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284화 (284/373)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30화

설여원과 윤혜리를 제외한 일행은 서둘러 전투태세에 나섰다.

전완수는 카타나를 확인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이정우에게 물었다.

“형, 장군이는 어떡해요?”

“두고 간다.”

어젯밤 싸움에서 다수의 변종과 좀비를 보고 잔뜩 겁에 질렸던 장군이.

지금도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기에, 장군이는 윤혜리에게 맡겼다.

이정우는 무장을 마친 일행을 확인하고 전완수에게 물었다.

“아까 폭음 들린 방향 기억해?”

“따라오세요.”

전완수를 선두로 박재형 구출 작전이 시작되었다.

* * *

예전엔 무턱대고 달려들던 좀비와 변종들이, 지금은 체계적인 모습을 보였다.

알파 변종들은 쉴 새 없이 지원을 요청하고, 베타 변종들은 각 건물의 옥상이나 외벽에 자리 잡은 모습을 보였다.

도주하려 하면 베타 변종들이 방해 공작을 펼쳤고, 감마 변종이 사방에서 날아드는 모습을 보였다.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다.

‘쫓아오는 게 아니었는데…….’

8m 크기에 달하는 알파4를 발견하고 빠르게 제압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체되면서 다른 변종과 좀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4단계부터는…… 확실히 벽이 느껴졌다.

전력을 다해 알파4를 처리하는 데 성공했지만, 퇴로 확보에 실패하고 말았다.

근력 4000에 달하는 알파4를 잡기 위해, 이미 특수 스킬과 급가속도 사용한 상태.

쿨타임이 돌아올 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심지어 왼팔과 왼쪽 다리가 부러진 상태라, 빠르게 길을 뚫을 수도 없었다.

[남은 시간: 6분]

좀비화 남은 시간을 확인하며 좌측 건물로 피신했다.

입구로 쓰러지듯 들어가자마자 문을 잠그고,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시간이 촉박한 건 사실이지만, 부러진 팔다리가 재생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봐야 2분일 것이다.

이럴수록 침착해야 한다.

예전엔 이런 순간이 많지 않았는가?

처절하게 살아남던 시절을 복기하며, 정신을 바짝 차렸다.

재빨리 홀로그램을 열고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을 살폈다.

특수 스킬은 당연히 쿨타임이었고, 급가속과 하울링, 감지의 쿨타임은 1분 30초가 남은 상황.

뜨드득- 떠덕!

뒤이어 부러진 왼팔과 왼쪽 다리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완전히 뒤틀린 상태라, 제자리를 찾아가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크어어어어어!!!

쾅! 콰광! 쾅!

문 너머에서 들리는 좀비들의 울음소리.

벽이며 문이며, 사정없이 들이받는 소리가 들려왔다.

좀비화가 풀리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안전하게 빠져나가려면…… 역시 옥상뿐인가?

남은 시간을 확인하며 황급히 옥상으로 올라갔다.

10층 건물 옥상에서 3단 뛰기를 이용하면 순식간에 거리를 벌릴 수 있고, 안정적으로 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리를 절뚝이며 4층까지 올라간 찰나.

흐흑…… 흑…… 흐흑…….

귓가를 간질이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예리하게 벼려진 청각을 자극하는 울음소리에, 황급히 좌측을 살폈다.

5m 거리에 앉아 있는 델타 변종 한 마리.

상체를 좌우로 흔들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뒷모습만 봐도 놈이 델타3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떡하지?

계속 올라가도 괜찮을까?

지금 올라가면 놈의 인지 범위에 잡힐 것 같은데…….

올라갈 수도 없고, 내려갈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

쾅!!

챙그랑!!

크어어어어어!!

1층에서 좀비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계단을 울리는 발소리에, 고민할 새도 없이 위로 올라갔다.

흐흑…… 흑……? 흐흐?

그러자 창밖을 바라보던 델타3이 뒤를 돌아보며 상체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델타3을 상대할 수 없기에, 이 악물고 계단을 올라갔다.

크어어어어어!!

뒤이어 4층까지 올라온 좀비들의 발소리가 건물을 울리자, 델타3은 섬광처럼 달려들었다.

콰직!! 촤좍!! 콰득!

델타3은 좀비들을 찢어발기며 내 뒤를 쫓기 시작했다.

스타필드 내부에 왜 좀비가 없나 했더니, 델타3들이 모조리 죽인 모양이다.

하긴, 눈이 없는 놈들이니 좀비와 인간을 구분할 수 없겠지.

계단에 들어찬 좀비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고 있지만,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델타3은 열 감지도 가능하니, 금방 내 위치를 파악할 것이다.

띠링-

-스킬 급가속의 대기시간이 끝났습니다.

-스킬 하울링의 대기시간이 끝났습니다.

-스킬 감지의 대기시간이 끝났습니다.

눈앞의 홀로그램을 확인하자마자, 계단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크어어어어어어!!!”

-포효를 내질러 반경 500m 내의 적에게 두려움을 각인시킵니다.

-두려움이 각인된 적은 10분간 이동속도 30% 감소 효과가 적용됩니다.

-모든 감염된 생물체는 하울링에 저항할 수 없습니다.

*하울링의 반경 내에 있는 좀비, 혹은 변종 사이에서 가장 강력한 적에게 집념을 보입니다. 집념의 대상이 된 적은 받는 피해가 20% 증가합니다.

