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7장 털 때는 확실히 털어먹자 (20/104)

제7장 털 때는 확실히 털어먹자

1991년 4월 8일.

시간은 나의 편이라 결국 때가 왔고, 스미토모화학 공장은 화르륵 불타올랐다. 일본 열도의 모든 신문에 대서특필된 큰 화재였다. 10km 밖에서도 불길이 관찰되었고, 공장 전체가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1991년 4월 18일.

따르릉. 따르릉.

스미토모화학 공장이 불타오른 지 열흘이나 지났지만 스미토모 파이낸셜은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난장판이었다. 전화기가 미친 듯이 울려 댔지만 아무도 받지를 않았다.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는 주요 주가 시세표는 절망 그 자체였다.

스미토모 파이낸셜은 스미토모 계열사를 중심으로 돈놀이도 하고 주가도 관리해 주는 곳인데, 이처럼 일제히 하락세인 경우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었다. 오늘 아침도 폭락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이 모든 게 스미토모화학 때문이다.

“고바야시 과장! 어째서 아직도 하락세가 멈추질 않아? 어째서! 돈 있는 대로 들이부으라고 했잖아!”

“열흘째 퍼붓고 있어도 미친 듯이 땅만 파고 들어가는데 어쩝니까! 사토 부장님, 우리도 이거 발 빼야 합니다. 노무라 증권사도 스미토모화학에 대해선 투자적격성을 다시 따져 봐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뭔 소리야! 미쳤나? 우리 회사 이름이 스미토모 파이낸셜이야! 우리 펀드가 스미토모화학에 집어넣은 돈이 자그마치 400억 엔이 넘는단 말이다. 다른 파생 상품을 합치면 천문학적인 금액이라고!”

사토 부장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스미토모화학은 반도체 소재 시장에서 거의 독점이라고 해도 될 만큼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회사였다. 반도체 활황세로 스미토모화학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었으며 더 오를 것이 뻔했기에 스미토모화학에 엄청난 금액을 배팅했다. 한데 상한가가 불 보듯 뻔했던 그 주식을 불이 나서 말아먹고 있는 거다.

“지금이라도 손절하면 원금의 50%는 건질 수 있습니다.”

“뭔 소리야! 반 토막이 된 지금 팔자고? 스미토모는 대항마가 없는 주식이야. 견디면 회복된다고! 회복된단 말이다!”

따르릉, 따르릉.

“그걸 누가 모릅니까? 부장님, 이 차트를 보십시오. 열흘 내내 물주들이 돈을 왕창왕창 빼고 있습니다. 이 전화들도 지금 돈 빼 달라는 전화일 겁니다.”

“다들 제정신이 아냐! 계좌 동결해 버려. 파이낸셜이 무슨 은행이야? 투자 회사라고, 투자 회사! 장기 투자는 기본이란 말이다.”

“하아, 물주들하고 싸우는 파이낸셜 회사는 없습니다.”

“닥쳐! 당장 스미토모화학에 연락해서 기자 회견하라고 해. 복구는 순조롭고 주요 고객에 대한 물량 공급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기자회견은 벌써 몇 번이나 했습니다.”

“더 해! 더 하라고 해!”

“더 이상 기자회견을 하면 주가가 더 떨어집니다. 물주들의 불안만 가중됩니다.”

쾅!

“빌어먹을! 대체 어떤 놈이야! 어떤 놈이 이렇게 미친 듯이 매도를 때리고 있냐고. 노무라 그 새끼들 아냐? 이 정도 돈이면 그놈들밖에 없어!”

“아닙니다. 노무라 녀석들은 아예 손절할지 말지 고민 중입니다. 그리고 이거 한두 명이 아닙니다. 움직이는 돈이 수천억 단위입니다. 우리가 열흘 새 100억 엔을 집어넣었는데 스미토모 계열 전체가 하락장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지 않습니까.”

“아니야. 이거 한 놈이야. 그것도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라고. 한 놈이 아니면 이렇게 밀고 당기기를 잘할 수가 없어. 올라온다 싶으면 꺾어 내리고, 올라오면 또 꺾고…. 그것도 장마감 직전에! 한 놈이 대형 공매도를 때리는 게 아니면 이런 작전이 가능할 것 같아?”

“휴우. 사토 부장님, 이거 손 빼야 됩니다. 이러다간 주식이 반 토막이 아니라 반의반 토막이 됩니다.”

