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적국의 왕자로 사는 법-154화 (155/527)

제26장. 어렵지 않은 일 (4)

많이 향긋하고, 조금 달고, 적당히 쓰다.

베르가못의 향이 나는 홍차 잎, 그리고 단맛과 쓴맛이 함께 느껴지는 자몽. 이 둘이 어우러진 케이크의 맛이 그랬다. 많이 향긋하다가 조금 달더니 적당히 썼다.

그 뒤섞임이 어찌보면 란델과 썩 어울리는 것도 같고 또 어찌보면 영 어울리지 않는 것도 같다고, 칼리안은 그런 생각을 했다. 란델은 그만큼 복잡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가구 외에 놓인 것이라고는 오로지 책 뿐인 방은 고요했다. 심해를 담은 눈을 가진 이가 지내는 곳으로 지나치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가도 또 지나치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한 곳이었다.

그 겉은 장미 정원처럼 화려하며 조금의 어긋남 없이 완벽하지만 마치 이 방처럼 속에 든 것은 아무것도 없는 사람. 이것 저것 많은 것이 뒤얽혀 있지만 또 한 편으로는 텅텅 빈 사람.

케이크도, 그리고 이 방도 꼭 란델 같다고.

칼리안은 그렇게 생각했다.

짙은 붉은 색 커튼 사이로 스민 햇빛이 금빛의 머리카락을 비췄다.

"처음이구나."

향긋하고 달고 쓴 케이크의 맛이 한꺼번에 감도는 입으로 조금 더 쓰고 조금 더 향긋한 홍차를 삼킨 란델이 이렇게 말했다.

란델에게 시간을 내어 달라 먼저 이야기 한 것도 처음이었고 란델의 방에 찾아온 것도 처음이었고 이 형제가 마주보고 앉아서 차를 마시는 것도 처음이었다.

게다가 란델과 플란츠는 생각하고 말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랐다. 때문에 플란츠와는 거의 속마음을 읽고 대화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모양새를 만들어내는 칼리안도 란델이 무엇을 두고 처음이라 말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쉬이 짐작할 수가 없었다.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그래서 칼리안은 그냥 이렇게 물었다.

그 푸른 눈을 대신해 갈색 같기도 하고 붉은 색 같기도 한 찻물을 쳐다보는 채였다.

"나를 경계하지 않는 것이."

란델은 이런 대답으로 칼리안이 할 말을 놓치게 만들었다.

지금껏 칼리안을 자신과 같은 눈높이에서 보지 않은 것은 란델이었다. 심지어 1년 전까지는 아예 칼리안을 보고 있지도 않았던 란델이었다. 그런 란델이 이런 말을 한다. 칼리안이 자신을 경계했다고.

그것이 누구 때문인데.

잠시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칼리안이 란델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거짓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을 곧은 눈매로 대답했다.

"단 한순간도 란델 형님을 경계하지 않았던 적 없었습니다. 지금도요."

옛 칼리안도 그리고 지금의 칼리안도.

란델은 항상 경계의 대상이 아니었던가.

"그래."

막냇동생의 솔직한 대답을 들은 란델은 표정을 바꾸거나 고개를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더는 외면하지도 않았다.

"얘기 해보려무나."

칼리안을 마주보던 란델이 이렇게 자신을 만나자 청해 온 이유를 말할 시간을 내어주었다. 괜스레 입이 써진 칼리안은 자신보다 더 복잡할 것이 분명한 란델의 인성 같은 케이크를 한 입 더 먹었다.

그 맛이 꼭 처음으로 커피를 접했던 그 때를 생각나게 한다. 향긋하려면 향긋하기만 하고 쓰려면 쓰기만 할 것이지.

무턱대고 피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까이 할 수도 없을 것 같은 첫째 형을 향해 칼리안이 물었다.

"카이리스입니까, 텐실입니까."

돌려 말하지 않았다. 란델에게는 그 편이 나았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오는 란델의 눈에 시선을 맞추며 덧붙였다.

"가지고자 하시는 자리. 어느 쪽의 왕좌입니까."

찻잔을 내려놓은 란델이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늘 감춰두고 깊이 내려놓는 것에 익숙한 생각을 겉으로 꺼내려면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때문에 칼리안은 채근하지 않았다.

