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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344화 (344/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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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90화

최현은 안간힘을 쓰며 비상 탈출구를 열었다.

푸화아악-!!

그러자 박재우의 말대로 슬라이드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거칠게 쏟아져 들어오는 바닷물.

최현은 물결에 휩쓸리는 와중에도 온 힘을 다해 기내의 모든 비상구를 개방했다.

문제는 모든 슬라이드가 펼쳐지는 게 아니었다.

반 이상이 똑바로 펼쳐지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펼쳐진 건 두 개뿐이었다.

기내에 들어차는 바닷물로 인해 최현은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더니, 침착함을 유지하며 물속으로 잠수했다.

수면에서 발악해야 봐야 소용돌이에 휩쓸리기에, 차라리 물밑으로 잠수해서 빠져나오는 모습을 보였다.

“푸하!!”

간신히 기체에서 빠져나와 수면 밖으로 나오자, 벌써 구명보트와 슬라이드에 오르는 생존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꿰에에에에엑-!!

철퍽! 철퍽- 철퍽!!

바다에 빠진 감염된 새들이 날개를 펄럭이며 접근하기 시작했다.

최현은 재빨리 카타나를 뽑아 들고 감염된 새의 머리를 두 동강 냈다.

뒤이어 생존자들을 곁으로 향하자, 박재우가 손을 흔들며 최현을 불렀다.

“최현! 괜찮나?!”

“죽는 줄 알았다 이 새끼야!”

“욕하는 것 보니 멀쩡하네!”

박재우는 호쾌하게 웃어젖혔지만, 최현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뒤이어 구명보트에 오르려고 하자, 박재우가 대뜸 최현을 밀쳤다.

최현은 어? 라는 짧은 탄성과 함께 도로 바다에 빠지고 말았다.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박재우를 쳐다보자, 박재우는 최현의 오른손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카타나부터 인벤토리에 넣어!”

“뭐?”

“뾰족한 건 전부 치워! 이거 쉽게 찢어진다!”

보아하니 생존자들은 신발도 벗은 상태였다.

아무것도 챙기지 않고 몸만 구명보트에 오른 상태.

이는 박재우와 황덕록, 전완수, 정진영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보호대까지 인벤토리에 넣은 것으로 보였다.

최현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물속에서 보호대를 벗고 인벤토리에 넣었다.

박재우는 그제야 최현의 어깨를 붙잡고 구명보트에 태워주었다.

“재형이는?”

“아직 위에 있어.”

허공을 바라보자, 박재형은 공중에서 쉴 새 없이 감염된 새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감염된 새들은 박재형에게 맡기고, 최현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해무가 너무 짙어. 육지까지 얼마나 되는지 알아?”

“어떻게든 저쪽으로 가야 돼.”

박재우는 안개 속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최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박재우는 얼굴에 묻은 물기를 닦으며 얘기했다.

“추락할 때 봤어. 여기서 육지까지 대략 500m. 여원이가 안개 끝에 육지가 보인다고 했으니 확실할 거야.”

“설여원 어디 있어.”

조금 전까지 생존자들과 함께 있던 결인들이 사라졌다.

“저기.”

박재우가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보자, 결인들은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접근하는 감염된 새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박재형의 하울링 효과로 인해 수백 마리의 새들이 바다에 떨어진 상태.

새들은 수영도 어느 정도 할 줄 아는지, 열심히 물갈퀴를 움직이며 이곳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모두가 바다에서 싸우는 동안, 전완수는 쇠뇌를 이용해서 공중을 요격하고 있었다.

박재우는 최현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다들 정신없어. 생존자는 우리가 챙겨야 돼.”

“뭐부터 하면 돼?”

“육지로 간다.”

“노도 없이 어떻게 500m를 끌고 가.”

“여기, 이 줄 잡아.”

박재우가 구명보트와 연결된 새하얀 줄을 건네자, 최현은 얼떨결에 줄을 붙잡았다.

“수영해서 간다.”

“……뭐?”

현재 결인들의 신체 능력은 성능 좋은 모터나 다름없었다.

다소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다른 수가 없었다.

최현은 앞머리를 뒤로 넘기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어휴…… 까짓거, 그게 최선이면 해야지.”

풍덩-!!

박재우와 최현이 물속으로 뛰어들자, 전완수는 그 소리에 놀라서 쇠뇌를 겨누었다.

뒤이어 박재우와 최현을 발견하고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지금 수영이나 하고 놀 때야?!”

“육지까지 수영해서 갈 거야!! 엄호해!”

박재우가 외치자, 전완수는 그제야 아, 하는 탄성을 뱉으며 다른 결인들에게 소리쳤다.

