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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367화 (367/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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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113화

이정우가 무기를 들고 일어나자, 옆에 있던 설여원도 카타나를 챙기며 일어났다.

“진영이는 치료에 전념해 줘. 저건 여원이랑 내가 상대…….”

“오빠 잠깐, 저거 봐요.”

이리로 날아오던 대장은 노량진역 근방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이정우와 설여원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추락지점으로 향했다.

여의도는 폐허로 변한 상태였고, 사방에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즐비한 상황이었다.

잔해들 속에서 느껴지는 언노운의 마력에 집중하며, 이정우와 설여원은 추락한 대장을 찾아나섰다.

“쿨럭!”

뒤이어 기침 소리와 함께 잔해에 파묻힌 대장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정우가 다가가자, 놈은 저항할 힘도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잠깐…… 잠깐……!”

제2군 대장 베르난데, 그의 비참한 몰골에 이정우는 눈꼬리를 치켜뜨며 물었다.

“뭐야 이거, 대장 맞아?”

그러자 설여원이 다가오며 얘기했다.

“마석이 느껴져요. 주변의 마력도 조금씩 흡수하고 있고.”

“그럼 죽여야지.”

이정우가 창을 말아쥐자, 베르난데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쳤다.

“잠깐……! 멈춰라!”

“……?”

“어리석은 것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란 말이다!”

베르난데의 외침에 이정우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는 걸쭉한 피를 토하며 말을 이었다.

“여기, 이 행성은…… 곧 파멸할 것이다.”

“역시 쓸데없는 소리.”

“정말이다!! 인비디아와 에스파디아가 격돌하고 있어. 이 행성의 운명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정우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설여원을 쳐다봤다.

베르난데는 공포에 질린 것처럼 전신을 덜덜 떨고 있었다.

대체 무엇을 보고 왔기에 이러는 걸까.

설여원은 가만히 턱을 매만지더니, 베르난데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래서, 우리더러 어쩌라고?”

“여기, 여기 있던 내 동료들, 그들은 어디 있는 거냐. 어서 그들에게 게이트를…….”

“무지개 다리 건넜어.”

베르난데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

“안 돼, 안 된다! 아니지, 아니다.”

정신을 반쯤 놓은 것처럼, 혼자 묻고 답하며 말을 이었다.

“너희, 너희도 에스파디아의 파편이 있다면 게이트는 열 수 있겠지?”

이정우와 설여원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열린 게이트는 닫을 수 있어도, 다시 여는 방법은 모른다.

두 사람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베르난데는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힘겹게 상체를 일으켰다.

“비켜라, 내가 마력을 흡수하고 게이트를 열어서…….”

“거기까지.”

이정우의 창이 베르난데의 목에 다다르자, 그는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미개한 것들아! 여기서 죽을 생각이냔 말이다!”

“다 같이 살겠다는 거야.”

“정신 나간 소리. 너흰 그들의 힘을 전혀 모르고 있다!”

베르난데가 열을 내자, 이정우는 눈꼬리를 치켜뜨며 물었다.

“이기는 싸움만 하겠다는 거냐?”

“……뭐?”

“질 게 뻔히 보여도 물러설 수 없는 사람들이 있는 거야. 여긴 우리 땅이고, 망가지게 내버려 두지 않아.”

“미쳤구나. 아주 단단히 미쳤어!!”

“언노운이 됐다는 건 이미 죽음을 경험했다는 건데, 두 번 죽는 게 무섭나 봐?”

“……!”

베르난데의 눈에서 이채가 번뜩였다.

살기를 내뿜고 있지만, 미약한 마력으로 인해 이정우에겐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이정우는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

“꼭…… 너 같은 박쥐가 물을 흐려.”

“살기 위해 애쓰는 게 잘못됐다는 거냐? 그러니 미개한 너희 종족은 멸망하는 것이다! 당장 비켜라!”

“살기 위해 발악하는 건 죄가 아니지. 하지만.”

이정우는 창을 말아쥐더니, 그대로 베르난데의 심장을 꿰뚫으며 얘기했다.

“동료를 미끼로 던지고 살아남은 놈이 할 소리는 아니지. 네 삶은 틀렸다.”

베르난데의 입에서 걸쭉한 핏물이 쏟아지자, 옆에 있던 설여원이 카타나를 말아쥐며 뛰어올랐다.

곧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베르난데의 목을 잘랐다.

파스스-

단말마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베르난데.

그 위로 빛을 잃은 마석이 떠올랐다.

이정우는 마석을 흡수하더니, 입맛을 다시며 얘기했다.

“간에 기별도 안 가네. 텅 빈 마석이야.”

