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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347화 (347/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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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93화

결인들이 호텔 앞에 다다르자, 벌써 전투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 전완수와 정진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진영은 부스스한 머리를 뒤로 넘기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재형이 연락 안 돼?”

아직 탈수증세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마냥 누워서 쉬고 있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전완수는 설여원을 쳐다보며 물었다.

“너희도 연락 없었지?”

“어, 불러도 대답이 없어. 무슨 일 생긴 것 같아.”

“길거리에 있던 좀비들도 폭음이 들린 곳으로 이동했어.”

“도심에 있던 좀비들?”

설여원이 묻자, 전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정확한 위치는 몰라도 5㎞ 이상 떨어진 거리야.”

“그럼 좀비들 따라가면 되겠네. 다들 서둘러.”

설여원이 한발 앞서 나아가자, 결인들은 각자의 무기를 손에 쥐며 따라붙었다.

전방 300m 거리에서 거대한 해일처럼 이동하는 좀비들.

설여원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좀비들의 이동 경로를 살폈다.

해안가를 확인하기로 했는데, 좀비들은 도심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이는 박재형이 해안가에 있는 게 아니라 도심에서 좀비들과 싸우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도심은 왜 들어간 거야.’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잠깐, 다들 정지.”

뒤이어 설여원의 옆에 있던 전완수가 오른손을 들자, 결인들은 두 다리에 제동을 걸며 상체부터 숙였다.

그어어어어어어어…….

더는 들을 수 없던 소리.

공명 좀비가 베타와 감마, 델타로 변이되면서 좀비들의 공명은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 결인들의 귓가를 맴도는 소리는 공명이었다.

전완수는 좌측 광장 방면을 살피며 읊조렸다.

“천리안.”

전완수의 안구가 새하얗게 물들고, 결인들은 그를 둘러싸며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전완수는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두 눈을 껌벅였다.

“야, 돌연변이 공명도 할 수 있는데?”

“돌연변이가 공명한다고?”

“지금 이 소리, 저쪽 끝에 있는 돌연변이가 내는 소리야. 여기서 1.4㎞ 거리.”

돌연변이는 모든 좀비와 변종, 감염된 동식물을 끌고 다닌다.

주변 일대의 좀비, 변종, 감염된 동식물을 불러들이는 방법이 저거였나?

공명 좀비는 사라진 게 아니었다.

공명을 사용하는 개체가 달라졌을 뿐이지.

정진영은 카타나를 말아쥐며 물었다.

“어떻게, 우리가 가서 처리해?”

“무리예요. 돌연변이 주변으로 변종들이 바글거립니다. 그리고 우리가 알던 공명이랑 조금 달라요.”

“다르다니?”

“예전 공명 좀비들은 적의 위치를 알리고 공격하라는 신호도 보냈잖아요?”

전완수의 말에 정진영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의 시선이 전완수에게 쏠리자,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돌연변이는 불러들이는 능력만 있는 것 같아요.”

“지시나 특정 신호는 못 보낸다는 거야? 예전 공명 좀비보다 기능적으로 뒤떨어진다는 거네?”

“그렇죠. 대신 성능은 더 좋아요. 더 멀리까지 공명이 퍼집니다.”

“말 그대로 진짜 피리 부는 소년이네.”

정진영은 입맛을 다시며 못마땅한 표정을 짓자, 전완수는 아랫입술을 핥으며 말을 이었다.

“뭔가 이상해요.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꿍꿍이?”

“예전 공명 좀비였다면 주변에 있는 좀비나 변종들에게 재형이를 공격하라고 지시했겠죠.”

“그럼…… 다른 속셈으로 주변 좀비들을 모으고 있다는 거야?”

“직접 공격하지도 않고, 저렇게 병력을 집결시키는 이유가 있을 거예요.”

전완수가 신중한 모습을 보이자, 옆에 있던 최현이 입을 열었다.

“그런 거 따질 때야? 지금도 재형이는 생사의 갈림길에 있다고.”

“무턱대고 들어가면 자멸이야. 천리안으로 확인했을 때 4단계 변종부터 5단계 변종까지 있었다고.”

“산개해서 처리하면 될 것 아냐? 중력장 소총으로 돌연변이부터 잡…….”

콰쾅-!!!!!!

그 순간 지면이 울릴 정도의 굉음이 들려왔다.

결인들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반사적으로 바닥에 엎드렸다.

“뭐야, 뭔 소리야.”

박재우가 묻자, 설여원은 고개를 빼곰히 내밀어 소리의 근원지를 살폈다.

뚜웅- 쾅!!!!!!

연달아 들려오는 굉음.

어둑한 밤하늘로 흩어지는 흙먼지와 시멘트 가루.

설여원은 황급히 고개 숙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박재우가 물었다.