고바야시는 정말이지 불안했다. 사토 부장의 말처럼 돈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삽시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조금이라도 회복될 기미를 보여 줘야 물주들이 안심을 하는데, 그런 시그널조차 만들지 못했다. 열흘 내내 주가는 곤두박질.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느낌이었다.

스미토모 최고의 애널리스트 고바야시 과장조차 고개를 저어 대자, 사토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불안하긴 매한가지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아직 아니야. 어떤 핑계를 대서든 물주들 계좌부터 동결시켜 버려. 내가 그룹 본사에 좀 다녀올 테니까.”

“예? 그룹 본사요?”

“사장님 모시고 회장님 뵈러 갈 거야. 400억 엔이 어디 애들 장난이야? 이건 그룹 차원의 문제라고.”

“결국 지르겠군요.”

“돈으로 스미토모 그룹을 이길 자 아무도 없어. 공매도 때린 새끼들 탈탈 털어 버려야지!”

고바야시 과장은 연신 울려 대는 전화기의 전화선을 툭툭 빼 버렸다. 사토 부장의 의견에 토를 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약 저 위치에 있었다면 저리할 수 있을까? 하는 심정이기도 했다.

고바야시 생각에 사토 부장은 이성적으론 분명 옳은 판단을 하고 있다고 여겼다.

스미토모화학의 연매출은 3천억 엔 가까이 된다. 스미토모화학은 재료비가 물값에 가깝다고 일명 물장사라 불리는 소재 산업체인 데다 반도체 소재만큼은 경쟁자조차 없기에 순익 또한 30% 수준이다. 즉, 일 년에 순익이 천억 엔 가까이 된다.

그런 회사가 주가가 반 토막이 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리라.

‘그래, 그룹 회장님이라면 천억 엔을 집어넣으라고 할지도 몰라. 그 정도를 집어넣을 수 있다면 투기 세력은 박살 날 게 분명해. 그런데 왜 이리 마음이 불안하지?’

고바야시 과장은 사무실을 훌쩍 벗어나는 사토 부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불안한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다.

    • *

같은 날, 히타치 케미컬 근처의 호텔.

미야자키와 우메모토를 대현으로 파견 보낸 지도 벌써 한 달 남짓 지났다. 나는 그동안 일본과 한국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일주일에 세 번을 왔다 갔다 한 적도 있었다.

오 부장도 마찬가지였는데, 결국 폭주하는 업무를 견디지 못하고 팀원 열 명을 히타치 케미컬에 상주시켜 버렸다. 한꺼번에 모든 소재를 바꾼다는 게 쉬울 리가 없잖은가.

한데 오 부장은 밤잠을 설쳐 가며 소재 품질 승인을 척척 해 댔다. 일은 정말 잘하는 양반이다.

-히타치 소재 퀄 소식은 닷새 뒤에나 언론에 공개하라. 그 말인가?

“그렇습니다, 사장님. 히타치 케미컬도 나름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언론에 공개될 때 여기 일본에서 출하 물량이 척 하고 떠나야 언론 조작이네 뭐네 하는 말이 쑥 들어갈 겁니다.”

-으흠, 그렇군. 그렇게 하지. 더 할 말이 있나?

“없습니다.”

-그래, 몸 생각도 해 가면서 일하시게. 들어가게.

“말씀 감사합니다. 들어가십시오.”

툭.

“휴우.”

아침 8시 반부터 대현전자 본사와 컨퍼런스 콜을 하고 한숨 한번 내쉬니 벌써 9시 반이다. 매일 아침 오 부장에게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일본에서 내가 히타치 케미컬을 지휘할 일도 논의하고, 정헌몽 사장에게 구두 보고하다 보면 이 시간이 된다.

스미토모 사태가 발생한 뒤로는 사장 회의로 격상해 버렸다. 누가 봐도 이건 대현의 위기이자 기회로 여겨졌으니까.

따르릉, 따르릉.

또다시 내가 머무는 일본 호텔방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케이의 전화다. 내가 주관하는 정기 미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참석자는 나와 케이 단둘이다.

“케이?”

-수한 씨, 정말 생각 변함없어?

전화를 받자마자 날 선 질문부터 하는 케이다.

“오늘부터 돈 빼라고 했을 텐데, 케이.”

-수한 씨, 대체 왜 그래요? 스미토모 더 빠질 것 같은데. 물주들한테 뭐라고 해요? 고작 45% 먹고 빠지겠다고요?

“말했잖아. 스미토모에 몰빵하면 안 된다고. 게다가 3천억이면 일본 정부의 레이더에 걸릴 수도 있어. 곤란해질 수 있다고.”

