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7장 타이밍(2) (42/104)

“이 소리 안 들려요? 레미콘 두 대가 일으키는 진동조차 견디지 못하는 다리란 말입니다. 이런 다리는 차라리 끊어 버려야 한다고! 사람 죽는다고!!!”

“물대포 쏴!”

“귀머거리냐! 사람 말 좀 들어!!!”

쏴아아아아!

“사장님!”

결국 경찰청장의 명령에 정 사장을 정통으로 노린 물대포가 쏘아졌고, 대현건설 임직원들이 급히 정 사장을 트럭 위에서 끌어내렸다.

그때였다.

콰콰콰콰쾅~ 쾅쾅!!!!!!!

푸아아악! 쏴아아아악! 쏴아아악!

굉음과 함께 뭔가가 무너졌다. 물대포의 수십 배는 될 법한 물벼락이 하늘을 덮쳤다. 비릿한 물 냄새가 다리 입구에 대치하고 있던 사람들을 쓸고 지나갔다. 달려들던 진압대조차 방패를 들고 어안이 벙벙해져 버렸다. 방금 전까지 보였던 다리 중간 부위가 레미콘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삐이이익!

누군가 놓쳐 버린 마이크 소리가 사이렌처럼 울려 퍼졌다. 모든 이들이 할 말을 잃었다.

딸깍!

“정헌몽입니다. 보셨습니까? 대현건설의 일개 직원이 저에게 달려와서 알려 준 일입니다.”

정헌몽 사장이 마이크를 주워 들고 말을 시작했다.

찰칵! 찰칵! 찰칵!

“정 사장님, KBC 기자입니다. 이쪽! 이쪽 카메라 보고 말씀하십시오!”

유일하게 TV 녹화 카메라를 들고 있던 기자는 특종을 잡았음을 직감했는지 입이 귀에 걸렸다.

물에 흠뻑 젖은 정 사장이었지만 왠지 카메라로 잡으니 멋져 보이기 그지없었다. 대형 사고를 막은 영웅 아닌가! 며칠 안 남은 추석 귀성길에 이런 사고가 벌어졌어 봐.

기자 자신은 웃으며 녹화를 뜨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도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저를 포함해 대현의 총수 일가가 선거 관련 잘못으로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허나 보십시오. 이런 부실 공사를 짚어 낼 수 있는 대현건설의 임직원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 것은 대한민국에 지극히 큰 손실입니다. 제발! 우리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대현건설의 임직원들에게 일을 주십시오. 최선을 다해 무너질 다리를 고치고, 아파트를 점검하고, 가스관을 점검하겠습니다. 일을 주십시오!”

정헌몽 사장의 연설 도중 어디선가 여태 있던 기자들보다 몇 배수는 될 법한 기자들이 몰려와서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플래시가 터지는 와중에 질문이 쏟아진다.

“아니, 무너질 다리라뇨? 이런 다리가 더 있습니까?”

“한강에 이런 다리가 수두룩합니다. 당산철교는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고, 광진교, 한남대교, 양화대교도 위험합니다. 대현건설에 일을 주십시오. 대현건설은 돈 몇 푼 남기자고 서울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부실시공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재벌을 넘어서 귀족으로』 6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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