“왜, 뭔데 그래?”

“모, 모르겠어.”

“어?”

“눈에 안 보여.”

설여원의 대답에 전완수도 미어캣처럼 고개를 삐죽 내밀었다.

쾅!!!!!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연달아 굉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전완수는 마른침을 삼키더니, 결인들을 쳐다보며 물었다.

“안 보여. 뭐가 지나가는지도 모르겠어.”

“멀리서 봐도 안 보인다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건물은 무너지고 있어.”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박재우가 미간을 찌푸리자, 옆에 있던 황덕록이 입을 열었다.

“야, 설마 돌연변이가…….”

황덕록이 말끝을 흐리자, 모두의 시선이 황덕록에게 쏠렸다.

어서 대답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졌다.

황덕록은 헛기침과 함께 얘기했다.

“돌연변이가 좀비들 살리려고 공명하는 거 아니야?”

“……뭐?”

“들어가면 다 죽는다고, 돌아오라는 퇴각 신호 아니냐고.”

황덕록의 말에 결인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설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럼…… 저기 있는 게 재형이라는 거야?”

“그렇지. 재형이가 뭔가랑 싸우고 있고,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니까 돌연변이가 퇴각 신호를 보내는 거지.”

“5단계 변종까지 퇴각 신호에 따르고 있어. 5단계도 새우라는 거야?”

“……그렇지?”

불가능한 가설은 아니었다.

돌연변이에게는 학습능력과 인지 능력이 있으니까.

그러자 묵묵히 있던 최현이 물었다.

“그럼 어떡해. 우리도 그냥 튀어?”

“오는 길에 10층 넘는 건물 있던데, 거기서 상황 지켜보는 게 어때? 재형이 좀비화 몇 분 남았는지 기억하는 사람?”

황덕록의 물음에 설여원이 현재 시각을 살피며 대답했다.

“대략 1시간 5분 남았을 거야.”

“저 정도면 광란까지 사용했을 가능성이 커. 중첩인지 아닌지 몰라도, 괜히 끼어들어서 좋을 게 없어.”

다들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가장 먼저 정진영이 입을 열었다.

“덕록이 말대로 하자. 건물 옥상에서 재형이 위치 다시 확인하고, 돌연변이 이동 경로 주시하자.”

돌연변이의 도주 경로가 호텔 방향일 수도 있기에, 고지대에서 확인하자는 의미였다.

결인들은 반박 대신 60m 뒤에 있는 고층 건물로 향했다.

* * *

증폭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변종 에덤은 쉬이 쓰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날개가 걸레짝이 되어도, 조금만 기다리면 복구되는 모습을 보였다.

재생 능력까지 지닌 변종.

변종 에덤 2단계가 5m 크기였는데, 이놈은 10m에 달하는 덩치와 날개까지 있으니 4단계 이상인 모양이다.

띠링-!

-스킬 급가속의 쿨타임이 돌아왔습니다.

-스킬 하울링의 쿨타임이 돌아왔습니다.

“가속.”

도끼눈을 뜨며 읊조리자, 전신으로 퍼지는 기류와 함께 변종 에덤에게 하울링 효과가 적용되었다.

놈은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날개를 펄럭이며 허공으로 치솟았다.

“어딜.”

쾅-!!!

지면을 박차며 솟아오르자 놈은 상체를 비틀며 돌려차기를 가했다.

훙-

3단 뛰기를 이용해 가볍게 회피한 뒤, 단숨에 배후로 접근했다.

놈의 날갯죽지를 양손으로 붙잡고 그대로 발길질을 가하자.

뚜둑-! 쩍!

날개가 부러지며 균형을 잃고 추락하는 변종 에덤.

쾅! 쾅! 쾅! 쾅! 쾅!!

추락하는 와중에도 쉴 새 없이 놈의 등에 발길질을 가했다.

어중간하게 부러뜨리면 금세 재생되기에, 완전히 뽑아버릴 기세로 맹공격을 이어갔다.

지면과 충돌하기 일보 직전, 두 눈을 부릅뜨며 읊조렸다.

“철괴.”

-1분간 받는 피해가 30% 감소합니다.

-압축 효과가 활성화됩니다.

-1분간 받은 피해의 일부를 축적하여 철괴의 지속시간이 끝나면 다음번 공격에 반영합니다.

쾅-!!!

대략 20m 상공에서 추락했는데,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폭 증가한 신체 능력으로 인해 건물잔해에 깔려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고, 변종 에덤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도 뼈가 부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놈의 신체 능력도 상당하기에, 쉽사리 죽지 않았다.

가장 까다로운 건 재생 능력.

일격에 두개골을 으깨지 않는 한, 놈은 몇 번이고 재생할 것이다.

