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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358화 (358/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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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104화

인비디아의 명에 수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제2군 대장 베르난데, 그 외 10명의 대장급,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대장들은 순식간에 인비디아의 앞에서 사라졌다.

11명의 대장은 아우키엘이 열어둔 게이트로 이동하며 얘기했다.

“인비디아 님도 무심하시지. 항상 아픈 손가락만 챙기는데 우리가 어떻게 아우키엘을 곱게 봐?”

“원래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하잖아. 머리는 나쁘지만, 패기 넘치는 아우키엘이 귀여워 보였겠지.”

“패기 넘치면 뭐하냐고. 지금처럼 실수만 하는데. 1군 대장이란 명성이 아깝다.”

대장들이 구시렁거리자, 베르난데는 눈살을 찌푸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멍청한 새끼들.’

아우키엘이 있기에 지금껏 더러운 일을 피할 수 있었다.

먼저 나서서 고생하는 아우키엘이 있기에, 베르난데는 쉬운 일을 하며 조금씩 마력을 증가시킬 수 있었고, 이는 다른 대장들도 마찬가지였다.

호쾌한 아우키엘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망정이지, 아우키엘의 성격이 조금만 이기적이었어도 전부 죽었을 것이다.

그런 아우키엘이 죽었으니, 조금 전 인비디아의 손에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베르난데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고심에 잠겼다.

아우키엘을 죽일 정도로 강한 적이 있다면, 지금 지구로 이동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 없었다.

게이트로 들어가면 적에게 죽고, 떠나지 않으면 인비디아에게 죽는 상황.

모든 선택지가 죽음으로 향하지만, 베르난데는 여기서 죽을 생각이 없었다.

살아남은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아우키엘이 열어둔 게이트 앞에 도달하자, 7명의 대장이 망설임 없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에 베르난데가 망설이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대장이 물었다.

“베르난데, 자넨 안 들어가나?”

“…….”

베르난데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질문을 던진 대장이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너 다른 생각 있는 거지?”

“지금 들어가면 다 죽는다.”

“동감이야.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몰라도, 너와 함께 하겠다.”

“나를 믿겠다는 거냐?”

“대장들 중에 가장 머리가 좋으니까.”

베르난데는 동료의 눈을 가만히 쳐다보며 생각했다.

‘쓸모가 있을지도.’

제8군 대장 메르바냐크.

대장들 중에 그나마 머리가 좋은 녀석이었고, 함께 전장을 휩쓴 경험도 있었다.

베르난데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손끝으로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아우키엘이 열어둔 게이트의 좌표를 살짝 비트는 모습을 보였다.

지구에서 가장 마력이 강한 장소가 아니라, 동쪽과 서쪽의 미약한 마력이 흐르는 곳으로 비트는 모습이었다.

베르난데가 게이트로 들어가자, 뒤이어 메르바냐크가 따라 들어갔다.

남은 두 명의 대장도 한 박자 늦게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 * *

게이트를 빠져나온 7명의 대장은 공중에서 전황을 살폈다.

그중 선두에 있던 대장이 입을 열었다.

“강한 마력이 하나 있다. 에스파디아의 마력과 비슷해.”

“에스파디아? 그놈은 육체가 없어서 아우키엘을 죽이지 못할 텐데.”

다른 대장이 반박하자, 선두에 있던 대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에스파디아가 생명체에게 흡수된 것 같다.”

“그럴 리가. 아무리 모성에 사는 생명체라도 에스파디아의 힘을 버티는 건 불가능하다. 에스파디아의 힘을 버틸 수 있는 그릇이라면 인비디아 님도…….”

“거기까지. 멀리 가지 마.”

선두에 있던 대장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읊조렸다.

“에스파디아……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

스스로 모성을 개조한 에스파디아.

언노운으로부터 숨기 위해 생명체를 줄인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에스파디아는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것도 본인이 직접 선두에 서는 전쟁을 말이다.

뒤이어 선두에 있던 대장이 날개를 활짝 펼치며 얘기했다.

“제3군 대장 나녹스, 내 직접 에스파디아를 처단할 것이다. 나와 함께 할 자 누구인가.”

그러자 옆에 있던 대장들도 날개를 펼치며 얘기했다.

“제4군 대장 이피루스, 함께하겠다.”

“제5군 대장 단테르, 함께하겠다.”

…….

…….

모든 대장이 함께하기를 청하자, 3군 대장 나녹스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다른 4명은 어디 갔지?”

게이트에서 나오지 않은 4명의 대장.

