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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66화
앞다리 2개는 머리 위로 들 수 있지만, 나머지 6개의 다리는 90도 이상 꺾이지 않는 모양이다.
심지어 등까지 팔이 닿지 않는 것 같은데?
나를 붙잡기 위해 목덜미부터 정수리까지 계속해서 훑고 있지만, 유연성의 한계로 등을 긁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체동물 같던 알파 변종은 진화를 거듭할수록 덩치가 커졌고, 그로 인해 유연성이 감소했다.
그럼…… 이 상태에서 척추를 부러뜨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고민할 필요 없이, 알파5의 척추를 향해 쉴 새 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콰과과과과과과!!
단단하다.
깨지지 않으면 뚫어야지.
카타나를 양손으로 쥐고, 있는 힘껏 놈의 척추에 박아넣었다.
기긱-!
칼날이 박히지 않았다.
생채기가 생기는 게 전부.
당황할 필요 없다.
뚫리지 않으면, 뚫릴 때까지 찌르면 그만이니까.
두 눈을 부릅뜨며 한 지점만 집요하게 공격했다.
퍽! 퍽! 퍽! 쩍!
쯔득-!
마침내 두꺼운 살가죽이 찢어지고, 칼날이 60㎝가량 뚫고 들어갔다.
그러자 단단한 척추의 감촉이 칼끝으로 전해졌다.
척추는 피부와 가장 맞닿은 부위일 텐데, 그럼에도 뼈와 표피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다.
카타나의 길이로는 뼈를 끊어낼 수 없다.
키에에에에엑!!!
뒤이어 알파5는 괴성을 내지르며 전신을 흔들기 시작했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칼자루를 붙잡고 매달리자, 알파5는 상체를 꼿꼿하게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어?”
90도까지 상체를 일으키더니, 그 이상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발악해도 내가 떨어지지 않으니, 등으로 짓누를 속셈이다.
이대로 있으면 알파5의 등에 깔려 죽을 것이다.
고민하고 있을 여유가 없기에, 황급히 칼자루를 박차며 옆으로 몸을 날렸다.
쿵-!!!!
알파5의 육중한 몸이 뒤로 엎어지자, 자욱한 흙먼지가 일어나며 지진이라도 발생한 것처럼 땅이 울렸다.
동시에 8개의 다리를 사정없이 흔드는 알파5.
징그럽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8개의 다리가 주변을 휘저을 때마다 일대는 폐허가 되었다.
주변 건물이 무너지고, 자욱한 흙먼지와 시멘트 덩어리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오락실 게임 갤러그를 할 때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물 잔해를 피해 이리저리 몸을 움직였다.
철근 더미가 떨어질 때면 식은땀이 맺히는 것을 느꼈다.
회전하며 떨어지는 철근 더미는 낙하지점을 계산하기 쉽지 않았다.
심지어 지면에 닿자마자 박히는 게 아니라, 이리저리 튕기는 모습까지 보였다.
추락하는 잔해를 살피며 회피하는 찰나.
브르릅-
등 뒤로 베타 변종의 혓바닥 말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을 돌리자, 주유소 방면에 있던 변종과 좀비들이 이곳으로 접근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혓바닥을 잘라내기 위해 칼자루로 손을 옮겼지만, 손에 잡히는 게 없었다.
아차, 카타나는 알파5의 등에 박혀 있…….
쒜엑-!
일직선으로 날아드는 베타 변종의 혓바닥.
혀끝이 뭉툭한 것으로 보아 3단계.
‘왼쪽!’
본능적으로 몸을 날려 회피했다.
그러자 이번엔 머리 위로 드리우는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두 눈 휘둥그레 뜨며 고개를 들자, 철근이 이리저리 박힌 시멘트 덩어리가 떨어지고 있었다.
“씹……!”
생각을 포기하고 앞으로 몸을 날렸다.
콰앙!!
다급히 앞구르기를 시도한 덕에 간발의 차로 시멘트 덩어리를 회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채찍처럼 날아든 베타 변종의 혓바닥이 오른팔이 휘감겼다.
치이이익-!
뜨거운 열기와 함께 팔에서 연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전신을 잡아끄는 힘이 느껴졌다.
잠깐, 차라리 끌려가는 게 이로울지도?
생각을 마치자마자 베타 변종이 이끄는 대로 딸려갔다.
건물 붕괴가 속출하는 알파5의 주변에 있는 것보다, 차라리 베타 변종의 곁으로 이동하는 게 안전할 것이다.
어쩌다 보니 베타3의 혓바닥이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 된 것이다.
베타3은 그것도 모르고, 나를 한입에 집어삼킬 준비를 했다.
“고맙다 이 새끼야.”
안전이 확보된 거리에 도달하자마자, 두 다리에 힘을 주어 제동을 걸었다.
