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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Your turn (104/104)

제8장 Your turn

2019년 8월 15일.

언제나처럼 나는 아내와 함께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인디펜던트 호텔로 나들이를 갔다. 불꽃놀이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자리라 매년 행사를 하는 곳이다. 인디펜던트 호텔은 말 그대로 독립문을 모티브로 만든 5성급 호텔로, 쌍둥이 빌딩 위에 접시 형태의 대형 구조물이 얹혀 있다. 하늘에서 보면 태극 모양으로 되어 있기에 대한민국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쌍둥이 빌딩은 각각 스마트그룹과 버지니아 그룹이 투자했다.

대현건설에서 지었는데 건설 난이도가 역대급이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역시나 옥상의 태극정원. 수영장과 정원이 멋지게 조화를 이룬 곳이며 간혹 실외 오페라가 열릴 정도로 최첨단 시설이 즐비하다. 관광객이 차고 넘치는 곳이기에 오너인 내가 나서도 태극 정원의 4분의 1만 예약이 가능했을 정도다. 뭐 4분의 1이라고 해도 600평 이상이니 파티를 열기에 불편함은 없다.

“오늘따라 노을이 정말 아름다워요.”

“매년 보면서 볼 때마다 감탄하네. 안 지겨워?”

“지겹긴요? 강바람도 시원하고, 당신과 춤추기엔 이보다 좋은 곳이 없죠.”

정원에는 이미 소규모 관현악단이 연주를 하고 있기에 케이는 내 손을 잡고 빙글빙글 춤을 즐긴다. 금발이 은발로 바뀌어 가는 케이였지만 아직 내 눈에는 아름다운 여신 그 자체다. 매년 광복절이면 이런 모임을 가진 지도 어느덧 20년이 되어 가기에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아직 불꽃놀이를 하기에는 시간이 한참 남았다. 서로 근황을 물어 가며 저녁 식사를 마칠 때쯤 불꽃놀이가 시작되어 밤늦도록 이어진다. 대한민국 광복절 불꽃놀이는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해져서 일찍 출발하지 않으면 제시간에 도착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서울 시내 지하철이 연장 운행할 정도로 밤새도록 축제 분위기가 이어진다.

“허허, 춤추는 모습을 보니 20년 전의 결혼식이 생각나는구려.”

“작년에는 출소하던 때가 생각난다고 하시더니.”

“그게 그 말 아닌가. 같은 날짜인데. 하하하.”

어디선가 정헌몽 회장이 샴페인을 들고 나타났다. 매년 그가 골라 온 샴페인으로 파티를 하는 것도 재미 중의 하나다.

“어머, 정 회장님은 나날이 젊어지시네요.”

“아름다운 여성분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니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잠시 남편분을 빌려도 될까요?”

정 회장은 농담이 많이 늘었다.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자동차 회사와 반도체 회사를 가지고 있는지라 농담에서도 거물의 느낌이 묻어 나온다.

“호호호, 빌려 가세요. 불꽃놀이 전에만 돌려주시면 돼요.”

“여보, 늦지 않게 갈게. 얼른 가 봐, 저기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네.”

“오케이!”

케이도 나름 바쁜 자리다. 저 멀리 관현악단 옆에 젊은 여성들이 케이를 바라보며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매년 케이는 이 자리에 여성 CEO들을 초대해 같이 시간을 보낸다. 서로의 사업 정보를 연결해 주기도 하고 자금력이 부족한 유망 벤처의 경우는 투자 설명회를 알선해 주기도 한다. 파라곤 상임이사가 직접 나서는 자리이니, 여성 CEO들은 오늘 하루를 위해 1년 내내 준비했을 것이다.

정 회장은 내게 긴히 할 말이 있는지 사람들이 뜸한 곳까지 나를 데리고 갔다. 멋진 정원수가 보안요원을 대신하는 곳에서 정 회장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유 회장, 정부에서 의견을 물어 왔네.”

“정부라뇨? 저는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잖습니까.”

