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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수출 1억 불 (13/104)

제1장 수출 1억 불

「경축! K1 휴대폰 수출 1억 불 달성!」

“자! 역사적인 수출 100호 차 물량입니다. 특별히 대현그룹 회장님과 대현전자 사장님께서 출고식을 치르시겠습니다.”

“와아아아!”

“일동 배례!”

영업팀장이 보통 제사상보다 몇 배는 큰 탁자를 앞에 두고 마이크를 잡고 크게 소리친다. 1990년대는 회사에 큰일이 있으면 고사도 지냈다.

회장이 참석하니 활짝 웃고 있는 돼지 머리를 세 개씩이나 가져다 얹어 놓았다. 술통에 담아 온 막걸리를 사장이 들어 잔을 채우고, 회장이 잔을 올리며 절을 시작하니 뭇 임원들이 줄줄이 등 뒤에서 따라 절했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돼지 머리가 활짝 웃었습니다. 수출 물량 미국에 잘 도착할 것 같습니다.”

“하하하!”

돼지 머리를 언급하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회장을 비롯해 사장, 임원들이 돌아가며 돈을 돼지 입에 물린다. 당연히 회장과 사장은 수표 뭉치를 한 줌 집어 물린다.

이 돈들은 밤새도록 이어질 회식비로 쓰일 것이다. 회사 앞 식당들은 오늘 대목을 노리고 삼겹살과 소주 박스를 산처럼 쌓아 두고 있을 것이다.

톡톡.

“유 팀장님, 감개무량하시겠어요.”

단상에서 은근슬쩍 빠져나오자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고개를 돌렸더니 쭉쭉빵빵한 백인 여자가 보인다. 내 주변에서 감개무량이라는 한국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외국인은 케이밖에 없다.

“케이, 오늘 출국한다고 하지 않았나?”

“이 비서가 태워다 주기로 했어요. 작별 키스 정도는 하고 가려고요.”

“그런 농담도 이제 지겹군. 작별 휴가 따윈 없으니 연말에 지체 없이 복귀해.”

“흐흠. 여하튼 정말 대단해요. 1년도 안 돼서 이런 일을 했다고 하면 아무도 안 믿을 거예요. 그쵸?”

“퀄컴 덕분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 건가?”

“후후, 그럴 리가요.”

“서둘러. 그러다 비행기 놓치겠다. 바이어들 구워삶을 준비는 잘 끝냈고?”

“언제나 일이 우선이군요.”

“가!”

“쳇. 연말에 봐요.”

인파들 사이로 쑥쑥 빠져나가는 케이.

그녀를 처음 만났던 때가 엊그제처럼 느껴진다. 작년 11월 말일이었지? 조금 있으면 딱 1년이 되네. 음, 나이 차가 좀 있지만 대찬 면이나 생김새가 묘하게 내 아내와 닮았어.

그러고 보니, 인생 1회 차에 이때쯤 내가 희연이를 만나는데…. 재훈이 녀석이 소개팅을 해 줘서.

이런, 내가 시간을 내야겠네. 이번 생엔 그녀가 그리 소원했던 유럽 여행만큼은 시켜 주고 싶으니까.

잠시 딴생각을 하는 와중에 사회자의 목소리가 훅 하고 커졌다.

“100호 차 수출 물량입니다! 힘껏 밀어 주십시오!”

“와아아아아!”

상자에 덮여 있던 커튼을 잡아당기니 단단하게 묶어 놓은 상자 더미가 눈앞에 나타났다. 임직원 모두가 환호성을 지른다.

K1 2천 대 물량이다. 대당 600불에 파니까 정확히는 1.2억 불 매출이지만 그냥 1억 불로 퉁친 거다. 이런 자리에서 숫자는 딱딱 떨어져야 제맛이니까.

정영주 회장과 정헌몽 사장이 양옆에 서서 미는 시늉을 하자, 뒤에 숨어 있던 지게차가 슬금슬금 물러난다. 정 회장이 손을 툭툭 털자, 거대한 지게차는 상자 더미를 불쑥 들어 올려 트럭에 실었다.

트럭의 뒷문을 걸어 잠그자 차 뚜껑 위에서 ‘K1 휴대폰 수출 100호 차’라는 현수막이 차르륵 늘어진다.

펑! 펑!

“와아아아아!”

언제 준비했는지 양옆의 공장 옥상에서 폭죽이 터졌고, 현수막을 휘감은 트럭이 공장 밖으로 빠져나간다.

저 트럭 하나가 옮기는 물건은 자그마치 120만 불,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0억이 넘는 돈이다. 그 말인즉, 휴대폰 시제품을 내놓은 지 한 달 만에 10만 대를 수출했고 지금 두 달 조금 안 되는 시점에서 20만 대째를 팔고 있다는 뜻이다.

