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8장 적의 목줄을 움켜쥐다(2) (83/104)

“퓨처 K폰 예약했어요. 예약 번호 SM2890071이에요.”

“신규 고객이시면 3년 약정에 12만 원입니다.”

“보상 구매하려고요. S폰도 바꿔 준다면서요.”

“아, S폰 고객이셨어요? S폰은 모델별로 보상금이 따로 책정되어 있어요.”

“산 지 1년밖에 안 된 거예요.”

스마트 스토어 점원은 고객이 S폰을 내밀자 팸플릿에 기재된 모델명을 꼼꼼히 확인했다.

“18만 원까지 보상되는 모델이네요. 3년 약정 안 하시면 퓨처 K폰 정가 60만 원에서 18만 원 제하고 42만 원에 판매 가능합니다.”

“42만 원씩이나 내야 해요? 그럼 아예 신규 구매하는 게 나은 거 아니에요?”

“42만 원을 내시면 기존 통신사와 계약을 계속 유지하실 수 있어요. 스마트 통신과 3년 약정하는 조건을 택하시는 고객에게 퓨처 K폰을 12만 원에 드리는 겁니다.”

“당연히 신규 구매가 낫겠네요. 으흠, 그럼 이 S폰은 어쩐다?”

“다른 분에게 양도하시든, 아니면 저 옆에 가시면 중고폰을 사는 딜러들이 있어요. 말씀 잘하시면 5만 원은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스마트 스토어 점원은 가게 한쪽 구석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을 가리켰다. 고객이 잠시 갈등하는 듯하자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로부터 ‘안 살 거면 비키지?’ 하는 눈초리가 빗발쳤다. 그 기운을 느꼈는지 대뜸 구매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바로 개통되죠?”

“옆에 부스로 가시면 저희 직원이 도와줄 겁니다.”

“이야, 정말 멋지긴 멋지네.”

12만 원을 결제하자 바로 손에 쥐어지는 퓨처 K폰. 만지작거리고 있자니 정말이지 멋지다. 딱 석 달 동안 진행되는 판촉 이벤트라고 하니 인터넷으로 일찍 예약한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이젠 퓨처 K폰은 웃돈을 주고도 산다는 사람이 생길 지경이니까.

출퇴근 시간에 인터넷 동영상을 봐도 되고, 음악을 들어도 되고, 전자 결제도 된다고 하니 얼른 개통해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S폰을 옆에 나란히 두고 보니 어떻게 이런 후진 걸 들고 다녔지 싶을 정도였다. 어쩌다 보니 개통하는 것보다 S폰을 산다는 중고 거래상에게 먼저 줄을 섰다.

요즘 스마트 스토어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 *

「퓨처 K폰 전 세계를 휩쓸다. 중고가가 800불까지 치솟는 기현상」

「반도체 치킨게임 점입가경. 1G 현물가가 1달러 50센트로 역대 최저가 갱신」

「반도체 기업 주가 폭락. 스마트 클라우드만 K폰 판매 호조로 상승세 유지」

퓨처 K폰을 출시한 지 이제 한 달하고 보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모든 이들이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의 실력을 보여 주었다. 휴대폰과 반도체는 생산 목표치의 120%를 달성했으며, 영업맨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신성의 고객사를 끌어당기고 있다.

출혈 경쟁이기에 스마트 클라우드에 적자가 쌓이고 있지만 그에 따라 팍팍 늘어나는 시장 점유율을 보면 그다지 손해도 아닌 것 같다.

분당 집 정원 풀밭에 드러누워 맥주 캔을 뜯으며 K폰으로 신문을 보고 있자니 21세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아직 실시간 동영상을 즐기기는 힘들지만 말이다.

“수한 씨, 뭘 생각하고 있어요?”

“이리 와, 케이. 같이 별이나 보자고.”

“호호호.”

결혼식을 미룬 것도 마음이 쓰이고, 그녀를 내 옆에 두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며칠 전 케이에게 분당 집으로 이사를 오라고 했다. 동거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어서인지 폴짝폴짝 뛰면서 좋아했고, 지금 그녀는 맥주 캔 하나를 들고 내 곁으로 걸어오고 있다.

케이는 내 옆에 앉으며 당연한 듯 무릎베개를 해 주었다. 향긋한 살 냄새에 기분이 좋아진다. 바쁘고 급한 상황일수록 쉬고 싶다는 욕망이 강해지나 보다. 지금 시간이 12시 가까이 되는데 잠을 조금 줄이는 한이 있어도 이 시간이 지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어때요? 잔디를 깎았더니 냄새가 좋죠?”