베르난데와 메르바냐크, 그 외 2명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대장들은 게이트를 슬쩍 쳐다보더니, 곧 동쪽과 서쪽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베르난데와 메르바냐크의 마력이 서쪽에서 느껴진다.”

“다른 두 놈은 동쪽에서 느껴져.”

나녹스는 대장들의 대답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좌표가 바뀔 리가 없는데…….”

“베르난데가 또 수작을 부리고 있겠지.”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베르난데.

동료의 성향을 알기에, 나녹스는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을 읊조렸다.

“대체…… 이번엔 무슨 꿍꿍이냐. 베르난데.”

“나녹스, 에스파디아의 마력이 우리를 응시한다. 우리의 마력을 눈치챘어.”

“…….”

“아직 힘을 완전히 되찾지 못한 것 같은데, 바로 처리하지.”

“가자.”

7명의 대장은 쏜살같이 박재형에게 향했다.

* * *

게이트에서 강한 마력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우키엘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마력 파장.

인비디아가 오는 건가?

그럴 리가, 에스파디아는 인비디아가 올 수 없다고 했는데?

그어어어어어……!!

뒤이어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온갖 마물과 함께, 7명의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에겐 전부 날개가 달려 있었다.

마치 마력을 개방한 아우키엘의 모습과 흡사했다.

전부 아우키엘 급의 대장인가?

놈들은 공중에서 전황을 살피더니, 일제히 내 얼굴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에스파디아의 마력을 감지한 모양이다.

한 명씩 상대하는 거면 몰라도, 7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상당히 부담스럽다.

-파편들을 불러라.

눈앞으로 떠오르는 에스파디아의 의견.

“파편이면…… 제 친구들이요? 대장급을 상대할 정도는 아니에요.”

-파편의 동기화가 끝나면 대장급도 상대할 수 있어.

“예?”

-아우키엘이 죽었으니 아직 11명의 대장이 남았다. 너 혼자 모두를 감당하는 건 무리야.

이에 일행을 쳐다보며 외쳤다.

“다들 이쪽으로 와!! 마물은 좀비한테 맡기고 전부……!”

그 순간, 게이트에 있던 7명의 대장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3㎞나 떨어진 거리인데, 놈들은 눈 깜박할 새에 다가왔다.

이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읊조렸다.

“철괴.”

-2분간 받는 피해가 30% 감소합니다.

전신을 휘감는 기류.

다급히 가드를 올리는 찰나.

콰과과과과과과과광-!!!!!

폭격에 가까운 공격이 이어졌다.

여의도 공원은 순식간에 쑥대밭이 되고, 사방으로 흙먼지가 퍼지며 시야를 차단했다.

어디를 어떻게 맞았는지 모르겠다.

정신없이 두들겨 맞은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뼈는 부러지지 않았다.

양팔과 어깨, 옆구리가 욱신거리지만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다.

철괴의 받는 피해 30% 감소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펑-!!!!

뒤이어 폭음과 함께 선두에 있던 대장 하나가 밀려나는 모습을 보였다.

패시브에 있는 반사 피해가 발동한 것이다.

25% 확률이라더니, 체감상 발동 확률은 10%도 안 되는 것 같다.

놈은 갑작스러운 피해에 공격을 멈추더니, 찌푸려진 눈으로 내 얼굴을 노려봤다.

이에 가드를 풀고 대장들에게 얘기했다.

“이 새끼들이…… 대장이란 놈들이 어디서 다구리를.”

그러자 반사 피해를 입은 대장이 한 걸음 다가오며 얘기했다.

“제3군 대장 나녹스, 에스파디아 님을 뵙습니다.”

“……?”

뭐야, 왜 예의 바르게 나오지?

그러자 에스파디아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인비디아의 3군 대장 나녹스. 저놈은 예전부터 예의 바른 놈이었지.

“그럼…… 아군으로 끌어들일 방법이라도 있어요?”

-전혀. 어디까지나 예의가 바른 거지, 냉정한 녀석이다.

이에 마른침을 삼키며 나녹스를 쳐다보자, 그는 인벤토리에서 기다란 대검을 손에 쥐며 얘기했다.

“한때 당신을 존경했습니다. 온화하면서도 냉철한 당신은 제게 강한 인상을 주었으니까요.”

“…….”

언노운의 대장급은 인벤토리 기능이 있는 모양이다.

다른 차원을 열고, 그곳에서 무기를 꺼내는 것처럼 보였다.

나녹스는 차갑게 내려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당신은…… 더는 제 어릴 적 우상이 아닙니다. 나태에 젖어 허송세월을 보낸 대가를 톡톡히 치르셔야 합니다.”

