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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365화 (365/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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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111화

유럽에서 느껴지던 마력이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아직 적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당도할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최현은 저 뒤에 있는 형들을 불렀다.

“정우 형!! 진영이 형!!”

이정우와 정진영은 여의도 공원을 쳐다보더니, 뒤늦게 마력을 감지하고 쏜살같이 달려왔다.

“대장 위치는.”

이정우가 서쪽을 바라보며 묻자, 최현은 카타나를 말아쥐며 대답했다.

“아직 육안으로 확인할 수는 없는데, 늦어도 2분 안에 도착해요.”

“마력이 이전 같지 않아. 유럽에서 엄청 확보한 것 같은데?”

“상대할 수 있을까요?”

확신은 없다.

하지만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동쪽에서도 어마어마한 마력이 감지되고 있는 상황.

박재형의 도움은 바랄 수 없었다.

이정우는 기다란 창을 말아쥐며 얘기했다.

“죽기 살기로 싸워야지 어쩌겠어.”

* * *

유럽 정리를 마치고 한국으로 이동하는 두 명의 대장.

“길리언, 우리가 늦은 것 같다.”

“이렇게 빨리 정리될 줄이야. 어떻게든 우리 손으로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살아.”

제11군 대장 길리언과 제10군 대장 테마다르.

베르난데와 메르바냐크의 대화를 엿듣고 한 박자 늦게 게이트에 진입한 둘이었다.

베르난데의 계략 덕에 목숨도 부지하고 힘을 키웠다.

그 대가는 오랜 시간 함께 싸워온 동료들의 목숨.

이미 인비디아도 도착했고, 현 상황에 인비디아가 있는 곳으로 가면 동료들을 돕지 않은 벌을 받으리라 생각했다.

인비디아의 노여움을 풀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선 동료들을 죽인 원수들의 목이라도 들고 가야 했다.

“서둘러라. 인비디아 님이 에스파디아를 처리하기 전에 녀석들을 죽여야 한다.”

“동감이다.”

쾅-!!!!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길리언과 테마다르는 대한민국을 향해 박차를 가했다.

음속을 돌파하며 이동하자, 저 멀리 대한민국의 영토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뒤이어 길리언과 테마다르의 눈에 기이한 현상이 발견되었다.

게이트로 스며드는 에스파디아의 마력.

길리언은 이를 발견하고 마력 줄기가 형성된 여의도로 향했다.

“속도를 높여라 테마다르!! 게이트를 닫으려고 한다!!”

설여원을 발견하고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드는 찰나.

두근-

좌측에서 날아드는 살기에 재빨리 방향을 틀었다.

공격이 날아든 것도 아닌데, 직감적으로 회피했다.

설여원에게 곧장 날아갔다면…… 옆구리가 터졌을지도 모른다.

공중에서 날갯짓하며 강한 마력이 느껴지는 곳을 돌아보자, 그곳엔 4명의 존재가 길리언과 테마다르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정우와 정진영, 전와수와 최현이었다.

이정우는 길리언과 테마다르를 노려보며 물었다.

“둘이야?”

“…….”

길리언은 결인들을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에스파디아는 분명 인비디아와 함께 있을 터.

하지만 이들의 몸에서 흐르는 마력은 에스파디아의 것이었다.

‘에스파디아의 분신인가?’

길리언이 이러한 생각을 하자, 옆에 있던 테마다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파편이다.”

“파편?”

“저들의 육체에서 에스파디아의 마석이 느껴져.”

테마다르의 말에 길리언은 사슬낫을 손에 쥐며 테마다르에게 물었다.

“그럼 지금 보이는 마력이 전부라는 건가.”

“처리하지.”

* * *

콰아아아앙-!!!!

우르르르…… 콰광!!!!

인비디아의 대검와 흑도 명월이 맞닿을 때마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대지가 울리고, 하늘이 갈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미친……!’

도저히 타격을 입힐 수 없었다.

인비디아의 공격을 간신히 회피하고 막아내는 게 한계.

스킬 철괴를 사용하고, 집념 효과를 인비디아에게 걸었지만 놈의 공세는 약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동기화 진행률이 끝나며 신체 능력이 60만을 넘어섰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비디아가 월등히 강했다.

“에스파디아 네 이놈!! 고작 이런 능력으로 절대자라 칭한 것이냐!!”

쾅!!!

단두대처럼 직격하는 인비디아의 대검을 흑도 명월로 저지했지만, 압력에 못 이겨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지면이 깊게 파이며 거미줄 모양의 균열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짓눌릴 것 같다.

“크윽……!”

“허망하게 갈 생각이라면 포기해라. 네 영혼까지 잘근잘근 씹어 먹어줄 테니!”

쾅!!! 쾅!!! 쾅!!! 쾅!!!

망치로 못을 박듯이, 인비디아는 쉴 새 없이 명월을 가격했다.