동시에 베타3의 혓바닥을 뜯어내고, 놈의 미간에 주먹을 내질렀다.
쾅-!!!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3000점이 주어집니다.
베타3의 두개골을 깨부수고 주변을 살피자, 이곳으로 접근하는 감마4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100m 거리에서 접근하는 감마4.
놈은 날아오지 않고, 뒤뚱거리며 국회대로를 달려오고 있었다.
인벤토리를 열고 쇠뇌를 꺼내려는 순간, 머릿속으로 한 가지 방안이 떠올랐다.
저놈을 이용하면 알파5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지 않을까?
“여기다 인마!!”
이에 큰소리를 내며 감마4를 알파5의 곁으로 유인했다.
건물의 잔해를 뚫고 알파5에게 접근하자, 놈은 간신히 등을 뒤집고 내 얼굴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얼굴 근육이 사정없이 일그러져 있었다.
분기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뒤에는 감마4, 앞에는 알파5.
키에에에에에엑!!
알파5는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퉁! 퉁! 퉁!
재빨리 쇠뇌를 견착하고, 알파5의 얼굴에 볼트를 발사하며 시선을 유도했다.
알파5는 일대를 폐허로 만들며 노도와 같이 달려들었다.
나를 향한 분노와 집념에 사로잡힌 나머지,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다.
꾸어억…… 꾸억…….
귓가를 간질이는 감마4의 음성.
감마4는 알파5와 내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공기를 삼키기 시작했다.
그렇지, 걷지 말고 날아와야지.
감마4의 아랫배가 점점 부풀더니, 곧 공중에 떠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감마4가 10m 상공으로 떠오른 것을 확인하고, 알파5의 위치를 다시 한번 살폈다.
알파5는 나를 한입에 삼키기 위해 지면에 맞닿아 있었다.
최대한 폭발의 영향력을 키우려면 바로 옆에서 터지게 만들어야 한다.
이에 지면을 박차며 뛰어오르자, 알파5는 상체를 일으키며 앞다리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황급히 공기를 박차며 감마4가 있는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알파5는 내게 집중한 나머지, 옆에 있는 감마4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감마4가 알파5의 관자놀이 부근 10m 이내에 접근한 것을 확인하고, 공중에서 쇠뇌를 견착했다.
“제발 터져라.”
퉁! 퉁퉁! 퉁! 퉁!
빠르게 볼트를 발사하자, 알파5는 볼트의 궤도를 따라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완전히 빗나간 방향이라 생각했는지, 알파5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하지만 내가 노린 건 알파5가 아니다.
푸푹! 푹! 푹! 푹!
감마4의 복부에 박히는 다섯 발의 5레벨 볼트.
그러자 알파5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감마의 얼굴을 쳐다봤다.
두 변종의 시선이 서로 맞닿는 찰나.
꽝-!!!!!
10m 상공에서 감마4가 폭발했다.
그 여파는 내가 있는 곳까지 날아들었다.
줄 없이 번지점프를 하면 이런 기분일까?
폭발로 인해 전신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지면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아직 3단 뛰기의 횟수가 남았기에, 공기를 박차며 수직으로 뛰어올랐다.
훙-!
자칫 잘못하면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수가 있지만, 하늘이 보이는 순간에 맞춰서 박차를 가했다.
중력을 거스르는 느낌과 함께 어지럽게 회전하던 세상이 정지한다.
다행히 공간지각능력이 돌아왔다.
지면까지 남은 거리는 9m.
상체를 비틀어 발밑을 살피자, 알파와 베타 변종들이 아기새처럼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이에 두 주먹을 말아쥐었다.
쾅!!!!
유압 프레스로 찍어누르듯이, 베타 변종을 그대로 으스러뜨렸다.
“소화도 못 할 거면 먹을 생각을 버려.”
동시에 하체를 접으며 주변을 둘러싼 변종들의 안면을 일사불란하게 깨부수었다.
광!! 콰직- 떡, 떵-!! 쾅-!!
2단계든 3단계든 4단계든 가릴 것 없이, 걸리적거리는 모든 변종을 쳐부수며 후방을 살폈다.
쓰러졌던 알파5가 서서히 상체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아직 살아 있어?
심지어 뼈도 온전한 상태.
건물도 붕괴시키는 게 감마4의 파괴력인데, 알파5에겐 어림도 없었다.
키에에에에…….
그렇다고 아무런 수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알파5의 안구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안구가 칠흑처럼 어두운 탓에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지만, 얼핏 봐도 시력을 잃은 것으로 보였다.
띠링-!
-마무리 일격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시기 좋게 눈앞으로 떠오르는 홀로그램.
급가속의 일격 효과는 사라졌지만, 연격과 난동은 2분 남았다.
