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장. 건드리지 말라고 (9)
앨런의 손에 들려 있던 플레임 스피어가 다시 위로 올라왔다. 그것을 본 네르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푸른 솔새가 처형되고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이 찾아왔소. 푸른 솔새가 단순한 암살자가 아니라 세작임을 이미 알고 있었지. 그녀가 하던 일을 대신 해줄 이들을 찾아달라며 많은 돈을 줬고."
"누가 들으면 세크리티아가 엄청 가난한 줄 알겠는데."
조용히 뒤에서 지켜보던 체이스가 설핏 웃고 말했다.
과거의 지금 시기 고작 열 일곱이었을 베른.
데블란은 베른이 검술을 배우기 시작함과 동시에 세작에 대한 일을 베른에게 맡길 생각을 했다. 따라서 베른은 일찍부터 세작의 관리를 도왔다.
그리고 현재 세작에 대한 데블란의 대우는 결코 나쁘지 않았다. 과거와 다르지도 않았다. 그러니 지금 체이스의 목소리에 자조가 가득한 것은 이런 일련의 내용들이 알려주는 하나의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과거와 같지만 단 하나가 다르지 않나.
베른의 부재.
그것이 원인이 된 것이다.
앨런은 체이스의 기분을 짐짓 모르는 척 하며 물었다.
"국가에 소속되지 않았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 아닌가. 대사막의 전사들은 어차피 국가라는 것을 지니지 않았으니."
"비단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리베른의 마법사도 보았고 텐실의 사제도 섞여 있소."
"세크리티아의 새들이나 대사막의 전사 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소리인가."
"맞소. 다만 이 이상은 나도 아는 바가 없소. 그들이 무슨 이름으로 활동하는지도 모르니까."
여러 나라의 이들이 모여 만들어진 하나의 조직.
네르드를 찬찬히 살핀 앨런이 체이스를 쳐다보자 체이스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더 숨긴 것이 없으리라는 것에 둘 모두 동의하는 눈빛을 한 채였다.
곧 앨런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체이스를 향해 말했다.
"아주 대단하지 않습니까. 다른 새들을 이리도 아끼는 듯 하니."
남은 이들을 전부 죽이겠다 하는 말에 곧바로 입을 연 네르드에 대한 평가였다. 지금 앨런이 어떤 대답을 원해서 한 말이 아님을 알았으므로 체이스는 침묵을 지켰다.
앨런이 다시 네르드에게로 시선을 돌려 부드러운 눈웃음을 지었다.
"······ 그런데 자네. 도망치는 세작들의 이름은 알고 그리 구는가?"
네르드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손속이 무자비함에 대한 분노를 드리운 채 앨런을 노려보던 얼굴 그대로였다.
언뜻 보면 부하 혹은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 입을 연 것처럼 보였다. 한 명에게 플레임 스피어를 보냈을 때 곧바로 붉어진 그 눈이 그것을 증명하는 듯 했다.
"카이리스에 와서 없던 친분이 생겼을까. 그렇게 친해진 10명이 나란히 손 잡고 변절을 한 것일까."
그러나 본래 세작들은 서로의 정체조차 몰랐다. 네르드 역시 마찬가지다. 칼리안이 그것을 이용해서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 가능했을 만큼 세작들은 서로간의 친분이 전혀 없었다.
"그럴 리 없는 것을 아니 속이려 들지 말게."
사람 비꼬는 것만큼이나 사람 속 읽어내는 것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앨런 아니던가.
변절을 하도록 꾀어낸 이가 있으리라고 그리하여 열 명 모두 제각각 변절하여 이 곳에 온 것이리라고 앨런은 그렇게 생각했다. 대부분의 변절자는 그렇게 생겨나지 않던가.
앨런이 담담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내가 이리 보여도 거짓 얼굴에 속지 않을 만큼은 살았으니."
물론 앨런이 직감만으로 네르드의 거짓을 파악한 것은 아니었다. 네르드의 행동이 거짓임을 확신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하얀 수리'는 세크리티아에 아주 충직한 세작이었다.
그렇다 하여 그것이 다른 세작에 대한 그의 애정이 깊다는 뜻이 되지는 않았다.
과거 칼리안은 정보를 밝히지 않으려는 푸른 솔새에게 '하얀 수리로 하여금 취조를 시키겠다' 말했던 적이 있었다. 그 말에 푸른 솔새의 입이 즉각 열렸다. 네르드의 잔혹함을 겁냈기 때문이었다.