단일 품목 비즈니스로 개발한 지 두 달여 만에 매출 1억 불이 넘은 경우는 대현그룹 전체를 뒤져도 일례가 없을 것이다.

반도체 라인은 DRAM호황기와 함께 내 통신칩셋을 뽑아내느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고, 휴대폰 조립 하청 업체는 하루에 두 번씩 트럭 가득 휴대폰을 실어 나르고 부품을 가져가길 반복하고 있다.

AT&T는 하루가 멀다 하고 요청 물량을 변경하고 있다. 30만 대, 50만 대 이러더니 결국 내 말대로 100만 대를 요청했다.

1991년부터 내 장담하건대 1,000만 대 간다. 하루 4천 대에 불과한 현 생산량을 최소 2만 대 이상으로 올려야 하는 이유다. 그 바람에 개발팀원들은 지금도 라인 셋업에 뺑이치고 있다.

“회장님 말씀이 있겠습니다.”

“와아아아!”

대현에서 정 회장은 왕이나 다름없다. 언제나 저렇게 수수한 차림으로 대중 앞에 나서지만, 내가 볼 때 양복보다 훨씬 잘 어울린다. 말투 또한 그러하다.

“으어! 이거 진짜 즐겁데이. 이 모든 기 다 당신들 덕분이란 거 다 알구, 수고 많았으. 모두 애국자인기라. 뭐이, 우리 회사 인센티브 있다 아이가. 이대로만 가면 연말에 그거 잘 챙기 줄 수 있을기라. 추석 보너스가 괜찮을 건 당연하고!”

“와아아아!”

“다들 좋제? 나두 좋다. 내 할 말 별로 없구. 환절기니까 너무 마이는 마시지 말구, 내일 출근할 정도로 마시래이. 안주 많이 묵고! 저기 돼지 머리 귀는 제일 수고한 놈한테 주이라.”

“하하하하!”

“와아아아! 회장님 멋쟁이!”

영업팀원들이 몰려든 임직원들에게 종이컵 가득 막걸리를 부어 주었다. 그중 하나를 단상에 있는 정 회장에게 건넸다.

딱히 회장이라고 잔을 따로 만들지 않는다. 대현의 문화라고 할 것이다.

“자! 다들 잔 채았나?”

“예에!”

“대현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야!”

“위하여!”

정영주 회장이 먼저 막걸리를 비우고 수백 명의 임직원들이 함께 들이켰다. 공장을 가로지르는 아스팔트길에서 벌어진 건배 제의에 양옆의 공장 창문을 통해서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고개를 내밀고 건배를 했다. 회장이 A급 보너스를 공언하는데 누가 안 좋아하겠나?

그리고 오늘 저녁에 야근 따위는 없을 거다. 라인의 필수 인원들만 남기고 모두 회식을 할 테니까.

영업팀 누군가가 내게 돼지 귀를 가져왔다. 우물우물 씹어 먹고 있자니 저 멀리서 정 회장이 손가락을 까딱까딱하며 부른다. 여기서도 도망치면 정말 혼나겠지?

쪼르륵 달려가니 대뜸 뒤통수부터 때리려다 만다. 그동안 찾아뵙지 않은 죄가 있긴 하지만, 보는 눈이 많으니 은근슬쩍 넘어갔다.

“따라오이라, 좋은 데 갈기다.”

“예, 회장님.”

“헌몽이가 운전해라.”

“예, 아버님.”

공장 뒤로 돌아가니 정 회장이 타고 온 회색빛 액셀이 보인다. 낡았지만 비서들이 얼마나 닦아 댔는지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마치 방금 목욕하고 단정하게 이발까지 한 노신사를 보는 느낌이다. 아마도 액셀 1호 차가 아닐까? 정 회장에게 이보다 어울리는 차는 없을 거다.

부르릉.

“살펴 가십시오, 회장님.”

“으야, 수고들 혀.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으이?”

임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90도로 허리를 굽혀 배웅했고 차는 후문을 통해 유유히 빠져나갔다. 왁자지껄한 환호성이 점차 멀어졌다.

차는 3번 국도를 타고 한참을 나아갔다. 지방도로로 접어들기에 용인 쪽인가 싶었는데 산을 하나 끼고 돌아 나가니 갑자기 시야가 뻥 뚫린다. 에어컨 송풍구를 통해 향긋한 나무 냄새가 느껴진다.

차가 멈추자마자 나는 보조석에서 후다닥 내려 차 뒷문을 열어 주었고, 운전석으로도 가서 문을 열어 드리느라 바빴다. 그냥 나한테 운전을 시키지.