“전부 구명보트 호위해!!”

결인들은 황급히 구명보트와 슬라이드 보트 주변을 에워싸며 접근하는 새들을 처리했다.

첨펑!! 첨벙!!

박재우와 최현이 헤엄칠 때마다 거대한 파랑이 일었다.

보트를 잡아끄는 그들의 힘이 보트 위에 있는 생존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생존자들은 떨어지지 않기 위해 보트에 납작 엎드리는 모습을 보였다.

“Ikke press!”

그러자 노르웨이어로 서로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전완수는 무릎 앉아 자세로 접근하는 새들을 요격하더니, 김명석을 쳐다보며 물었다.

“사람들 뭐라는 거예요?!”

“비좁아서 그래요! 서로 밀지 말라고 그러는 겁니다!”

이미 모든 보트가 인원초과 상태였다.

전완수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다른 방도가 없기에 김명석을 쳐다보며 외쳤다.

“서로 손 잡으라고 해요!”

“예?”

“서로 밀지 말고 손 잡으라고 하라고요!”

김명석이 전완수의 말을 통역하자, 생존자들은 출렁이는 보트 위에서 힘겹게 서로의 손을 잡기 시작했다.

하나의 거대한 그물처럼, 서로의 팔을 붙잡고 안간힘을 쓰며 버티는 모습을 보였다.

* * *

“커헉- 컥! 허억, 허억.”

간신히 육지에 다다르자마자, 최현과 박재우는 기절하듯 엎어졌다.

김명석까지 포함하면 총 145명의 생존자를 태운 구명보트를 500m나 끌고 왔다.

아무리 결인이라도, 이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노르웨이 파티원들은 비좁은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며 직접 수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의도는 좋았으나, 단점이라면 속도가 너무 느렸다.

구명보트와 슬라이드 보트를 끌고 가는 박재우와 최현보다 노르웨이 파티원들이 더욱 느릴 정도로.

꿰에에에엑-!!

감염된 새들이 그들을 바짝 뒤쫓기 시작하자, 결국 설여원과 전완수, 황덕록이 다시금 바다로 들어가 감염된 새들을 처리하며 도와주었다.

마침내 모두가 도착하고, 박재우와 최현이 숨을 고르는 동안 설여원과 전완수, 황덕록은 각자의 무기를 손에 쥐며 주변 경계에 나섰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이름 모를 해변이었다.

설여원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살피더니, 뒤에 있는 정진영에게 얘기했다.

“진영이 오빠, 생존자들은 괜찮아요?”

“아직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많아. 그래도 사망자가 없는 건 기적이야.”

정진영의 대답을 듣고 설여원은 옆에 있는 일행에게 얘기했다.

“사람들 지켜줘. 난 천리안 쓰고 주변 지형 확인할게.”

“오케이.”

설여원이 천리안을 사용하자, 두 눈이 새하얗게 변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천리안을 사용한 상태에서 주변 일대를 둘러볼 수 있기에, 설여원은 하나도 빠짐없이 동네 구석구석을 살폈다.

그렇게 10분 정도 지났을까?

천리안의 지속 시간이 끝나자, 설여원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두 눈을 껌벅였다.

“어떤 것 같아? 여기도 위험한 동네야?”

전완수가 묻자, 설여원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여기서 300m만 들어가면 좀비들이 바글바글해. 저 앞에 해변 호텔이 하나 있는데, 거긴 델타2가 점령한 것 같고.”

“몇 마리.”

“확인한 건 5마리.”

“그럼 어떡해? 사람들 여기 두고 움직이는 건 너무 위험하잖아. 근처에 몸 숨길 만한 장소 없어?”

“호텔에 있는 델타2만 정리하면, 거기가 제일 안전해.”

설여원의 대답에 전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다 같이 움직이는 건 무리고, 나랑 현이, 덕록이, 재우가 가서 호텔 정리할게.”

“넷이서 괜찮겠어?”

“여기도 독 안개 제거기는 있어야지. 진영이 형은 생존자들 치료해야 하고.”

그러자 뒤에 있던 노르웨이 플레이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얘기했다.

눈치껏 소리결의 의도를 파악한 모양이다.

김명석은 안드레스의 말을 듣고 설여원과 전완수에게 통역했다.

“안드레스도 같이 가겠다고 합니다.”

그러자 설여원이 단칼에 거절했다.

“아니요, 절대 안 됩니다.”

“네?”

“파티 오로라 분들은 수비에 전념하라고 해주세요.”

말이 좋아서 수비지.

실상은 전혀 다른 이유였다.

다른 변종도 아닌 델타2를 정리하러 가는 것이다.

