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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326화 (326/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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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72화

어떻게 요리해야 좋을까.

아니지, 요리는 무슨 요리.

지금 당장 처리해야지.

대장 좀비를 처리하면 25만의 수하도 길거리 좀비로 전락한다.

이에 망설일 필요 없이 카타나를 치켜들었다.

“자, 자자 잠깐!!”

놈은 언제 하관을 재생했는지, 격하게 손사래 치며 외쳤다.

역병 군단을 쓰면 대장 좀비도 재생 능력이 생긴다더니.

시체 먹기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확실히 부러진 부위가 재생되고 있었다.

이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자, 놈은 퍼석한 입술을 핥으며 얘기했다.

“봐, 봐봐! 수하들도 멈췄어. 내가 움직이지 말라고 했어!”

“그래서.”

“그냥 갈 테니까 제발…… 제발 살려줘!”

애걸복걸하는 대장 좀비.

조금 전 내 목덜미를 물고 신나서 히죽거리던 놈이 맞나 싶다.

여기서 물러서면 또 어떤 간사한 행동을 보일지 알 수 없기에, 냉정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싫은데?”

콱!!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장 좀비의 미간에 카타나를 찔러넣었다.

* * *

“머리, 머리를 노려!”

설여원이 소리치자, 전완수는 알파5의 머리 위로 뛰어올랐다.

뒤이어 쉴 새 없이 정수리에 칼날을 휘둘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부조직이 괴사해서 그런지, 알파5의 방어력은 현저히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두개골은 여전히 단단했다.

키에에…… 키에에엑!

여의도역까지 다다른 알파5는 한 차례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전신에서 연기가 피어나는데, 그럼에도 쓰러질 기미가 없다.

고작 60m 앞에 보이는 생존자들.

최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머리는 포기하고 하체부터 조져! 이대로 두면 생존자들 죽는다!”

최현의 외침에 결인들은 알파5의 하체에 집중했다.

앞다리 2개는 무시하고, 움직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뒷다리 6개에 집중했다.

대피하던 생존자들은 근처까지 다가온 알파5를 보고 비명을 내질렀다.

생존자들과 함께 대피하던 오혜선과 한민욱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알파5를 보고 겁에 질린 게 아니었다.

장군이가 이상하다.

함께 대피하던 장군이가 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장군이의 머리 위에는 이러한 말풍선이 붙어 있었다.

[-분노-]

뜨득- 뜩- 쩍! 쩌득-

뒤이어 장군이의 신체에 변화가 발생하자, 오혜선과 한민욱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목줄을 놓고 말았다.

알파5를 쳐다보던 생존자들도 일제히 장군이를 쳐다봤다.

장군이가 사자보다 더 크게 변하자, 이를 발견한 전완수가 소리쳤다.

“야! 장군이가 이상해!”

전완수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장군이에게 쏠렸다.

본래 평균 300대의 신체 능력을 지녀야 하는 장군이가, 지금은 눈으로 봐도 그 이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뒤이어 장군이의 근처에 있던 결인들의 눈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파티 소리결의 평균 신체 능력을 계산합니다.

-반려견 장군이의 신체 능력을 재설정합니다.

-반려견 장군이의 신체 능력을 4000으로 설정합니다.

-추후 파티원의 신체 능력 변화에 따라 장군이의 능력도 재설정됩니다.

이를 확인한 황덕록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왠지, 그냥 느낌이 아니었어.”

“뭐가요?”

김희연이 묻자, 황덕록은 일전에 겪은 일을 얘기했다.

“저번에 감염된 호랑이 만났을 때, 장군이가 은근히 버티더라고.”

“은근히 버텨요?”

“어, 신체적으로 감염된 호랑이가 훨씬 높은데 장군이가 꽤 오래 버텼거든. 근성으로 버티는 줄 알았는데 역시 아니었어.”

파티원의 평균 신체 능력에 맞춰 설정되는 장군이의 근력.

이는 강화제 알약을 먹었을 때 증가하는 효과까지 적용되었다.

크어어어!!!

장군이는 알파5를 직시하며 포효를 내지르더니, 단숨에 달려드는 모습을 보였다.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단번에 알파5의 머리 위로 뛰어올라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장군이가 목덜미를 물고 사정없이 흔들자, 알파5는 그제야 기우뚱거리며 쓰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동시에 결인들의 맹공격이 이어졌다.

* * *

-대장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150,000점이 주어집니다.

미간을 꿰뚫고 칼날을 비틀자, 격하게 손사래 치던 놈의 두 손이 힘없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15만 카운트?

10단계 대장 좀비가 5단계 변종과 동일한 힘을 지녔다고?

전혀 그렇지 않은데.

아니지, 지금처럼 대장부터 잡는 상황이 얼마나 되겠는가?