그런 것을 왜 묻느냐 할 법도 하건만 란델은 다른 것을 물었다.

"네 눈에는 어떤지 궁금하구나. 내가 어느 쪽을 원하는 것으로 보이는지."

"모르겠어서요. 이제와서는 자리를 원하시는 것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왕좌를 원하는 것이 맞기는 한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원한다면 그것이 카이리스의 것인지. 아니라면 텐실의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칼리안의 말을 들은 란델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되지 못했다. 때문에 칼리안은 란델이 다른 내용을 더 꺼내놓을 때까지 기다렸다.

"어느 쪽이든 상관 없다 생각했었다. 조금 더 큰 조각이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을 뿐."

칼리안이 잠시 고개를 돌려 란델의 텅 빈 방을 둘러봤다.

란델은 무엇을 가질 생각조차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왕좌를 원하는 이유는 결국 한 가지다.

"목적으로서의 자리가 아니라 수단으로서의 자리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시겠죠."

나처럼.

하고자 하는 것을 위해 왕좌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그래."

"무엇을 위한 수단입니까."

이 말의 끝에서 칼리안이 낮은 목소리로 사일런트를 발현했다. 그리고 지난번에 대답을 듣지 못했던 것을 다시 묻기 위해 입을 열었다.

"브리센을, 그리고 전하를 향해 칼날을 드리울 생각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으신지. 이번에는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은 맹세의 인과는 관련 없는 사실일 테니까요."

이번에는 란델이 먼저 자리를 피할 수도 없으니 대답을 듣기 전까지는 돌아가지 않을 생각으로 물었다.

란델의 눈빛이 깊은 곳으로 침잠했다.

그리고 칼리안은 란델의 심연을 더 헤집어놓으려 하지 않았다. 스스로 꺼내 보여주기를 종용하듯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것이 왜 궁금해졌느냐."

란델은 그제야 이유를 물었다.

자신에 대해 왜 그렇게 알고자 하는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왜 알려 하는지. 이미 자신의 손에서 벗어난 것으로도 모자라 왜 반대로 뒤흔들어 놓으려 하는지.

칼리안은 어느새 날카롭게 변한 눈빛을 채 지우려 하지도 않고 대답했다.

"결정해야 할 것 같아서요. 란델 형님을 마주봐야 할지. 등을 보여드려야 할지. 란델 형님과 마주 보고 검을 드리울지, 란델 형님을 제 등 뒤에 놓고 그 앞을 막아서야 할지."

이제는 결정해야했다.

생각지도 못한 것을 찾아냈기 때문이었다.

"대답, 해주세요. 란델 형님."

* * *

그날 오전, 란델을 만나기 전.

칼리안이 하룻밤 하고도 반나절을 잠으로 보낸 뒤.

텅텅 비어있던 오러가 어느 정도 돌아옴에 따라 피로감도 함께 사라졌다. 운동을 조금 많이 한 그 나이대 소년이 가질 수 있을 정도의 것으로 내려갔던 체력과 근력도 다시 소드마스터의 검을 쓸 수 있도록 회복되었다.

사실 회복이라기보다는 다시 강화되었다 하는 것이 맞겠지만 어쨌거나 평상시의 상태를 어느정도 되찾았다. 오러를 담아두기 전과 후의 신체 상태가 너무 극명하게 달라지는 것을 여실히 체감하게 되어 두 번 다시는 오러를 한계까지 소비하지 않겠다 다짐을 한 채였다.

그렇게 익숙한 몸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한 칼리안은 곧바로 앨런을 찾아갔다. 앨런이 분명 헤이시아 궁에서 발견된 것이 무엇인지 확인을 하면 알려주겠다 하였으나 도무지 앉아서 기다릴 수가 없어서였다.

"스승님!"

빌헬름 관에 들어가려던 칼리안이 때마침 밖으로 나오고 있던 앨런과 마주쳤다. 평소 같았으면 자신을 부르는 칼리안을 반겨했을 앨런이 조금 타박하는 말부터 꺼냈다.

"더 쉬고 오셔도 될 것을 무엇하러 벌써 오셨습니까."

"궁금해서요."

"아무튼 왕자님 고집이 제 입보다 질기다는 것만 아시면 됩니다."

칼리안이 앨런을 보며 생글거리는 얼굴을 했다.

