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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285화 (285/373)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31화

길이 70m 폭의 연못이었다.

중간에 섬처럼 생긴 곳이 있어서, 그곳을 발판으로 이용하면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었다.

박재형을 구출하기 위해 모든 일행이 강화제 알약을 10개씩 먹은 상태라서, 움직임에 어려움은 없었다.

이정우는 박재형을 등에 업은 상태로 40m가량을 거뜬히 뛰는 모습을 보였다.

전완수는 대피하는 일행을 살피다 문득, 두 사람이 없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후방을 살피자, 샛길에서 좀비들을 저지하는 황덕록과 김희연의 모습이 그의 두 눈에 들어왔다.

“황덕록!! 김희연!! 빨리 안 오고 뭐해!!”

두 사람은 좀비들을 처리하느라 전완수의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오히려 앞서가던 최현과 박재우가 전완수의 목소리를 듣고 돌아왔다.

최현은 현 상황을 파악한 뒤,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완수 너 먼저 가. 난 쟤들 데려올 테니.”

“안 돼, 무조건 다 같이 간다.”

전완수가 뜻을 굽히지 않자, 최현은 전완수의 어깨를 붙잡으며 얘기했다.

“넌 정우 형이랑 진영이 형 생각해. 너 없이 아무것도 못 봐. 독 안개 제거기도 없고!”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옳은 소리라서,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선택지가 없기에, 전완수는 세차게 혀를 차며 얘기했다.

“빨리 데려와. 너희도 붙잡히면 진짜…….”

“안 잡혀. 빨리 가.”

최현이 전와수의 등짝을 때리자, 전완수는 세차게 혀를 차며 이정우를 뒤쫓아갔다.

최현은 뻐근한 어깨를 풀며 옆에 있는 박재우를 쳐다봤다.

“재우야, 아직 체력 괜찮냐?”

“거뜬하지.”

박재우는 카타나를 손에 쥐며 샛길로 달려갔다.

최현도 쏜살같이 샛길로 달려가더니, 눈앞의 좀비를 반으로 쪼개며 외쳤다.

“희연이 뒤로 가!”

“저도 싸울 수 있어요!”

“뒤로 가서 신기루 쓰라고!”

“아? 어, 어떤 신기루 만들어요?”

“샛길이 강처럼 보이게 만들어! 내가 신호하면 바로 써야 돼!”

“네!”

김희연은 뒤로 빠지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동안 최현은 좀비들을 응시하며 읊조렸다.

“인형극.”

-반경 500m 내의 좀비들을 1분간 조종할 수 있습니다.

-명령어를 말씀하세요.

“샛길 끝으로 달려가서 좀비들 저지해. 넘어오려는 놈들을 모조리 죽여!”

-입력이 완료되었습니다.

-명령어: 퇴로 확보 및 적 섬멸

크어어어어어어!!

명령이 하달된 좀비들은 전신을 부르르 떨더니, 달려온 길을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샛길에 빈틈이 생기는 것을 확인하고, 최현은 눈앞의 좀비를 처리하며 외쳤다.

“김희연 지금!!”

김희연은 감았던 두 눈을 뜨며 읊조렸다.

“신기루.”

-원하는 형태를 떠올리세요.

김희연이 상상력을 발휘하자, 샛길 끝에 있던 좀비들이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신기루 만들었어요! 다들 빨리 와요!”

일행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정우가 달려간 방향으로 향했다.

“완수랑 정우 형 보여?”

최현이 묻자, 김희연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대답했다.

“모르겠어요. 벌써 시야에서 사라졌어요.”

일행의 근력은 800대 후반.

전속력으로 달리면 100m 돌파에 3초도 걸리지 않았다.

최현은 연못을 뛰어넘으며 무전기를 들었다.

“완수야 지금 간다. 너희 어디야.”

치지직- 치직-

-계속 직진하면 미사대로라고 나와. 거기 지나면 한강 공원이야.

“거리가 얼마나 되는 거야?”

-대략 500m는 달린 것 같은…… 진영이 형 앞에!

그 뒤로 무전기 끊겼다.

공원에도 좀비들이 있는 모양이다.

최현은 들고 있던 무전기를 레그홀스터에 찔러 넣은 뒤, 옆에 있는 일행을 쳐다봤다.

“계속 직진하면 되는 거 같다. 다들 저쪽으로…….”

“오빠 저기!”

그 순간, 옆에 있던 김희연이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최현은 황급히 걸음을 멈추고 후방을 살폈다.

하지만 자욱한 안개 때문에 시야를 확보할 수 없었다.

현재 시야 확보가 가능한 사람은 김희연뿐.

최현이 걸음을 멈추자, 박재우와 황덕록도 걸음을 멈추고, 김희연은 인벤토리부터 열었다.

