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적국의 왕자로 사는 법-141화 (142/527)

제24장. 이해의 초석 (11)

잠시 잊고 있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으로 식사용 나이프를 돌려줬을 때. 우아하기 짝이 없는 그 특유의 말투로 그레이의 허리를 부러뜨린게 자신이었다고 말했을 때. 그리고 헤이시아 궁을 무슨 이유로 무너뜨렸는지 눈치챘을 때.

이미 생각했었지 않나.

내 동생 놈이 좀 미친 것 같다고.

"이것 참······."

그 동생 놈, 칼리안이 정말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이렇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플란츠는 짜증난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은 채 칼리안을 쳐다봤다.

플란츠는 분명 체이스를 만난 칼리안이 플란츠 자신과 아르센을 보기 어려워 할 것이라 여겼다. 둘을 앞에 놓고도 괜찮으면 그게 바로 미친놈이 아니겠느냐고 생각했다.

미친놈이 맞다는 것을 상기했어야 했는데 잊어버리고 있었다.

"제가 형님의 과묵함에 놀라야 할지, 아니면 배려심에 놀라야 할지."

조용히 웃으며 꺼내진 칼리안의 말.

그 붉은 눈에 '기특하긴 한데 안 어울리게 왜 그랬니' 정도의 말이 담겨있음을 안 플란츠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다 동생 놈보다 조금 더 많이 미친 것 같은 그 마법사 때문이다.

분명 플란츠는 오늘 아르센을 만나 석찬에 오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세 번의 인내심을 쓰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플란츠가 간과한 두 가지 문제가 있었고, 그 때문에 칼리안이 저런 소리를 하고 있었다.

"짖을 거면 입 닫아."

플란츠가 간과한 것 하나는 자신이 지나치게 말이 없는 성격이었다는 사실이다. 아르센을 못 오게 했다는 것을 어디에든 알렸어야 했지만 그렇게까지 많은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덕분에 아무것도 모르는 주방장은 3인분의 저녁 만찬을 착실하게 준비했고 칼리안도 석찬에 참석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플란츠의 배려를 받기에는 칼리안의 사고체계가 다소 정상적이지 않은 범주에 속해있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칼리안은 아르센을 굳이 다시 부르겠다 말했다.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을 하고서 말이다.

만약 석찬이 취소된 것을 매우 아쉬워 한 아르센이 칼리안이 건넸던 돈을 들고 발칸의 마법사들과 술판을 벌이러 나가지 않았다면 칼리안은 기어코 아르센을 다시 불러왔을 터였다.

이런 이유로 플란츠의 심기는 그리 쾌적하지 않았다. 그런 플란츠로부터 또 한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늘 그랬듯 한 귀로 흘린 칼리안은 그냥 계속 짖었다.

"형님께서 생각하시는 것만큼 제 속이 좁지는 않습니다. 오늘 헤르츠 경을 만나지 못할 이유도 없고요."

"속이 넓고 좁음으로 따질 문제였던가."

안 그래도 말 없는 플란츠는 더더욱 할 말을 잃은 기분이 되어 버렸다.

결국 플란츠는 칼리안이 뭔 소리를 하든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의 칼리안이 아르센을 꺼려해야 할 서른 가지 쯤의 이유가 동시에 떠오르는 것을 깔끔하게 무시했다.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슬며시 웃는 얼굴을 한 칼리안이 플란츠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형님께서 이렇게나 신경을 써 주시니."

무슨 말이 나올지 안다. 고맙다는 말이 나올 차례였다.

여지없이 플란츠의 입이 먼저 열렸다.

"치워."

"네."

칼 같은 거절에 칼리안은 칼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 인사를 집어치웠다.

곧 칼리안은 주방장과 시종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자리를 비켜달라 말했다. 그렇게 주변을 물린 뒤에는 여유로운 태도로 3인분의 만찬에 손을 가져갔다. 이 중 2.5인분 정도는 아마 칼리안의 몫이 될 테니 주방장이 애써 만든 음식이 남을 염려는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석찬이었던 탓에 저녁 식단이 '플란츠 맞춤'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샤프란 향이 가득한 오리 고기 스튜, 바질을 태운 연기에 훈연한 송아지 고기, 계피와 사과를 졸인 소스를 뿌린 돼지 안심 구이, 후추 향이 진한 양고기 등.