이제 저 얼굴이 자신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일부러 지어보이는 것임을 알면서도 절대 이기지 못할 앨런이 짧은 한숨을 탁 내뱉었다.

"함께 가시지요. 안 그래도 그 쪽으로 가는 길이니."

그렇게 사제가 나란히 빌헬름관에서 벗어나 헤이시아 궁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앨런이 짧은 설명을 이어 나갔다.

"전하께는 이미 말씀을 드렸습니다. 궁의 지하가 있던 것을 아셨는지도 확인할 겸."

당연한 일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왕비의 거처에서 생긴 일이니 당연히 르메인이 알고 있어야 했다. 때문에 칼리안이 고개를 끄덕여보이며 물었다.

"전하께서는 무어라 하셨습니까."

"헤이시아 궁에 지하가 있었음을 모르셨다 합니다. 나온 물건에 대해서는 일단 확인된 결과를 보신 뒤 결정하겠다 하셨지요."

"그럼 전하께서도 몰랐던 공간에서 물건이 나왔다는 말이네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며칠 전에 세이렌 경을 만나고 왔을 때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얇은 막이 둘러져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칼리안이 다소 긴장한 얼굴을 했다. 마법사 협회장 에우리아와 앨런이 만났고 그 일로 사일런트를 발현하여 이야기를 꺼낼 정도라면 중요한 일일 테니까.

"왕자님께서 가지신 돌, 어쩌면 인위적인 신물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기가 무섭게 칼리안의 눈이 고요하게 잠겨들었다.

"인위적인 신물이라 하면 만들어진 신물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것이 가능한지, 그에 대한 결과가 그 돌이 맞는지 확인된 것은 없습니다만 유사한 내용을 세이렌 경이 찾았습니다. 조금 더 알아보려 하는 것을 제가 막았습니다."

걷는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 칼리안이 잠시 눈을 내리 떴다. 빌헬름 관의 구역에서 완전히 벗어나 헤이시아 궁에 도달할 때까지 칼리안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앨런은 그런 칼리안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았다.

"······ 신물을 인간이 만든다니. 그것은 이미 신물이라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닙니까. 신의 축복을 받은 물건이라는 뜻을 가진 것이 신물인데 그것을 인간이 만들었다는 것부터 이미 모순인데요."

질문인지 아닌지 모호한 칼리안의 말에 고개만 끄덕여보인 앨런이 에우리아가 알아낸 내용을 칼리안에게 전했다. 사실 전할 것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었다. 모두가 추측일 뿐 정확히 확인된 내용은 없었으니까.

고요한 눈으로 앨런의 말을 모두 들은 칼리안이 잠시간의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그 외에 알아낸 것은 더 없었습니까."

"돌에 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새로 발견된 것은 일단 도착해서 확인해 보시지요. 둘이 연관이 있을지 없을지는 조금 더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한 앨런의 목소리에 깊은 근심이 어려 있었다. 대체 무엇이 발견됐기에 저러는지 하는 마음이 된 칼리안이 걷는 속도를 높였다.

헤이시아 궁의 입구는 여섯 명의 마법사들이 막고 서 있었다. 창단식 이후 처음으로 마주한 진지한 얼굴의 마법사들을 지나친 칼리안에게 마법사 니들렌이 다가와 예를 보였다.

술집에서 사고를 낸 뒤 [우리는 왜 가게를 부쉈나?] 라는 제목의 반성문을 냈던, 아르센 다음으로 무력이 강한 마법사임을 알아본 칼리안이 가볍게 고개를 움직여 예를 받았다.

"이 쪽으로 오십시오, 왕자님."

그렇게 말한 니들렌이 마법사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곳으로 칼리안을 안내했다.

그 곳에는 어디론가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헤이시아 궁이 사라짐으로 인해 드러나게 된 지하 어딘가로 향하는 계단이었다. 안쪽에서는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제가 앞서 갈테니 뒤따라 오시지요."

이렇게 말한 앨런이 칼리안의 주변에 붉은 빛이 감도는 실드를 둘러줬다. 혹시 모를 위험으로부터 칼리안을 보호하려 하는 것이다.

그것이 과보호임을 말하는 대신 칼리안은 얌전히 앨런의 뒤를 따랐다.