내가 정치를 혐오하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얘기다. 내게 정치 자금을 요청하는 정치인은 언론에 대대적으로 폭로해 낙마시키고, 나를 정치 술수에 끌어들이려는 보수 언론사는 검은 자금줄을 끝까지 공격해 방송사와 신문사를 파산시키고 해외 부동산까지 깡그리 박살 내 버렸다.

“알고 있네. 그러니 내게 접촉을 해 왔겠지. 이번 건은 단순한 국내 정권 싸움이 아닌 것 같더군.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과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 태평양 다자무역 협정’ 중 어느 것에 합의하는 것이 유리하겠냐고 조언을 구해 왔네.”

“으흠, 쉬운 결정은 아니군요. 그래도 그건 정치권에서 결정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그래서 조언을 구하나 보이. 스마트그룹과 대현그룹의 한 해 수출액은 대한민국 GDP의 30%가 넘네. 경영 전략에 좀 더 유리한 파트너를 알려 주면 우선 협상을 하겠다고 하더군.”

“그럼 양쪽에서 내놓은 당근은 무엇인가요? 채찍이야 당연히 관세 협박일 테니.”

“미국은 인도와 아세안 지역 해상 무역의 허브로 한국을 파트너로 삼겠다고 한다더군. 중국은 그와 달리 좀 더 정치적이네. 3년 이내에 시베리아 천연 가스관을 북한을 통해 남한까지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겠다고 하더군.”

“저는 몰라도 대현은 중국의 제의를 거절하기가 곤란하겠군요.”

“솔직히 그러네. 중국 내 자동차 산업도 그렇고 말이지. 전기 자동차는 스마트 클라우드도 신경 쓰고 있는 프로젝트지 않나.”

머리가 복잡해졌지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고래들이 싸우는데 뾰족한 해결책이 있을 리가 있나. 우리야 안 다치게 적당히 양다리 걸쳐야지. 솔직히 스마트 클라우드가 주도하는 첨단 산업을 배제할 국가는 있을 수 없기에 가능한 선택이다.

“그냥 양쪽 다 서명하라고 하세요. 어느 한쪽 편을 들 수 없잖습니까.”

“어떻게 그리하나? 관세 보복을 할 수도 있네.”

“전략 사업을 양쪽 모두에게 붙여 주면 되죠. 대현을 필두로 자동차 및 중공업은 중국과 협력, IT는 미국과 협력. 뭐, 이런 기조로 양국에 정치를 좀 해야죠.”

“그러면 중국에서 스마트 클라우드를 압박할 수 있어. 중국 전자 결제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피해가 생길 수 있네.”

“저야 클라우드 서비스가 관건이고, 현재로선 미국이 더 중요하니 어쩔 수 없지요. 시진핑 주석이 대놓고 나를 압박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대현은 중국과 일대일로 사업에 숟가락 얹으세요. 천연 가스관 사업이면 러시아도 낄 테니 정 회장님 전문이지 않습니까.”

“하하하, 그리 말해 주니 내 마음이 한결 편하구먼. 그리 전하겠네. 아우성이야 치겠지만 정치권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이지.”

“외려 그런 문제보다 저는 정 회장님에 대한 소문이 더 궁금한데 말입니다.”

나는 샴페인으로 입술을 적시며 그간 묻어 두고 있던 소문의 진실을 물었다. 정 회장은 대현그룹을 전문 경영인 체제로 만들겠다고 전경련에서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명예 회장으로 물러나며 아들을 그룹 총수로 올릴 줄 알았는데 말이다.

“내 은퇴 소문 말인가?”

“예. 사실입니까?”

“사실이네. 결국엔 내 형제들도 받아들일 걸세. 최근 조선 산업이 죽었다 살아난 것을 생각해 보면 아찔하네. 임원들이 말리지 않았다면 조선사를 해외에 매각할 뻔하지 않았나. 제대로 된 판단을 못 할 정도로 늙었다는 증거이네.”

“자동차 산업은 잘 이끌고 계시지 않습니까.”

“칭찬은 고맙네만, 그것도 내 능력은 아닌 것 같네. 각 산업에 전문가를 들여야지.”

“전문 경영인은 단기 경영 성과를 바라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건 감안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9년 임기를 보장해 주기로 했네. 이사회에서 3년에 한 번씩 중간 평가를 하기로 했고 말일세.”