아니네, 보는 눈이 있었으니 내가 운전하면 안 되는구나.

잠시 딴생각을 하다 주변을 살펴보니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기와집이 보인다. 커다란 대문과 높다란 담벼락만 봐도 99칸 정승집이라고 할 법하다.

대문에는 ‘수정각(水亭閣)’이라고 적힌 현판이 멋지게 걸려 있었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다.

차가 도착하는 소리를 들었음인지 끼익하고 대문이 열리더니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여인이 다가왔다. 나를 보고선 살짝 의아해하는 얼굴이더니, 금세 표정을 달리하고 허리 굽혀 정 회장을 맞이했다.

대충 알 것 같다. 구시대의 유물인 요정이 이런 곳에 남아 있었네.

“어서 오세요, 왕회장님. 오랜만에 뵈오니 너무 반갑습니다.”

“최 마담. 그간 잘 지냈누? 주방장 그대로제? 그 양반 바끼스므 나 안 들어간데이.”

“호호. 제가 주인인 이상 그런 일은 없습니다. 안으로 드세요.”

“그라므 제일 조은 거로 가지오이라. 오랜만에 실력 발휘 좀 해 보라캐라.”

“예, 왕회장님.”

“신성은?”

“별채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

신성? 내가 알고 있는 신성그룹을 말하는 건가?

최 마담이 안내한 곳으로 가니 TV 다큐멘터리에서나 봤던 젊은 시절의 이희건 회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옆에 있는 남자도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신성의 반도체 천재, 진제대 사장! 아니, 이때는 반도체 사업부 상무 정도였을 것이다.

“어서 오십시오, 정 회장님.”

“마이 기다맀누, 조카?”

“아닙니다. 차 한 잔 할 시간에 딱 오셨습니다.”

“그랴. 이리 만나는 것도 2년 만이네. 어… 그라고 보이 조금 있으므 형님 기일이네. 세월 빠르다, 그쟈.”

“…벌써 시간이 그리되었군요. 솔직히 두 분께선 그리 사이가 좋지 않으셨는데 문상을 오셔서 놀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아이야, 사이좋았다. 서로 형님 동생 했다 아이가.”

“예, 그렇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정 회장과 이 회장은 2년 전에 만났던 일을 두고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누었다.

이희건 회장은 정 회장을 ‘회장님’이라 불렀고, 정 회장은 이 회장을 ‘조카’라고 불렀다. 회장들 사이에서도 나이는 벼슬인가 보다. 하긴 고(考) 이철병 신성 회장은 정 회장을 동생이라 불렀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20여 분이 지났지만 정 회장과 이 회장의 사적인 대화는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대체 이런 자리를 누가 왜 만들었을까? 그리고 오늘 대현에서는 역사적인 출고식이 있었는데, 우리끼리 파티를 하면 될 것을 굳이 신성 회장을 끼워 댄 이유는 뭘까?

내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데, 내 옆에 앉은 정헌몽 사장은 아무 말 없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단아한 한정식 교자상 위에 호박죽 한 그릇씩 놓는 것을 시작으로 끝없는 코스 요리가 시작되었다.

창호 문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 마루에서는 단정하게 차려입은 요리사가 시커먼 주철 화로에 떡갈비를 굽고, 그 옆에선 또 다른 요리사가 자연산 전복회를 썰어서 내왔다. 육식을 좋아하는 이 회장의 접시에는 떡갈비와 구운 버섯, 생식을 좋아하는 정 회장의 접시에는 전복회와 초절임한 다시마가 곁들여졌다.

접시를 나르고 식전주로 국화주를 잔에 채우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여인들도 단아하기 그지없다. 회장들의 식성을 꿰차고 있는 최고급 요정에서나 할 수는 있는 서빙인 것이다.

내 잔에는 국화주 대신 수정과를 따라 준 것이 조금 맘에 안 들었을 뿐이다.

스르륵.

뚜다다, 당다라.

메인 요리는 시간이 좀 걸리는지 요리사 쪽 창호 문이 닫히고 반대편의 창호 문이 열렸다. 툇마루로 방과 연결된 정자에 앉아 한 여인이 가야금을 연주했고, 양옆에는 퉁소와 해금을 켜는 여인들이 연주곡을 더욱 풍성하게 해 주었다.

대여섯 발자국 정도 떨어진 곳에서 그것도 대나무 발 너머에서 연주를 하니 대화에 방해되지 않게 부드럽게 울려 퍼진다. 국악기로 카펜터스 음악을 들으니 흥미롭다.

지루한 대화의 반전을 이끈 이는 신성의 이희건 회장이었다.