앨런은 이미 여러차례 계단 아래를 내려가보았던 듯 옅은 불빛으로만 밝혀져 있는 다소 어두운 계단을 익숙하게 내려갔다. 칼리안도 어둠 속의 물체를 또렷이 구분할 정도의 시력을 지니고 있었으므로 별 어려움 없이 앨런의 뒤를 따라 내려갔다.

- 타박 타박.

둥글게 생긴 계단이라서 어느 정도를 내려왔는지 가늠이 어려웠다. 앨런도 칼리안도 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기만 했다.

아마도 서너 층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은 깊이까지 내려왔을 때 석문 하나가 눈에 보였다. 그것을 본 칼리안이 실소하며 입을 열었다.

"······ 시스파니안입니까."

석문에는 검은 용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 위에 오망성과 몇 가지 문양을 덧그려 넣는다면 그것은 곧 카이리스의 문장이 될 테지만 벽에는 그저 새카만 몸과 날개 긴 꼬리, 그리고 붉은 눈을 지닌 드래곤을 형상화한 그림만 그려져 있을 뿐이었다.

"맞습니다. 이 곳에 오는 입구 자체가 헤이시아 궁으로 막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비밀 통로가 있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확인이 어렵습니다."

돌로 된 벽을 타고 조금 울리는 앨런의 대답에 칼리안이 설핏 웃었다.

어여쁘신 제자님이 궁을 날려먹었으니 통로가 어디로 연결됐었는지 확인 할 방법이 있겠느냐는 가시가 담긴 말이었기 때문이다.

칼리안이 다시 한 번 석문을 살펴봤다.

"분명 500년은 족히 지난 공간일텐데, 돌계단도 그렇고 석벽이나 시스파니안의 문양까지도 훼손되지 않았네요."

"시스파니안의 힘이 닿은 곳이라 그렇습니다. 다만 보물창고는 아니니 일확천금을 기대하지는 마시지요."

석문에 손을 가져가며 앨런이 이렇게 말했다. 칼리안이 긴장한 것을 눈치 챈 모양이었다.

보물창고라니.

만약 그녀가 그런 것을 모아두었다면 그 보물들은 이 왕궁의 지하가 아니라 지그프리드 저택 뒤에 있는 바위산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지그프리드의 방패가 지키는 그 곳보다 안전한 장소는 이 대륙에 없을 테니까.

"실망스럽네요."

그래도 칼리안은 이렇게 빈 말로 앨런의 농담에 맞장구를 쳤다. 긴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앨런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뒤 문을 열었다.

- 그르릉······.

묵직해 보이는 석문이 아주 작은 소리를 내며 석벽 안으로 사라졌다. 잠금장치조차 없었던 것처럼 그냥 열렸다.

별다른 잠금장치조차 없는 문.

보물창고가 아니라는 앨런의 말은 정말이었던 것이다.

그와 함께 밝은 빛이 새어 나왔다.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며 밝아진 사위에 익숙해지자 널찍한 돔 형태의 공간이 보여졌다.

석벽에는 정밀한 조각이 있었다. 무언가를 그려놓은 것 같았으나 칼리안은 그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니 관심을 둘 수 없었다 해야 맞을 터였다.

둥근 공간의 한 가운데 이 곳을 밝히고 있는 물건 때문이었다.

"직접 모시고 온 것은, 왕자님께서는 아마도 알아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이렇게 말해오는 앨런의 목소리를 한 귀로 흘려 들으며 칼리안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갔다.

커다란 원형의 고리.

알 수 없는 문자가 잔뜩 새겨져 있는 금색의 고리 한 개.

칼리안의 입에서 잠긴 목소리가 간신히 흘러나왔다.

"알아보지······."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다.

"알아보지 못할 리가 있겠습니까."

저 금색의 고리가 몇 겹인가 겹쳐져 있었다. 여전히 기억난다. 잊을 수가 없다. 그러니 알아보지 못할 리 없었다.

몇 겹으로 겹쳐져 서로 다르게 회전하는 금색의 둥근 고리들 안에 커다란 모래시계가 있었다. 그것을 좇아 1년을 보냈으니 어찌 잊겠는가.

사라졌어야 할 것의 잔재를 눈 앞에 둔 칼리안의 손 끝이 차갑게 식었다.

"······ 시간의 축."

그것은 바로 시간의 축의 조각난 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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