“응, 좋네.”

정원은 있었지만 나에겐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는데 케이는 이사를 오자마자 정원사부터 고용했다. 웃자란 잔디를 깔끔하게 깎으면 풀냄새가 짙어진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마치 깊은 숲속에 들어온 느낌마저 든다.

“올해 여름은 더울 건가 봐요. 아직 7월도 아닌데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져요.”

“응, 그러네.”

“다들 오늘은 잠을 못 이루고 있겠죠?”

“그렇겠지.”

“퓨처폰 1,000만 대 돌파 기념행사는 왜 안 했어요? 사람들이 잔뜩 기대했을 텐데.”

케이마저 다른 사람들처럼 퓨처 K폰을 퓨처폰이라고 부른다. 케이를 포함해 모든 이들이 새로운 휴대폰임을 인정하고 있음이다.

“그냥… 치킨게임을 벌이는 와중에 축하연을 벌일 수는 없잖아.”

“호호, 그럼 우리끼리 축하해요. 세계 시장 점유율이 7%나 올랐고, 할부금 8억 불이 들어오는 기적을 봤잖아요? 6개월만 지나면 50억 불은 회수되고 그다음부턴 흑자가 확실해요.”

툭!

맥주 캔끼리 부딪치며 가볍게 한잔을 나눴다. 센스 좋게 케이는 안주로 김을 챙겨 왔다. 짭짤한 김 한 장을 입에 넣고 녹여 먹으니 참으로 좋다.

“맛있네. 김은 언제 샀어? 장 보러 갈 거면 같이 가지 그랬어.”

“인터넷으로 주문했어요. 열 박스 시켰더니 배달해 주더라고요.”

“열 박스나?”

“정원사 아저씨에게 한 박스 드리고, 이웃들에게 한 박스씩 선물했어요. 집에는 두 박스 있어요.”

“하하, 동거한다고 광고라도 한 거야?”

“뭐 그런 셈이죠, 호호호.”

“김보다 떡을 돌려. 그게 한국 문화니까.”

유쾌한 케이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만간 동네 반상회에 히로인이 탄생하겠군. 사실 동네 사람들은 내가 여기 사는 줄도 모를 텐데 말이다.

“호호호,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여하튼 수한 씨, 오늘 너무 늦게 자는 거 아니에요? 컨디션 조절해야죠. 사흘 뒤엔 큰일이 있잖아요.”

“큰일?”

“남북 정상회담에 중요 수행원이잖아요.”

“그게 무슨 큰일이야? 난 안 갈 건데, 뭘.”

“에에, 참석 안 한다고요? 아무리 DJ에게 분이 안 풀려도 그러면 어떡해요.”

“분이 안 풀린 게 아니라 대북 사업의 주체는 대현이야. 나보다 대현의 최 상무가 참석하는 게 맞아. 나도 굳이 DJ를 만나고 싶지 않고.”

“생색은 내야죠. 중고폰을 개성공단에 넘겨서 리워크할 거잖아요. 중고폰 중국 수출 건도 DJ에게 언질을 해야죠.”

“내가 아쉬운 일도 아닌데 생색낼 필요가 뭐가 있어? 면전에서 아부 안 했다고 정부가 중국 수출을 막을 것도 아니고.”

이제 한국에서는 퓨처폰 때문에 기존 휴대폰은 설자리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지. 기존 휴대폰이라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수천만 명에 이르지 않나. 전 세계에서 거둬들인 K폰과 S폰을 잘 닦아서 포장만 새로 해도 불티나게 팔릴 거다. 퓨처폰은 출혈 제품이기에 각 나라마다 월별로 100만 대만 풀고 있는 데다 그 적자를 중고폰 판매를 통해 일부라도 벌충하는 게 좋으니까.

“DJ랑 너무 적대하는 거 아니에요, 수한 씨?”

“괜찮아. 미국과 달리 한국은 정치 로비가 불법이잖아.”

“여태 접촉해 왔잖아요.”

“이젠 필요 없어. DJ가 최소한 신성에 경고라도 했다면 이러지 않았을 거야.”

실망이 크지만 어찌 보면 시대가 바뀌고 있음을 알리는 사건인지도 모른다. 사회 전반에 걸쳐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자라는 인식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 오히려 검찰이 신성과 합작해 날뛰었으니 말이다. 신성을 밟으면 검찰 조직에서도 자연스레 신성 장학생이 사라지리라.