-내가 알아서 잘한다니까요!

“잠자코 내 말 들어. 일단 빼. 조만간 스미토모 경영진이 주가 방어에 나설 거야. 조금 기다렸다가 닷새 뒤에 천억 정도만 또 투자해. 주가가 다시 폭락할 테니까.”

내 기억으로 스미토모화학의 주가는 열흘? 적어도 보름 이내에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그룹 경영진이 투자자의 불안감을 씻어 주겠다며 공공연히 주가에 개입했다. 1조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퍼부었거든.

주가가 살짝 올라가면 또다시 우리에겐 기회. 히타치 케미컬이 대항마로 떠올랐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면 그뿐이다. 그러면 일본 물주들은 이참에 주식을 갈아탈 거다. 물주들이 돈 냄새를 맡는 능력은 일반인의 상상을 훌쩍 초월한다.

-5%만 더 먹고요.

“케이, 내 지시를 따르라고 했잖아. 내가 신호를 줄 때마다 넣고 빼고를 반복하라고! 우리 목표는 수익률 110%! 돈이 벌리는 족족 상승주에 투자해야 달성 가능하다고. 최종 목적은 여전히 히타치 케미컬이야! 물주들 설득해.”

-그게 왜 하필 오늘이에요? 내일 하면 안 돼요? 내일모레는?

케이가 욕심을 부리고 있다. 그녀 생각에 스미토모는 확실하지만 히타치는 불안하니까.

하나 주가가 마이너스가 될 수 없는 한 공매도는 수익률 100%를 넘을 수 없지만 주가가 상승세로 올라가면 손실은 무한대로 올라간다. 리스크가 꽤나 큰 도박이다. 지금쯤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오늘부터 옮기라니까. 얘기 끝! 이제 그거 말고, 내가 부탁한 거 진행 사항이나 알려 줘. 공장 부지는 어찌 됐어?”

-어후, 수한 씨….

“케이!”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부지는 수한 말대로 용인 그리고 오사카에 각각 2천 평 정도 매입할 거예요. 근데 이렇게 부려 먹어도 돼요? 수한도 밑에 사람 있잖아요. 내가 지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고요.

한국에 한 곳, 일본에 한 곳, 각각 부지가 확보되면 일단 창고만 만들어도 된다. 제대로 공장을 만들긴 할 테지만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공장을 무슨 돈으로 만들 거냐고? 문제없다. 나에게 돈을 주고 있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스미토모도 이미 주고 있고, 히타치는 조만간 줄 거고, NTT는 오늘부터 작전에 들어갈 거다.

그리고 뭘 할 거냐고? 당연히 독립할 준비를 해야 한다. 내 사업은 제조업 기반이니 공장은 필수적이다.

“믿을 사람이 당신밖에 없어서 그래. 그리고 돈 아껴서 뭐해? 직원 뽑으라고.”

-하아, 말이나 못 하면 밉지나 않지. 직원은 뭐 공짜예요? 모두 돈이라고요.

“당신 돈 많잖아. 이만 끊어. 나 일해야 해.”

-응? 오늘 히타치 건 결판나는 거예요?

“그건 오 부장이 알아서 잘하고 있어. 당신이 스미토모 주식 빼면 뉴스 터트릴 테니까, 걱정 안 해도 돼.”

-그럼 뭐예요? 무슨 일이냐고요, 이 아침부터.

“대현물산 건이야. 세부 내용은 나중에 알려 줄게.”

-나중에요? 왜요? 나는 당신의 동업자라고요.

“동업자라고 모든 걸 다 알아야 하는 건 아냐.”

돈과 정보로 서로 얽힌 사이인 케이와 나는 한배를 타고 있다. 이 여자가 욕심부리지 못하게 해야 하는 이유다. 자칫하면 같이 가라앉는다.

다행인 점은 케이가 바보가 아니라는 것. 내용과 무관하게 내가 이 정도로 말하면 내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만은 알아듣는다는 것.

-호호호. 뭔가 있군요.

“들어가. 끊어.”

-호호호.

툭.

내 말이 어디가 그리 맘에 들었는지 연신 웃어 대는 케이다.

나는 전화를 끊고 호텔 로비로 나갔다.

오늘은 내게 손님이 오는 날이다. 영업팀장 권재욱 부장이 아침 일찍 온다고 했으니 로비로 나가 봐야겠다.

권재욱 부장은 새벽 비행기를 타고 올 정도로 애가 탔나 보다. 하긴 나라도 그러겠다. 내가 개발팀원들을 부려, NTT에 양산 대기 물량을 입고시킨 뒤에 퀄을 포기해 버렸으니까.