“오빠, 그보다 이 녀석 말이 사실이면…… 우리도 동쪽으로 가는 건 위험하지 않아요?”

이정우는 이마를 긁적이며 고민하더니, 멀찍이서 들리는 마물들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 마물부터 처리하고, 마력 회복한 뒤에 생각해도 안 늦어.”

“……네.”

쾅-!!!!!

뒤이어 한강 방면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소리의 근원지를 살피자, 알파6이 쓰러지며 마포대교가 무너졌다.

크어어어어어어어!!!

죽은 알파6의 시체를 밟고, 그 위에서 포효를 내지르는 거대한 짐승.

이정우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일단 장군이부터.”

폭주한 장군이를 진정시키는 게 급선무였다.

* * *

쩌적-!!!!!!

쾅!!!!!!

하늘이 두 쪽으로 갈라지고, 폭풍우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뉴욕의 지반은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바닷속에 가라앉고 있었다.

-더는 무리야. 근원이 버티지 못할 게다.

눈앞으로 떠오르는 에스파디아의 메시지를 무시하고, 쉴 새 없이 몰아쳤다.

인비디아의 입에서 더는 거만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걸레짝이 된 인비디아의 갑주와 이가 나간 대검.

곳곳에 생긴 생채기까지.

조금만, 조금만 더 몰아치면 인비디아의 숨통을 끊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에 숨까지 참고 쉴 새 없이 맹공을 이어나갔다.

콰과과과광-!!!!

쾅!!!!!

쩌적! 떵-!!!!

최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륙과 떨어진 곳으로 몰아붙였지만, 롱아일랜드에서 버티는 인비디아.

‘빈틈.’

인비디아의 균형이 흐트러지며 선명하게 열린 목선이 두 눈에 들어왔다.

이에 흑도 명월을 고쳐 쥐며 있는 힘껏 휘두르려는 찰나.

머릿속으로 결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기타를 연주하며 웃음꽃을 피우던 모습.

지금 인비디아를 죽이면…… 파편을 지닌 일행은 가루가 되어 사라진다.

언노운의 공습이 끝나면 제 역할을 다한 파편들은 내게 자동으로 흡수된다고 에스파디아가 그랬으니까.

공격에 망설임이 생기자, 궁지에 몰린 인비디아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지면을 박차며 뛰어올랐다.

뒤이어 100m 상공에서 날개를 활짝 펼치며 읊조렸다.

“Gate of Apocalypse.”

기이이잉-!

그러자 수십 가닥으로 뻗어나간 날개에서 혼돈의 기운이 응축되더니.

콰과과과과과과과광-!!!!!!

융단폭격에 가까운 공격이 날아들었다.

빛의 속도로 떨어지는 폭격에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두 눈 부릅뜨며 읊조렸다.

“철괴!”

-2분간 받는 피해가 30% 감소합니다.

떠더더덩!!!! 텅!! 쾅!!!

쏟아지는 공격을 온몸으로 받으며 충격을 흡수했다.

뒤이어 에스파디아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정녕 파편을 흡수할 생각이 없는 게냐?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걸 너도 알 텐데.

“그건 내 친구들 목숨값이라고요!”

에스파디아는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더니, 한숨과 함께 얘기했다.

-하…… 그렇다면 에피소드를 수정하거라. 반쪽짜리 근원이지만, 광란을 이용해서 마력량을 끌어올렸으니 시스템에 개입할 수 있을 거야.

“그건 동기화 전에도 가능했어요!”

-아니, 큰 틀을 바꿀 수 있다고.

큰 틀?

에피소드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건가?

“그건 당신도 불가능하다면서요?”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느냐? 네게 근원을 넘기고 죽는 날만을 기다리던 내가 아니다.

“…….”

-지금의 너는, 내가 시스템을 처음 만들었던 순간과 엇비슷한 힘을 지니고 있어. 에피소드 종료는 불가능하더라도, 수정은 가능할 거야.

“이런 상황에 어떻게 홀로그램을…….”

-싫으면 지금 당장 파편을 흡수하란 말이다!

에스파디아가 열을 낸다.

이에 쏟아지는 폭격을 회피하며 재빨리 홀로그램을 열었다.

정신없이 눈을 굴리며 홀로그램과 주변 지형, 날아드는 폭격의 궤도까지 계산했다.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여서 시스템 창을 열고, 네 번째 에피소드 현황을 살폈다.

이전과 달리 종료 버튼에 불이 들어오고 있었다.

지체할 필요 없이 종료를 누르자.

띠링-!

-현재 랭킹 1위 파티는 ‘소리결’입니다.

-소리결이 진행 중인 에피소드: 네 번째 에피소드(대공습)

-에피소드 진행률: 35%.