김희연은 인벤토리에 넣어둔 쇠뇌를 견착하며 허공을 조준하는 모습을 보였다.

퉁! 퉁퉁! 퉁!

설명할 시간도 없다는 듯이,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펑-!!!

펑-!! 펑-!!

연달아 고막을 때리는 폭음에, 일행은 엉거주춤 상체를 숙이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김희연은 쉴 새 없이 볼트를 발사하며 소리쳤다.

“알파2, 알파3 접근합니다! 연못 앞까지 왔어요!”

“벌써 신기루 풀린 거야?”

최현이 놀란 목소리로 묻자, 김희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알파는 건물 외벽 타고 다니잖아요! 신기루로 못 막는다고요!”

“숫자는.”

“알파2 9마리! 알파3 4마리!”

김희연이 감마 변종에게 집중하는 동안 최현은 칼자루를 말아쥐며 청각을 곤두세웠다.

첨벙-!

연못에서 들리는 물소리.

덕분에 알파 변종의 위치가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덕록이랑 재우, 알파3 처리할 수 있겠어?”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박재우가 싱겁게 웃으며 되묻자, 최현도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알파3이 우리보다 빠르니까, 알파3부터 노린다.”

“오야.”

알파3의 이동 속도가 강화제 알약 10개를 먹은 일행보다 빠르기에, 뒤를 잡히지 않으려면 여기서 처리해야 한다.

훙-!

뒤이어 안개 너머로 나타나는 알파3의 그림자에, 최현은 카타나를 수평으로 쥐며 얘기했다.

“재우가 팔! 덕록이가 머리!”

쾅!!

세 사람은 동시에 지면을 박차며 튀어 나갔다.

알파3은 예상치 못한 반응에 놀랐는지, 상체를 꼿꼿이 세우며 세 사람의 위치를 빠르게 눈으로 훑었다.

누굴 먼저 공격해야 좋을지 감을 못 잡는 모습.

방도가 보이지 않자, 놈은 4개의 팔로 가슴과 머리를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능이 증가한 탓에 불필요한 움직임이 생겼다.

촤아아아!

최현은 3루에서 홈으로 뛰는 야구선수처럼 알파3의 다리 사이로 미끄러지듯이 들어갔다.

동시에 알파3의 두 다리에 난도질을 가하기 시작했다.

아킬레스건과 비복근을 정확하게 노리는 공격.

알파3이 균형을 잃고 앞으로 기울자, 박재우는 알파3이 지면을 짚지 못하도록 4개의 팔을 공략했다.

팔다리가 마비된 알파3이 당황할 틈도 없이, 놈의 정수리에 황덕록의 카타나가 박혔다.

푹!!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300코인이 지급됩니다.

최현은 재빨리 상체를 일으키며 외쳤다.

“왼쪽!”

일행의 신체 능력보다 조금 더 높은 수치를 지닌 알파3이지만, 순식간에 각개격파 당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 * *

“진영이 형 오른쪽!”

전완수의 외침에 정진영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우측을 살폈다.

쒜엑-!

순식간에 날아드는 베타2의 혓바닥.

정진영은 다급히 상체를 틀어 혓바닥을 회피하고, 카타나를 사선으로 쳐올리며 혓바닥을 잘라버렸다.

전완수가 미리 얘기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붙잡혔을 것이다.

“고맙다!”

“별말씀을!”

감염된 식물만 있을 줄 알았는데, 식물은 보이지 않고 좀비와 변종들이 공원을 거닐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3단계 변종은 보이지 않고 대부분이 2단계 변종이었다.

좀비들의 숫자도 많아 봐야 300마리.

이정우는 업고 있던 박재형을 바닥에 눕히고, 달려드는 좀비와 변종만 빠르게 처리했다.

“완수야! 현이 왜 안 와!”

정진영의 물음에 전완수는 눈앞의 알파2를 반으로 쪼개며 대답했다.

“저도 몰라요! 금방 따라온다고 했는데…….”

“아까 미사대로 앞에 육교 있던데, 가서 어디쯤 왔는지 확인하고 와!”

얼추 변종들이 정리된 것을 확인하고, 전완수는 황급히 미사대로로 향했다.

이들이 있는 곳에서 미사대로까지는 50m밖에 안 되기에, 눈 깜박할 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완수는 육교 위로 올라가 근린시각공원 방면을 살폈다.

뒤이어 헐레벌떡 달려오는 일행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완수는 양팔을 번쩍 들고 흔들었다.

“야!! 여기!!”

선두에 있던 김희연이 전완수의 목소리를 듣고 육교로 시선을 돌렸다.

“완수 오빠!!”

뒤이어 전완수의 두 눈에 기겁할 만한 상황이 펼쳐졌다.

