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2장 커피와 도넛(2) (97/104)

“심야 표 끊어 놓고 기다리지, 뭐.”

“기다린다고요? 오호, 좋아요. 그럼 그동안 커피 한 잔 해야겠어요. 따뜻한 카푸치노에 생크림 잔뜩 얹어서… 아, 여기 커피숍이 어디 있더라?”

“잠깐만. 음악 소리 들리지 않아?”

“에에?”

케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니 전광판 시간이 저녁 7시 정각을 가리켰다.

“Last Christmas, I gave you my heart.”

어디선가 감미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골목 어귀마다 전자 바이올린, 신디사이저, 드럼을 든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중앙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버스킹이다!”

“와우! 멋진데!”

케이뿐 아니라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깜짝 놀랐다. 지나가던 행인이 외투를 벗으니 근사한 연미복 차림인 것도 놀라운데 그가 가방을 열고 바이올린을 꺼내 드니 말이다. 앰프에 연결하자 음악이 더욱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I’ll give it to someone special.”

센터에 자리 잡은 뮤지션의 음색은 조지 마이클 못지않게 멋졌다. 가히 문예일보가 올해의 신진 아티스트로 지목할 만하다. 나는 재작년부터 문예일보가 주관하는 예술 지원 프로그램에 매년 상당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이 거리 음악회도 무명 뮤지션들에겐 자신을 알리고 수입도 생기는 소중한 기회다. 주변에는 세금을 아끼기 위한 기부라고 둘러댔지만, 사실 케이에게 이런 이벤트를 한번 해 주고 싶었다.

노래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중앙 광장의 세팅은 가속도를 더했다. 음향은 더욱 커지고 더욱 세련되게 변했다. 중앙 광장을 둘러싼 건물 옥상에서는 조명이 뿌려졌으며, LK 전광판에선 뮤직 비디오가 나왔다. 심지어 야외용 난로까지 옮겨져 훈훈한 불꽃을 피워 댔다.

음악 소리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급기야 박자에 맞춰 가볍게 몸을 흔드는 이들이 늘어났다.

‘Last Christmas’를 비롯한 익숙한 곡들이 이어지다 어느새 편곡한 곡이 흘러나오더니 들어 본 적 없는 창작곡이 울려 퍼졌다. 어떤 이들은 열심히 손뼉을 치며 박자를 맞추고, 어떤 이들은 건물 창가에서 맥주를 마시며 듣는 등 나름 자신만의 방식으로 거리 음악회를 즐겼다.

“너무 멋져요. 이거 수한 씨가 기획한 거예요?”

“응. 앞으론 겨울휴가를 시카고보다 한국에서 보낼 기회가 더 많지 않겠어?”

“호호호, 매년 이런 멋진 공연이 이곳에서 벌어진다는 말인가요?”

“당연하지. 매년 뮤지션도 바뀔걸. 이거 생각보다 지원금이 커.”

“이야, 8월엔 광복절 불꽃놀이, 12월엔 크리스마스이브 음악회.”

“오! 바로 아네. 이런 공연이 전국에서 벌어지지. 음악은 나눈다고 작아지지 않잖아. 누구나 즐길 수 있지.”

쪽!

군중 속에 파묻힌 케이가 살짝 뒤돌아보며 내 뺨에 뽀뽀를 했고 나는 케이를 등 뒤에서 안아 주었다. 쌀쌀한 날씨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몰려든 사람들의 열기로 중앙 광장은 단번에 후끈 달아올랐으니까 말이다. 돈 쓰는 건 참 재밌는 일이다.

    • *

「차세대 폰 전쟁이 반도체 AP로 번지다」

「AP의 핵심 기업 ARM사가 멀티코어 특허를 보이콧하다」

2003년 2월은 IT 업계에 아주 엉뚱한 사태가 발생하면서 시작되었다. 듀얼코어 AP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비밀로 할 필요가 없게 되어 버렸다.

「ARM사는 자사의 코어를 탑재하는 모든 AP에 대하여 정당한 로열티를 부과하고 있으며, 라이선스를 지불한 AP의 사용에 대해서 그 어떤 제한을 가하는 것도 반대한다. 특히 일부 메이커가 멀티코어 기술에 대한 특허를 등재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반대하며, 해당 특허를 발휘하고자 한다면 ARM사는 자사와의 라이선스 계약 위반으로 간주하여 코어 사용 금지 처분에 적극 나설 것이다.」

ARM사가 아예 멀티코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고 나선 것이다. 멀티코어에 특허가 등재되면 ARM사의 라이선스 비용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최악의 경우에는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으면서 라이선스 비용이 극단적으로 깎일 것을 우려한 탓이다.