대부분 수하에게 농락당하다가 마지막에 만나는 게 대장 좀비다.

광란까지 사용한 덕에, 지금처럼 손쉽게 처리한 것이다.

크르르르르…….

그러자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좀비들이 방전된 로봇처럼 움직임을 멈추고, 전신을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보랏빛으로 보이던 수하들이 다시금 푸른색으로 돌아온다.

길거리 좀비로 전락했다.

크어어어어어!!

카하악!! 하아악!!

하지만 길거리 좀비가 되었다고 해서 내가 안전한 건 아니었다.

훨씬 연약해진 좀비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가차없이 좀비들을 처리하며 주변을 살폈다.

저 멀리, 어느새 두 다리를 재생하고 도주하는 존재.

자주색도 아니고 보라색도 아닌 대장 좀비.

시체 먹기를 통해 다리부터 재생한 건가?

이에 생각할 필요도 없이 놈의 뒤를 쫓았다.

쾅-!!

쏜살같이 접근하자, 놈은 어깨 너머로 뒤를 돌아보며 신음을 토했다.

“히익!”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기겁하더니,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아직 양팔은 재생되지 않았기에, 땅을 짚지도 못하고 얼굴로 지면을 갈았다.

이에 목덜미를 붙잡으며 물었다.

“어디 가려고?”

“놔…… 놔 이 새끼야!”

“내가 왜?”

쾅-!!!

9단계 대장 좀비를 들고 아크로 향했다.

순식간에 서울교까지 도달하자, 4번 게이트 앞에서 좀비들을 처리하는 이정우와 정진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띠링-!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어시스트 30,000점이 주어집니다.

그 순간, 눈앞으로 카운트 메시지가 떠올랐다.

3만 카운트?

어시스트는 80% 감소한 카운트가 지급되니, 일행이 5단계를 잡았다는 뜻이 된다.

어떻게 잡은 거지?

뒤이어 4번 게이트로 달려오는 결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다들 피칠갑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예전보다 거대해진 장군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장군이는 내 얼굴을 보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대뜸 몸통박치기를 가했다.

그 모습을 발견한 설여원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쳤다.

“박재형!! 장군아 그거 좀비 아니야!”

헥헥헥- 헥헥.

바닥에 넘어지자, 장군이는 앞발로 내 가슴을 누르며 쉴 새 없이 얼굴을 핥았다.

좀비로 오인한 게 아니라, 온몸으로 반가움을 표출하고 있었다.

생긴 건 사자도 물어 죽일 것 같은데, 본인 덩치도 모르고 꼬리를 흔드는 모습.

영락없는 래브라도 리트리버였다.

“장군이 잠깐, 장군이 기다려!”

[친구 왔다! 친구 왔어!]

뒤이어 감정을 표출하던 말풍선이 언어로 바뀌며 서서히 덩치가 작아지기 시작했다.

장군이를 진정시키고, 후다닥 일행의 곁으로 다가가 손에 쥐고 있던 대장 좀비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현아, 부탁한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최현은 단번에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장 좀비가 물지 못하도록 머리를 붙잡자, 최현은 두 눈을 지그시 감으며 대장 좀비의 기억을 읽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감았던 두 눈을 뜨며 얘기했다.

“끝났어. 이게 마지막이야.”

“죽여도 돼?”

“어.”

최현의 대답을 듣고, 대장 좀비의 얼굴을 쳐다봤다.

붉게 충혈된 안구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에 시선을 외면하며 얘기했다.

“다음 생엔 착하게 살아.”

우드득-

그대로 머리를 비틀었다.

-대장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40,000점이 주어집니다.

9단계와 10단계.

고작 한 단계 차이인데, 지급하는 카운트는 4배 가까이 차이 났다.

건틀릿과 카타나, 신발의 내구도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에 결인들을 쳐다보며 물었다.

“저 10분만 쉬었다가 싸워도 될까요?”

“왜, 어디 다쳤어?”

이정우가 묻기에, 대답 대신 내구도를 보여주었다.

그는 홀로그램에 적힌 수치를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쉬어. 남은 건 좀비들뿐이니 우리가 처리할게.”

말은 이렇게 하지만 이정우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1시간이 넘도록 수십만의 좀비를 처리했다.

여전히 아크 밖에 남은 좀비는 40만이 넘었다.

그중에는 감염된 식물도 섞여 있기에, 기력이 떨어진 일행에겐 버거운 숫자였다.

크어어어어어어!!

그 순간, 우측에서 우렁찬 포효가 들려왔다.

시선을 돌리자, 보랏빛 물결이 접근하고 있었다.

최현을 쳐다보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야, 아크를 공격한 대장 좀비는 둘뿐이었어.”

