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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370화 (370/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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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116화

얼추 상황은 이해됐으니, 인비디아의 위치를 살폈다.

인비디아는 진흙 괴물처럼 전신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력 흐름이 이전 같지 않고, 생성과 분열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마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육체를 유지하려고 하니, 충돌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였다.

이대로 끝내고 싶지만, 아직 대공습이 끝나지 않았다.

이에 에스파디아에게 물었다.

“에스파디아, 지금 인비디아 처리하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파편 말하게는 게냐?’

“네, 이미 근원을 100% 사용하고 있는데, 지금 인비디아 처리해도 자동으로 파편 흡수돼요?”

‘맞아.’

“지금의 저라면…… 설정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그건 바꿀 수 없어. 완벽한 성배를 위해 수정이 불가능하도록 내가 설정했으니까.’

결국 대공습이 끝날 때까지 인비디아가 살아 있어야 한다는 건데…….

대공습의 남은 시간은 21분.

앞으로 1분만 지나면…… 모든 아크에 함선이 도착할 것이다.

“그럼 하나만 더. 인비디아도 죽으면 파편이 떠올라요?”

‘파편이 아닌 근원이 떠오를 거야.’

“그게 인비디아의 본체죠? 근원이 남았다는 건 언제든 재생할 수 있다는 거고.”

‘맞아, 사실 저런 상태에서는 육체를 포기하고 마력부터 채워야 하는데, 인비디아가 마음이 급해서 당황한 것 같구나.’

“혹시 제 인벤토리에 인비디아 넣을 수 있어요?”

‘뭐?’

에스파디아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느껴졌다.

인벤토리에 인비디아를 담겠다는 말이 다소 어처구니없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난…… 어떻게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결인들은 내가 돌아오지 않는 한 게임 포기를 누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대공습이 끝났을 때 모두에게 게임 포기를 누르도록 유도하고,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고 싶었다.

에스파디아는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한숨과 함께 얘기했다.

‘인벤토리에 근원을 담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야. 아무리 관리자의 힘을 지녔다고 해도, 그건 쉽지 않아. 자칫 잘못하면 인비디아가 다른 차원으로 대피할 수도 있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만 알려줘요.”

‘잠깐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그럼 됐습니다.”

흑도 명월을 말아쥐며 인비디아의 앞으로 향하자, 놈은 절망과 경멸이 뒤섞인 눈으로 내 얼굴을 응시했다.

이에 인벤토리를 열며 얘기했다.

“자, 들어가라. 여기가 네 집이다.”

“미쳤구나, 에스파디아.”

“자존심 상해?”

“생명체를 개조하다니. 네가 그토록 외치던 자연의 순리는 어디 간 거지?”

거 참, 인벤토리에 들어가라니까 다른 얘기하고 있어.

인비디아는 바득바득 이를 갈며 얘기했다.

“이게 끝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언노운의 공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야. 내 죽음을 다른 녀석들이…….”

텁!

인비디아의 목을 붙잡자, 흘러내리던 마력이 고체처럼 굳는 모습을 보였다.

그대로 인벤토리에 집어넣자, 인비디아의 외침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끝이 아니다, 결코 끝이 아니야! 언노운에게 너희의 행성은 이미 발각……!”

즈즉-

인비디아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인벤토리를 닫았다.

뒤이어 뉴욕 일대를 돌아다니는 온갖 마물의 모습이 두 눈에 들어왔다.

게이트는 막았지만, 인비디아와 함께 내려온 본대가 지구상의 생명체를 모조리 처리하고 있었다.

이에 흑도 명월을 말아쥐며 물었다.

“에스파디아, 대공습 남은 시간 얼마나 돼요?”

‘19분.’

“여기서 한국까지 게이트 열 수 있죠?”

‘가능하지.’

“그럼 5분 안에 정리하고 한국으로 갑니다.”

명월에 마력을 주입하자, 눈부신 월광이 주변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훙-

검파를 사선으로 휘두르자.

콰과과과과과과광-!!!!!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쓰나미처럼, 명월에서 분출된 마력이 뉴욕 일대를 휩쓸었다.

* * *

부우우우웅-!

뱃고동 소리와 함께 여의도로 접근하는 거대한 함선.

남쪽과 북쪽을 연결하는 한강 다리를 뚫고, 전쟁의 끝을 알리는 함선이 접근하고 있었다.

“다들 천천히! 질서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1만이 넘는 생존자가 여의도 한강공원에 모였다.