그런 푸른 솔새 역시 세작이 아니던가.
세작들을 정말 아낀다면 변절에 대해 분노할 수는 있겠지만 '취조가 끝난 시신을 본 체이스가 사흘 동안 밥을 먹지 못했을 만큼' 잔혹하게 보복하지는 못한다. 칼리안이 그러했듯이.
"게다가 자네 행동이 참으로 모순되지 않은가. 자네는 아홉을 빼돌렸네. 그런데 내 앞에서 독을 먹으려 했고 둘을 죽였을 때 입 속의 독을 뱉었네. 그 후에 내가 질문을 했으나 자네는 말하지 않았지. 때문에 하나를 더 죽였고, 남은 여섯을 모두 죽이겠다 했을 때 입을 열었네."
네르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정녕 저들을 살리고 싶었다면 독을 깨물려 할 것이 아니라 발악을 했어야지. 그것이라도 해보고 죽을 생각을 하는 것이 진짜가 아닌가. 다 버리고 먼저 죽을 것처럼 굴 때는 언제고 저들이 하나씩 죽어나가자 분노한다는 것은 완벽한 모순이니."
네르드는 검을 들어 앨런을 공격하지 않았다.
굳이 숨소리를 드러내가며 독을 쓰려 하고 있음을 티냈다. 앨런이 막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취한 행동이라는 뜻이다. 그것조차 시간을 끌기 위한 일이었으리라.
게다가 네르드는 시간을 벌어야 하는 이유도 알려 준 셈이었다. 남은 여섯을 다 죽이겠다 했을 때 즉각 입을 열었지 않나.
"하나라도 살아서 도망쳐야 전사들을 이 곳으로 다시 부를 터이니 그리 굴었겠지."
네르드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바뀌었다.
앨런은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기대하지 말게. 아무도 오지 않는다네."
여섯 개의 플레임 스피어가 바닥으로 떨구어졌다.
* * *
두 개의 알약.
네르드와 마주 앉은 체이스는 앨런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개의 알약을 테이블에 올려놨다. 그리고는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무엇인지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설명해야 할까?"
생과 사.
두 개의 길을 내어 줄 약을 보던 네르드가 대답했다. 세작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물건을 취급했던 네르드였으므로 그 정도의 약은 충분히 구분할 수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저하."
"그래."
체이스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졌다.
"다만 선택지를 주기는 어렵겠구나."
그렇게 말한 체이스가 둘 중 하나의 약을 집어 바닥에 버렸다. 버려진 것은 죽음을 가져다 줄 독이었다. 그것이 네르드에게는 한 줄기 희망이었다.
그의 눈과 입과 귀를 앗아갈 평생토록 보고 듣고 말하지 못하는 생을 안겨 줄 독이 남았다.
고요한 숲 같던 미소와는 결코 어울릴 수 없을, 마치 카이리스의 혹독한 겨울을 옮겨놓은 듯한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으니."
"······ 저하."
체이스의 손짓에 따라 그의 주변에 서 있던 기사들이 네르드의 입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남은 약을 그 입에 털어 넣었다. 네르드는 저항했으나 약을 뱉어내지는 못했다.
"절망 속을 후회로 거닐며 살아보거라."
그 말을 끝으로 체이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나갔다. 들어올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발걸음 소리가 조금씩 멀어졌다.
그것이 네르드가 마지막으로 보고 듣고 불러세우려 한 이의 모습이었다.
* * *
당연하겠지만 테일란의 검은 강했다.
무려 사흘이다.
이끌고 나간 세크리티아의 기사단이 전멸한 상황.
발칸의 마법사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테일란은 카이리스의 기사단을 홀로 막았다. 세크리티아가 마지막 전열을 재정비 할 수 있도록 사흘을 홀로 버텼다. 세크리티아 왕궁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목을 그렇게 막아내던 이가 바로 테일란이었다.
아직 그 날로부터 9년이 앞서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일란은 테일란이었다.
- 서걱!
앞을 막아선 이의 팔을 잘라낸 테일란의 검이 놈의 심장을 반으로 가른 뒤 멈췄다. 검을 회수하는 그의 뒤로 한 명의 전사가 달려들었다. 테일란이 검을 들어 붉은 오러가 맺힌 그 검을 막으려 할 때.
- 콰직!
