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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293화 (293/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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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39화

뒷길에 아직 다수의 좀비가 남았다.

이에 일행을 먼저 아파트로 보내고, 난 뒷길에 남은 좀비를 정리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모든 좀비를 처리하고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남은 시간: 47분]

“아까운데.”

바로 어제 그 난리를 치고도, 인간의 욕심은 쉽게 버릴 수 없었다.

좀비화의 남은 시간이 아까워서, 독단적으로 선택하기보다 무전기를 들었다.

“정우 형, 들리세요?”

치지직- 치직-

-얘기해.

“좀비들 정리는 끝났는데, 좀비화 47분 남았습니다.”

-……그래서. 또 사냥하겠다고?

이정우의 목소리에 가시가 돋쳐 있었다.

이에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저도 그리로 갈게요.”

-미사역까진 허락할게. 바로 앞이라 지원 가기 수월하니까.

“넵!”

아싸, 포인트 더 올릴 수 있다.

치지직- 치직-

뒤이어 무전기에서 다른 신호가 들어왔다.

-야 재형아, 여원이 말로는 미사역 앞에 미사호수공원 있대.

“미사호수공원?”

-어, 거기를 경계로 사냥하면 안전할 거라고 그러네?“

“알았어. 정우 형도 허락했어?”

-어어. 정우 형도 수긍했어.

이에 알겠다는 대답을 남기고 무전기를 레그홀스터에 쑤셔 넣었다.

이번 좀비화가 끝나면…… 새로운 스킬 배울 수 있겠는데?

부푼 기대를 안고, 미사역으로 향했다.

* * *

“상황 괜찮은 거예요?”

오혜선은 책상 앞에 앉아 윤혜리에게 물었다.

윤혜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아요. 재형 오빠 목소리가 들뜬 것만 봐도 상황 종료 같은데요?”

그러자 윤혜리의 옆에 있던 김희연이 입을 열었다.

“퀘스트도 완료됐어.”

“상점 이용권 들어왔어?”

“어, 제한 시간 4분짜리 퀘스트라서 놀랐는데, 다행히 성공했나 봐.”

“우리도 가야 하나 싶어서 걱정했는데, 진짜 다행이네.”

그러자 양손에 부력 판을 들고 있던 한민욱이 다가왔다.

“그럼 우리 물속에 뛰어들 필요 없는 거예요?”

“네, 한시름 덜었어요.”

한민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윤혜리와 김희연이 초조하게 일행을 기다릴 당시, 한민욱은 조정경기장의 수온부터 확인했다.

11월 말의 날씨에 수온은 얼음장이나 다름없었다.

조정경기장에 뛰어들 필요 없다고 하니, 마음이 놓인 모양이다.

헤벌쭉 웃는 한민욱을 보고 오혜선은 혀를 끌끌 차며 얘기했다.

“못났다, 못났어. 얘들이 이렇게 열심히 싸우는데 응원하진 못할망정, 물속에 뛰어들 생각부터 했어?”

“어우,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당연히 저도 응원하고 걱정했죠.”

“응원하고 걱정한 사람이 그래?”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그러니 수온부터 확인한 거죠.”

능글맞은 한민욱의 모습에 오혜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김희연은 싱겁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옆에 있는 윤혜리에게 얘기했다.

“퀘스트 완료됐으니, 난 다시 옥상으로 올라갈게.”

“알았어. 장군이는 어디 있어?”

“여기 있는 거 아니야?”

“응?”

두 사람 사이로 정적이 내려앉았다.

윤혜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지금껏 김희연과 함께 옥상에 있는 줄 알았는데, 김희연은 이곳에 있는 줄 알았다고 한다.

“장군아!”

장군이를 불러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윤혜리는 멍하니 정면을 바라보더니, 다시 한번 장군이를 불렀다.

“장군이 안 돼! 이리와! 쓰읍! 장군이 안 돼!”

“뭐가 안 돼?”

“어디서 또 이상한 거 물어뜯고 있을까 봐.”

윤혜리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김희연은 경정장 건물 밖으로 나가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평소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장군이가 보이지 않았다.

겁도 많고, 낯선 환경에 벌벌 떠는 장군이가 사라졌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기에, 김희연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난 장군이 찾아보고 올게. 여기 있어.”

“안 돼. 정우 오빠한테 뭐라고 보고해?”

“그렇다고 이렇게 있어? 장군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

그 순간, 김희연의 시야에 검은 형체가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대략 450m 거리라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었다.

가로로 빗금을 그으며 이동한 무언가는, 저 멀리 보이는 자전거 대여소 뒤편으로 사라졌다.

눈으로 좇을 수도 없는 속도.

김희연이 놀란 표정을 짓자, 윤혜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의 옆으로 다가갔다.