-수정하시겠습니까?

에스파디아의 메시지가 아니라, 기계음과 함께 저장된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이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쳤다.

“네 번째 에피소드 종료!”

띠링-!

-급진적인 변환은 불가능합니다.

-수정 가능한 수치를 표시합니다.

띠링-!

-첫 번째 에피소드: 파티원 확보 50% 감소.

-두 번째 에피소드: 쉘터 확보 횟수 3회에서 2회로 감소.

-세 번째 에피소드: 씨앗 획득률 60%에서 30%로 감소.

-네 번째 에피소드: 대공습 시간 60% 감소.

-다섯 번째 에피소드: 안전지대 도착 시점이 아닌 함선 탑승 시점으로 변경.

에스파디아는 이런 상황까지 미리 구상해 둔 상태였다.

내가 한계 돌파와 스킬의 최대 수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중간에 사망했다면 이런 방안을 고려했을 것이다.

“그냥 바로 끝나면 좋을 것을, 왜 수정 사항까지 한계를 만들어둔 거예요?”

-앞일은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했을 뿐이다.

“시스템을 만들었을 때와 엇비슷한 힘을 지니고 있다면, 수정이 아니라 삭제도 가능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엇비슷한 것과 동일한 건 다른 거야. 반쪽짜리 근원으로 수정이라도 가능한 게 어디냐.

“에이 씨……!”

콰과과과과과과과광-!!!!!

지금도 폭격은 계속되고 있고, 뉴욕을 뒤덮은 게이트에서도 온갖 마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말싸움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기에, 황급히 네 번째 에피소드와 다섯 번째 에피소드 수정을 눌렀다.

띠링-!

-에피소드를 수정합니다.

-네 번째 에피소드 대공습의 남은 시간이 감소합니다.

-대공습 종료 시각이 24시간에서 60% 감소하여 9시간 20분으로 변경됩니다.

-함선 도착 시각이 20시간에서 60% 감소하여 8시간으로 변경됩니다.

-이미 진행된 시간을 계산합니다.

띠링-!

-대공습 종료까지 1시간 20분 남았습니다.

-함선 도착까지 1시간 남았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내게만 떠오른 게 아니라, 지구상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에게 전송되었다.

앞으로 1시간.

철괴가 유지되는 2분도 버틸 수 없는데 1시간을 버티라니.

이에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에스파디아! 사용할 수 있는 권능부터 알려줘요!”

-지금의 네겐 역부족이다. 마력량을 조절하고, 적절하게 배분하고 응축시키는 연습이 필요해.

“네?”

-권능을 사용하려면 근원을 활성화하고 충분한 연습이 필요한 법이다. 아직 마력 운용도 불안정한 네겐 무리야.

에스파디아의 대답과 함께 머릿속으로 날카로운 빗금이 스쳤다.

메시지일 뿐이지만, 그의 심리가 느껴졌다.

에스파디아가…… 내게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

이에 날아드는 폭격을 회피하며 물었다.

“에스파디아 당신,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죠?”

-……없다.

“거짓말하지 말아요. 당신이랑 나랑 무의식 연결된 거 몰라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데.”

-…….

“내가 근원을 사용하면 죽을까 봐 그러는 겁니까?”

에스파디아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대체 뭐지?

내게 숨길 이유가 없는데.

이미 한배를 탔는데, 왜 내게 비밀을 만드는 거야?

이에 눈살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내가 호응하라고 했잖아. 숨기지 말고 얘기해.”

-……지금 권능을 사용하면 갑주를 유지할 마력도 남지 않아. 갑주가 파괴되면 인비디아의 공격을 버틸 수 없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빨리 사용법이나 말해!”

-막무가내도 이런 막무가내가 없구나.

이에 흑도 명월을 반대로 쥐고, 내 목선에 갖다 대며 얘기했다.

“빨리 얘기 안 하면 자결합니다.”

-정신 나간 소리! 너를 이 자리까지 올리려고 내가 얼마나……!

“말대꾸?”

-하…… 정신 나간 녀석 같으니.

“그걸 이제 알았어요?”

에스파디아는 쉽사리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저히 못 당해내겠다는 듯이 얘기했다.

-마력량을 조절할 수 없는 네가 자의로 권능을 사용하면 근원이 버티지 못할 거야. 그러니 직접 만들어주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스킬처럼 만들어 주겠다고. 나도 집중해야 하니 너도 싸움이나 집중해!

뒤이어 심장에 갇혀 있던 마력이 머리로 이동하는 느낌이 들었다.

청개구리 같은 내게 불만을 표출할 법도 한데, 약속대로 꿋꿋하게 호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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