나름 준비를 철저히 했나 보다. 내가 생각한 방식과 거의 유사하다. 정 회장이 나와 사석에서 교감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생각이 비슷해진 것이리라.

“그럼 축하드려야겠군요. 이제 돈 쓸 생각만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나도 유 회장처럼 이런 멋진 호텔 하나만 더 짓고 은퇴하려고 하네.”

“하하하, 이 호텔이 부러우셨나 보죠?”

“하하, 들켰나? 솔직히 부러운 것은 이것뿐이 아니지. 자네 아이들도 무척이나 부럽다네. 우리 아이들이야 기계를 만져서 그런지 영 세련되질 못했어.”

“아드님께서 들으시면 억울해하겠습니다. 서울 모터쇼의 슈퍼스타인데 말입니다.”

“에이, 그거야 애비 그림자를 벗어나 제 살길 찾는다고 그러는 거지. 개발팀장이 그것도 못하면 어째? 해고해 버려야지.”

“하하하, 더욱 서글퍼 하겠는데요?”

정헌몽 회장은 아들이 제몫을 못하면 해고한다는 말을 자연스레 한다. 재벌가도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총수 일가가 그룹 내 임원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그조차 전문 경영인의 후보자 중 한 명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오너 리스크를 없애 버리는 것이 초일류 기업으로 나아가는 전략임을 이제 대부분의 재벌가들이 알고 있다. 한때 잘나갔던 신성이 이젠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그 어떤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연매출 1조 원대의 중견 재벌로 가라앉아 버린 것이 반면교사가 되었다.

나처럼 파이오니어의 이재훈 부회장, 스마트폰의 김근업 부회장, 반도체의 오성재 부회장, 태블릿 PC의 워즈니악 사장, 스마트 스토어의 권재욱 사장, 해외법인장의 대부 이태훈 사장 등등 각 분야의 슈퍼스타들을 키우고 해당 사업체를 맡기는 것을 정답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 LK가 가장 행동이 빨랐다. 구무본 회장이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언으로 남겼기에 전문 경영인이 대거 등용되었다. 그래서 지금 OLED 디스플레이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의 80%를 육박할 정도다. 물론 내가 좀 조언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

쿵쿵, 짝짝. 촤아아앙~

어디선가 특유의 박자로 K-pop 인트로가 시작된다. 광복절 불꽃쇼에 앞서 벌어지는 이벤트다.

“어이쿠, 벌써 시작인가? 올해는 어떤 멋진 쇼를 구경하려나?”

“보나 마나 보이 그룹일 겁니다.”

“허허, 올해도 아내분께 졌나 보이.”

“저는 솔직히 트와이스는 꼭 초대해 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내년에는 나도 기대함세. 여하튼 가세. 유 회장도 늙은이랑 얘기하는 것보다야 저쪽이 흥겹지 않겠나.”

몇 년 전에 이벤트로 K-pop 스타를 초대한 적이 있었는데 초대 손님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와아아아아! 슈퍼M이다. 슈퍼M!”

누군가 보이 그룹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 내가 보기엔 신인 같은데 말이다. 스마트폰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촬영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스마트튜브가 활성화되다 보니 너무나도 익숙한 장면이다.

“오오오, 오빠들이 내 눈앞에 있어. 내가 직접 보고 있다고.”

“어이 상실이네. 그게 뭔 대단한 일이라고….”

한쪽 구석에서 열심히 스마트튜브 촬영을 하고 있는 내 아이들이 보인다. 한창 사춘기라 서로에 대한 대화가 아주 공격적이다.

“넌 저 퍼포먼스가 안 보이냐?”

“이게 오빠한테!”

“됐고. 나 촬영하니까 음소거.”

이란성 쌍둥이라 아들딸을 한꺼번에 얻은 것은 무척 행운이지만, 남매의 특성상 하도 티격태격해서 집안이 잠잠할 새가 없다.

