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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301화 (301/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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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47화

한월의 소개를 듣고, 오른손을 내밀며 얘기했다.

“소리결 박재형이라고 합니다.”

한월은 내 손을 유심히 쳐다보더니,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으며 얘기했다.

“미안하지만 신체 접촉은 불편합니다.”

데니를 의식하는 건가?

그러자 다른 파티원들이 먼저 다가왔다.

“하하! 죄송합니다, 저희 파티장이 좀 의심이 많아요.”

“내가 무슨 의심이 많아?”

“너 의심 많아.”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얘기하자, 한월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회피했다.

싹싹하게 친근감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아, 이 남자의 직업은 데니일 것이다.

데니가 있다면 내 기억을 통해 소리결의 성장 과정을 알게 될 것이다.

부끄러울 게 없기에, 남자의 손을 덥석 잡으며 반대편 손으로 무전기를 들었다.

“다들 이쪽으로 와. 플레이어 발견했어.”

쾅-!!! 우르르르…….

그건 그렇고, 먼발치서 들리는 굉음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이들과 통성명부터 한 뒤에, 찬찬히 상황을 파악해야겠다.

* * *

결인들이 이곳에 도착하고, 최현과 윤혜리는 압구정 파티원들과 악수를 주고받았다.

최현은 모든 기억을 들여다본 뒤, 내 귀에 속삭였다.

“이 사람들 진짜 괜찮은데?”

“왜.”

“오랫동안 생존자 구출 활동을 했어.”

생존자 구출이라…….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압구정 파티의 플레이어들을 쳐다봤다.

겉모습만 보면 정말 선한 인상이었다.

이에 최현을 쳐다보며 물었다.

“다들 각성한 것 같은데, 각성은 어떻게 한 거야?”

“사람이 많으면 미친놈도 많다고 하잖아. 수도권은 유독 심했던 것 같아. 안개 퍼지고 한 달 만에 각성했어.”

“……미친놈들 사이에서 온전한 정신을 유지한 거야?”

“어, 다들 좋은 사람들이야.”

최현의 말에 파티 압구정을 향한 유대감이 생겼다.

세 번째 에피소드가 시작된 뒤로 생존자 구출이 쉽지 않았을 텐데, 지금도 생존자 수색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에 존경심마저 들었다.

한편 화장실 외벽에 등을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있는 한월은…… 다소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런 파티의 파티장이라면 보다 유한 성격을 지니고 있을 것 같은데, 사나운 살쾡이처럼 보였다.

한월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30대 중반의 남자가 입맛을 다시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미안합니다. 저희 파티장이 좀…… 불신이 심해요.”

“아닙니다. 이해해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니, 불신이 심한 것도 이상한 건 아니다.

하지만 데니를 통해 각 파티원의 과거를 확인하면 쉽게 의구심이 풀릴 텐데, 저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뭐지?

또한 한월은…… 내가 좀비들과 싸우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했다.

대략 300m 뒤에서 말이다.

좀비들의 신체 능력을 계산했을 때, 300m면 충분히 들킬 수 있는 거리였다.

심지어 자전거도로는 엄폐물도 없어서 모든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좀비들이 한월을 공격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하고, 한월이 내 모습을 발견하고 도와주기는커녕 지켜봤다는 것도 이상하다.

생존자 수색을 위해 밖으로 나온 플레이어라면 좀비를 회피하는 게 아니라,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이들의 무장 상태도 그렇고, 신체 능력도 그렇고, 좀비와 싸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건 말이 안 될 정도로 무모해 보였다.

이에 30대 남자를 쳐다보며 물었다.

“혹시 파티 압구정에 한월 씨 외에 가브리엘은 더 없나요?”

“네. 월이만 가브리엘이고 제 직업은 데니, 레이첼이 둘, 로즈가 한 명입니다.”

그렇다면 300m 전방에 100마리의 좀비가 있다는 건 한월만이 알았을 것이다.

이에 30대 남자를 쳐다보며 궁금한 점을 계속해서 물었다.

“오늘은 어디서부터 수색을 시작한 거예요?”

“그건 왜요?”

“저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아…… 이게 생각보다 많이 위험한데…….”

“저도 고향이 서울입니다. 서울 잠실요. 제 부모님의 안부도 걱정되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수색이 완료됐는지 알고 싶네요.”

“아 그래요? 그럼 말씀드려야죠. 왠지 사투리를 안 쓰시더라.”

30대 남자는 금세 화색을 띠며 그동안의 수색 범위를 알려주었다.