2분이면 충분하지.
재빨리 하체를 접고, 알파5를 주시하며 읊조렸다.
“핀치.”
쾅!!!
총구를 떠난 탄알처럼 알파5에게 달려들었다.
이전에는 상체를 일으키거나 선공을 취하더니, 시력을 잃은 탓에 알파5의 반응속도가 현저히 느려진 모습을 보였다.
시각을 잃은 상태에서 음속으로 움직이는 적을 감지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약점이 죽음으로 인도할 것이다.
탓!
지면을 박차며 뛰어오르자, 알파5의 앞다리가 한 박자 늦게 지면을 휘젓는 모습을 보였다.
빈틈.
무방비상태인 알파5의 얼굴이 두 눈에 들어온다.
알파5의 미간을 똑바로 응시하며,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쾅-!!!
키에엑-!
일격에 비틀거리는 녀석.
동시에 알파5의 앞다리가 좌측에서 날아들었다.
물러서면 안 된다.
알파5가 균형을 잡기 전에 짓밟아야 한다.
훙-!
거리를 벌리는 대신, 공기를 박차며 놈의 안면으로 접근했다.
쾅-!! 쾅!! 쾅!!!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고, 연달아 같은 지점을 공격했다.
놈의 미간이 함몰되며 부러진 뼛조각이 살가죽을 뚫고 나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최후통첩 효과가 적용됩니다.
최후통첩이 활성화되자, 두 팔의 근력이 팽팽하게 당기기 시작했다.
허리부터 어깨, 팔꿈치, 손목, 그리고 손끝으로 전해지는 근력.
자, 큰 거 들어간다.
꽝!!!!!
마지막 5회째 공격을 가하자, 알파5의 미간이 완전히 으스러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전에 알파5를 처리했을 때와 달리, 두개골이 함몰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구멍은 뚫렸는데, 거기서 변종의 피가 흐를 뿐 카운트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모든 스킬을 사용했는데?
설마, 급가속의 일격 효과가 빠진 탓인가?
키에엑-! 케엑!! 케에엑-!!
알파5는 비명을 내지르며 전신을 비틀기 시작했다.
짓밟힌 지렁이처럼 전신을 배배 꼬며 낡은 로봇처럼 삐거덕거렸다.
어떻게든 끝내야 한다.
미간이 깨진 상태니, 저 구멍으로 들어가서라도 뇌수를 헤집어야 한다.
하지만 버둥거리는 알파5의 미간에 쏙 들어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만 좀…… 버둥거려!”
알파5의 구멍 난 미간에 왼팔을 쑤셔 넣고 떨어지지 않기 위해 버텼다.
뇌에 충격이 쌓인 탓에 움직임을 관장하는 영역이 고장 난 건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코끼리처럼,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암벽등반 선수처럼, 양손으로 깨진 미간을 붙잡았다.
열 손가락에 힘을 주어 알파5의 미간을 붙잡고, 쥐구멍에 들어가는 쥐새끼처럼 기어 들어갔다.
역한 냄새와 함께 꿀렁거리는 알파5의 뇌가 두 눈에 들어온다.
쏟아져 나오는 핏물이 발목을 붙잡는다.
질퍽한 갯벌에 들어선 것처럼, 두 다리에 힘을 주어 알파5의 뇌를 향해 나아갔다.
코앞으로 드리운 알파5의 뇌를 확인하고, 눈 딱 감고 쉴 새 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아무리 알파5라도, 뇌까지 단단하진 않았다.
촤좍! 쩌득- 쫙!
코인 메시지가 뜰 때까지, 마구잡이로 휘저었다.
30초간 사정없이 난무를 펼친 끝에, 그토록 기다렸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150,000점이 주어집니다.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들어왔던 구멍으로 황급히 나갔다.
“푸하!”
참았던 숨을 토하며 선선한 공기로 썩어 문드러진 폐부를 환기했다.
코끝에 묻어 있던 피 냄새가 함께 들어온 탓에, 역한 기운이 올라왔다.
“우웩!”
억누르려고 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내 몸집보다 거대한 뇌를 헤집고 나왔다.
전신을 더듬는 그 끔찍하고 거북한 기운은 쉬이 적응할 수 없었다.
구역질을 쏟아내고,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며 입가에 묻은 타액을 닦아냈다.
오른팔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핀치의 효과가 확실한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몸에 가해지는 부담도 상당했다.
최소한 뼈에 금이 간 것 같다.
알파5는 처리했으니 슬슬 돌아갈 준비를…….
까드득- 까득-
그 순간, 전신의 털끝이 곤두서는 듣기 거북한 소리가 들려왔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뒤를 돌아보자, 절망적인 존재가 서 있었다.
까각- 까드득- 까각…….
돌연변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