이에 기회를 엿보며 칼날에 마력을 실었다.

훙-!

인비디아가 양팔을 치켜드는 찰나.

“핀치.”

-단일 대상에게 10회에 한하여 2배의 피해를 입힙니다.

-10회 이후부터 ‘최후통첩’ 효과가 발동됩니다.

허리부터 가슴까지 빈틈이 생긴 것을 확인하고,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명월을 휘둘렀다.

후웅-!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닿았다.’

칼끝으로 확실한 타격감이 느껴졌다.

일대의 모든 것이 사라지며 자욱한 흙먼지가 일었다.

이 정도면 제아무리 인비디아라도…….

후웅-!!

쩍-!!!!!

“커헉……!”

흙먼지를 뚫고 좌측에서 날아든 주먹이 그대로 옆구리를 가격했다.

묵직한 일격.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고층 건물을 꿰뚫으며 수백 미터를 나뒹굴었다.

[가슴 보호대: 0%]

일격에 보호대의 내구도가 0으로 떨어졌다.

기침을 토하며 간신히 균형을 잡고 고개를 들자.

“벌써 지친 게냐?”

코앞으로 드리우는 인비디아의 얼굴.

살기가 담긴 안광을 번뜩이는 모습에, 피가 차갑게 식으며 숨이 턱 막히는 공포감을 느꼈다.

‘피해야 돼.’

황급히 상체를 일으키며 뒷걸음질 치자, 인비디아는 히죽거리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고작 50㎝ 거리를 두고 바짝 따라붙는 인비디아.

그런 와중에도 공격은 하지 않고 히죽거리고 있다.

방향을 틀어가며 도망쳐도 2m 50㎝의 장신은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 압박감으로 인해 숨조차 쉬지 못했다.

힘의 격차를 느끼라는 건가?

나를…… 가지고 놀고 있어?

대장급과 인비디아의 격차가 이렇게 크다고?

지금의 난 대장급도 일격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인데, 인비디아 앞에서는 허리도 펼 수 없었다.

훙-!!

사선으로 명월을 휘두르자, 인비디아의 대검이 허리춤 높이에서 칼날을 저지했다.

텁!

그와 동시에 내 멱살을 잡는 인비디아.

“하찮아, 하찮아, 하찮아, 하찮아!!”

세차게 멱살을 흔들며 허우적거리는 내 모습을 보고 즐긴다.

약자를 괴롭히며 즐기는 꼴이라니.

변종이 누구를 모티브로 제작됐는지 알 것 같았다.

-파편을 흡수해라. 더는 위험해.

눈앞으로 떠오르는 에스파디아의 메시지.

“싫어……!”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거냐?

“모두를 살리겠다는 거다!!”

존댓말할 여력도 없었다.

그러자 쉴 새 없이 멱살을 흔들던 인비디아가 눈꼬리를 치켜뜨며 얘기했다.

“그릇 속에 숨어서 뭐 하는 거냐 에스파디아! 어서 나와라, 나랑 얘기 덜 끝났잖아!”

텁!

이에 인비디아의 손목을 붙잡고, 그대로 악력을 가하며 팔을 비틀었다.

인비디아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잡고 있던 멱살을 놓았다.

호신술은 경험한 적 없으니 당황스럽겠지.

간신히 거리를 벌리고 흑도 명월의 상태를 살피자 듬성듬성 이가 나간 상태였다.

“신기하구나. 균형을 공략하는 기술인가?”

인비디아는 본인의 왼손을 쳐다보더니, 손목을 빙빙 돌리며 히죽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에스파디아에게 물었다.

“명월도 알아서 복구돼요?”

-마력만 충분히 넣어주면 복구되니 걱정할 필요 없다.

명월에 마력을 주입하자, 이전의 카타나와 달리 금세 복구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체내에서 생성되는 마력보다 소모되는 마력이 크다는 것.

어떡하지.

대체 어떻게 해야, 파편을 흡수하지 않고 인비디아를 상대할 수 있을까.

그러다 문득, 머릿속으로 한 가지 방안이 떠올랐다.

‘독 안개.’

독 안개는 단순히 변종과 좀비를 강화하기 위한 요소가 아니다.

언노운의 움직임을 저지하는 효과도 있었다.

인비디아에게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좌우를 두리번거리자, 인디비아는 턱을 치켜들며 얘기했다.

“도망갈 곳은 없다. 그만 포기해라.”

“시끄러.”

“…….”

인비디아의 눈꼬리가 꿈틀거리더니, 하체를 접으며 양손으로 대검을 쥐었다.

“끝까지 나올 생각이 없다면…… 그대로 베어주마, 에스파디아.”

인비디아가 달려들기 전에, 황급히 독 안개 속으로 대피했다.

동서남북 기준조차 없었다.