“저기요. 저는 에스파디아가 아니고…….”

“이만 죽어주셔야겠습니다.”

쾅-!!!!

지면을 박차며 쏜살같이 접근하는 나녹스.

이에 재빨리 카타나를 손에 쥐는 찰나.

깡-!!!

이정우의 기다란 창이 나녹스의 대검을 저지했다.

나녹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리자.

뻥-!!!!

이번엔 정진영의 발길질이 나녹스의 안면을 강타했다.

뒤이어 나타난 전완수와 최현, 설여원.

대장들은 갑작스레 나타난 결인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나녹스는 얼얼한 턱을 매만지며 결인들을 쳐다보더니, 곧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설마…… 이게 당신의 선택입니까?”

“아까부터 뭐라는 거야.”

“하긴, 당신의 힘을 온전히 버틸 그릇은 만들 수 없었겠죠. 그렇다고 힘을 분산하다니.”

나녹스의 이마 위로 핏줄을 불끈 솟아나더니, 살기를 내비치며 얘기했다.

“가짜들로 우리를 저지하겠다는 오만한 생각이,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 똑똑히 보여드리죠.”

아니…… 우린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혼자 열 내고 판단하고 결정한다.

전완수도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지, 목에서 뚜둑 소리가 나도록 좌우로 움직이며 얘기했다.

“뭐래 미친놈이.”

“…….”

“시끄럽게 하지 말고 덤벼 이것들아.”

결인들의 전신에서 푸른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마력을 개방한 모습.

이에 설여원을 쳐다보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너희 동기화 끝났어?”

“당연히 끝났지.”

벌써 끝났다고?

처음부터 나보다 8배는 빠른 속도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설여원은 내 모습을 위아래로 훑으며 물었다.

“너는 얼마나 남았어? 거의 끝나가?”

“아직 26%야.”

“26%? 왜 그리 느려?”

“……나도 모르지.”

그러자 에스파디아의 대답이 떠올랐다.

-근원과 파편을 비교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파편은 어디까지나 파편일 뿐, 하나의 마석이라 생각하거라.

“…….”

-네 육체는 마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개조되고 있어. 시간이 필요한 게 당연하다.

에스파디아의 대답을 확인하고 설여원에게 물었다.

“지금 신체 능력 몇이야.”

“대략 12만 5천.”

5배나 강해졌다고?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뒤이어 에스파디아의 대답이 떠올랐다.

-파편을 받은 플레이어가 적어서 가능한 일이야.

“네?”

-파편은 내 힘의 50%를 나눠 받도록 설정했다. 다섯 명이 초월자의 물약을 마시고 각성했으니, 다들 10%씩은 사용할 수 있을 거야.

고작 10%의 힘으로 12만 5천이라니.

“그럼…… 저한테 나머지 50%가 있다는 거예요?”

-맞아, 네겐 근원이 있으니까.

“언제 사용할 수 있는 겁니까. 동기화 끝나야 가능한 거예요?”

-마력을 스스로 생성할 수 있어야 하니 동기화가 오래 걸리는 거야. 육체의 모든 기능이 마력과 동화되어야 한다.

이에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다들 한 놈씩 맡아줄 수 있어?”

그러자 전완수와 최현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카타나를 쥐며 대답했다.

“당연한 소리를.”

“껌이지.”

언노운의 대장들 사이에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놈이 존재했다.

설여원은 그를 노려보더니, 카타나와 방패를 손에 쥐며 얘기했다.

“저 언니는 내가 담당한다.”

그러자 모두가 하나씩 지목하기 시작했다.

남은 대장은 나녹스와 이피루스.

이정우는 슬쩍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재형이 너, 혼자서 두 마리 상대할 수 있어?”

이에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거뜬하죠.”

하체를 숙이며 나녹스와 이피루스를 응시하자, 놈들은 내 시선을 느끼고 무기를 손에 쥐었다.

나녹스도 동료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다들 에스파디아의 파편을 받은 가짜들을 맡아라. 에스파디아는 나와 이피루스가 상대하겠다.”

그러자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제5군 대장 단테르가 물었다.

“둘이서 버거울 거야. 나도 합세하지.”

“아니, 파편부터 처리하고 합류해라. 파편도 우습게 볼 수준이 아니야.”

나녹스가 덤덤하게 얘기하자, 단테르는 반박 대신 기다란 채찍을 손에 쥐며 얘기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지원하도록 하지.”

“기꺼이.”

대장들과 소리결.

팽팽하게 이어지던 신경전은 찢어지는 파공음과 함께 사라졌다.

쾅-!!!!!

인간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신들의 격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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