뼈가 꿰뚫리는 소리와 함께 테일란을 공격하려던 전사의 몸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널브러진 시신의 목에는 팔뚝만한 구멍이 나 있었다. 바람의 화살이 뚫고 지나간 자리였다.
칼리안의 것이었다.
곧 또 다른 곳에서 날아오는 검을 막아낸 테일란이 그의 목을 벴다. 그리고 칼리안에게 향하는 두 명의 전사 중 한 명의 다리를 잘라냈다. 남은 한 명은 심장에 구멍이 뚫린 채 쓰러졌다. 이번에는 바람의 창이었다.
- 화르륵!
멈추지 않겠다는 듯 무언가 타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동시에 놈들의 마법사가 만든 거대한 불덩이가 테일란에게로 쇄도했다.
그것을 막기 위해 테일란의 검이 한층 푸르게 빛난 순간.
[실드]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칼리안이 테일란의 앞에 섰다. 그리고 오러의 방패에 덧씌워진 실드로 화염구를 받아냈다.
- 콰앙!
엄청난 폭발음이 들림과 동시에 사방으로 크기를 늘린 방패가 한 차례의 열폭풍을 막았다. 그와 함께 칼리안은 입 속의 비릿한 무언가를 삼켜냈다.
그런 상태를 테일란이 모를 리 없었다. 테일란이 미간을 찌푸리며 칼리안에게 말했다.
"물러나 계십시오.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은 것을 압니다."
테일란의 말을 들은 칼리안이 잠시 멈칫했다.
테일란이야 알지 못했지만 참 오랜만에 옛 스승의 존대를 들은 까닭이었다. 앨런은 사제의 연을 맺은 이후에도 칼리안에게 계속하여 존대를 했지만 테일란은 그러지 않았으니까.
여전히 살기 가득한 여섯의 전사를 앞에 두고, 그리고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을 한 채로, 칼리안이 여유롭게 웃으며 대답했다.
"짐이 되는 것은 질색이라서."
그리고는 다시 한번 바람의 화살을 만들어 달려드는 전사의 미간을 꿰뚫었다.
테일란이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며 검을 털어낸 뒤 붉은 오러를 만들어내며 달려드는 기사의 목을 벴다. 놈들은 테일란을 오래 상대하려하지 않았다. 마지막 한 놈까지 모두 집요할만큼 칼리안을 노렸다.
하아.
테일란이 세 명의 기사를 베어내는 사이 다시 한번 화염구가 날아들었다. 짧은 한숨을 뱉은 칼리안이 방패를 들어 그것을 막아냄과 동시에 마나를 운용했다.
- 콰앙!
- 쌔애액!
칼리안의 방패에 화염이 막혀 폭발음을 낸 그 순간 바람의 창이 대기를 찢었다.
- 콰직!
잠시 후 한참 뒤에 선 채 화염구를 보낸 마법사의 가슴에 거대한 구멍이 생겨났다.
무슨 일을 당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자신의 상처를 내려다보던 마법사의 몸뚱이가 스르르 무너져내렸다.
- 쿵!
그것을 끝으로 칼리안에게 덤벼들었던 열 여섯의 전사가 모두 죽었다. 하나 하나의 무력은 처음 칼리안을 공격했던 다섯의 전사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하지만 까다로운 이들이 열 여섯이나 되니 테일란 혼자 놈들을 상대하게 둘 수가 없었다.
다행인 것은 지금껏 칼리안이 검을 꺼내지 않은 것에 대해 테일란이 큰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칼리안은 테일란에게 검술을 배웠다.
아니, 지금의 칼리안이 사용하는 검술은 오히려 테일란보다 나은 면이 있었다. 앞으로 10년 동안 더 다듬어질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혹시라도 테일란에게 나쁜 영향을 줄까 하는 마음에 검을 쓰지 않았다.
그 이유를 단순히 몸 상태 때문이라 생각하고 넘긴 테일란이 입을 열었다.
"살려두지 않아도 괜찮은 겁니까."
"왜 공격했는지 알게 되었으니 괜찮습니다."
칼리안이 새하얗게 질려있는 얼굴로 웃었다.
그 손에 들려있는 검은 조약돌을, 테일란은 보지 못했다.
* * *
플란츠가 인상을 찌푸렸다.
신 향기가 맞은 편에 앉아있던 플란츠에게까지 닿은 까닭이다.
잠들듯이 쓰러진 것인지 혹은 쓰러지듯 잠든 것인지.