음식들을 대충 훑어 본 칼리안이 피식 웃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생고기를 뜯어 먹을 성격으로 알려진 카이리스 2왕자가 알고보면 편식을 넘어 거식에 가까운 식성을 가졌다는 것을 주방장한테 알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플란츠는 향신료 범벅의 고기 요리 사이에서 '나는 플란츠 왕자님을 더 좋아하는 칼리안 왕자님의 고양이입니다.' 고양이에게 나눠줘도 될 것 같은 무미건조한 닭가슴살 샐러드를 용케 찾아냈다. 그것을 본 칼리안이 지나가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렇게 드시면 키리에는 절대 못 이기실 겁니다."

이렇게 말하면 깨작거리는 것을 멈출 줄 알았다.

그런데 키리에의 이름을 들은 플란츠의 한쪽 입꼬리가 길게 말려 올라갔다. 음식에서 시선을 뗀 플란츠가 칼리안의 눈을 직시하며 대꾸했다.

"그 전에 죽겠던데. 내가."

키리에가 대련 중 살기를 내비친 일을 칼리안은 아직 몰랐다. 때문에 칼리안은 아주 오랜만에 플란츠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표정이 됐다.

"내 아우님의 귀 밝은 시종이 화가 많으시다고."

그제야 칼리안이 '아' 하는 소리와 함께 난처한 얼굴을 했다.

칼리안과 플란츠의 난해한 대화를 조각조각 모은 키리에가 결국은 과거의 일을 짐작하게 되었나보다.

평소 조용한 키리에라지만 칼리안과 관련된 일에 어떤 변화를 보일지 잘 알고 있었다. 과거의 키리에도 그랬으니까. 키리에는 분명 대련과 실전을 구분하지 않았을 터였다.

칼리안은 그 일에 대해 키리에를 혼내거나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런 기억 없이 추측만 할 뿐이라 해도 과거의 일을 따로 떼어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칼리안이 가장 잘 알았다. 그에 대한 감정을 절대 강제할 수 없다는 것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내일부터는 다시 제가 나가겠습니다."

때문에 칼리안이 키리에를 대신해 뭐라 말하려 다시 입을 열었을 때 플란츠가 먼저 말했다.

"됐어. 설명이든 사과든."

키리에가 내용을 알았다는 것을 전해주고 대련 상대를 바꾸라는 뜻으로 한 말이지 키리에를 이해하지 못해 꺼낸 말이 아니었다.

"네."

그래서 칼리안은 이번에도 짧게 대답했다.

그러다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사과든 감사든 참 열심히 거절하는 모습 때문이다.

"웃음이 잘도 나오지."

"체이스 왕세자님을 만나고, 이런 날을 보냈다 해서 웃지 못할 것이 있겠습니까. 재미가 있으니 웃어야죠."

플란츠가 고개를 돌려 창 밖을 쳐다봤다. 호수와 그 뒤의 장미 정원에 시선을 둔 채로 플란츠가 입을 열었다.

"루비아 관에는 왜 갔는데."

"란델 형님께도 하나 있습니다."

칼리안은 마치 질문이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대답했다. 그렇게 말하는 하얀 손가락 끝이 테이블 반대편에 앉은 플란츠의 가슴께를 가리켜보이고 있었다.

붉은 눈에 형제들을 향한 질책이 그득하다.

"······ 그거."

"내 아우님이 구명하실 것이 하나 늘겠군."

"네. 덕분에 여기가 좀 더 바빠졌고요."

칼리안은 플란츠의 심장을 가리켜보이던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아무튼 란델 형님의 인은 제가 풀 문제라서. 말씀드리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잠시 침묵하던 플란츠가 의자에 등을 기댔다.

언제나와 같이 나른한 한숨 같은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도 않을 말은 왜 꺼내셨는지."

"저리 구시는 것에도 무슨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넘기시면 된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란델 형님 마주쳤을 때 괜히 시비거실까봐 걱정되서요. 두 분 사이 안좋잖아요. 많이."

"또 짖지."

하루에 두 번 짖기를 성공한 칼리안이 웃었다.

"저는 미래의 일에 대해 스승님 외의 다른 이들에게 알린 적 없었습니다. 그럴 권리까지 저에게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데 란델 형님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체이스 왕세자께서 건네 준 정보를 활용해야 하는데, 그건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한 기록이 아닙니다. 그래서 형님께 말씀 못드립니다."

칼리안이 이렇게 솔직한 이유를 덧붙였다.

"또 눈치 채실 것 같아서. 이번에는 그러지 마시라고."