대략 김포공항에서 잠실까지는 안전이 확보된 상태라고 한다.

강북도 마포구는 얼추 확인한 상태라고 한다.

이에 공감을 표하며 물었다.

“오늘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확인하는 게 목표였나요?”

“하남까지 진입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하남이요? 하남은 왜요.”

“저희 공격대에 파티 호수공원이 있거든요. 그분들 말로는 스타필드에도 플레이어랑 생존자가 있다고 해요.”

“아 그래요?”

하남에서 출발한 파티가 있다고?

호수공원이라면 미사 호수공원을 말하는 건가?

미사 호수공원은 설여원의 본가와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어쩌면 설여원의 부모님을 아크로 데려간 플레이어들이 파티 호수공원인지도 모르겠다.

뒤이어 30대 남자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네, 하지만…… 아까 최현 씨랑 악수하면서 봤습니다. 스타필드에 생존자는 없더군요.”

“긍정적인 답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에이, 박재형 씨가 죄송할 건 없죠.”

“그럼 여의도부터 자전거도로로 쭉 오신 거예요?”

“네 그렇죠. 그나마 자전거도로가 제일 안전하니까요.”

그럼 한월은 파티원들을 데리고 좀비들을 따라왔다는 말이 된다.

전방 300m 거리를 유지하며, 대장 좀비의 수하들을 길잡이로 하남까지 진입하려고 한 것이다.

그래, 지금 생각해 보면 좀비들의 움직임도 이상했다.

연신 뒤를 돌아보며 이동하지 않았는가?

또한 100마리의 좀비는 내게 곧장 달려들지도 않았다.

고작 30m 거리를 두고도 폭력성을 억누르며 인내심을 발휘했다.

생각이 여기까지 흐르자, 머릿속으로 한 가지 답안이 떠올랐다.

‘한월이란 저 여자, 대장 좀비랑 유착관계 아니야?’

그래서 악수를 피한 건가?

듣자 하니 파티 압구정이나 다른 공격대원들도 한월과 살결이 닿은 적이 없다고 한다.

워낙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는 성격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게 더 이상하다.

이러한 부분을 묻자, 30대 남자는 한월을 흘깃 쳐다보며 얘기했다.

“보기엔 저래도, 수색에 나서면 언제나 선두에서 움직여요.”

“…….”

“다들 두려운 건 마찬가지일 텐데, 혼자 앞장서서 나아가니 그게 멋있는 거죠. 꼭 등대 같잖아요?”

좋게 생각하면 등대지만, 만약 대장 좀비 덕분에 안전한 길을 알고 있는 거라면?

생각을 정리하고, 최현과 윤혜리를 따로 불렀다.

혹시라도 파티 압구정의 플레이어들이 엿듣지 못하도록, 100m가량 거리를 벌렸다.

“현아, 혜리야. 압구정 플레이어들이랑 악수했을 때 이상한 부분 없었어?”

“이상한 부분? 어떤 거.”

“꿍꿍이가 있다거나, 뒤로 다른 생각하거나.”

최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얘기했다.

“그런 건 못 느꼈어.”

“혜리는?”

“저도 못 느꼈어요.”

“정말 생존자 구출이 주된 목표야?”

“네, 구출한 생존자도 많고, 합류한 파티도 있어요. 압구정이 공격대 대표 파티고, 소속 파티도 2개나 있어요.”

“정말 생존자를 위하는 파티라고?”

“네, 다만 아크에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아요.”

“무슨 문제.”

윤혜리는 본인이 들여다본 기억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여의도 아크에는 1만의 생존자가 있고, 그중 4,000명의 생존자가 플레이어 반대 시위를 한다고 한다.

듣자 하니 알약 자판기의 남은 시간이 초기화되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네.

여의도 아크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개같이 노력해도 알아주는 사람은 없고, 오히려 쫓아내려고 안달이라니.

이들을 두고 호구라고 하는 걸까?

아니면…… 날개 없는 천사일까.

아크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문제가 없는 것 같고…… 남은 건 한월뿐이다.

힘으로 붙잡고 윤혜리에게 생각을 들여다보라고 할까?

쾅-!!!

그 순간, 이전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무의식적으로 최현과 윤혜리를 보호하며 소리의 근원지를 살폈다.

대략 800m 거리에서 들려온 굉음.

대체 어떤 놈들이 싸우기에, 저토록 건물을 부수면서 싸우는 거지?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으로 보아, 더는 이곳도 안전하지 않았다.

광나루한강공원 다음이 어디였더라?

암사생태공원인가?

