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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373화 (373/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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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119화

-축하드립니다.

-모든 에피소드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라스트아크를 플레이해 주신 모든 유저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지구 안정화 작업을 시작합니다.

-안정화 작업: 0%.

눈앞의 홀로그램을 보고 에스파디아에게 물었다.

“안정화 작업이 뭐예요?”

‘독 안개를 제거하고, 모든 좀비와 변종, 감염된 동식물의 성불을 뜻하지.’

“좀비로 변한 사람들 타락한 영혼으로 분류되는 건 아니죠?”

‘모두에게 환생의 기회가 주어질 거야.’

“안정화 작업은 게임 설정대로 5년 걸리는 거예요?”

‘맞아. 그러니 5년간 지구는 안전하다. 언노운의 눈에 지성을 지닌 생명체는 보이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바닷속으로 생존자들을 보낸 건가?

언노운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이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5년 안에 언노운의 본거지를 찾아서 섬멸하면 되는 거죠?”

‘자신감 넘치는구나. 쉽지 않을 텐데.’

“혼자서는 힘들죠. 그러니 당신도, 인비디아도 저를 도와줘야 합니다.”

‘인비디아가?’

에스파디아가 묻기에, 인벤토리를 열고 인비디아를 꺼냈다.

철퍽-!

진흙 덩어리처럼 생긴 인비디아가 쏟아지고, 구정물에서 두 개의 빛이 번뜩였다.

입도 사라져서 말도 못 하는 신세가 된 인비디아.

독기로 가득 찬 눈으로 내 얼굴을 노려볼 뿐이었다.

꿀렁거리는 인비디아의 마력에 손을 얹자, 경계심이 극에 달한 고슴도치처럼 표면에 가시가 돋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저항해 봐야 아무 소용 없다.

망가져 버린 인비디아는 내게 아무런 타격도 입히지 못하니까.

이에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인비디아의 기억을 들여다봤다.

라스트아크의 캐릭터 설정이 에스파디아의 능력에서 나왔으니, 근원을 100% 사용할 수 있게 된 내게 당연히 데니의 능력도 있었다.

인비디아의 기억을 통해 언노운의 좌표를 찾아 나섰다.

‘소용없다.’

그러자 귓가로 들려오는 에스파디아의 목소리.

“뭐가 소용없어요?”

‘우리도 이미 시도해 봤어. 언노운의 모성은 이들의 기억에도 존재하지 않아. 스스로 과거를 지워 버린 거야.’

“그게 가능해요?”

‘미련을 버리면 앞으로 나아가는 데 거리낌이 없으니까.’

“그렇다고 고향에 대한 기억을…… 어?”

그러다 문득, 하나의 좌표가 머릿속으로 떠올랐다.

“에스파디아, 지구랑 똑같이 생긴 행성이 하나 있는데요?”

‘잠깐, 저긴…….’

에스파디아가 당황한다.

아는 행성인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에스파디아가 초조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서둘러라. 저곳부터 정리해야 한다.’

“저기에 뭐가 있는데요.”

‘아슈루의 모성이다.’

“아슈루?”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의구심을 품자, 에스파디아의 설명이 이어졌다.

‘네게 얘기한 적 있을 거야. 나를 포함한 세 명의 관리자는 각자의 모성에…….’

“그중 한 명이 아슈루예요?”

‘그래, 저 마력이 사실이라면…… 이미 아슈루의 행성에 피그리티아가 있는 게야.’

“피그리티아는 또 누구예요. 혹시 인비디아 같은 존재?”

‘맞아.’

그렇다면 인비디아와 피그리티아가 각각 아슈루와 에스파디아의 모성을 침공했다는 건가?

둘이 함께 행동하다가, 아슈루와 에스파디아의 모성을 발견하고 흩어진 모양이다.

또한 먼저 처리하는 쪽이 지원을 나서기 위해 서로 좌표를 공유한 게 아닐까?

에스파디아는 착잡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어서 가서 아슈루를 도와야 해. 아슈루는…… 피그리티아를 이길 수 없다.’

“아슈루는 아무런 대책도 안 세웠어요? 에스파디아 당신처럼 모성의 생명체를 개조한다거나 전쟁을 준비하는…….”

‘아슈루는 마음이 여린 친구야. 나처럼 모성의 생명체를 줄이는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았다.’

“…….”

‘내가 행한 방안이 최선이었고, 나와 다른 길을 갔다는 건 종의 멸망을 뜻하지.’

“하…… 또 바빠지겠네.”

전신의 마력을 방출하여 명왕의 갑주를 착용하고, 흑도 명월을 말아 쥐었다.