“회장님, 오늘 대현에서 좋은 일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치. 내 아들놈이랑 이누마가 큰일 했지. 두 달 만에 자그마치 1억 불이나 수출했다 아이라. 허허허.”

정 회장은 정말 기분 좋은 듯이 웃어 댔다. 그런 정 회장에게 축하한다며 이 회장이 직접 잔을 채워 주었다. 술병을 탁자에 내려놓더니 눈은 나를 향한다.

“아, 말로만 듣던 유수한 팀장인가 보군요. 천재라고 하던데….”

“으, 맞다. 이누마 완전 무당이데이. 앞일 훤히 본다이가. 그 뭐이 퀄컴인가 뭔가 하는 회사도 이누마가 덜컥 가져왔다 아이루.”

“오! 퀄컴 계약건도 유 팀장이 주도했군요.”

“아닙니다. 모두 정헌몽 사장님의 지시를 따랐을 뿐입니다.”

“겸손하기까지 하네.”

“제가 아직 어려서 겸손 따윈 모릅니다. 사실을 말씀드린 겁니다.”

“오호….”

정헌몽 사장은 내 말에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술잔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이 양반, 이제 보니 완전 능구렁이다. 대외적으론 국문학과 출신의 유순한 효자를 표방하고 있지만, 속으론 그룹 전체를 넘보고 있는 이무기다.

평생의 대업이 실패로 치닫자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정헌몽 사장. 미래의 일이니 현재로선 회귀자인 나만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 시대 사람들이 이 양반의 진짜 성품을 알아채기는 어려울 것이다.

“유 팀장의 제안에 제가 결정을 내렸을 뿐입니다. 서로 운이 좋았다고 해야지요.”

정헌몽 사장의 말에 정 회장조차 일의 선후가 그리 되었던가? 하며 잠시 턱을 괴었을 정도다.

“여하튼 오늘 이 자리는 정 회장님 덕분에 저희 신성그룹이 방산(방위산업)에도 진입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는 자리입니다. 소련의 자주포 기술을 가져올 가능성이 아주 커졌습니다.”

“그거도 조카 운이지. 내가 슬쩍 알려 줘도 서우그룹이 싫다 안캤나. 애국 한번 하라캤드마 세계 경영 뭐 어쩌고 하믄스 돈 없다 하대. 그 사업이 어떤 사업인지 영 모르는 눈치더라고.”

“으흠… 솔직히 크게 남는 장사는 아니지요. 우리 그룹에서도 이미지 쇄신 때문에 취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나는 이 회장의 말이 무슨 뜻인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이때만 해도 대현은 순수하게 자수성가한 기업인 데 반해 신성은 친일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사실 정 회장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재벌 1세대는 적산 기업이란 딱지를 떼기가 힘들다.

정 회장이 애국 한번 하라는 말을 농담 삼아 꺼내 든 이유다. 21세기 인간인 나에게 애국이라는 단어는 매우 고리타분하게 들리지만 말이다.

“으이그, 그래도 조카가 생각이 나은기라. 기업은 사회적 책임이 있는기라. 애국은 말만으론 부족하지. 맞제?”

“예, 그렇습니다. 이왕 도와주시는 거 화끈하게 애국할 수 있게 좀 더 도와주십시오.”

“으잉?”

“이 말씀은 세 분 모두에게 드려야겠군요. 거국적인 차원에서 대현의 통신칩에 대해 하청을 받고 싶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연 2천만 개 생산 라인을 통째로 할당하겠습니다. 마진 없이 원가로 납품토록 하지요.”

어디서 들어 본 듯한 말이다. 정헌몽 사장의 기자회견에서 어느 신문사 기자가 떠들었던 말과 비슷하다. 기술 협력이 아니라 한 단계 더 자신을 낮춰 하청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 다르다면 다르다.

신성그룹 회장의 메시지를 전달한 거구만. 나름 밑밥을 깔아 두고자 했음이네. 그게 9시 뉴스를 타고 흘러 나가게 만들기 위해 얼마나 로비를 했을까? 헛웃음이 나온다.

탁!

“무슨 말씀이십니까? 뵙자고 하기에 자리했더니 기술을 날로 먹겠다는 말씀을 하시다니요.”

정헌몽 사장이 얼굴을 붉히며 잔을 거칠게 내려놓았다.

신성이 하청을 받겠다고 한다. 정헌몽 사장 말대로 신성은 기술이 탐나는 거다.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 정 회장은 굳이 이런 딜을 왜 받아들인 거지? 그가 이런 제의가 나올 줄 모른 채 자리했을 가능성은 0.1%도 없다. 그리고 굳이 이런 자리에 날 데려온 이유는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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