아무튼 칼리안은 왕궁으로 돌아오기가 무섭게 하루를 침대 위에서 보냈다. 얀이 걱정하는 소리가 플란츠의 방까지 울렸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칼리안에게 앨런이 잠시 다녀갔다. 그 뒤 칼리안은 귤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비척비척 4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것을 까먹기 시작했다.
"······ 무슨 짓이지."
라고 벌써 네 번을 물었다.
배고프니까 잠깐만 기다려달라 답했던 칼리안은 플란츠의 방에 신 귤 냄새가 가득 찬 뒤에야 입을 열었다.
"브리센을 완전히 조각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왜."
뜬금 없는 소리였으므로 플란츠가 되물었다. 그리고 칼리안은 주머니 속의 돌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두며 말했다.
"놈들이 굳이 저를 노릴만한 이유는 이것뿐입니다. 말씀드렸지만 카이리시스에서 특별히 나쁜 짓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이렇게 말하며 작은 소리로 웃은 칼리안이 말을 이었다.
"놈들이 이 돌과 비슷한 기운이 느껴지는 힘을 쓰고 있기도 했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제가 이 돌을 얻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저를 노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저를 노리기는 했지만 왕자의 신분이니 쉽게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언제든 공격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요. 거기까지 생각을 하니까 문제가 풀렸습니다."
"그러니까. 뭔데."
"텐실과 대사막이 손을 잡았다는 정보도 새들이 전했습니다. 그 정보를 받기가 무섭게 저를 공격했고요. 그러니 제가 아니었다면, 형님이나 체이스 왕세자님이 아니었다면, 누구든 이번 공격이 텐실의 짓일 것이라 생각했을 겁니다. 브리센 후작이 그리했던 것처럼요."
그러니 이 얼마나 좋은 기회란 말인가.
공격은 공격대로 가하고 책임은 텐실에 전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저를 공격할 시기를 보던 중에 대사막과 텐실이 손잡으리라는 것을 알게 됐고, 이 때다 싶어 들이닥친겁니다. 전하께서 이번 일의 배후가 텐실의 짓일 것이라 생각하시게 하기 위해서요."
칼리안은 조금 전 꺼내 둔 돌을 가리켜보이며 말했다.
"그렇게 눈가림을 만들어 둔 뒤 제가 이 힘을 쓸 줄 아는지를 확인해보려던 것 같습니다. 확인하는 김에 그냥 죽여버릴 생각을 했을 수도 있고."
돌을 빼앗을 목적 혹은 칼리안을 죽일 목적은 아니리라 생각했다. 같은 것을 가진 시아가 멀쩡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시아를 굳이 공격하지 않았다.
반면 칼리안은 오러를 쓸 줄 알았다. 그것도 어느 순간 갑자기 드러나게 된 힘이었다. 그러니 의심한 것이다.
"제가 이 돌의 힘이 무엇인지 알아낸 것은 아닌지, 그래서 그 힘으로 검의 길에 오른 것은 아닌지. 그 점을 확인해보려 한 것 같습니다."
그것이 칼리안의 결론이었다.
테일란과 함께 놈들을 상대했을 때 놈들의 붉은 오러가 빛날 때마다 함께 반응하던 조약돌을 떠올리던 칼리안이 그렇게 말했다.
"놈들의 힘과 이 돌은 분명 관련이 있습니다. 다만 제 힘은 그런 가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겁니다. 게다가 여러모로 저를 더이상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한 셈이 되었으니, 당분간은 공격하지 않을 듯 합니다만."
잠시 말을 멈춘 칼리안이 시스파니안을 떠올렸다.
"끝은 아닐 것 같습니다. 저를 건드려 볼 만큼 중요한 비밀이 얽혀있다는 말이기도 하니까요."
플란츠가 가만히 눈을 감았고 칼리안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어차피 왕이 되실 생각도 없고 왕궁에 머무실 생각도 없다면, 브리센에 가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브리센이라니."
"란델 형님과의 일이 해결되면 브리센은 고스란히 살려서 형님께 드리겠습니다. 놈들 힘이 보통이 아닌 것 같으니 브리센도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준비하듯 계속 힘을 키워왔던 칼리안이다. 그런데 이제는 브리센의 힘도 있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 내 아우님이 나를 참 귀찮게 하시는군."
칼리안이 생글생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브리센에서 고양이 키우십시오. 수도 떠나지 않으셔도 되도록, 방법은 제가 찾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