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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63화
목동교에 들어찬 좀비들을 일도양단 내며 빠르게 길을 뚫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목동종합운동장의 모습이 두 눈에 들어왔다.
쾅-!
동시에 먼발치서 들리는 굉음.
어디지?
울림소리는 근원지를 파악하는 게 어려웠다.
크어어어어어!!
달려드는 좀비들을 처리하며 다시 한번 굉음이 들리기를 기다렸다.
쾅-!!
정면이다.
이에 재빨리 하체를 접고, 좀비들을 때려 부수며 튀어 나갔다.
쾅-!!
400m 정도 돌파한 찰나, 고막을 때리는 폭음과 함께 100m 앞에서 불길이 치솟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주유소가 폭발했다.
훙-
동시에 새까만 연기를 뚫고 튀어 오르는 인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빠르다.
간신히 눈으로 좇을 수 있는 속도.
“감지.”
감지를 이용해서 튀어 오른 인영을 살피자, 보랏빛의 존재가 지면에 고꾸라지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안상진이다.
쾅-!!
그와 동시에 외벽을 부수며 안상진에게 달려드는 존재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게 녹색으로 보인다.
녹색으로 보인다면…… 저게 돌연변이?
덩치는 별로 크지 않았다.
인간과 비슷한 크기.
하지만 움직임을 보고 반사적으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안상진보다 빠르다.
안상진도 모든 스킬을 사용한 것 같은데…….
돌연변이의 신체 능력이 1만 이상이라는 건가?
안상진을 호위하는 수하는 많아 봐야 1천.
생각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안상진을 도와야 한다.
“가속.”
쾅!!!
지면을 박차며 노도와 같이 달려들었다.
돌연변이를 응시하며 살기를 내뿜자, 귓가로 라스트아크의 기계음이 들려왔다.
띠링-!
-살기를 내뿜어 반경 500m 내의 적에게 두려움을 각인시킵니다.
정말 살기만 내뿜어도 하울링이 발동되었다.
그러자 안상진을 바라보던 돌연변이가 다급히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망설임 없이 카타나를 휘두르자, 놈은 기이하게 상체를 비틀어 회피했다.
림보를 하듯이 허리가 활대처럼 휘었다.
재빨리 두 다리에 제동을 걸고, 연계 공격을 가하기 위해 카타나를 치켜드는 찰나.
탓-!
내게 달려들 줄 알았는데, 놈은 쏜살같이 거리를 벌리는 모습을 보였다.
“안상진 씨, 괜찮아요?”
슬쩍 뒤를 돌아보며 묻자, 안상진은 걸쭉한 피를 토하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상태가 심각하다.
왼팔이 잘려 나가고, 옆구리에서 핏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턱이 살짝 돌아간 탓에 대답도 못 하는 것으로 보였다.
타다닷-
뒤이어 안상진의 곁으로 달려오는 보랏빛 수하 한 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다음 발생한 상황을 보고, 벌어지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안상진은…… 수하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얼빠진 표정을 짓자, 안상진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쳤다.
“앞!!”
아차.
황급히 시선을 돌리자, 어느새 좌측 관자놀이로 날아드는 주먹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본능적으로 상체를 숙이자, 이번엔 우측에서 날아드는 주먹이 두 눈에 들어온다.
빠르다.
회피할 수 없는 각도.
물러설 수 없다면 카운터라도 꽂아야 한다.
뒤로 물러서는 대신, 황소처럼 지면을 박차며 놈의 복부에 어깨를 걸었다.
동시에 양손으로 돌연변이의 두 다리를 붙잡고 마운트 포지션을 취했다.
쿵!
돌연변이와 함께 지면에 엎어지자마자, 두 눈 부릅뜨고 주먹을 내질렀다.
퍼버버버버벅!!
자욱한 흙먼지가 발생할 때까지 쉬지 않고 주먹을 내질렀다.
-강화된 연격이 발동됩니다.
-강화된 난동이 발동됩니다.
연격과 난동이 활성화된 것을 확인하고, 쉴 새 없이 난타를 가하며 읊조렸다.
“핀치.”
치이이-!
전신의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체내에 뜨거운 열기가 들어찼다.
폭발적인 근력으로, 돌연변이의 안면에 폭격을 가했다.
콰과과곽!!!
-최후통첩 효과가 적용됩니다.
쾅!!!!
마지막 5회째의 공격은 2만에 달하는 공격력을 지닌다.
심지어 하울링으로 인해 돌연변이의 방어력은 30%나 감소한 상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하다.
돌연변이를 처리했다는 카운트 메시지도 뜨지 않고, 두 팔로 찢어지는 통증이 느껴졌다.
눈살을 찌푸리며 두 손을 확인하자, 손목이 기이하게 뒤틀린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피해! 그 새끼 반사 능력 있다고!”
등 뒤로 안상진의 외침이 들려왔다.
반사? 그런 건 빨리 말해줘야지!