“왜?”

“방금…… 저쪽에 뭐가 지나갔어.”

“뭐가.”

“그걸 모르겠어. 검은색이었는데…….”

낑…….

그 순간, 김희연의 귓가로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려온 곳을 쳐다보자, 5m 앞에 정차된 차량에 전신을 웅크리고 있는 장군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장군아!”

윤혜리도 소리를 들었는지, 후다닥 장군이의 곁으로 달려갔다.

“장군이 여기서 뭐해. 언니 놀랐잖아.”

윤혜리가 장군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얘기하자, 장군이의 머리 위로 말풍선이 떠올랐다.

[무서워.]

“응? 뭐가 무서워, 뭐가. 장군이 뭐가 무서워.”

[괴물 무서워.]

순간, 장군이의 머리 위에 표시된 말풍선을 보고 윤혜리는 식은땀이 맺히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결인들의 감각이 증가했다 한들, 위기감지 능력은 장군이가 월등히 좋을 수밖에 없다.

세 번째 에피소드에 진입하며 장군이의 감각도 증가했으니 말이다.

윤혜리는 황급히 장군이를 품에 안고 김희연의 곁으로 돌아왔다.

“실내로 들어가.”

“뭔가 있는 거야?”

“장군이가 괴물이라고 했어.”

김희연은 조금 전에 봤던 검은색 덩어리가 마음에 걸렸다.

족히 450m는 떨어진 거리에서 쏜살같이 이동하던 검은색 물체.

그 움직임은 좀비라고 볼 수 없었다.

2단계, 혹은 3단계 변종도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김희연은 좌우를 살피며 윤혜리와 함께 뒷걸음질 쳤다.

곧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무전기를 들었다.

“정우 오빠, 정우 오빠 들려요?”

치지직- 치직-

-얘기해.

“지금 와줄 수 있어요?”

-지금? 왜, 무슨 일이야.

“확실하진 않은데, 여기 변종이 있는 것 같아요.”

-싸우지 말고 기다려. 금방 간다.

이정우의 대답을 듣고 김희연은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카타나를 손에 쥐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오혜선이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쉿.”

김희연이 잔뜩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자, 오혜선과 한민욱은 부력 판을 들고 건물 구석으로 이동했다.

투둑- 툭-

뒤이어 건물 외벽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길고양이가 지붕을 거닐 때 들리는 소리와 비슷했다.

경정장 건물 외벽에 무언가가 있다.

윤혜리도 들었는지, 책상 앞으로 걸어가 그 위에 놓인 손도끼를 손에 쥐었다.

장군이의 머리 위에 있던 말풍선도 감정표시로 변했다.

[-경계-]

“걱정하지 마…….”

귓가를 간질이는 음성에 김희연은 황급히 윤혜리를 쳐다봤다.

윤혜리도 놀란 눈으로 김희연을 쳐다봤다.

김희연과 윤혜리가 한 말이 아니다.

낯선 목소리였다.

외벽에 있는 무언가가,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걱정…… 하지 마. 엄마 여기 있어.”

말을 거의 더듬지 않았다.

이는 최소한 3단계 변종, 혹은 변종 에덤이란 뜻이었다.

“괜찮아…… 엄마 여기 있어.”

김희연은 퍼석한 입술을 핥으며 옆에 있는 윤혜리에게 속삭였다.

“강화제 알약 먹어.”

두 사람은 단숨에 10개의 알약을 삼키고, 더욱 선명해진 감각으로 청각을 곤두세웠다.

김희연과 윤혜리가 미동도 하지 않자,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며 고장 난 기계처럼 반복적인 음성이 들려왔다.

“엄마 여기 있어. 엄마 여기 있어? 엄마 여기 있어. 엄마 여기 있어. 엄마 여기 있어?”

툭.

“엄마 여기…….”

마침내 음성이 끊기고, 테이프로 막아둔 뒤편의 유리로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김희연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쳤다.

“뒤!!”

윤혜리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며 손에 쥐고 있던 손도끼를 창문으로 집어 던졌다.

챙그랑-!!

껴어억-!!!

돼지 멱따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는 그림자.

두 사람의 긴장감이 극에 달한 찰나.

쾅!!!

“여기 있어!!!!”

괴성을 내지르며 뒷문으로 들어오는 변종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릴라처럼 생긴 외형과 가슴 전체가 입처럼 쩍 벌어지는 모습을 보고, 김희연과 윤혜리는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좌측 어깻죽지에는 윤혜리의 손도끼가 박혀 있었다.

“하체 노려!”

김희연은 두 눈을 부릅뜨며 윤혜리에게 외쳤다.

층고가 높지 않기에, 6m에 달하는 변종 에덤 2단계는 본래의 속도를 내지 못했다.