암사생태공원은 넓은 평지이기에, 한강에 들어가더라도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에 최현과 윤혜리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데리고 암사생태공원으로 가.”

“넌 어쩌려고.”

“변종이랑 대장 좀비랑 싸우는 것 같은데, 이쪽으로 못 오게 막아야지.”

“암사생태공원은 많이 멀어?”

“압구정 파티원들 따라가. 그 사람들이 알 거야.”

최현과 윤혜리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일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쾅-!!! 쿠구궁- 콰광-!!!

연달아 들려오는 굉음.

600m까지 접근한 것 같다.

좀비화의 남은 시간은 40분.

남은 시간 동안 적의 시선을 돌려야 한다.

훙- 콰과곽!!

그 순간, 지반의 떨림과 함께 흙먼지가 머리 위로 쏟아졌다.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진원지를 살피자, 거대한 팔이 지면을 짚으며 일어서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팔 두께만 1m에 달하고, 길이는 9m에 달한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알파5다.

훙-

동시에 20m 상공에서 유성우처럼 날아드는 인간의 형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쾅!!!!

그대로 알파5의 등을 짓밟자, 놈의 척추에서 듣기 거북한 소리가 들려왔다.

키에에에에에엑-!!!

고막을 찌르는 비명과 함께 알파5가 상체를 비틀기 시작했다.

15m에 달하는 덩치가 전신을 비틀자, 사방으로 흙먼지가 날리며 이곳으로 접근하던 대장 좀비의 수하들이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뒤이어 알파5는 180도로 고개를 돌리며 한강을 응시했다.

설마 대장 좀비는…… 머릿수를 이용해서 알파5를 한강까지 몰아넣을 생각인가?

알파5는 물러설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상체를 일으키며 그대로 좀비들을 덮어버렸다.

쾅-!!

신체 능력이 1500에 달하는 좀비들조차 알파5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으스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알파5의 신체 능력은 대략 16000일 것이다.

좀비들이 아무리 강해졌다 한들, 알파5를 처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 순간, 100m 앞에 있는 인영과 눈이 마주쳤다.

조금 전 유성우처럼 떨어진 좀비.

굳이 묻지 않아도 저놈이 대장 좀비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그는 내 얼굴을 유심히 살피더니, 암사생태공원으로 이동하는 일행을 흘깃 쳐다보는 모습을 보였다.

설마 일행을 공격하려고?

달려들면 저지하기 위해 하체를 숙인 찰나, 놈은 두 주먹을 말아쥐는 모습을 보였다.

그 짧은 찰나에, 전신을 더듬는 오한을 느꼈다.

살기였다.

이에 고민할 새도 없이 빠르게 읊조렸다.

“감속, 감지, 철괴.”

그와 동시에 지면을 박차며 탄알처럼 날아오는 대장 좀비.

쏜살같이 접근하는 대장 좀비를 보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포효를 내질렀다.

“크어어어어어!!!”

-포효를 내질러 반경 500m 내의 적에게 두려움을 각인시킵니다.

-두려움이 각인된 적은 10분간 이동속도 30% 감소 효과가 적용됩니다.

-모든 감염된 생물체는 하울링에 저항할 수 없습니다.

-하울링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10분입니다.

*‘집념’ 효과가 생성됩니다.

*하울링의 반경 내에 있는 좀비, 혹은 변종 사이에서 가장 강력한 적에게 집념을 보입니다. 집념의 대상이 된 적은 받는 피해가 20% 증가합니다.

하울링을 사용하기까지 1초도 걸리지 않았는데, 이미 대장 좀비는 내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쾅-!!!

‘어?’

광대뼈가 함몰되며 왼쪽 눈의 망막이 찢어졌다.

한순간 시야가 차단되고, 전신으로 퍼지는 저릿한 통증에 정신이 얼떨떨했다.

지금…… 나를 일격에 날려 버린 거야?

좀비화와 광폭화까지 사용한 나를?

심지어 스킬 철괴를 사용해서 받는 피해를 30%나 감소시켰는데, 광대뼈가 함몰됐다고?

몇 바퀴나 나뒹굴며 간신히 균형을 잡고 일어나자, 보라색 안광을 번뜩이는 대장 좀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뭐지?”

다짜고짜 주먹부터 날리고 한다는 소리가 뭐?

이에 눈살을 찌푸리며 크라우칭 스타트 자세를 취했다.

선물을 받았으면 보답을 해야지.

쾅-!!!!

총구를 떠난 탄알처럼, 쏜살같이 대장 좀비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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