플란츠가 그 일을 궁금해하면 눈치를 챈다.

그냥 두면 플란츠의 저 똑똑한 머리로 어떤 사고를 통해 어떤 결론을 내게 될 지 칼리안도 가늠할 수가 없었다.

칼리안의 말을 들은 플란츠가 물잔을 손에 쥐었다.

다만 그것을 들어올려 마시지는 않았고 차가운 유리잔 겉면을 엄지손가락으로 쓸어내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잔에 맺힌 물방울이 손가락 끝을 따라 지워지는 것을 쳐다보던 플란츠가 말했다.

"텐실의 권력은 꽤 복잡하게 나뉘어 있을텐데."

"······ 생각하지 말랬더니."

란델이 맹세의 인을 맺었다는 소리 하나에 저만큼을 따라왔다. 칼리안이 플란츠를 잠시 응시했다. 오래지 않아 칼리안의 입에서 짧은 한숨 소리가 났다.

"내 형님께서 말을 너무 안들으시네."

"내 아우님은 버릇이 너무 없으신데."

말은 그렇게 귀찮아하면서 한 마디를 안 지려고 든다.

왜 말을 못해주는지 그 이유 정도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플란츠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알려고 든다.

"말씀 안 드릴 겁니다."

"뭘 하려는 건지는 말을 해도 되지 않나."

"이해해보겠다 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해를 해 볼 준비를 하는 겁니다. 화목한 형제 관계를 위한 이해의 초석을 다진다고 해야 할지. 제가 제대로 이해를 해야 납득을 하고, 납득을 해야 해결을 해 볼테니 말입니다."

이렇게 말한 칼리안이 조용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란델 형님이든, 카이리스든, 세렌티든. 일단 이해부터 해보려고요."

"대체 왜. 상관도 없는데."

"상관 있어서 하는 짓이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칼리안의 얼굴에 부드러운 웃음이 어렸다.

오지랖 넓은 죄책감 가진 애증하는 형제를 향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무튼 제 말은 무작정 걷지 마시라는 겁니다. 보이지도 않는 길에 뭐가 있는 줄 알고 그렇게 가십니까. 겁도 없이. 끼어들지 말라 하니 기어코 끼어들고 확신하지 말라 하니 어떻게든 확신하고. 아무튼 지긋지긋하게 말을 안 들으시네요."

"많이 짖는데. 오늘."

"제대로 살펴보고 다 알게 된 뒤에 움직이셔도 됩니다. 모두 확인하고 나서도 괜찮겠다 싶으면 그때 걸으셔도 안 늦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그냥 식사하십시오. 골고루."

이렇게 말한 칼리안이 씩 웃었다.

닭가슴살 샐러드 사이에 있는 피망 빼지 말라는 소리였다.

* * *

온전한 내 편.

그 짧은 사이 칼리안의 편이 참 많이 생겼다.

그 많은 이들 중에서도 무조건 기댈 수 있고 부끄러움 없이 의지할 수 있으며 흔쾌히 도움을 주고 그에 대한 값을 받아낼 생각은 절대로 하지 않을 사람.

무슨 짓을 하고 돌아가도 온 팔로 가득 안아주며 반겨 줄 사람. 아득히 먼 훗날의 언젠가에도 반드시 곁에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을 사람.

그런 이가 있을까 할 때 고민 없이 곧바로 떠오르는 한 사람.

"아······."

앨런 마나실.

"스승님."

새벽까지 뒤척이다 잠이 들었고 얀의 종 소리에 눈을 떴다.

커튼 너머로 둘이 보였다.

소파 위에 고롱고롱 소리를 내는 '나는 플란츠 왕자님을 더 좋아하는 칼리안 왕자님의 고양이입니다.' 고양이가 있었고 그 옆에 앨런이 앉아 있었다.

칼리안의 목소리에 앨런의 다리에 편한대로 기대어 엎드린 채 기분 좋은 게으름을 피우고 있던 고양이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언제 고롱고롱 소리를 냈었냐는 듯 문 밖으로 우다다다 달려 나갔다. 지금껏 기대고 있던 다리의 주인부터 챙기는 칼리안 대신 더 좋아하는 사람을 찾아가려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다 앨런을 향해 고개를 돌린 칼리안의 얼굴에 화사한 웃음이 폈다.

"오셨습니까."

유난히 반갑다.

항상 반갑지만 정말 유난히 반갑다.

커튼에 가려져 칼리안이 웃는 것이 보이지 않을 텐데도 앨런은 마주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또 멋대로 와 있었습니다."