일단 대피해야 한다는 생각에 인비디아의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쾅-!!!!

뒤따라 박차를 가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접근하는 살기에 뒤를 돌아봤다.

전속력으로 쫓아오는 인비디아.

하지만 다급히 걸음을 멈추더니, 공기 중에 퍼진 독 안개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놈은 왼팔로 코와 입을 가리더니, 분기에 찬 목소리로 얘기했다.

“무슨 수작이냐.”

“향기 좋지?”

이미 게이트도 열린 마당에, 굳이 뉴욕 아크에서 싸울 필요는 없다.

이용할 수 있는 건 전부 이용해야지.

뒤이어 인비디아의 육체에서 마력 흐름이 느려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에 난…… 집중하지 않아도 공기 중에 퍼진 독 안개가 내게 흡수되고 있었다.

내 신체가 인비디아의 마력에 적응할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내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면 그만.

“2차전 가보자고.”

입꼬리를 올리며 검파를 말아쥐자, 눈앞으로 에스파디아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좋은 생각은 아니구나.

“네?”

-독 안개는 어디까지나 언노운의 발목을 잡는 수준이다.

“그러니 이용해야죠.”

-인비디아 정도 되는 놈들은 달라. 인비디아는 언노운의 마력 근원을 지니고 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네가 인비디아의 마력에 적응하는 것처럼, 인비디아도 내 마력에 적응할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치지직- 치직-

뒤이어 인비디아의 갑주에서 불똥이 튀더니, 금세 복구되는 모습을 보였다.

조금 전 핀치를 이용해서 마력장을 뚫고 갑주에 타격을 입혔는데, 그 부위가 복구된 것이다.

“어리석구나. 하찮고, 어리석어.”

인비디아는 웃겨 죽겠다는 듯이 실웃음을 터뜨렸다.

뒤이어 폐부 깊숙이 숨을 들이쉬더니, 두 눈을 번뜩이며 대검에 마력을 실었다.

그러자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독 안개가 인비디아의 대검에 흡수되며 언노운 특유의 이질적인 마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내게 득이 된다는 것은, 인비디아에게도 득이라는 뜻이었다.

결이 다른 마력일 뿐, 그 흐름만 맞추면 언제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이에 양손을 말아쥐며 에스파디아에게 물었다.

“파편 없이 스탯 높이는 방법 없어요?”

-하나 있긴 하다만…… 잘못하면 근원이 파괴된다.

“근원이 파괴돼요?”

-지금은 생산하는 마력에 한계가 있어. 그걸 억지로 끌어올리는 행위니, 당연히 망가질 위험이 있지.

“……하겠습니다.”

-죽을 수도 있어. 그래도 하겠다는 게냐?

“지금껏 지켜봤으니 알잖아요. 죽을 각오는 기숙사 나올 때 끝냈어요.”

-…….

에스파디아는 대답을 망설였다.

“빨리 알려줘요. 망설이다간 진짜 죽어요.”

벌써 인비디아의 주변으로 거대한 마력이 형성되어 있었다.

간신히 파괴했던 마력장도 재생됐는지, 인비디아의 갑주에서 불쾌한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을 진정시키고,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상황에 집중하자.

-하지 마.

“……네?”

-심장을 진정시키지 말고, 광란을 사용해라.

에스파디아의 대답이었다.

이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광란…… 이미 적용된 거 아니었어요?”

-시스템이 광란에 대해 설명하는 걸 본 적 있느냐?

곰곰이 생각해 보니 스킬 최고레벨을 달성했을 때도, 근원이 활성화 됐을 때도, 액티브 스킬과 특수 스킬에 대한 설명만 있고 광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에스파디아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광란은 근원의 힘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기술이다. 일부러 과부하를 걸어서 싸우는 거야.

“잠깐, 그럼…… 이 상태에서 광란 발동하면 신체 능력 120만이에요?”

-더는 신체 능력으로 계산할 필요 없다.

“그건 무슨 소리에요.”

-신에게 신체 능력은 무의미하다.

뭐지 이 거만한 소리는.

신의 힘이라고 해놓고, 지금껏 인비디아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은 건 벌써 잊은 건가?

에라 모르겠다.

지금은 하나하나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기에, 에스파디아가 시키는 대로 심장의 고동에 집중했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펌프질이 빨라질수록 분출되는 마력량도 높아졌다.

전신을 휘도는 마력에 집중하자, 서서히 체내에 담을 수 있는 마력이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생산속도를 높이는 찰나.

둑.

무언가 터지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엿가락처럼 늘어지며 한 차례 현기증이 발생하더니.

츠으으으으……!

쿵쿵쿵쿵쿵쿵쿵-

심박이 미친 듯이 증가하며 보호대의 모습이 바뀌기 시작했다.

[에스파디아의 전용 갑주: 명왕의 갑주가 활성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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