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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319화 (319/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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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65화

이정우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이더니, 이마를 긁적이며 얘기했다.

“속도 높이자.”

“네? 갑자기요?”

전완수가 묻자, 이정우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얘기했다.

“우리가 알던 라스트아크는 좀비 로그라이크 게임이었어. 하지만 현실이 되고, 그 개념이 달라졌어.”

“개념이요?”

“에스파디아가 등장했잖아. 그리고 여원이 얘기 들으니까…… 이제야 명확하게 알 것 같아.”

다들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정우는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말을 이었다.

“처음부터 단순한 게임이 아니었다고. 에스파디아가 굳이 세상을 병들게 만든 이유가 뭐겠어?”

“뭔데요?”

“라스트아크를 통해 1차 튜토리얼을 진행하고, 현실에 반영해서 2차 튜토리얼을 진행한 거야.”

“외계 침공을 대비하기 위해서요?”

“그렇지. 애초에 게임 클리어가 중요한 게 아니었어. 외계 침공이라는 본경기를 두고, 인류를 성장시키는 게 목적이었다고.”

“성장이라기보다…… 멸종이 목표 같은데요.”

전완수가 싱겁게 웃으며 얘기하자, 이정우는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지금껏 우린 인간의 입장에서 생각했지만, 에스파디아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봐.”

결인들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였다.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설여원이었다.

“그럼…… 저희가 외계 생명체와 싸울 준비가 끝났다는 거예요?”

“아직 최후 각성이 남았으니 거의 끝난 거지.”

“…….”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인데, 우리가 최후 각성까지 완료한다면…… 인간의 영역을 벗어날지도 몰라.”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물약 이름부터 초월자의 물약이잖아. 그리고 에스파디아가 본인을 소개할 때 차원의 관리자라고 했다며?”

이정우가 최현을 쳐다보자, 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재형이 기억 확인했을 때 분명 차원의 관리자라고 했어요.”

“그런 존재가 만든 물약이야. 단순한 버프 아이템도 아니고, 우리의 육체 기능을 바꾸는 물약이라고.”

그러자 옆에 있던 윤혜리가 아랫배를 문지르며 물었다.

“그럼 이미 인간이 아닌 거예요? 이거 계속 마셔도 되는 거예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이걸 마시지 않으면 침공을 버틸 수 없다는 게 중요하지.”

“…….”

윤혜리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자, 이번엔 정진영이 목덜미를 문지르며 물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이 모든 게 신의 계시다, 뭐 이런 거야?”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만들고, 우리가 견고해지길 기다리는 건지도 몰라.”

“왜?”

“쉽게 말하면…… 강철을 만드는 것처럼.”

“강철? 지금 뭐 우리 몸을 담금질이라도 하고 있다는 거야?”

“그렇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자, 정진영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빠른 대답이 나올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정진영은 머리를 긁적이며 고민하더니,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그럼 뭐, 일반인은 철이고 플레이어는 강철이다?”

“예를 들면 그렇다는 거야.”

“그 강철로 뭘 만드는 건데?”

“그릇.”

이정우가 의미심장한 말을 꺼내자, 다들 합죽이가 되었다.

반면에 전완수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뭘 담을 그릇인데요? 아니, 그보다 그릇 만들려고 사람을 이렇게 많이 죽여요?”

“그래서 에스파디아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거야.”

“네?”

“애초에 수천만 년을 살아온 에스파디아 입장에선 지구에 꼭 인간이 살 필요가 없어.”

“…….”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인데, 그릇이 완성되면 관리자의 힘을 부여하려는 게 아닐까?”

관리자의 힘.

이는 신의 영역이었다.

즉 최후 각성은 그릇의 완성을 뜻하고, 완성된 그릇에 신의 힘을 부여하는 것이다.

전완수는 마른침을 삼키며 결인들의 표정을 살폈다.

다들 이정우의 의견에 반박하지 못했다.

물론 수긍하는 사람도 없었다.

전완수는 한층 차분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자세히 설명해 줘요.”

“평범한 인간이 신의 힘을 어떻게 버티겠어. 강철처럼 단단하게 만들어야 조금이라도 버티지.”

“강철 되기 전에 다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을 만들었는데요?”

“그 또한 경우의 수일 뿐이야.”

이정우의 말에 전완수는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뒤이어 쓴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형 방금 좀…… 에스파디아 같았어요.”

“진지하게 생각해 줘. 농담하는 거 아니니까.”

“넵.”

“에스파디아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균형이라고 했어. 그리고 균형을 파괴하는 건 외계 생명체라고 했지.”

