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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102화
에에에에엥- 에에에에엥-
레버를 당기자, 고막을 찌르는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아크에서 레버를 당겼습니다.
-서울 아크의 방어 기능이 사라집니다.
-생존자를 위한 함선이 출발합니다.
-도착 예정 시간: 20시간.
띠링-!
-대공습이 시작됩니다.
-반경 100㎞ 이내의 좀비와 변종, 감염된 동식물이 자극을 받아 달려옵니다.
-대공습은 24시간 동안 유지됩니다.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온 마물들은 사이렌을 듣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포효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공포심을 떨쳐내기라도 하듯, 괴성을 내지르며 내려오는 마물들.
생김새부터 이미 이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
코즈믹 호러에서나 볼 수 있던 거대한 괴물부터 다리가 수십 개나 달린 해괴망측한 괴물까지.
심지어 1m 크기의 벌레처럼 생긴 마물까지 존재했다.
“미친…….”
옆에 있던 전완수는 하늘에 열린 게이트를 보고 욕설을 읊조렸다.
마물들은 구멍 난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는 것처럼 끝도 없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뒤이어 대지를 울리는 거친 발소리와 함께, 좀비들이 아크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안상진의 수하들, 그리고 아크의 사이렌을 듣고 몰려드는 변종과 감염된 동식물이었다.
전완수는 퍼석한 입술을 핥으며 물었다.
“이번 싸움만 끝나면, 우리 진짜 쉴 수 있는 거지?”
“마지막이야. 다들 끝까지 집중해 줘.”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하자, 이정우는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얘기했다.
“그동안 수고했다.”
“아직 안 끝났어요. 그런 건 나중에 얘기해요. 형.”
“혹시 모르잖아.”
“네?”
혹시 모른다니?
누군가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왜 시작도 하기 전에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진짜 땅만 보고 열심히 걸었더니, 정말 목적지가 보이긴 보이네.”
이정우는 엷은 미소를 짓더니,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다들, 그동안 고생 많았다. 이제 끝이 보이기 시작했어.”
“…….”
“마지막까지 살아남자. 모든 게 끝나면…… 그땐…….”
이정우가 말끝을 흐리자, 뒤에 있던 정진영이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끝나면 놀아야지 뭘 고민해. 동방에서 기타나 치자고. 베짱이처럼.”
“그래. 기타도 치고, 노래도 하면서 놀자고.”
간만에 보는 이정우의 웃는 얼굴이었다.
초조한 나머지, 내가 너무 예민하게 생각한 모양이다.
이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온갖 마물과 좀비들이 아크에 도달하는 걸 확인하고, 인벤토리에 넣어둔 건틀릿과 각종 보호대, 카타나를 꺼냈다.
근원이 작동하면서 그동안 활성화 시켜둔 스킬들이 비활성화로 전환되었다.
이에 보호대와 건틀릿을 착용하며 읊조렸다.
“다이브, 광폭화, 가속, 감지, 증폭.”
츠으으으으으-!!
전신으로 증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전과 달리 푸른빛이 맴도는 증기.
이제야 알 것 같다.
스킬을 사용하면 피어나던 알 수 없는 기류의 정체가 바로 마력이었다.
나도 모르는 새에 조금씩 마력을 개방하고, 사용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홀로그램을 통해 현재 신체 능력을 확인했다.
자그마치 11만.
특수 스킬들이 패시브로 바뀌고, 증폭의 효과는 패시브 스킬에 적용되었다.
지금은 마무리 일격과 철괴를 제외하면 전부 패시브 스킬이나 다름없기에, 항시 최고의 컨디션으로 싸울 수 있었다.
여의도공원에 착륙한 마물들.
한 마리도 빠짐없이 스킬 감지에 포착된다.
“스킬 감지 설정 변경. 좀비와 변종, 감염된 동식물 제외. 언노운만 표시.”
-좀비, 변종, 감염된 동식물을 제외한 언노운을 포착합니다.
여의도 공원에 착륙한 마물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이곳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좀비화를 사용하면 알아서 하울링이 유지되니, 내 존재를 인지한 모양이다.
이에 하체를 접고, 건틀릿을 말아쥐며 일행에게 얘기했다.
“가죠.”
“자, 드가자!”
콰앙!!!!!!
소닉붐과 함께 노도와 같이 여의도 공원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15m 크기의 마물에게 주먹을 내지르자.
쩍-! 쾅!!!!!
표피의 겉면에 투명한 막이 존재했다.
마력으로 방어막 같은 걸 만든 것 같은데.
상위 개체인가?
하지만 일격에 방어막이 깨지고, 그대로 살갗이 터져나갔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크어어어어어어어-!!!
뒤이어 아크의 외벽을 타고 넘어오는 수십, 수백만의 좀비 떼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속에 포함된 각종 변종과 감염된 동식물.