“그래요. 수한 씨가 내린 결정은 언제나 옳으니까.”

케이는 내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뒤로 넘기는 손장난을 반복하며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미용실에서 머리 손질을 할 때 졸리는 느낌 그대로다. 오늘은 잠이 잘 올 것 같다.

“10분만 이러고 있을게.”

“얼마든지요.”

케이와 나는 집을 합치고서야 연인처럼 행동하고 있다. 생각보다 결혼 생활이 재미있을 것 같다. 케이의 손길, 풀 냄새, 같이 마시는 맥주 한 캔, 심지어 입안에 감도는 짭짤한 소금기마저 나를 치유하는 느낌이다.

    • *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개최. 햇볕 정책이 결실을 맺다」

「한반도의 시곗바늘이 평화 통일로 성큼 다가서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연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속보를 내보내고 있었지만, 신성그룹의 회장실에는 냉랭한 공기가 감돌았다. 신성의 이 회장은 이수학 비서실장과 진제대 상무를 불러다 앉히고는 몇 분째 노려만 보고 있었다.

“면목이 없습니다.”

“내 사재는 물론, 전환사채 8천억까지 쏟아부었는데 S폰과 반도체 점유율은 더 떨어졌어. 이젠 바닥이 어딘지 보이지도 않아.”

“그래도 그리하셨기에 와중에 버티고 있는 겁니다. 조금만 더 참아 주십시오.”

“시간이 약이라는 말 따위 한 번이면 족해.”

진 상무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이 회장이 대신 하자 입을 더욱 굳게 다물었다. 물어보는 말에만 대답해야지 생각했을 뿐, 따로 할 말도 없었다. 1G 현물가가 1달러 50센트까지 떨어졌으니, 재료비를 겨우 건지는 수준이다. 이제 반도체를 팔면 팔수록 적자폭이 커지고 신성이 가격을 맞출 수 없다고 선언하는 즉시 고객들은 완전히 스마트 클라우드로 돌아설 것이다.

특히나 북미 점유율에서 마이크론도 이때가 기회라고 여기는지 덤핑에 동참하며 신성의 고객을 뺏어 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시장의 25%를 차지했던 점유율이 12%로 떨어져 간신히 한 자리 숫자를 모면했다.

“S폰은 이미 떨이 제품이나 다름없습니다. 인터넷 폰으로 갈아타야 합니다. 개발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으니 반도체만 좀 더 버텨 주면 내년에는 신성이 다시 한 번 약진할 수 있을 겁니다.”

이수학 비서실장이 반도체를 물고 들어갔다. 그러자 입을 다문 채 이 자리를 모면하고 싶었던 진 상무도 무슨 말이든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진 상무, 말해 보게. 대안이 있을 게 아닌가.”

이 회장은 진 상무에게는 말투가 날카롭지 않았다. 열심히 일하던 양반이 비서실이 저지른 사달에 말려들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음이다.

“딱히 대안은 없습니다. 메모리 시장에서 10% 넘게 점유율이 빠진 것도 위험하지만 더 큰 위험은 더 이상 플래시 메모리를 공급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꿀꺽.

‘그래서라니요? 그렇다고요! 스마트 클라우드에 항복하셔야죠!’

하마터면 속내가 튀어나올 뻔했다. 진 상무는 마른침을 삼키며 애써 정신줄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 이 회장은 정말이지 자신에게 탈출구를 기대하는 것 같았다. 차마 스마트 클라우드 유수한 회장에게 넙죽 엎드리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아무 말이든 해야 한다. 가능성이 있든 없든.

“NEC, 도시바와 연합하셔야 합니다. 신성 못지않게 스마트 클라우드 덤핑 작전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 회사도 스마트 클라우드와 연합했다고 하지 않았나?”

“1G 가격이 2달러를 왔다 갔다 할 때만 해도 시장 점유율 상승을 꾀하더니, 1달러 50센트까지 떨어지니 견딜 수가 없나 봅니다. 미국 마이크론이야 원래 가격을 고수해도 미국 고객사들이 2차 납품 업체로 유지해 주지만 일본 반도체 회사야 그렇질 못하니까요.”

“DRAM은 NEC와 같이, 플래시는 도시바와 같이 하자는 말이군.”

“예, 그렇습니다.”

“역시 진 상무는 대안이 있을 줄 알았어. 내 생각과 똑같군. 헌데 연합하자면 S폰에 그 회사들 메모리를 채용해 줘야 하는데 적자폭이 더 커지지 않겠나?”