신체 능력 100도 되지 않는 플레이어가 함께하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김명석이 설여원의 말을 전달하자, 안드레스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띠링-!

-힘을 합쳐 전투를 치른 플레이어들에게 공격대 구성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뒤이어 일행의 눈앞으로 이러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노르웨이 파티 오로라를 공격대에 넣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소리결의 파티장은 이곳에 없는데?

띠링-!

-현재 공격대 대표 파티, 소리결의 파티장은 한국에 있습니다.

-파티장 이정우를 대신하여 파티원 정진영에게 임시 권한이 주어집니다.

-파티원 정진영이 파티 오로라를 공격대로 등록할 경우, 파티 오로라는 임시로 등록됩니다.

-임시 등록된 공격대 파티는 현장에서 코인을 공유받을 수 없습니다.

-습득한 코인은 임시 저장되며, 추후 소리결 파티장의 수락 여부에 따라 임시 저장된 코인이 지급됩니다.

-코인은 습득할 수 없지만, 임시 등록된 파티도 레이첼 버프는 공유할 수 있습니다.

에스파디아는 이런 상황까지 예상하고 시스템상 모든 대비를 해둔 상태였다.

임시로 지정된 파티는 코인 지급은 당장 받을 수 없지만, 레이첼 버프는 받을 수 있었다.

정진영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수락을 눌렀다.

하지만 결인들에게 신체 능력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파티 오로라에 레이첼이 없기 때문이다.

설여원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다녀와. 여긴 나한테 맡기고.”

전완수와 최현, 박재우, 황덕록은 각자의 무기를 손에 쥐고 서둘러 호텔로 이동했다.

* * *

슬슬 발판으로 이용할 감염된 새들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발밑을 살피자, 항공기는 완전히 가라앉은 모습을 보였다.

꿰에에에엑-!!

빗금을 그으며 날아드는 감염된 새를 발견하고, 놈의 등에 발길질을 가하며 육지 방면으로 향했다.

결인들이 생존자들을 데리고 이동한 경로는 미리 확인했기에, 방향 찾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3단 뛰기로 최대한 공기 저항을 줄이며 육지로 향했다.

뒤이어 해변에 모여있는 생존자들이 70m 앞에 보일 무렵, 비거리가 부족한 것을 느꼈다.

현재 수면으로부터 30m 상공.

수면을 똑바로 바라보며 다이빙 자세를 취했다.

“흡!”

첨벙!!!

지면에 떨어진 것도 아니고 바다에 떨어졌는데, 충격이 상당했다.

그래도 좀비화를 사용해서 그런가?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물속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기이한 촉감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았다.

황급히 수면으로 올라온 뒤, 뒤따라오는 감염된 새들이 몇 마리나 되는지 확인했다.

대략 열댓 마리가 남은 상황.

쫓아올 줄 알았는데, 놈들은 사냥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동료들이 전멸했다는 걸 뒤늦게 파악하고 당황한 모양이다.

놈들은 같은 곳으로 날아가는 게 아니라, 허겁지겁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단숨에 해변까지 헤엄쳤다.

생존자들이 모여있는 곳에 도달하자마자, 설여원의 곁으로 걸어갔다.

“다른 애들은?”

“저쪽에 호텔 정리하러 갔어.”

“호텔?”

“생존자들 숨길 곳이 필요해.”

하긴, 사방이 뻥 뚫린 해변에서 언제까지 죽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심지어 노을이 지고 있기에, 더 늦으면 추위로 인해 오늘 밤을 보내기 어려울 것이다.

정진영은 부상자 치료에 정신이 없고, 설여원 홀로 사주 경계 하는 상황.

“주변에 좀비들 움직임은 확인했어?”

“300m 전방에 좀비들 뭉쳐 있어. 변종도 종종 보였고.”

“호텔은 정확한 위치가 어디야?”

“저기 100m 앞에 빨간색 건물 보여?”

“저거?”

설여원이 가리키는 건물을 응시하자, 입구에 적힌 호텔이란 글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인벤토리를 열고 그 속에 넣어둔 무전기를 꺼냈다.

바다에 빠지기 전에 인벤토리에 넣었다.

하도 망가뜨린 무전기가 많아서, 무전기부터 신경 쓰는 게 습관이 되었다.

“완수야 내 말 들려?”

치지직- 치직-

“지금 내 목소리 들리는 사람 없어?”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아니면 무전기가 고장 난 건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설여원을 쳐다보자,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얘기했다.

“말려도 갈 거잖아.”

말을 하지 않아도 내 생각을 훤히 알고 있다.

이에 쓴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금방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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