게이트에서 쏟아져나온 마물들은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덩달아 포효를 내지르며 좀비 떼와 격돌했다.
순식간에 접근한 결인들도 두 눈에 이채를 띠며 카타나를 휘둘렀다.
촤학-!!
마물들의 살가죽에 난도질을 가하며, 사정없이 찢어발기는 모습을 보였다.
초월자의 물약을 통해 각성한 일행도 신체 능력이 대폭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강화제 알약까지 먹은 것 같은데, 최소한 2만 이상.
동기화 진행률이 올라가면서 그 수치는 점점 증가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마물들 사이에 있는 인간의 형체가 감지에 포착됐다.
대략 2m 50㎝의 크기.
놈은 우리를 공격하지 않고, 무언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띠링-!
-그라나다 아우키엘. 저 녀석부터 죽여야 돼.
눈앞으로 떠오르는 메시지.
아니, 에스파디아의 말이었다.
그라나다 아우키엘이라면…… 선발대를 이끄는 대장이라고 했던가?
이에 길목을 막아선 마물들을 처리하며 아우키엘의 곁으로 향했다.
총구를 떠난 탄알처럼 쏜살같이 접근하는 찰나.
훙-!
‘오른쪽.’
쾅-!!!!!!
아우키엘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재빨리 상체를 비틀어 양날도끼를 휘둘렀다.
다급히 가드를 올린 덕에 공격을 방어할 수 있었다.
두 팔로 전해지는 얼얼한 충격.
예상보다 강하다.
자그마치 11만의 신체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꽤나 묵직한 타격감이 느껴졌다.
마른침을 삼키며 아우키엘을 응시하자.
“ᨕ၉ↈộᝤზႣઔߞਵઋਊဪᨑ.”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읊조리는 아우키엘.
이에 눈꼬리를 치켜뜨자, 뒤이어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통역 기능을 활성화하시겠습니까?
“네.”
그제야 아우키엘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벌레 같은 생물이 득실거리는 행성이구나.”
벌레?
이에 눈살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야, 누가 봐도 벌레처럼 생긴 건 니들이잖아. 턱에 달린 그건 뭐야, 촉수냐?”
“……어떻게 우리 언어를 알아듣는 거지?”
“니 아빠다.”
가래침을 뱉으며 얘기하자, 놈의 미간이 꿈틀거리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곧 내 모습을 유심히 쳐다보더니, 서서히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그 마력…… 설마 에스파디아냐?”
“아빠보고 인사도 안 하네.”
“이 하등한 종속이 감히…….”
“화나셨어? 에베베, 그럼 한 대 치시든가.”
일부러 약 올리자, 놈은 양날도끼를 쥐며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이에 가드를 올리며 에스파디아에게 물었다.
“에스파디아, 당신 말대로 시선 돌렸어요. 그런데 저게 뭔데 방해하라는 거예요?”
-아우키엘에게 마력을 집중할 시간을 주면 안 돼. 그럼 게이트가 완성된다.
“이미 완성된 거 아니에요?”
-아직 본대는 오지도 않았어. 선발대는 극히 일부일 뿐이고, 그마저도 내가 태반은 줄인 거야.
“후, 빡세네.”
-빡세? 그건 무슨 의미지?
“피똥 싸겠다고요.”
쾅-!!!
뒤이어 안광을 번뜩이며 달려드는 아우키엘.
사선으로 내려찍는 양날도끼의 궤도를 파악하고, 재빨리 상체를 틀어 더킹을 시도했다.
왼쪽에 열린 공간.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옆구리에 훅을 꽂아 넣었다.
쩌적-!!!!
이놈도 보호막이 있어?
제대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놈의 갑옷에서 5㎝ 정도 떨어진 거리에 투명한 막이 형성되어 있었다.
동시에 양날도끼를 쥐고 있던 아우키엘의 오른손이 내 정수리로 날아들었다.
재빨리 거리를 벌리자, 아우키엘은 본인의 옆구리를 쳐다보며 미간을 구겼다.
* * *
‘말도 안 돼.’
아주 찰나의 순간이지만, 아우키엘은 박재형의 움직임을 놓쳤다.
‘내가 방심했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니, 방심한 게 아니다.
적이 강한 거지.
도끼를 피하고 물러서는 게 아니라, 박재형은 더킹을 시도하며 회피와 공격을 동시에 했다.
고작 일격일 뿐이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본인의 마력장이 뚫렸다.
아주 잠깐이지만, 아우키엘은 털끝이 쭈뼛서는 공포감을 느꼈다.
눈에 이채를 띠며 살기를 내뿜는 박재형의 얼굴이, 아우키엘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심히 당황했지만, 애써 태연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말했다.