그렇다면…… 저건 안상진의 수하들인가?

부족한 수하를 회복하려고?

아니, 수하들의 머릿수는 얼추 회복되었다.

우리를 도와주려는 것이다.

이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누웠다.

내구도도 복구할 겸, 한숨 돌리며 지친 몸을 달랬다.

* * *

10분의 짧은 휴식을 마치고,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나 좀비들 정리를 도왔다.

뒤이어 파티 압구정과 호수공원, 망원시장의 플레이어들이 도착했다.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생존자들을 대피소로 들여보냈다고 한다.

결인들이 지친 모습을 보이자, 공격대원들이 4번 게이트 수비에 나섰다.

그 덕에 결인들에게도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난 좀비화의 남은 시간을 살피며 저 멀리 보이는 안상진을 불렀다.

“안상진 씨!”

안상진은 길거리 좀비들을 처리하다 말고 내 곁으로 달려왔다.

“미안하다, 늦어서.”

“사과하실 필요 없다니까요.”

“아크에 다친 사람은 없어?”

“다들 무사합니다.”

“너는.”

안상진이 내 모습을 위아래로 훑으며 묻기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거뜬하죠.”

“저번보다 혈관이 두꺼워진 것 같은데, 무리한 거 아니야?”

“스킬 써서 그래요.”

“스킬?”

안상진에게 광란에 대해 설명하자, 그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또 사과하려고 그랬죠?”

“내가 빨리 왔으면 그런 위험한 스킬은…….”

“괜찮아요. 그건 그렇고 임창민이랑 정소현이라고 알아요?”

임창민과 정소현.

최현은 정소현의 기억을 통해 안상진을 보았다고 했다.

안상진은 눈꼬리를 치켜뜨더니,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네가 그 둘을 어떻게 알아.”

“현이가 데니잖아요. 기억을 확인했습니다.”

“아크를 공격한 게 그 둘이야?”

“네, 안상진 씨를 노리고 온 거예요.”

“설마 아크를 공격한 것도 나를 불러내려고?”

“네, 물론 실패했지만.”

“그 둘은 어디 있어.”

“죽였습니다.”

덤덤하게 대답하자, 안상진의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놀란 건가?

뒤이어 씁쓸한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내쉬며 입맛을 다셨다.

“결국…… 그렇게 됐구나.”

“현이 말로는 안상진 씨가 그 둘은 살려줬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살려줬다고 볼 수도 있고, 안일했다고 볼 수도 있지.”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당사자의 말이 가장 확실하니까.”

안상진은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억지로 떠올리며, 지난 날의 기억을 들려주었다.

“그 둘은…… 예전에 내 동료였어.”

“…….”

“내가 저번에 얘기했지? 나와 내 아내는 배신당해서 대장 좀비가 됐다고.”

“혹시 배신한 플레이어가 임창민과 정소현인가요?”

안상진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안상진은 변종으로 변한 아내를 먼저 보낸 뒤, 증오심에 휩싸여 임창민과 정소현의 은신처를 공격했다고 한다.

단순한 복수심 때문이 아니라, 더 많은 피해자가 나타나기 전에 싹을 자르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임창민과 정소현은 대장 좀비가 되었고, 안상진이 잠깐 한눈판 사이에 사라졌다고 한다.

그 뒤로 시간은 무던히 흘러 안상진이 8단계에 접어들었을 무렵, 임창민과 정소현이 찾아왔다고 한다.

다른 대장 좀비까지 데리고 말이다.

그들의 요구는 하나였다.

힘을 합치자는 의견.

당연히 안상진은 거절 의사를 표했고, 반복되는 거절에 그들은 본심을 꺼내 들었다고 한다.

안상진을 공격한 것이다.

하지만 안상진의 진화 단계가 가장 높았고, 목숨은 거두지 못했지만 서울에서 쫓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문득, 부산에서 봤던 7단계 대장 좀비가 떠올랐다.

임창민과 정소현, 그들과 함께 안상진을 찾아왔다는 대장 좀비가 부산에서 봤던 7단계 대장 좀비가 아닐까?

그 뒤로 생사를 알 수 없었는데, 한 달도 안 돼서 이렇게 나타난 것이다.

안상진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죄책감을 느끼는 걸까?

그는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얘기했다.

“진즉에 처리했어야 하는데, 내가 우환을 남겨서 이렇게 된 거야. 미안하다.”

최현이 얘기한 이야기와 동일하기에, 안상진을 향한 의구심을 거두었다.

“안상진 씨는 잘못 없어요. 인간을 위해 싸웠을 뿐인데 왜 사과하세요.”

“그래도 미안하…….”

“사과 금지! 안상진 씨는 앞으로 사과 금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얘기하자, 그제야 안상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고맙다. 여러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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