아마도 애플 쪽에서 멀티코어 특허 등재를 하는 것에 대해 ARM사와 물밑 거래를 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OS 버그 문제로 시끄러운 MS는 그런 물밑 접촉을 할 정신이 없었을 테니까.

“수한아, 너도 이 기사를 보기 전까진 몰랐다는 거냐? 너 ARM사의 대주주잖아. 자그마치 지분을 20% 넘게 가지고 있다며?”

재훈이가 어이없다는 듯 비즈니스 위크를 흔들어 댔다. 하긴 재훈이는 억울하긴 할 것 같다. 보안 때문에 앱 개발자들에게 듀얼코어용 앱을 개발하게 시키지도 못하고, 안드로이드 OS만 업그레이드한다고 고생깨나 했으니까 말이다.

“대주주지만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아.”

나는 ARM, 퀄컴, Flomerics 같은 기술 중심의 회사에 투자했지만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나로 인한 나비효과로 기술 개발이 원래 역사 대비 엉뚱하게 흘러가 버리면 곤란하지 않나. 여하튼 멀티코어 개발이 세간에 알려져 버린 꼴이라 당황스럽긴 하다. 온갖 잡지에서는 듀얼코어 AP가 스마트 클라우드, 애플, MS에서 차세대 폰에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단언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휴. 됐고, 여하튼 나로서는 일이 좀 쉬워졌다. 앱 개발자들에게 듀얼코어 AP의 존재를 알릴 수 있게 되어서 말이야.”

“그래, 그렇게 좋게 생각하자.”

“그럼 스마트 클라우드 개발자 회의에 앱 개발자들 참석시켜도 돼?”

“그건 신중하게 판단해 줘. 만약 다른 회사와 접점이 있다면 여전히 보안 이슈는 있잖아.”

“걱정 마. 대부분 파이오니어와 3년 계약을 한 업체들만 참석시킬 테니까. 정보 보안 각서도 제출하라고 하지, 뭐.”

“그 정도면 괜찮겠네.”

“차주부터 참석시킬게.”

“그러든지. 그런데 재훈이 너 오늘 참석 안 하냐? 난 참석할 건데.”

“회장님께서 웬일이셔?”

“웬일이긴, 오늘은 워즈니악의 날이잖아.”

“오늘이 벌써 5주 차냐? 그럼 못 빠지겠네. 내 차로 가자.”

스마트 클라우드에도 개발자 회의가 생겼다. 워즈니악이 요청한 것 중 하나였는데, 스티브 잡스처럼 무대에서 개발자들을 앞에 두고 발표를 해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연구소, 개발자, 디자이너가 한 주씩 돌아가며 발표를 하는데 오늘을 워즈니악이 발표자로 나선다.

첫 번째 발표 때 워즈니악은 AP의 레이아웃을 잡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작은 냉장고를 들고 나왔다. 물건을 집어넣고 뺄 때 가장 효율적인 배치가 어떤 것인지 냉장고에 음료수, 과일, 냉동 음식 등을 넣었다 빼는 것을 예로 들며 개발자들과 소통을 했다. 온갖 아이디어가 속출했고, 단 3시간 만에 듀얼코어 AP의 레이아웃이 결정되는 기적을 선보였다. 유쾌하고 직관적이기까지 해서 그의 발표는 개발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였다. 보안 때문에 동영상을 찍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 *

“안녕하십니까. 워즈입니다.”

“하하하하!”

통역을 하니 농담이 아닌 것처럼 되었지만 그는 농담으로 개발자 회의를 시작했다. 영어권 개발자들은 크게 웃으며 화답해 줬다. 워즈니악은 잠시 말을 늘이는 것만으로 ‘Hello. I was… (안녕하세요, 내가 왕년에…)’ 하고 허풍을 늘어놓으려는 사람처럼 보였으니까. 여하튼 유쾌한 사람이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셨군요. 오늘 우리가 대화를 나눌 주제는 듀얼코어의 성능을 최대한 향상시킬 방법이겠죠? 안드로이드 엔지니어들과 반도체 개발자들이 가장 많이 질문한 것 중 하나일 겁니다.”

휘이익~ 짝짝짝짝짝.

개발자들이 휘파람 및 우레와 같은 박수로 반응했다. 기술적으로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것은 워즈니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도 사람인지라 듀얼코어 성능 향상에 대한 제안을 가져오는 데까지 대략 5주가 걸렸다. 그동안 그가 머리를 맞댄 개발자들이 100여 명은 넘을 것이다.

“제가 말씀드렸죠. 엔지니어링은 언제나 자연의 일부를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이죠. 지구 반대편에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고 제어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허튼 생각일 뿐입니다.”

오늘도 스티브 잡스를 은근슬쩍 까면서 인트로를 시작했다. 와중에 자연을 숭배하는 그의 철학도 녹아 있다.