그들은 멀리서 다가오는 함선을 보고 탄성과 함께 눈물을 글썽였다.

함선이 마포대교 앞에 정차하자, 곧 생존자들의 탑승이 시작되었다.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탑승했다.

하지만 두 사람, 박재형의 부모님은 결인들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학생들, 재형이 어디 있는지 아니?”

박재형의 아버지가 묻자, 이정우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얘기했다.

“그……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인데, 금방 올 겁니다.”

“안전한 거지? 재형이 오고 있는 거 맞지?”

“그럼요. 조금 전에 연락했습니다. 지금 오고 있대요.”

박재형의 부모님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정우는 애써 엷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먼저 탑승하세요. 재형이 도착하면 제가 얘기할게요. 부모님 먼저 탑승하셨다고.”

“고마워. 정말…… 학생들한테 너무 고마워.”

“재형이 덕이죠.”

이정우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두 분을 진정시켰다.

곧 탑승 행렬까지 두 분을 안내하고, 다시금 결인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재형이 마력 느껴져?”

이정우가 묻자, 정진영은 동쪽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선명하게 느껴져. 언노운의 마력은 거의 없고.”

“그럼 인비디아를 처리했다는 건가?”

“그렇겠지. 남은 마물들 처리하고 오지 않을까?”

“빨리 와야 하는데…….”

함선이 도착했으니, 앞으로 20분 이내에 대공습이 종료된다.

그러다 문득, 멀찍이서 생존자들을 바라보는 한 남자의 모습이 이정우의 두 눈에 들어왔다.

수하들은 보이지 않고, 홀로 배웅을 나온 안상진이었다.

이정우는 결인들에게 생존자 탑승을 부탁하고 안상진의 곁으로 달려갔다.

“안상진 씨 여기서 뭐해요.”

“우리 애들은? 정수랑 소혜는 안전해?”

“안전해요. 아까 한월 씨랑 같이 오는 것도 확인했고요.”

안상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는지, 아랫입술을 파르르 떨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툭 치면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정우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괜찮으세요?”

“어어, 괜찮아.”

“소혜랑 정수…… 보고 가셔야죠.”

“내 주제에 무슨. 안전하면 됐어.”

“소혜랑 정수도 아빠가 보고 싶을 거예요.”

안상진은 입술을 달싹이며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지하 대피소에 있을 때는 다급해서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건 아닐지, 내심 걱정이었다.

안상진이 쉽사리 입을 열지 않자, 이정우는 홀로그램을 살피며 얘기했다.

“대공습 14분 남았으니 한번 생각해 보세요. 최소한 출발 5분 전에는…….”

띠링-!

그 순간, 라스트아크 특유의 기계음과 함께 이정우의 눈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대공습을 이겨낸 모든 플레이어에게 알립니다.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아크에 계신 분들은 지금쯤 함선이 도착했을 겁니다. 모두 함선에 탑승하시기 바랍니다.

-탑승하시면 ‘게임을 포기하고 함선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라는 문장이 떠오를 겁니다. 모두 ‘예’를 누르시고 탑승해 주시기 바랍니다.

홀로그램으로 떠오르는 문장이지만, 이정우는 알 수 있었다.

저장된 메시지가 아니라, 박재형이 보낸 메시지라는 걸 말이다.

박재형은 살아남은 플레이어들에게 지금부터 취해야 할 행동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정우 오빠!”

뒤에서 들리는 설여원의 목소리.

이정우가 돌아보자, 결인들이 이정우의 곁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곧 선두에 있던 정진영이 물었다.

“방금 메시지 너도 받았어?”

“어, 모든 플레이어에게 전송한 메시지 같아.”

“어떻게, 우리도 게임 포기 눌러?”

“재형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 가더라도 같이 가야지.”

이정우의 머릿속으로 희망의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싸움이 끝나면 가루가 되어 사라질 줄 알았는데, 게임 포기를 누른다면…… 어쩌면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사람, 최현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파악한 이정우가 최현을 쳐다보며 물었다.

“현아 왜. 무슨 걱정 있어?”

“만약…… 재형이는 우리랑 같이 갈 수 없다면, 그땐 어떻게 하실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야.”

최현의 말에 주변에 있던 모든 일행이 최현을 쳐다봤다.

최현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띠링-!

그 순간, 옆에 있던 안상진의 눈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좀비 플레이어들에게 알립니다.

-여러분은 시스템에 따라 두 가지 부류로 정의되었습니다.

-모든 좀비 플레이어에게 강화된 치료제를 제공합니다.