“그렇죠.”

“하지만 여기에 맹점이 존재해. 외계의 침공을 이겨내기 위해, 에스파디아가 먼저 균형을 파괴했으니까.”

“먼저 파괴해요?”

“플레이어와 좀비, 변종을 만들고 인류의 태반을 죽였잖아. 자연의 순리에 개입한 거지.”

“…….”

“에스파디아가 플레이어를 만든 이유는 두 가지로 해석돼. 하나는 인류를 향한 미련, 다른 하나는 그릇.”

“둘 다일 수도 있겠네요.”

전완수의 대답에 이정우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에 전완수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는지, 구레나룻을 긁적이며 물었다.

“그런데…… 굳이 우리까지 초월자로 만들 필요가 있어요?”

“재형이 혼자는 버겁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고, 다른 의미가 있을지도 몰라.”

“무슨 의미요.”

“재형이가 아무리 성장해도 신의 힘을 전부 흡수하지 못할 수 있잖아.”

“그럼 우리끼리 힘을 나눠 가져라, 뭐 이런 거예요?”

“그렇지. 그리고 또 다른 이유라면…….”

이정우가 가만히 턱을 매만지며 말끝을 흐리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오래 지나지 않아 이정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본인이 만든 시스템에 오점을 찾았을지도 몰라.”

“오점이요?”

“좀비와 변종의 성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거야.”

“…….”

잠깐의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 누구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였다.

실마리를 찾으면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하고, 또 실마리를 찾으면 변수가 발생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설여원이 입을 열었다.

“정답이 뭐든 간에, 우리가 해야 하는 건 하나뿐이네요.”

“……?”

모두의 시선이 설여원에게 향하자, 그녀는 카타나를 손에 쥐며 얘기했다.

“침공 시작되기 전에 각성부터 해야죠. 앉아서 죽는 날만 기다릴 순 없잖아요.”

그러자 침울하게 있던 결인들이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최현이 입을 열었다.

“맞아, 머리 아프게 생각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죠. 재형이처럼.”

최현이 목동 방면을 쳐다보자, 정진영은 카타나를 손에 쥐며 입을 열었다.

“목동으로 들어가자는 거지?”

“재형이는 대기하라고 했지만, 이제는 재형이 기다릴 필요 없어요. 어차피 코인 거래도 가능하니까.”

최현의 말에 이정우도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진영은 인벤토리에 넣어둔 강화제 알약을 꺼내며 얘기했다.

“다들 지속 시간 연장해.”

결인들은 반박 대신 강화제 알약을 하나씩 삼켰다.

두두두두두두두-

그 순간, 남쪽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결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향했다.

신도림 방면에서 좀비와 변종, 감염된 식물들이 접근하고 있었다.

전투가 길어지면서 주변 일대에 있던 좀비들이 결인들의 인기척을 확인한 것이다.

이정우는 창과 방패를 손에 쥐며 얘기했다.

“저것들부터 정리하고 목동 들어간다. 오늘 김포공항까지 뚫자.”

* * *

슈악-!

등 뒤로 날아드는 살기에 재빨리 허리를 비틀었다.

쾅!!

옆구리를 스치며 지면에 박히는 두꺼운 혓바닥.

치이이이-

동시에 역한 냄새와 함께 아스팔트 지면에서 연기가 올라왔다.

시선을 돌리자, 건물 외벽에 붙어있는 베타4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무려 8m에 달하는 거대한 두꺼비가 건물을 감싸고 있으니, 위압감이 보통이 아니었다.

이에 카타나를 고쳐 쥐며 골프공을 치듯이 치켜들었다.

촤악-!!

브르릅!!

베타4의 혓바닥을 절단하자, 외벽에 붙어 있던 놈은 통증을 호소하며 혓바닥을 감기 시작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혓바닥의 절단면을 왼손으로 붙잡았다.

치이익-!

산성 물질로 인해 건틀릿에서 연기가 피어난다.

하지만 단번에 베타4의 앞으로 접근하는 방법에 이보다 효과적인 건 없었다.

내뱉은 혓바닥을 장전할 때는 입을 쩍 벌리는 경향이 있었다.

혓바닥을 장전하며 스스로 시야를 차단하는 게 베타 변종의 특징이었다.

즉, 혓바닥을 붙잡고 있으면 알아서 베타 변종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훙-!

전신을 잡아끄는 힘과 함께, 순식간에 베타4의 안면이 두 눈에 들어온다.

놈은 뒤늦게 내 얼굴을 발견하고 기겁하는 모습을 보였다.