K-pop을 비롯한 한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한국의 국격이 올라간 만큼 한국에서 뜨면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된다. 이제 빌보드 차트에 K-pop이 올라가는 것도 자연스럽게 여겨질 정도다. 물론 스마트튜브가 한몫을 했고, K-pop 흥행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잘 만든 뮤직 비디오가 한 편 나올 때마다 광고주가 떼로 몰려드니까 말이다.

“어라, 너희는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아? 다른 이들은 모두 서빙하고 있는데.”

“아빠! 이것만 보고요.”

“지혜야, 그럼 다음부터 이 모임에 참석할 수 없어. 세상에 공짜는 없잖아.”

“아빠, 지혜는 그냥 공연 보라고 하세요. 내가 2인분 서빙할게요.”

“오?”

강인이가 휙 하니 주방 쪽으로 사라진다. 방금 전까지 티격태격하더니 그래도 오빠 노릇을 하는 격이다. 이 모임에서는 모인 이들의 자녀들이 서빙을 담당한다. 재벌가 후손들이 서빙 따위를 왜 하냐고 비아냥거리는 집안은 처음부터 이 모임에서 아웃이다. 갑질부터 배우는 집안의 미래는 뻔하기 때문이다.

이곳에 있는 십 대들은 자신들이 기업 CEO들의 서빙을 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특혜라는 것을 안다. 귀족이 되려면 남을 정중하게 대접하는 방식을 알아야 하는 법이다.

“허허, 역시 유 회장이 아이들 교육은 잘 시키는군.”

“할아버지, 안녕하셨어요.”

“허허, 지혜 많이 컸구나.”

“호호호, 뭐 좀 갖다 드릴까요?”

“이거에 잘 어울리는 뭔가가 없을까?”

“샴페인에 잘 어울리는 안주를 찾아볼게요. 잠시만요.”

정 회장이 손에 들고 있던 샴페인 병을 흔들어 보이자 지혜도 발걸음이 빨라진다. 어느새 제 몫의 일을 하고 있다. 빈 테이블이 순식간에 샴페인과 안줏거리로 풍성해졌다.

“어머, 이제 파티 시작인가요?”

“허허, 슬슬 빌려 간 유 회장을 돌려주려고 했더니.”

“호호, 제 건 제가 찾으러 와야죠.”

어디선가 케이가 나타나 합류하자, 재훈이와 권재욱 사장을 비롯해 스마트 클라우드의 핵심 멤버들도 자연스레 모여들었다. 불꽃놀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피유우우욱~ 펑! 펑!

“우와아아아아! 시작이다!”

“브라보! 대한독립만세!”

“브라보! 코리아 브라보!”

“브라보!”

저 멀리 불꽃놀이가 시작되자 각자 샴페인 잔을 높이 들고 브라보를 외쳐 댔다. 마치 파도타기를 하는 듯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여기 모인 CEO들만 해도 대략 200명이 넘는다. LK와 대현을 제외하면 원래 역사에서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신생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시총 1조 달러 축하합니다!”

“축하!”

“브라보.”

“축하합니다!”

누군가 올해 스마트 클라우드의 성과를 축하해 줬으며 그 축하 건배 또한 파도로 넘어왔다. 기쁘기 그지없는 일이다. 세계 100대 기업 중에 10개 이상이 한국 기업이며, 500대 기업으로 확장하면 60여 개가 한국 기업이다. 물론 1위 기업은 당연히 스마트 클라우드이다. 지난달 미국 증시에서 스마트 클라우드의 시가 총액이 1조 달러를 넘었다. 가히 인생의 최절정이라고 할 것이다.

“한 말씀 하셔야죠!”

“와아아아아!”

방금 전까지 K-pop이 울려 퍼지던 무대가 비워지고 그쪽으로 나아가도록 사람들이 훅 하고 길을 열어 준다. 무대 앞에서 케이가 샴페인 잔을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마치 때가 되었다는 것처럼 말이다. 집사람이 동의했으니 이때가 그때가 맞다.

뚜벅. 뚜벅.

지이이잉~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서자 스피커가 리셋된다. 저 멀리서 불꽃놀이가 절정으로 치닫고 등 뒤에서는 현악 오케스트라가 은은하게 음악을 깔아 준다. 내 옆에 케이가 같이 서자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늘 하던 짧고 간단한 건배 제의와 달리 연설을 할 듯해 그랬을 것이다.