일행을 뒤쫓는 수천 마리의 좀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야!! 뒤에 그것들 뭐야!!”

기겁하는 전완수의 외침에, 김희연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다.

후방을 살핀 김희연은 두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며 물었다.

“뭐, 뭐야?! 저것들 언제 따라왔어요?”

인지하지 못한 모양이다.

전완수는 카타나의 내구도를 살피며 육교 계단 앞으로 향했다.

일행이 육교에 올라서자, 다수의 좀비가 계단을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전완수는 카타나를 휘두르며 좀비들을 저지하고, 김희연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최현에게 물었다.

“현이 오빠, 좀비들 따라오는 거 알았어요?”

“아까 알파랑 감마 전부 잡은 뒤에 들켰잖아!”

“네?”

“감마 시체가 추락하면서 신기루 위에 떨어졌다고!”

“아.”

김희연은 감마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위치까지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

접근한 변종을 다 죽이고, 안전하게 이동한 줄 안 것이다.

“수다 그만 떨고 도와!”

전완수가 소리치자, 최현과 박재우, 황덕록, 김희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전완수를 도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알파와 감마 변종은 근린시각공원에서 미리 처리했기에, 남은 건 좀비들뿐이었다.

종종 베타 변종이 섞여 있었지만, 육교 위의 일행을 공격하지 못했다.

각도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육교 난간에 혓바닥이 걸리는 일이 많아서, 일행은 손쉽게 베타 변종까지 처리할 수 있었다.

대략 30분의 전투 끝에, 수천 마리의 좀비를 정리할 수 있었다.

강화제 알약의 유지 시간을 늘리기 위해 하나씩 더 먹은 뒤에야, 모든 상황이 종료된 것이다.

다들 기진맥진한 나머지 좀비들의 선혈로 얼룩진 육교에 누워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전완수는 숨을 헐떡이며 얘기했다.

“야, 이거, 어쩌다 보니, 하남풍산역까지 정리한 거 아니냐?”

“하남풍산역이, 어딘데.”

최현도 숨을 헐떡이며 묻자, 전완수는 끙끙거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뒤이어 심호흡을 반복하며 얘기했다.

“미사역, 바로 전에 있는, 지하철역, 하남풍산역.”

“변종 에덤, 나왔다는 거기?”

최현이 눈꼬리를 치켜뜨며 묻자, 전완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황덕록이 앓는 소리를 내며 물었다.

“이럴 거면 계획은, 왜 세운 거야. 그냥 밀고 들어가면, 될 것을.”

“죽다 살았으면서, 그런 말이 나오냐?”

박재우가 바닥에 침을 뱉으며 타박하자, 황덕록은 뚱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제일 먼저, 밀고 들어가자고 얘기한 건, 박재우 너 아니냐?”

“뭐, 그건 그렇지.”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희연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얘기했다.

“일단, 돌아가서 생각해요. 지금은, 숨차서, 죽겠으니까.”

그들은 3분간 숨을 고른 뒤, 이정우와 정진영이 있는 한강 공원으로 이동했다.

* * *

설여원과 오혜선은 초조한 마음으로 일행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그들이 출발한 지 대략 50분 정도 지났을까?

정문을 지나 계단을 뛰어오르는 일행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설여원은 한층 진정된 모습으로 일행을 마중나갔다.

“재형이는요?”

“여기.”

이정우는 기절한 박재형을 보여주었다.

그제야 설여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윤혜리는 곧장 박재우의 곁으로 달려갔고, 오혜선은 결인들의 모습을 살피며 물었다.

“다친 분은 없어요? 다들 괜찮은 거예요?”

“괜찮아요. 그보다 오늘은…… 이동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정우는 기진맥진한 일행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쌓인 피로를 풀고, 재정비 시간이 필요했다.

박재형이 없는 상태에서 4단계 변종을 마주하면 전멸이나 마찬가지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황덕록은 박재형의 발을 유심히 살피더니,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재형이 신발도 다시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신발?”

이정우는 그제야 박재형의 발을 확인했다.

찢어진 양말이 두 눈에 들어오고, 걸레짝이 된 신발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복구되지 않는 건…… 내구도 파괴됐다는 거지?”

“네.”

“덕록이랑 재우는 프린트 가동해 줘.”

“코인도 꽤 모였으니, 이번 기회에 신발 업그레이드도 같이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들 신발 벗어요.”

황덕록의 말에 결인들은 순순히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결인들의 신발이 한데 모이자, 황덕록은 눈살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아니…… 잠깐만, 다들 이건 좀…….”

꼴이 말이 아니었다.

모두의 신발이 좀비들의 혈흔과 진흙, 감염된 식물의 액체에 절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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