“에스파디아 네놈…… 그런 열등한 생명체의 몸으로 어떻게 내 마력장을 뚫은 거지?”
“누구한테 하는 소리야?”
“여기 에스파디아 네놈 말고 더 있나?”
“나 에스파디아 아닌데?”
“닥쳐라!! 내 눈은 속일 수 없다! 네놈의 마력, 그 힘의 근원이 에스파디아라는 걸 내가 모를 것 같으냐!”
아우키엘이 소리치자, 박재형은 어깨를 으쓱이며 조소를 지었다.
“왜, PTSD 왔어? 에스파디아한테 얻어맞은 게 많이 아팠나 봐?”
“이, 이 열등한 생명체가 감히……!”
“아프면 돌아가서 너희 대장한테 투정이라도 부려. 이름이 뭐더라…… 인비디아?”
“그분의 이름을 더럽히지 마라!!”
“자신 있으면 들어와. 내 몸에 생채기라도 만들면 인정해 줄게.”
빠직-
아우키엘의 이마 위로 굵은 핏줄이 솟아났다.
이빨을 바득바득 갈며 허공에 왼손을 뻗더니, 또 다른 양날도끼를 꺼냈다.
거대한 도끼 두 자루를 들고, 아우키엘은 하체를 숙이며 얘기했다.
“오만함의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드루와.”
* * *
떵떵거리며 얘기했지만, 내심 불안했다.
도끼가 하나 더 생기고, 아우키엘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영화 속 초록 괴물처럼 근육질의 몸으로 변하며 걸쭉한 타액이 입에서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퍼석한 입술을 핥으며 물었다.
“에스파디아, 저 자식 화난 것 같은데 계속 도발해도 됩니까?”
-도발해야 한다. 아우키엘은 승부욕이 강하고 자존심이 강해. 판단력이 흐려질 거야.
“나도 판단력이 흐려질 것 같아서 그래요. 가뜩이나 빡센 놈이 더 강해진 것 같으니.”
-네 말대로 피똥 쌀 때까지 싸우거라. 격하게 몸을 쓰면 쓸수록 동기화 진행률은 빨라진다.
슬쩍 시선을 돌려 동기화 진행률을 살폈다.
한참 지난 것 같은데, 아직도 13%였다.
예전 답답한 버퍼링을 기다리던 시절처럼, 아주 미쳐 버릴 노릇이었다.
와이파이 신호가 한 칸에서 왔다 갔다 한다고 하면 이해되려나?
쾅-!!!!
“죽어라!!”
광분한 아우키엘이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하울링의 효과가 적용된 상태일 텐데.
저게 30% 느려진 움직임이라고?
두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며 쥐새끼처럼 뒤로 물러나는 찰나.
텁-!
배후에 있던 해괴망측한 마물이 내 등을 휘감았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거미처럼 생긴 존재가 내 전신을 붙잡고 있었다.
설마 에스파디아가 만든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등의 변종은 마물을 모티브로 만든 건가?
훙-!
정수리를 향해 수직으로 날아드는 아우키엘의 도끼날.
이에 거미처럼 생긴 마물을 등에 업은 채 그대로 방향을 틀었다.
촤악-!!
거미의 등이 쪼개지고, 그곳에서 걸쭉한 진액이 쏟아졌다.
거미의 사체를 아우키엘에게 집어 던지자, 놈은 반대편 손으로 사체를 쳐내는 모습을 보였다.
‘빈틈.’
가슴 쪽이 열렸기에, 그대로 지면을 박차며 놈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쩡-!!!!
주먹을 내지르자, 무슨 강철판을 때린 것처럼 파찰음이 울려 퍼졌다.
묵직하다.
제대로 힘이 실렸는데, 마력장이 없어도 11만의 근력을 버티는 모습을 보였다.
“쿨럭!”
하지만 충격이 전혀 없는 건 아닌 모양.
아우키엘은 기침을 토하며 엉거주춤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보였다.
기회를 놓칠 수 없기에, 도끼눈을 뜨며 다시 한번 달려들었다.
연달아 난타를 가하자, 놈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상체를 숙였다.
쉴 새 없이 주먹을 내지르며 놈의 시선이 이동하는 방향을 살폈다.
양팔로 얼굴을 가린 채 내 얼굴을 똑바로 직시하더니, 시선이 밑으로 움직이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하체.’
이에 쏜살같이 지면을 박차며 튀어오르자.
훙-!
아우키엘의 오른발이 빗자루처럼 바닥을 쓸었다.
미리 파악하고 움직인 덕에, 아우키엘의 공격을 회피하고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얼굴 가려야지.”
“……!”
아우키엘의 자세가 흐트러지며 가드가 풀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놈의 안면에 그대로 주먹을 꽂아 넣었다.
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