즈즈즈즉- 번쩍!

섬광과 함께 전신을 휘감는 흑백의 갑주.

시간은 촉박하지만, 정리할 건 정리하고 가야지.

검파를 말아 쥐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핀치.”

흑도 명월에서 눈부신 월광이 뿜어져 나오자, 인비디아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인비디아부터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다.

“다음 생은 착하게 살아.”

사형선고와 함께 수직으로 명월을 내려찍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여의도에서 마포구까지 대지가 갈라지고 한강이 범람한다.

일격에 인비디아가 갈라지고, 꿀렁이던 마력 덩어리가 수백 미터를 날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가루로 변할 줄 알았는데, 충격을 흘리며 질기게 살아남은 인비디아.

이에 눈꼬리를 치켜뜨며 물었다.

“에스파디아, 저거 원래 저렇게 질겨요?”

‘비록 마력 찌꺼기만 남았지만, 인비디아에게도 근원이 있다. 근원부터 찾아야 해.’

“그럼 죽을 때까지 공격하면 됩니까?”

‘단순하게 얘기하면 그…….’

즈즈즈즈즉- 즈즈즉-!

뒤이어 200m 거리에서 기이한 마력 파장이 느껴졌다.

이건…… 분명 인비디아의 마력이었다.

이전보다 혼탁하고 불안정한 마력의 흐름.

그러자 에스파디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막아!’

“네?”

‘인비디아가 자폭을 시도하고 있다! 근원이 폭발하면 지구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행성이 되는 거야!’

자폭이라고?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으니,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나오는 건가?

이에 두 눈 부릅뜨며 인비디아가 날아간 곳으로 향했다.

쾅-!!!

지면을 박차며 튀어 나가자, 진흙처럼 변한 인비디아의 육체에 기포가 올라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뜨겁게 달궈진 타르처럼 끈적하고 역한 냄새를 풍기는 인비디아.

이에 손바닥을 뻗으며 읊조렸다.

“뒤틀린 황천.”

화아아아아악-!!!!

손끝에서 방출된 마력이 거대한 블랙홀을 생성하고, 그곳으로 인비디아가 빨려 들어갔다.

뒤이어 쿵, 하는 울림과 함께 심장이 욱신거릴 정도로 강력한 충격이 전해졌다.

황천에서 일어난 폭발이 내 신체에도 영향을 주는 건가?

“에스파디아, 살짝 심장 아픈데…… 황천에서 발생한 폭발도 저한테 전해지는 거예요?”

‘황천에 갇힌 마력을 흡수할 수 있는 것처럼, 그곳에서 발생한 충격도 내게 흡수된다. 강한 마력을 흡수하면 네게 독이야.’

“그런 건 빨리 좀 말해달라고요.”

‘덕분에 네가 강해졌다는 걸 인지하지 않았느냐.’

“아무런 데이터도 없는데 제가 강해졌는지 약해졌는지 어떻게 알아요?”

‘근원 폭발은 행성 하나 정도는 순식간에 파괴할 힘을 지녔어. 예전의 나도 감당할 수 없는 힘이었지. 그런 힘을 흡수하고도 멀쩡하다는 건…… 네가 강해졌다는 방증이야.’

그렇게 강한 공격이었다고?

그 정도로 강력한 충격은 아닌데?

심호흡을 통해 폐부를 환기하고, 몇 차례 가슴을 치며 통증을 완화했다.

뒤이어 에스파디아가 말을 이었다.

‘지금의 넌 성배 그 자체야. 인비디아가 약해진 탓도 있지만, 근원의 폭발에도 대수롭지 않게 버틸 정도면…… 내 예상을 뛰어넘는구나.’

즈으응-

뒤이어 닫혔던 황천이 열리며 자욱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배에 가득 찬 가스를 방출하는 것처럼, 폭발로 인한 여운이 방출되고 있었다.

그와 함께 밖으로 나오는 동그란 구체.

지름 40㎝에 달하는, 빛을 잃은 구체였다.

“에스파디아, 혹시 이게 언노운의 근원이에요?”

‘맞아, 곧 가루로 변할 근원이지.’

“이것도 흡수하면 돼요?”

‘흡수할 수 없어. 근원은 사용자에게 귀속되니까. 인비디아는 목숨을 포기하면서까지 어떻게든 피해를 주고 싶었던 게야.’

“지구를 파괴하든, 저를 파괴하든 하려고요?”

‘맞아, 하지만 인비디아는 망각한 거야. 네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걸 말이다.’