“까꿍이다 새끼야.”

콱!

오른손에 쥐고 있던 카타나로 베타4의 미간을 향해 내지르자, 묵직한 바위를 뚫고 들어가는 느낌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뇌수를 헤집기엔 부족했다.

역시 방어력이 높은 놈들은 때려잡는 게 최선인가?

이에 손바닥을 활짝 펴고, 칼자루 끝을 연달아 가격했다.

콱, 콱! 쾅!!

카타나는 베타 변종의 이마를 꿰뚫고 70㎝가량 깊숙이 박혔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13000점이 주어집니다.

베타4를 처리하고 안상진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꽤 많은 수하를 확보했지만, 신체 능력이 저하된 탓에 변종 하나만 달려들어도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베타4의 이마에 박힌 카타나를 뽑아 들고 하체를 접었다.

쾅-!!

외벽을 박차며 사선으로 날아가자, 안상진을 짓누르는 알파3의 얼굴이 두 눈에 들어온다.

촤악-!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머리를 잘라내고, 안상진을 일으키며 얘기했다.

“멀리 가지 말고 달려오는 좀비들만 수하로 만들어요.”

“알았어.”

쿵-

그 순간, 귓가를 간질이는 울림소리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시선을 돌렸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들어오는 거대한 덩치.

건물 외벽을 부수며 접근하는 괴물.

안상진도 소리의 근원지를 쳐다보더니,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도망쳐.”

알파5가 접근하고 있었다.

안상진은 도망치라고 했지만, 여기서 어떻게 도망쳐?

도망치면 아크까지 따라올 게 뻔하고, 알파5 정도면 외벽을 넘어올 수 있다.

전류가 흐르더라도 아크 내부에서 1분 넘게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알파5의 속도와 파괴력을 계산했을 때, 여의도를 휩쓰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에 안상진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목동교 지나면 결인들 있을 거예요. 먼저 가세요.”

“너 혼자 시선 유도하다 죽는 수가 있어. 그냥 와.”

“안상진 씨는 다른 방안이 있어서 돌연변이 유인했어요?”

“…….”

안상진이 정곡을 찔린 것처럼 머뭇거리기에,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괜찮으니 먼저 가요. 제가 처리할 수 있습니다.”

“수하들 확보하고 다시 돌아올 테니까, 그때까지 조금만 버텨.”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읊조렸다.

“가속.”

쾅!!!!

동시에 알파5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하며 살기를 내뿜었다.

-반경 500m 내의 적에게 두려움을 각인시킵니다.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달려들었지만, 알파5는 내 움직임을 인지하고 양팔을 치켜드는 모습을 보였다.

슈아아악!!

뒤이어 알파5의 앞다리가 공기를 찢으며 날아들었다.

훙!

허공에서 방향을 비틀자, 이번엔 반대편 팔이 날아들었다.

이 역시 3단 뛰기를 이용해 회피한 뒤, 알파5의 안면을 직시하며 마지막 박차를 가했다.

“핀치.”

띠링-!

-마무리 일격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재사용 대기시간입니다.

뭐?

눈앞으로 떠오른 홀로그램을 보고, 뒤늦게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무리 일격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35분.

스킬 대부분이 10분 이내로 줄어들다 보니, 마무리 일격도 10분으로 착각했다.

이미 3단 뛰기는 전부 사용한 상태.

심지어 알파5의 안면에 금방이라도 닿을 듯한 거리.

다른 수가 없기에, 이 악물고 주먹을 내질렀다.

퍼버버버버벅!!

-강화된 연격이 발동됩니다.

-강화된 난동이 발동됩니다.

그나마 연격과 난동의 쿨타임이 15분으로 줄어든 덕에 신체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급가속의 일격 효과와 연격, 난동이 활성화된 이상 내 근력은 6730이 된다.

여전히 알파5를 처리하기엔 부족하지만 움직임이 둔화된 지금이라면, 최소한 시간은 끌 수 있을 것이다.

알파5는 날파리를 쫓아내듯이 세차게 고개를 흔들기 시작했다.

6750의 근력으로 때리는 공격이 가렵다는 건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재빨리 알파5의 콧대를 박차며 정수리로 올라갔다.

그러자 알파5의 앞다리가 거대한 장막처럼 허공을 뒤덮었다.

짓눌리면 터진다.

미끄럼틀을 타듯이 알파5의 등을 타고 내려가자.

쾅-!!!

알파5는 본인 손으로 본인 정수리를 가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뭔가…… 내가 때리는 것보다 자해하도록 유도하는 게 더 효과적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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