“다들 즐거우신가요?”

“에에~”

“하하, 저도 오늘은 정말 즐겁네요.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가시는 CEO분들, 미래를 열어 나갈 벤처 CEO분들이 함께하시는 자리라 더욱 기쁩니다. 우리 부부가 특별한 건배 제의를 하기에 오늘처럼 적당한 날은 없을 것 같습니다.”

“오오오.”

“저희 부부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스마트 클라우드와 버지니아 트레이딩이 시총에서 나란히 1, 2위를 기록했으니 더 이상 경쟁을 한다면 부부 싸움이 날 것 같군요.”

“하하하하!”

사람들이 웃었지만 몇몇 사람들은 내 말의 뉘앙스를 알아듣고 눈이 동그래졌다.

“이제 30년 가까이 일을 했으니 내려놓을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행히 각기 사업을 이끌어 가실 분들이 이렇게 차고 넘치니 미래를 걱정할 이유도 없을 것 같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제 사업가가 아니라 일반인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물론 수한케이라는 재단을 운영하며 벤처 기업을 지원하기로 했으니 소일거리는 있는 셈이군요.”

“오오오오! 은퇴하시는 겁니까!”

“이보게, 수한. 이건 반칙이네. 내가 먼절세. 하하.”

정 회장이 샴페인 잔을 들고 축하를 해 준다. 우리 부부는 샴페인 잔을 허공에서 부딪치며 말을 이어 갔다.

“전 세계의 모든 벤처 사업가에게 고합니다.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당신! 당신에게 부족한 것이 행운이라면 우리가 채워 주겠습니다. 수한케이 재단은 언제나 여러분께 열려 있습니다. 지금 도전하십시오.”

“와아아아아!”

“이제 당신 턴입니다.”

쪽!

케이는 내 연설이 마음에 들었는지 뺨에 뽀뽀를 하며 즐거워한다.

“Your turn!”

케이가 잔을 높이 들며 건배 제의를 한다.

“Your turn!”

펑! 펑! 펑!

촤촤창~ 촤촤촹~

“와아아아아아!”

불꽃놀이, 음악, 사람들의 환호성이 어울려 샴페인이 공중으로 마구 솟구친다. 사방에서 퍼부어지는 샴페인에 흠뻑 젖어도 즐겁기 그지없다. 여름밤에 은퇴하는 보람이 있다. 사방에서 스마트폰으로 내 은퇴 연설을 퍼 나르는 모습도 보인다. 내 아이들도 서빙에 사용하던 쟁반을 마구 돌리며 즐거워한다.

내가 꿈에 그리던 모습들이었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미래로 나아가는 것.

그 옆에 사랑하는 이와 동료가 있으니 깜깜한 어둠이 아니라 환한 빛을 향해 걸어간다.

인생에 그보다 기쁜 일은 없다.

<완결>

작가 후기

후기를 쓸까 말까 하다가 그동안 아껴 주신 독자분들께 인사 말씀을 드려야 하겠기에 부족하나마 글을 보탭니다.

원래 ‘재벌을 넘어 귀족으로’는 200화를 목표로 글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저로서는 연참은 너무 힘들어서 대신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올려 보자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작품 초안부터 시작하면 대략 7개월 가까이 하루도 쉬지 않고 꾸준히 글을 썼는데, 독자 여러분께서 아껴 주시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았겠지요.

글로나마 독자 여러분께 감사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체력적인 한계로 못다 한 얘기가 좀 있긴 합니다만 원래 생각했던 회차로 마무리했습니다. 언론사와의 갈등, 일본 기업과의 경쟁, 중국에서의 활약상 등등 몇 가지 에피소드를 생각하긴 했습니다만 여태 적어 온 에피소드와 비슷한 일의 연속이기에 독자분들께 드릴 만한 글이 아니라 여겼습니다.

일단 한두 달 정도 운동으로 기력부터 채우고 더 나은 이야기로 돌아와 독자님들을 다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에 행운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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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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