“오늘은 어떤 일례를 들어 볼까? 한참을 고민했지요. 그래서 이렇게 가져왔습니다. 다들 집에서 애완동물 키우시나요? 저는 강아지를 키워 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이렇게 검은 녀석과 흰 녀석을 말입니다. 암수 한 쌍이라고 여겼는데, 아쉽게도 수놈 두 마리였어요.”

“하하하하.”

“문제는 내가 바랐던 얼룩무늬 새끼를 낳지 못한다는 게 아니라 식사 때마다 온통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든다는 데 있었습니다. 분명 밥그릇을 따로 줬음에도 불구하고 따로따로 얌전히 먹는 경우는 거의 없었거든요.”

“……!”

개발자들은 그가 왜 강아지 얘기를 하며 인형까지 들고 나왔는지 바로 이해했다. 장난감 밥그릇을 앞에 두고 서로 싸우다 두 개의 밥그릇 모두를 엎어 버리는 흉내를 낸 것이다. 듀얼코어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다.

연산 load가 듀얼코어에 공평하게 나뉘기보단 한쪽으로 몰리는 경우가 태반이며, 누가 먼저 코어에 도달했나로 load끼리 싸우면서 연산 속도가 더 느려지는 경우까지 발생하게 된다. OS는 분명 두 개의 load에 양쪽 코어로 나뉘라는 뜻으로 우선순위를 동등하게 부여했으니까. 윈도우 NT에서 듀얼 CPU 보드가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이유라고 하겠다.

“자, 누가 말해 볼까요? 이 강아지들이 안 싸우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밥그릇 사이에 벽을 두면 어떨까요?”

“해 보셨나요? 벽을 두면 두 녀석들은 각자 영역을 구축하게 돼요. 물그릇도 따로 쓰고, 잠자리도 따로 하려고 하죠. 나는 한 녀석이 먹다 남긴 사료를 배고픈 녀석이 다 먹어 주길 바라거든요. 우린 한 지붕 아래 같이 사는 가족이니까.”

기가 막힌 비유다. 한쪽 코어에서 연산이 끝나면 다른 한쪽에서 돌아가고 있던 연산은 여유 있게 두 개의 코어를 동시에 이용해야 한다.

“결국 피크 타임에만 두 강아지가 서로 싸우지 않게 하면 된다는 말씀이군요.”

“바로 그거예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강아지들 간에 서열을 정하면 어떨까요? 언제나 검은 녀석이 흰 녀석보다 먼저 먹게.”

“그럼 밥그릇을 두 개로 할 이유가 없죠. 난 식사 준비와 치우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싶어서 밥그릇 두 개를 산 겁니다. 그리고 솔직히 제 강아지들은 교육이 잘 안 됩니다.”

“하하하.”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이 마구 웃어 댔는데 어느 여자 엔지니어가 손을 번쩍 들었다. 워즈니악이 호기심 넘치는 표정으로 지목하자 그녀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간식통을 따로 만들죠! 그러면 될 것 같아요.”

“으음, 간식통이라고요?”

“예. 강아지들이 한쪽으로 몰리면 다른 한쪽에 간식을 살짝 얹어 주는 거죠. 조금이라도 먼저 밥그릇을 선점한 강아지는 먹기 바쁠 테고, 머리를 들이밀려던 강아지는 옆 밥그릇에서 좀 더 맛있는 냄새가 나는 걸 깨닫고 냅다 머리를 틀 거예요. 제가 해 봐서 알아요.”

“오! 역시 경험자가 있었군요. 나도 그 생각이 현재로선 가장 적합한 해결책이라고 봐요. 잠시라도 기다려 준 강아지에겐 나름의 보상을 주는 거죠.”

“……!”

몇몇 엔지니어들은 워즈니악의 말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듣고 있던 나는 2+1 개념의 듀얼코어 AP가 벌써 등장하나 싶어 깜짝 놀랐다. 원래 역사에선 엔비디아가 주창한 개념이었다. 그러고 보니 손을 든 여성 엔지니어가 엔비디아 출신인 것 같기도 하다. 역시 내 회사엔 초일류 엔지니어들이 잔뜩 몰려 있다.

“자! 이제 우리 AP의 레이아웃을 볼까요? 여기 메모리 컨트롤러 옆에 빈 공간이 있지요. 캐시를 삽입해 넣기도 애매한 사이즈예요. 그렇죠?”

워즈니악은 발표 화면에 지난번 1차로 완성된 설계도를 훅 하니 띄웠다. 좌측 하단에 아무런 패턴도 없는 곳을 가리켰다. 반도체를 설계하다 보면 그런 빈 공간이 생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네모반듯한 곳에 작은 네모 칸을 채워 넣다 보면 빈곳이 생기기 마련이잖나. 특히나 AP처럼 하나의 칩에 여러 기능을 집적한 SOC에는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거기에 작은 코어를 설계해서 넣자는 말씀이군요.”