텁!
동시에 내 목을 붙잡는 돌연변이의 손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뜨드득-
“커헉!”
성대를 뜯어버릴 것 같은 악력에, 숨통이 조여오고 두 눈의 실핏줄이 터졌다.
까드득…… 까각…….
놈은 반쯤 함몰된 얼굴로 기괴한 울음소리를 뱉었다.
피해가 없는 건 아닌데, 대부분의 공격을 반사시켰다.
놈은 내 얼굴을 주시하더니, 불길이 치솟는 주유소로 집어 던졌다.
훙-!
쏜살같이 스쳐 지나가는 풍경.
쾅-!!!!
묵직한 충격과 함께 전신으로 퍼지는 통증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주유소 외벽을 뚫고 국회대로까지 날아갔다.
100m는 족히 날아간 것 같다.
실눈을 뜨고 돌연변이를 응시하자, 놈은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역시 모든 공격을 반사한 건 아닌 모양이다.
아무리 탄성이 좋은 고무줄이라도, 충격이 지속되면 끊어질 수밖에 없다.
용수철도 강한 힘으로 짓누르면 원상 복구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두 팔이 부러진 탓에 지면을 짚고 일어설 수 없었다.
무릎을 접으며 힘겹게 일어나자, 입술이 터졌는지 입에서 쇠 맛이 느껴졌다.
피가래를 뱉으며 돌연변이를 응시하자, 놈은 전신을 살랑살랑 흔들며 내 모습을 위아래로 훑었다.
반응속도는 웬만한 변종보다 좋은 것 같은데…….
불에 탄 것처럼은 전신의 피부가 눌어붙었다.
한 가지 신기한 건…… 두 눈이 좀비처럼 붉게 물든 상태였다.
그렇다면 변종이 아니라, 돌연변이 좀비라는 건가?
좀비가 어떻게 저런 신체 능력을 지니게 된 거지?
아니, 어떻게 탄생한 돌연변이지?
영문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알파5와 엇비슷한 신체 능력을 지녔다.
파괴력은 알파5보다 못하지만, 반사신경과 움직임은 알파5보다 훨씬 뛰어나다.
쾅!!
그 순간, 놈은 지면을 박차며 내게 달려들었다.
황급히 가드를 올리며 돌연변이의 공격 궤도를 계산했다.
왼쪽? 오른쪽?
읽히지 않는다.
디딤발도 보이지 않고 어깨의 움직임도 없었다.
이 새끼 설마…….
텁!
예상대로 내 허리를 감싸며 마운트를 시도했다.
이에 두 다리를 뒤로 빼고 코어 근육에 힘을 더했다.
동시에 가드를 올리고 있던 두 팔로 돌연변이의 상체를 짓눌렀다.
콰드드득-!!
놈은 달려온 힘으로 인해 아스팔트 바닥에 안면을 갈아엎었다.
따라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돌연변이도 학습능력이 있는 것 같은데, 머리가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재빨리 상체를 돌려 놈의 뒤를 잡고, 오른팔로 놈의 목을 감았다.
깨부술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쓰면 그만.
머리를 뽑아버릴 각오로, 놈의 목을 조르며 잡아당겼다.
깍-! 까가각-! 칵!
놈은 숨넘어가는 소리를 토하며 발악하기 시작했다.
뜨드득- 뜩- 뜩!
근육이 찢어지고,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런데…… 이번에도 느낌이 이상하다.
놈의 목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목을 감싸고 있던 오른팔에서 후끈거리는 열기와 함께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돌연변이의 손톱이 내 전완근을 긁어내고 있었다.
그것도 보호대의 빈틈을 노려서, 억지로 손을 쑤셔 넣고 있었다.
“젠…… 장 맞을 새끼!”
이대로는 오른팔을 못 쓰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오른팔을 빼내고, 놈의 등을 박차며 거리를 벌렸다.
트램펄린을 탄 것처럼 공중으로 떠오르는 육체.
고무 열매 능력자야 뭐야.
착지하자마자 두 팔의 상태를 살폈다.
재생되려면 1분은 걸릴 것 같은데.
“재형아!”
어느새 신체 재생을 마친 안상진이 다가왔다.
팔이 잘려나가고 옆구리에 구멍이 뚫렸는데 벌써 재생이 끝났다고?
그제야 조금 전에 봤던 광경이 이해되었다.
좀비들에게 있는 패시브 스킬.
시체 먹기.
안상진은 본인의 수하를 이용해서 재생력을 몇 배나 끌어올린 것이다.
그보다 돌연변이가 문제다.
너무 까다로운 성질을 지녔다.
“반사 능력 있다고 진즉 얘기해 주셨어야죠!”
“턱이 돌아가서 말이 안 나오는 걸 어떡해.”
그래서 앞을 보라고 할 때도 앞! 이라고만 한 건가?
턱이 돌아갔다는데 뭐라 할 수도 없고 참…….