김희연이 변종 에덤 2단계의 무릎에 카타나를 휘두르자, 놈은 지면에 무릎을 꿇으며 연신 비명을 내질렀다.

윤혜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바오밥나무처럼 굵직한 변종 에덤 2단계의 머리 위로 뛰어올랐다.

왼손에 쥐고 있던 손도끼로 놈의 승모근을 찍고, 좌측 어깻죽지에 박혀 있는 손도끼를 뽑으며 연신 도끼질을 시작했다.

분명 김희연과 윤혜리는 5레벨 무기를 사용하고 있고, 강화제 알약도 10개나 섭취한 상태였다.

하지만 변종 에덤 2단계의 뼈를 뚫을 수 없었다.

껴어어어어어억!!!

변종 에덤2는 괴성을 내지르며 세차게 상체를 흔들었다.

쾅-!!!

쏜살같이 날아드는 주먹질에 김희연과 윤혜리는 반응조차 못 하고 나가떨어졌다.

경정장 정문의 유리문을 깨부수며 밖으로 내던져진 두 사람.

쾅!!!!

동시에 입구를 부수며 밖으로 나오는 변종 에덤 2단계.

고작 한 대 맞았을 뿐인데, 김희연은 피를 토하며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본인이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니라는 걸 무의식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옆구리를 부여잡은 채 뒤를 돌아보자, 본인을 뚫어지게 노려보며 히죽거리는 변종 에덤 2단계를 발견할 수 있었다.

떵-!

그 순간, 무너진 입구를 뚫고 솟아오르는 윤혜리의 모습이 김희연의 두 눈에 들어왔다.

“안 돼 혜리야!!”

윤혜리는 이마에서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양손에 손도끼를 불끈 쥐고 놈의 뒤통수를 노렸다.

살기가 느껴지는 눈빛과 앙다문 입술에서 윤혜리의 분노가 느껴졌다.

하지만…….

쩍-!!!

변종 에덤2의 왼손이 파리채처럼 날아들었다.

윤혜리는 테니스 라켓에 부딪힌 테니스공처럼 빗금을 그으며 조정경기장에 처박혔다.

경기장에 폭탄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사방으로 물방울이 흩날렸다.

김희연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조정경기장을 쳐다봤다.

윤혜리가 물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설마 기절한 건가?

타다닷-!

그 순간, 굉장히 느린 무언가가 조정경기장으로 뛰어드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한민욱과 오혜선이었다.

그들은 전력으로 뛰고 있지만, 김희연의 눈에는 너무나도 느리게 보였다.

두 사람은 조정경기장에 뛰어들더니, 윤혜리가 떨어진 곳으로 급히 수영하기 시작했다.

“으힛, 으히히!”

그 모습이 재미난다는 듯이, 변종 에덤 2단계는 입을 쩍 벌린 채 웃음을 터뜨렸다.

김희연은 떨어뜨린 카타나를 손에 쥐고 상체를 일으키더니, 입술을 파르르 떨며 읊조렸다.

“이 미친 고릴라 새끼가…….”

크어어어어!!!

그 순간, 무너진 건물 입구로 거대한 들짐승이 튀어나왔다.

광포한 들짐승의 머리 위로 이러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분노-]

장군이가 변종 에덤 2단계의 팔뚝을 물고 악어처럼 세차게 고개를 비틀기 시작했다.

하지만 변종 에덤 2단계는 귀찮다는 듯이 반대편 손으로 장군이의 목덜미를 쥐고 건물 2층으로 집어 던지는 모습을 보였다.

쾅-!!!

외벽을 뚫고 들어가는 장군이.

김희연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변종 에덤 2단계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꽝-!!!

“어?”

하지만 암전이라도 된 것처럼, 순식간에 시야가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다.

눈앞에 검은 장막이라도 펼쳐진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니, 오래 지나지 않아 푸르른 하늘의 모습이 김희연의 두 눈에 들어왔다.

종합격투기 선수들이 자주 겪는 현상이었다.

변종 에덤 2단계의 발길질에 수십 미터를 나뒹굴었는데, 순간적인 뇌의 충격으로 인해 본인이 나뒹군 것도 인지하지 못했다.

껴걱! 껴거걱!

듣기 거북한 변종 에덤 2단계의 웃음소리만이 김희연의 귓가를 맴돌았다.

뒤이어 변종 에덤 2단계가 김희연의 왼팔을 쥐고 번쩍 들어 올렸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들어오는 거대한 주둥이.

크어어어!!!

장군이가 포효를 내지르며 달려들었지만, 변종 에덤2단계의 돌려차기 한 방에 조정경기장까지 날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안…… 돼…….”

끝이라 생각한 찰나,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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