파스스-

뒤이어 빛을 잃은 인비디아의 근원은 가루로 변하기 시작했다.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허공에 흩날리는 가루.

인비디아가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증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에스파디아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얘기했다.

‘네 동료들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이유를 알겠구나.’

“어떤 표정이요?”

‘도저히 못 당해내겠다는 표정. 지금의 너는…… 내 예상을 훨씬 넘어섰다.’

이에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익숙해지셔야 할 거예요. 뭘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 드릴 테니.”

‘흥미롭구나.’

“어디 그럼.”

아직 지구의 정리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인비디아는 처리했지만, 잔존 세력이 남았다.

서쪽에서 느껴지는 언노운의 마력을 직시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게이트.”

즈즈즉-

눈앞으로 푸른빛의 포탈이 생성되는 걸 확인하고, 뻐근한 어깨를 풀며 얘기했다.

“유럽부터 빠르게 정리하고 아슈루의 모성으로 갑니다.”

‘좋아, 가자.’

에스파디아의 말에 눈꼬리를 치켜뜨며 얘기했다.

“에스파디아, 그거 제 대사예요.”

‘…….’

“가자, 에스파디아.”

‘허허, 이젠 나를 가지고 노는구나.’

“전지전능한 당신이 제게 담겼으니, 저한테 예를 갖추셔야죠?”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에스파디아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이에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인간사에 1천 년이나 몸을 담았으면서 농담도 구분 못 해요?”

‘네가 하는 말은 농담처럼 안 들려.’

“맞아요. 진담이니까.”

‘……응?’

당황하는 에스파디아.

이에 호쾌하게 웃으며 얘기했다.

“하여튼, 은근히 귀여우셔.”

‘허허…….’

예전의 어색하던 관계가 아닌, 이젠 장난도 칠 수 있게 되었다.

에스파디아와도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5년.

언노운의 수장으로 활동하는 6명을 처단하고 지구로 복귀해야 한다.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마땅히 이겨낼 것이다.

내 앞을 가로막는 벽을 넘을 수 없다면 전력을 다해 깨부술 것이고, 길이 없다면 뚫으리라.

처절하고 버겁더라도, 한 걸음 나아간다면 어제의 나보다 성장한 것이리라.

5년 후 다가올 미래를 위해.

전쟁이 없는 평화의 시대를 위해.

심호흡을 통해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며 에스파디아에게 얘기했다.

“준비됐죠?”

‘언제든지.’

“갑니다.”

흑도 명월을 말아 쥐며 게이트로 진입했다.

더는 땅을 보고 걷지 않았다.

정해진 끝을 향해 나아가는 게 아니라, 미래를 향해 앞을 보고 나아갔다.

--- 작가의말 ---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카카오페이지 독자님들.

응시입니다.

작년 말에 구상을 시작하고, 어느덧 1년이 지나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를 완결하게 됐습니다.

완결까지 휴재 없이 주7일 연재를 고수하는 게 목표였고, 목표한 바를 이루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디스크로 인해 연참을 자주 못 해서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처음 좀비물을 쓴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반대가 많았습니다.

마이너하다는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하지만 작가 이전에 좀비물을 좋아하는 한 명의 독자로서, 한 번 더 좀비물을 쓰고 싶었습니다.

아포칼립스물을 좋아하는 독자님들도, 거부감을 지닌 독자님들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소설을 쓰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가 연재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청개구리 같은 저를 도와주신 편집자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리고, 마이너한 장르도 정성껏 검토해주신 KW북스 편집팀께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종속캐를 사랑해주신 독자님들이 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응원해주신 독자님들의 댓글이 정말 큰 힘이 되었고, 그 힘으로 매일 연재를 이어온 것 같습니다.

함께 호흡하며 댓글을 달아주신 독자님들의 닉네임과 응원 메시지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겁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소설이 독자님들의 일상에 작은 즐거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무탈하시고, 가정에 행복과 행운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PS. 본편은 여기서 막을 내리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죠?

본래 2부의 예상 회차는 200화였지만, 서울 상공에 게이트가 열리고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이야기가 길어지게 되면 장르가 바뀐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기에,

배경이 다른 차원으로 바뀌는 만큼, 편집자님과 상의 끝에 추후 박재형의 이야기는 외전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외전에는 본편에 나오지 않은 안전지대(아틀란티스)의 생활도 담길 예정입니다.

정확한 연재 날짜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올해가 지나기 전에 시작할 계획입니다.

현재는 12월 중순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독자님들을 생각하며 하루빨리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껏 종속캐(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를 사랑해주신 모든 독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추후 연재될 외전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박재형은 돌아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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