안상진은 본인의 홀로그램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시간이 별로 없어, 협공으로 끝내야 돼.”
“방안이 있어야 협공을 하죠. 모조리 튕겨내는 것도 문제고.”
“모든 공격을 반사하는 건 아니야. 다섯 번에 한 번꼴로 타격이 들어가.”
“그게 문제잖아요. 뼈도 쉽게 깨지지 않는 것 같은데.”
“찢어야 돼.”
“네?”
“아까 카타나 휘둘렀을 때 생각해 봐.”
돌연변이에게 처음 달려들었을 때를 말하는 건가?
놈은 기이한 자세로 회피하며 거리를 벌리는 모습을 보였다.
정말 날붙이가 약점인가?
이에 양손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1분만 버텨줘요. 손목이 돌아가서 칼자루 못 잡아요.”
“앞으로 2분이야.”
“뭐가요.”
“내 스킬 남은 시간. 역병 군단까지 끝나면 아무것도 못 해.”
“안상진 씨 기본 신체 능력이 2200인…….”
“디버프 때문에 알파3보다 약해져.”
알파3보다 약해진다고?
그럼 신체 능력이 1000 미만으로 내려간다는 말이 아닌가?
결국 돌연변이를 처리할 기회는 1분뿐이라는 건가?
시간이 촉박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해봐야지 어쩌겠는가.
만약 실패한다면 안상진을 돌려보내고 내가 돌연변이의 시선을 유도해야 한다.
대체 어디로 유인해야…….
아니, 지금은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해보고 안 되면 생각하는 게 옳다.
안상진은 두 주먹을 말아쥐며 훅, 하고 숨을 뱉었다.
“간다.”
쾅!!
안상진은 지면을 박차며 돌연변이에게 달려들었다.
지면을 박차는 힘이 이전 같지 않았다.
움직임도 둔해진 것으로 보아, 역병 군단을 제외한 다른 스킬의 지속시간이 끝난 모양이다.
크어어어어어어!!
그러거나 말거나, 좀비들의 포효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소리의 근원지를 파악하려는 찰나, 연달아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이마 위로 식은땀이 맺히는 것을 느꼈다.
명확한 근원지를 파악할 필요가 없었다.
사방에서 들려오고 있으니까.
목동에 있던 좀비들이 양평동으로 넘어온 것처럼, 조금 전 주유소의 폭발로 인해 반경 1㎞ 이내의 좀비들이 자극받은 모양이다.
목동 주변이라면 신정동, 화곡동, 등촌동인가?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이다.
즉, 좀비와 변종의 숫자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훙-!
뒤이어 100m 거리에서 담벼락을 뛰어넘으며 접근하는 인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미처럼 기다란 팔다리로 벽을 타고 넘어오는 존재.
알파 변종이다.
심지어 베타와 감마도 멀찍이서 접근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젠장, 아직 양팔의 재생이 끝나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도주할 수도 없는 노릇.
내가 도망치면 안상진이 죽는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어야지.’
양팔을 축 늘어뜨린 채, 하체에 힘을 실었다.
키에에에엑!!
알파3이 발치까지 접근한 순간, 지면을 박차며 놈의 턱주가리에 돌려차기를 가했다.
쾅!!!
알파3의 하관이 뒤틀리며 옆으로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착지와 동시에 놈의 관자놀이를 으깨버렸다.
콰직!!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3000점이 주어집니다.
착지와 동시에 우측에서 날아드는 살기에 시선을 돌리자, 건물 외벽에 붙어서 내 얼굴을 노려보는 알파4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서자, 놈의 입꼬리가 귓불에 걸리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겁에 질렸다고 생각한 건가?
쒜엑-!
땅에 떨어진 지폐라도 발견한 것처럼, 헐레벌떡 달려오는 알파4.
신체 능력이 4000에 달하는 알파4지만, 두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비록 일격 효과는 사라졌지만, 연격과 난동이 유지되는 이상 내 근력은 4500에 해당한다.
남들에게는 알파4가 압도적인 속도와 힘을 지닌 것처럼 보이겠지만, 내겐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속도였다.
알파4의 공격 궤도가 머릿속으로 그려진다.
훙-!
이마로 날아드는 알파4의 팔을 보고, 상체를 숙인 채 놈의 다리 사이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뒤를 잡은 뒤, 지면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뒤통수의 위치를 확인하고, 3단 뛰기를 이용해서 전신의 회전 속도를 높였다.
샌드백의 위치만 확실하다면, 발차기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힘과 가속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채, 그대로 돌려차기를 날렸다.
꽝-!!!!
단단한 벽돌을 뚫고 들어가는 묵직한 타격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태권도 선수들의 발차기는 시속 200㎞에 달하고, 그 힘의 무게는 1t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물며 인간의 신체 능력을 아득히 초월한 내가 정확하게 목표물을 타격한다면?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13000점이 주어집니다.
알파4도 별거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