“정확해요! 작은 코어는 코어에 연산을 배분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리고 큰 코어 두 개가 모두 바쁠 때는 뮤직 플레이 같은 작은 연산은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도 있지요. 우린 듀얼코어 AP이지만 조정자를 가지고 있는 AP인 거죠. 이제 우리 집에는 평화가 찾아올 겁니다.”

“오오오오오!”

짝짝짝짝짝!

강아지 인형에 키스를 하며 평화를 논하는 그에게 모두들 환호성을 보냈다. 냉장고를 이용해 AP의 효율을 극대화시키고, 강아지 인형으로 코어 간의 연산 문제를 해결하다니. 리더의 자리에서 사람들을 몰아가고 모든 사안을 마케팅 관점에서 해석하는 스티브 잡스와는 전혀 다른 유의 인물이다. 가히 회로 설계의 전설이라고 할 만하다.

짝짝짝짝짝!

나 또한 기립 박수를 쳐 주었다. 워즈니악은 이 개발자 회의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 자신의 자존감을 세우는 동시에, 관련 부서끼리 얼굴을 붉히는 사무실 회의보다 농담이 잘 먹히는 이런 세미나 형태의 개발자 회의를 셋업했다. 앞으로도 이 개발자 회의는 지속되겠지만 더 이상 AP의 설계 개념이 바뀔 일은 없을 것이고, 소소한 기술적 이슈를 논하는 세미나 형태로 바뀔 것 같다.

“초일류 IT 기업이 되겠… 아니, 이미 우리 회산 초일류 IT 기업이군.”

나는 흐뭇해서 하늘을 날 것만 같았다. 우리 회사도 대기업이니 팀조직으로 내려가다 보면 꼰대 부장이며 밥맛 떨어지는 과장도 있겠지만, 부사장이 넘사벽의 창의성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있잖나.

“수한아, 이거는 특허 내도 될 것 같은데? 멀티코어 자체를 특허로 내는 게 아니잖아.”

“그러네. ARM사가 우리 회사 특허에 딴죽을 걸지는 못할 것 같군.”

옆에 있던 재훈이마저 박수를 치면서 아이디어를 보탰다. 내 친구가 봐도 이건 대박 기술인 모양이다.

    • *

워즈니악은 말투는 느릿느릿하지만 업무는 그렇지 않았다. 김 부사장을 비롯해 모든 이들이 그의 말이라면 적극 동참해 줬기에 새로운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까지 불과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제가 한때 PC를 만들었죠. 그런데 그것도 한물갔어요. 이젠 스마트폰을 만든답니다. 그것도 두 개의 심장을 가진 멋진 제품이죠. 이름하여 New K1!

-스마트 클라우드의 최신형 스마트폰, New K1이 사전 예약 중입니다. 서두르세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TV 광고다. 수염을 멋지게 다듬고 두툼한 배를 쥐고 껄껄 웃어 대는 워즈니악을 모델로 내세웠다. 광고 마지막엔 먹다 남은 사과를 등 뒤로 휙 하니 던져 버리는 장면을 꼭 넣고 싶다고 해서 소원을 들어줬다. 잡스를 도발하긴 싫지만 워즈니악이 좋아하니 어쩌겠나. 스마트 K1에 기여한 사람은 워즈니악인데.

“회장님, 사전 예약이 벌써 100만 대를 돌파했습니다.”

“올해 기존 기록을 깨 봅시다. 연간 4천만 대 목표로 생산 계획을 짜세요.”

“그럼 올해 말 노트 K2의 물량 계획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팀킬이 나지 않겠습니까?”

권 부사장은 어느새 노트 K의 차기 모델까지 언급하고 있었다.

“괜찮아요. 스마트폰과 노트폰은 고객의 취향이 다릅니다. 둘 다 4천만 대를 목표로 하면 될 겁니다. 앞으로 스마트폰은 7월, 노트폰은 11월에 출시하는 걸로 전략을 짜 주세요. 제 예측이 틀리지 않을 겁니다.”

IT 기기의 특성상 서로 팀킬을 하는 경우가 있기에 제품 간 출시 일정을 6개월씩 벌리고, 6개월마다 신제품을 출시해서 관심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 이제 스마트폰의 물량은 연간 1억 대씩 팔리는 수준까지 도달할 것이다.

아마도 다른 진영에서는 난리가 나지 않았을까 싶다. 스마트폰 시장도 반도체 못지않게 1등이 압도적인 이득을 챙겨 가는 시장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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