.
그런 것을 에반도 그레이도 모르지 않는다. 그 이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는 그들 역시 잘 알고 있으니 그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플란츠에게 자신들의 검을 알려주지 않을 터였다. 브리센에게 있어 플란츠는 언제까지고 적당히 가까운 외부인이니까.
"머리가 아니라 검으로 유지되고 힘을 부렸던 가문입니다. 형님이 아무리 똑똑해도, 머리만 가지고는 브리센을 제대로 움직이기 힘듭니다."
카이리스의 양대 기사 가문이 아닌가. 검술로 이어져 온 가문을 하루아침에 이어 받은 머리만 좋은 왕자는, 절대로 그 가문을 유지시키지 못한다. 그들과 아무 관련 없는 칼리안의 검술만 가지고는 브리센의 가주로 인정받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니 제가 나서면, 가르쳐주지는 않겠지만 보여주기는 하겠죠."
그들이 플란츠에게는 절대로 가르쳐주지 않겠지만, 칼리안을 앞에 두고 살기 위해서는 펼쳐 보일 수 밖에 없을 테니까.
그러니 칼리안이 직접 검을 맞대며 그들의 검을 확인하겠다는 소리였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그렇게 알아낸 검술을 플란츠에게 알려줄 생각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형님이 앉으셨을 자리에 제가 들어앉으려 하고 있으니, 왕위 대신 앉으실 자리는 제대로 만들어 드려야죠."
이렇게 앨런의 개입을 거절한 칼리안이, 걱정하는 마음만큼 향긋하고 새콤한 차를 마셨다.
"누가 들으면 억지로 빼앗으시는 줄 알겠습니다. 쓸데 없는 부채감은 대체 언제 내려놓으실 요량인지."
안타까운 마음에, 앨런이 이렇게 말하며 혀를 쯧 찼다. 걱정해주는 그 마음이 고마웠던 칼리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 죽을게요. 저는."
아들을 먼저 보내는 일을 두 번 겪지는 않으리라는 말.
그런 의미라는 것을 너무 잘 알아들은 앨런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 * *
그리고 며칠이 더 지났다.
일요일 밤이 되어가도록, 아르센과 에우리아가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