마무리 일격이 재사용 대기시간에 걸려 있어서 최후통첩 효과도 받을 수 없었다.

빠르게 눈을 굴려 좌측 상단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확인하자, 15분 뒤에 마무리 일격을 사용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15분이면 연격과 난동의 지속 시간이 끝나기에, 어떻게든 그 전에 놈을 처리해야 한다.

껴어어어어억-!!!

놈은 괴성을 내지르며 지면에 박힌 상체를 일으키더니, 광분한 들짐승처럼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에 반격하는 대신, 가드를 올리며 모든 공격을 받아냈다.

날아드는 주먹이 선명하게 두 눈에 들어온다.

충분히 회피할 수 있는 속도지만, 일부러 피하지 않았다.

마무리 일격을 사용할 수 없다면, 놈의 두개골을 으깨버릴 방법은 하나뿐이니까.

쉴 새 없이 날아드는 공격을 샌드백처럼 얻어맞았다.

서서히 양팔과 복부, 허벅지로 쌓이는 충격에 근육 다발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묵직한 한 방 한 방을 막아내며 고막에서 이명이 들리고, 시야가 일렁거렸다.

현기증이 나지만, 이 악물고 버텼다.

띠링-

-철괴의 지속 시간이 끝났습니다.

-축적된 피해를 계산합니다.

-다음번 공격에 3.5배의 피해가 추가됩니다.

눈앞으로 떠오른 홀로그램을 보고, 두 눈을 홉뜨며 변종 에덤의 얼굴을 직시했다.

즤이이이잉-

동시에 양손으로 흘러 들어가는 기류.

푸른빛의 기류가 건틀릿을 맴돌기 시작했다.

마치 손끝에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것처럼 보였다.

이에 변종 에덤을 쳐다보며 읊조렸다.

“내 차례.”

지면을 박차며 10m 상공으로 솟아오르자, 6개의 눈알이 내 모습을 직시한다.

놈이 반응하기 전에, 재빨리 허리와 어깨, 팔꿈치, 손목 순으로 힘을 실어 주먹을 내질렀다.

꽝-!!!!!!!

찢어지는 파공음과 함께 변종 에덤의 머리부터 가슴까지, 충격이 전해진 부위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먹으로 때렸을 뿐인데 지름 2m에 달하는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그 너머로 폐허로 변한 도시의 모습이 두 눈에 들어왔다.

충격파는 변종 에덤의 신체뿐만 아니라 그 뒤에 있던 건물들까지 무너뜨렸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1,000,000점이 주어집니다.

한 박자 늦게 떠오르는 카운트 메시지.

자그마치 100만 점.

이는 지금 처리한 녀석이 최소 변종 에덤 4단계라는 걸 말해준다.

띠링-

-스킬 연격의 지속시간이 끝났습니다.

-스킬 난동의 지속시간이 끝났습니다.

-스킬 증폭의 지속시간이 끝났습니다.

시기 좋게 생존본능과 반격을 제외한 특수 스킬의 지속 시간이 끝났다.

전신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고, 심호흡부터 했다.

“후…….”

폐부에 들어찬 탁한 숨을 내쉬고,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주변을 살폈다.

선착장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심으로 들어왔는데, 온통 쑥대밭이 되었다.

‘좀비들은?’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 좀비와 변종들이 사라졌다.

변종 에덤과 치열한 접전을 펼치며 근처에 있던 좀비와 변종들이 피떡이 되는 건 확인했는데, 어느 순간 말끔히 사라졌다.

“감지.”

-8분 동안 500m 내의 좀비와 변종의 움직임을 감지합니다.

저 멀리, 도심을 빠져나가는 푸른색 물결을 발견할 수 있었다.

놈들의 이동 경로를 응시하며 반사적으로 눈꼬리가 꿈틀거렸다.

다소 모호하지만, 놈들이 이동하는 방향은 생존자들이 있는 호텔 쪽이었다.

체취를 맡은 건가?

그럴 리가.

근처에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콰아아아아아아아-!!!

동시에 허공에서 수직으로 쏟아지는 빛줄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중력장 소총?

설마 일행이 이곳으로 온 건가?

이에 인벤토리에 넣어둔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

“다들 어디야. 지금 중력장 소총 너희가 쏜 거야?”

치지직- 치직-

-이 새끼 이제야 연락되네!

무전기로 들려오는 전완수의 목소리.

변종 에덤을 상대하느라 잠시 인벤토리에 넣어뒀는데, 그새 사달이 벌어진 모양이다.

“지금 중력장 소총 쏜 거 너희지? 지금 어디야?”

-빨리 와!! 돌연변이 호텔로 이동한다!

들고 있던 무전기를 레그홀스터에 쑤셔 넣고 하체를 접었다.

쾅-!!!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빛줄기가 쏟아진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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