"아닙니다. 스승님이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정말 언제든 앨런이라면 무조건 좋다.

이렇게나 환영받는 앨런은 자신을 반겨하는 칼리안의 목소리 끝에 맥이 풀려 있음을 알아 들었다. 사실 그것을 알아들으려고 찾아온 길이지만.

얀에게 차를 부탁한 칼리안이 서둘러 준비를 마쳤다. 잠시 후 시녀들이 모두 나가자 제자 걱정 가득한 얼굴의 앨런이 입을 열었다. 속이 좀 어떤지는 물어 볼 필요가 없었으므로, 대신 다른 말을 했다.

"너무 눌러두지는 마시지요."

첫인사를 주고 받기가 무섭게 위로부터 해주는 스승을 보며 칼리안이 다시 웃었다.

"잠깐 바람이나 쐐요, 스승님."

체르밀에서 왕궁 정문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 생각과 함께 테라스로 나간 칼리안이 의자에 앉았다.

오래지 않아 얀이 민트차와 밀크티를 내려놓고 나갔다. 칼리안이 커피를 싫어하게 된 이후 얀은 칼리안의 차를 되도록 직접 준비하려 했다. 새끼코끼리가 온갖 정성을 다해 우려낸 차는 언제나 맛이 달랐다. 그래서 늘 맛있었다.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칼리안과 나란히 앉은 앨런이 손가락을 튕겼다. 훈훈한 온기가 테라스를 가득 채우는 것을 느낀 칼리안이 저도 모르게 웃음 소리를 냈다. 칼리안은 겨울의 대사막에 발을 디뎌도 추위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 따뜻하다고 느꼈다.

칼리안은 얀의 앞에서 언제나 꽃같은 왕자였고, 앨런의 앞에서 그저 어여쁜 제자였다. 늘 그것이 좋았다.

"손가락 굳이 안 튕기셔도 되잖아요."

웃은 것이 괜스레 민망해진 칼리안이 이렇게 물었다. 항상 궁금했지만 매번 묻지 못했었다. 왜 항상 마법을 쓸 때 저 경쾌한 소리를 내는지 말이다.

앨런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테라스 너머의 호수를 봤다.

그것이 언젠가의 칼리안에게는 안네루시아 띄운 세뉴강이었으니 앨런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떠난 이를 생각하며 바라보기엔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시동어 없애기를 연습할 적에 이렇게 해보라고 누가 그랬습니다. 시동어도 대신하고 멋도 있어 보이니 좋지 않겠냐 하였지요. 그것이 버릇이 되어 이렇습니다."

그런 앨런의 얼굴에는 그리움 가득한 웃음이 어려 있었다. 그래서 칼리안은 그가 누구였는지 묻지 않았다. 그런 웃음을 짓는 법을 칼리안도 배웠으니까.

"누군지 아주 잘 알려드렸네요. 멋있습니다."

대신 칼리안은 이렇게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살고자 했던 칼리안의 깡마른 손이 르메인이 아닌 앨런을 붙들었던 그 날. 르메인의 아들일 수도 없고 데블란의 아들일 수도 없는 칼리안을 앨런이 보듬어 안았다.

그러니 칼리안은 분명 앨런의 아들이었다.

이제는 앨런도 칼리안도 그것을 알았다.

그래서 오늘 아침 칼리안을 찾아온 앨런의 얼굴에서는 걱정이 지워지질 않았다. 때문에 앨런을 보는 칼리안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지워지지 않았다.

"······ 다음에는 좀 덜 신 귤을 보내달라고 말해두었습니다. 또 한 번에 다 드실 것이 분명하니."

"왜 그러셨어요. 귤은 셔야 맛있는데요."

"늙은이랑 좀 나눠드시지요. 그리 신 것을 다 가져와서는 혼자 욕심을 내십니까."

그것이 귤이든, 혹은 시디 신 서러움이든.

혼자 다 차지하지 말고 나눠주라는 마법사의 말에 칼리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런두런.

르메인과 조찬을 마치고 나온 체이스가 멀리 보이는 체르밀 궁을 잠시 바라보는 동안. 체이스를 태운 말이 왕궁의 정문을 지나 왕도에 오르도록. 광장을 벗어난 체이스가 카이리시스 외성을 나설 때까지.

입담 좋은 스승과 듣는 것을 더 좋아하는 제자의 소소한 대화가 계속 계속 이어졌다.

두런두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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