‘팔리지도 않는 S폰인데 적자폭이 왜 커집니까?’

오늘따라 진 상무는 속으로 말을 삼키느라 가슴이 답답해 터질 것 같았다. 코너에 몰리니 이 회장과 비서실마저 제대로 된 판단을 못 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신성이 정말 망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S폰에 신성의 운명을 맡기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구한 제품이 있습니다.”

진 상무는 미국 반도체 고객을 설득하러 갔다가 고객이 내미는 제품을 보고는 미친 듯이 해당 회사를 찾아가 시제품을 얻어 왔다.

“헉! 이게 뭔가?”

“블랙베리라는 퓨처폰의 일종입니다. RIM이라는 캐나다 회사가 만들었고 버라이즌이라는 미국 통신사에서 눈독 들이는 제품입니다.”

“허… 블랙베리. 그러고 보니 이 버튼들이 꼭 포도 알맹이처럼 보이는군.”

“그래서 그런 이름을 붙였나 봅니다. 스마트 클라우드의 퓨처폰보다 디자인이 좀 복잡하긴 합니다만, 간단한 이메일도 쓸 수 있고 좀 더 인터넷에 특화된 제품입니다.”

“RIM이라는 회사도 그렇고 버라이즌이라는 회사도 그렇고 생소하구만. 미국에선 AT&T나 베이비 벨이라는 지역 통신 연합이 메인 업체가 아닌가?”

이 회장은 부정적인 질문을 하면서도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긍정적인 대답이 나올 것을 기대하는 듯 말이다.

“RIM이든 버라이즌이든 기존에 있던 회사들입니다.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지만 워낙 1, 2위 업체의 점유율이 높아 보이지 않았을 뿐입니다. 잘하면 기존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도 동참시킬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이 구세주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 반도체를 써 준다고?”

이 회장은 동아줄이라도 잡은 듯 진 상무의 말을 마음대로 넘겨짚기 시작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향후 몇 년간 스마트 클라우드의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출혈 경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탈출구는 통신칩에 있습니다. 우린 이 블랙베리라는 제품에 올인해야 합니다. S폰도 블랙베리의 라이선스를 받아 같은 OS에, 같은 콘셉트의 디자인을 채용해야 합니다.”

“통신칩! 그러고 보니 어째서 통신칩은 라이선스가 끊어지지 않았지?”

“통신칩 라이선스는 대현의 왕회장이 결정한 사안입니다. 대현의 정 회장은 절대 왕회장의 선택을 무르는 법이 없으며, 솔직히 지금 라이선스를 끊어도 상관없습니다. 통신칩에 관한 한 우리 신성도 포트폴리오가 완성되어 있으니까 말입니다.”

“하하하하! 완벽해! 완벽한 탈출구야! 역시 전문가가 나서니 빛이 보이는구만! 비서실 멍청이들과는 차원이 달라!”

이수학 비서실장은 욕을 들으면서도 마음이 놓였다. 깜깜한 밤중에 멀리 별빛이 비치는 느낌이었다.

정작 진 상무는 이 회장에게 극찬을 들었지만 불안하기 이를 데 없었다. 솔직히 이걸 말해야 하는지 갈등했었다. 이런 방식으로 스마트 클라우드와 다시 한 번 경쟁자로 나서는 것보다, 아예 이 회장이 유 회장에게 패배를 인정하고 상생을 도모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 때문이었다.

왠지 유수한 회장 정도의 안목이라면 블랙베리 같은 디자인을 생각 못했을 리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 상무는 자신의 안목으론 블랙베리가 훨씬 나아 보이는데 어째서 유 회장은 이런 디자인을 채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에 답을 구할 수가 없었다.

“진 상무님, 지금 당장 휴대폰 개발자와 같이 미국으로 출장 가실 수 있습니까? 솔직히 현재 S폰 개발자들이 갈피를 못 잡고 있습니다.”

이수학 비서실장은 창피함을 무릅쓰고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런 면이 그를 이 자리까지 올려놓은 장점이었다. 옆에서 이 회장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거 정말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군. 왜 이리 불안하지? 내가 뭘 놓친 거지?’

진 상무는 그러겠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뭐하나? 업무 영역 때문에 그러나? 무선 사업부까지 업무를 보라고! 자네가 사업부장으로 적격이네!”

“옙!”

이 회장이 대뜸 사업부장을 언급하자 진 상무의 입에서 즉시 대답이 튀어나왔다. 회장의 호통에 가까운 승진 통보에 자기도 모르게 주사위를 던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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