-인류를 위해 싸워주신 좀비 플레이어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표합니다.

지이잉-

뒤이어 안상진의 손바닥으로 주사기가 생성되었다.

주사기에는 이러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강화된 치료제]

-강화된 치료제는 1시간 이내에 투여해야 하며, 좀비 플레이어의 협동 가능성에 따라 효과가 달라집니다.

안상진은 손바닥에 놓인 주사기를 보고 놀란 눈으로 결인들을 쳐다봤다.

이정우는 안상진이 들고 있는 주사기를 보고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그거 혹시…… 치료제에요?”

안상진은 손바닥에 놓인 주사기를 보고 울먹이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삼켰다.

이정우가 안상진을 달래자, 안상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혼잣말을 읊조렸다.

“같이 갈 수 있어. 나도 같이 갈 수 있어…….”

결인들의 눈가도 촉촉하게 젖었다.

그동안 안상진이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는지 알기에, 안상진이 쏟아내는 감격의 눈물에 모두가 공감을 표했다.

결인들이 안상진을 위로하고, 안상진은 코를 훌쩍이며 주사기를 손에 쥐었다.

“어어, 잠깐, 잠깐!”

전완수가 안상진을 붙잡자, 모두의 시선이 전완수에게 쏠렸다.

전완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얘기했다.

“치료가 급한 건 알겠는데, 수하들은 최대한 멀리 보내는 게 좋지 않아요?”

“아, 그래.”

100m 거리를 두고 생존자들을 둘러싸고 있는 안상진의 수하들.

모두가 안전하게 탑승할 때까지 지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치료제가 생긴 이상, 더는 안상진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 없었다.

안상진은 모든 수하들을 불렀다.

살아남은 2만의 수하와 돌연변이가 다가오자, 안상진은 입술을 파르르 떨며 수하들의 얼굴을 쳐다봤다.

곧 수하들에게 90도로 허리 숙이며 얘기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크르르르…….

안상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겠지만, 수하들은 목젖을 갈며 응답했다.

안상진은 옆에 있는 결인들에게 얘기했다.

“여기 있는 분들…… 고통스럽지 않게 보내줄 수 있을까?”

“수하들은 치료제 효과 못 받아요?”

“못 받아. 대장 좀비만 좀비 플레이어로 등록되거든.”

전완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카타나를 손에 쥐었다.

뒤이어 쏜살같이 좀비들의 목을 도려냈다.

본인이 죽은 줄도 모르도록, 수하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선사했다.

안상진은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붉은 점에 집중했다.

모든 수하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수하들의 시체 앞에서 큰절을 두 번 올렸다.

뒤이어 주사기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강화된 치료제는 좀비 플레이어의 협동 가능성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고 적혀 있어. 만약 내가 인간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너희가…….”

“걱정하지 말고 어서 치료제 맞아요. 그런 생각은 결과보고 해도 안 늦어요.”

정진영이 싱겁게 웃으며 얘기하자, 안상진은 한 차례 심호흡과 함께 주사를 맞았다.

푹-

띠링-!

-좀비 플레이어 안상진의 협동 가능성을 확인합니다.

-협동 가능성: 긍정적.

-효능이 발생합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창백하던 안상진의 안색에 혈색이 돌아오고, 불룩 솟았던 혈관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검게 변했던 혈관도 본래의 색으로 돌아오고, 안구도 인간의 것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띠링-

-치료가 완료되었습니다.

-플레이어 안상진: 가브리엘.

-좀비 플레이어로 변이되기 이전의 능력을 지닙니다.

강인한 대장 좀비에서 평범한 플레이어로 돌아온 안상진.

그는 양손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 모습을 얼마나 사무치게 그리워했는지, 그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정우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뒤에 있는 함선을 가리켰다.

“어서 가보세요.”

“어?”

“소혜랑 정수가 기다려요.”

안상진은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훔치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결인들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너희를 위해선 내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만큼 고마워.”

“하하! 어떻게 되찾은 인생인데, 저희한테 쓰시면 안 되죠.”

전완수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얘기하자, 안상진은 지금껏 보지 못한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곧 결인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으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함선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소혜야! 정수야!”

자녀들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는, 기나긴 기러기 생활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가장의 모습이었다.

이정우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안상진의 모습을 바라봤다.

뒤이어 훅, 하고 숨을 뱉으며 최현을 쳐다봤다.

“현아, 아까 하던 얘기는 계속해야지.”

“네?”

“재형이가 우리랑 같이 갈 수 없다는 게 무슨 말이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최현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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