‘저희 물건 좀 사 주세요. 품질 좋은 물건입니다.’라고 접근해서는 ‘생각이 달려졌어. NTT 너희랑 장사 안 할래.’ 하며 막판에 발을 뺀 것이나 다름없다. 다 된 밥에 코 빠뜨린 것도 아니고, 의도적으로 장사를 말아먹다니. 아마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일 것이다.

물론 현재까지 이 사달이 정헌몽 사장에게 보고되진 않았다. 방금 전의 전화 미팅에서도 정헌몽 사장 입에서 별다른 말이 안 나온 걸 보니 권재욱 부장이 직접 나서서 사방으로 입조심을 시킨 것이 분명하다.

상황이 내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다급해진 쪽은 권재욱 부장이며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다. 이 일만 잘 조종하면 내가 독립할 시기가 바짝 앞으로 다가오리라.

뚜벅뚜벅.

“스미마셍, 미스타 유. 코히(커피)?”

“Thank you.”

로비로 나와 창가 자리에 앉았더니 호텔 스태프가 다가와 커피를 권한다. 한 달 가까이 매일 아침마다 같은 자리에 앉았더니 나를 알아본다.

“요기, 신문도 있으모니다.”

“고마워요.”

“벼르말쓰므(별말씀을).”

어제 석간이긴 하지만 한국 신문도 가져다준다. 일본인 특유의 세심한 친절이다.

「반도체 주가, 일본발 대형 악재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나?」

「원천 기술 부재에 따른 예견된 악재. 대한민국 이대로 좋은가」

「일본 스미토모사를 방문한 대한민국 유수 기업들, 모두 입구에서 퇴짜 맞아」

「날개 달았던 반도체와 휴대폰 수출, 일본에 발목 잡히나?」

「위기관리능력은 대기업에 필수. 대한민국은 선진국 사례를 본받아야」

열흘이나 지난 일이건만, 신문에서는 아직까지 떠들어 대고 있다. 뭐 도와준 것도 없으면서 기업들만 엄청 까 대고 있다. 원천 기술이 그리 쉬워 보여? 맨땅에서 반도체며 휴대폰을 여기까지 끌고 온 것만도 기적이다!

여하튼 반도체의 영향으로 코스피 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내 마음은 아주 편하다. 반도체 수출은 줄어들지 않고 외려 단가가 높아졌는데, 주가는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역시 주가는 사실에 기반을 둔 숫자가 아니라 인간의 불안, 광기, 욕망을 모두 반영한다. 미래를 알지 못하는 이상 결코 계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부장님, 저기 있습니다. 저기!”

“이봐요! 유 팀장!”

신문을 읽고 있자니 호텔 입구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오셨구만.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성큼성큼 다가오는 이는 권재욱 부장이다. 대현전자 영업팀장이며, 그 옆에서 나를 가리키고 있는 사람은 허영진이라고 일본 영업 담당 과장이다.

“어이, 다들 이리 와요. 모닝커피 한 잔 해야죠.”

“미쳤어! 이 와중에 무슨 커피입니까!”

반갑게 손을 흔들었건만 날아오는 대답은 거칠기 이를 데 없다.

    • *

“권 팀장, 앉아요. 피곤할 텐데.”

“어후….”

“스미마셍, 여기 커피 좀 가져다줘요!”

나는 오가는 스태프에 손을 흔들어 댔다. 방금 전 나에게 커피와 신문을 가져다준 스태프가 웃으며 목례를 한다.

쪼르륵.

곧바로 탁자에 커피가 놓였다. 소파에 털썩하고 앉은 권재욱 부장은 엔간히 속이 타는지 뜨거운 줄도 모르고 커피를 한입에 털어 넣는다. 씩씩거리는 콧김에 탁자 위 신문이 날아갈 것 같다. 옆에 앉아 있던 일본 영업 담당 허 과장이 어쩔 줄 몰라 한다.

통통한 몸집에 인상이 순해 보이는 허 과장에 비해, 깡마른 몸매에 금테 안경까지 낀 권재욱 팀장은 연신 사나운 눈빛을 내게 쏘아 대고 있다.

당연한 눈빛이다. 이대로 가면 일본 휴대폰 시장에 진입도 하기 전에 거래선부터 끊기게 생겼으니 말이다. NTT는 일본 통신 시장에서 전통적인 1위 업체. 업계에 미치는 파워는 상상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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