좀비와 변종의 움직임을 저지한 뒤, 젖 먹던 힘을 다해 계단을 뛰어올랐다.

대략 7층까지 올라왔을까?

마침내 부러진 신체의 재생이 완료되었다.

좀비화의 남은 시간은 4분.

지체할 새 없이 황급히 옥상으로 올라가며 읊조렸다.

“감지.”

좀비와 변종이 적은 곳을 찾아야 한다.

밀집되지 않은 지역을 찾아서, 그곳으로 이동하는 게 옳다.

감지를 사용하며 옥상 철문을 열어젖히는 찰나.

눈앞이 자주색으로 물든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어?’

눈이 이상해졌나?

왜 온통 자주색으로 보이는…….

꽝!!!!!

고막을 때리는 굉음과 함께 정신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전신을 잡아끄는 부유감과 함께, 고막을 찌르는 이명이 이어졌다.

감마3이, 철문 너머에 있었다.

감마3의 폭발은 옥상 내벽까지 붕괴시켰고, 난 10층 건물에서 쫓겨나듯 추락했다.

시야가 흐리다.

추락하는 건 인지했지만 어디가 위고, 어디가 아래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푹!!

뒤이어 아랫배를 찌르는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무의식적으로 아랫배를 쳐다보자, 흐릿한 시야 너머로 손가락처럼 생긴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기다란 5개의 손가락이 가슴 보호대를 뚫고 들어왔다.

계단에 있던 델타3도 함께 추락한 건가?

델타3은 추락하는 와중에도 나를 향한 집념을 놓지 않았다.

흐려지는 정신을 단단히 붙잡고, 델타3의 손목을 분지르며 입술을 달싹였다.

“가속……!”

훙-!!

아랫배에 박힌 손가락을 뽑아내고 허공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자 전신을 짓누르는 중력이 느껴지고. 공중에서 1초간 머무는 느낌과 함께 오장육부가 밑으로 쏠렸다.

스카이다이버가 낙하산을 펼칠 때 받는 느낌이 이럴까?

핏물이 쏟아지는 아랫배를 붙잡으며 지면을 살피자, 지면에 박힌 델타3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에 델타3의 머리를 짓밟으며 착지했다.

콰직!!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3000점이 주어집니다.

말이 좋아서 착지지, 실은 델타3을 안전매트로 이용했다.

상체를 일으키기 위해 두 팔로 지면을 짚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을 느꼈다.

몸은 이미 지면에 있는데, 여전히 부유감이 느껴졌다.

감마3의 충격으로 인해 뇌가 어떻게 된 건가?

달팽이관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멍한 정신을 다잡으며 전신을 살피자, 가슴 보호대와 신발의 내구도가 0이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띠링-

-가슴 보호대의 내구도가 100% 손상되어 1시간의 복구시간이 소요됩니다.

가슴 보호대는 1시간 뒤에 복구된다지만, 신발은 1레벨이라 완전히 파괴되었다.

마지막에 봤을 때 40%는 남아 있었는데, 감마3 눈앞에서 폭발하며 한순간에 40%가 날아갔다.

모든 충격의 30%를 흡수하는 라스트아크의 보호대만이 12% 정도 남은 상태.

‘빨리…… 벗어나야 돼.’

핏물이 쏟아지는 복부를 틀어막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텁! 텁!

그 순간, 두 팔을 붙잡는 악력이 느껴졌다.

양팔을 찢을 듯이 잡아당기는 악력에 오만상을 찌푸리며 두 팔을 살폈다.

감염된 식물의 줄기였다.

힘으로 뜯어내려는 찰나.

텁!

끈적한 침을 흘리며 목을 조여오는 베타2의 혓바닥.

“큭…… 커헉!”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좀비화의 남은 시간이 아깝다고 밖으로 나온 게 잘못인가?

아니면 스타필드에서 델타3을 잡는 데 좀비화를 사용한 것?

그것도 아니면…… 애초에 생존자의 흔적을 찾겠다고 스타필드로 들어간 게 잘못인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내 욕심의 결과일 뿐이다.

생존게임을 하면서, 사냥터에 나가는 마음으로 나온 게 잘못이다.

좀비화의 남은 시간 동안 알파4를 잡겠다고 무리했다.

과유불급이거늘…….

이정우와 설여원이 무리하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내가 말을 듣지 않았다.

띠링-

-좀비화의 지속시간이 끝났습니다.

동시에 좀비화마저 풀리고 말았다.

콰드득-

“커헉!”

목을 조여오는 압력에 두 눈의 실핏줄이 터지고 따끔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머리가 터질 것 같고, 눈앞에 장막이 펼쳐진 것처럼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끝인가?

단 한 번의 오판이, 모든 것을 앗아가는 세상.

띠링-

-광란을 사용하시겠습니까?

[Yes or No]

눈앞으로 떠오르는 홀로그램.

수락을 누르고 싶어도 양손이 붙잡힌 상태라서 움직일 수 없었고, 베타의 혓바닥으로 인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정신이 흐려진다.

아득한 꿈속으로, 마침내 영혼의 안식처로 들어선다.

쒜엑-!

촤악!!

기억이 끊어지기 직전, 내 두 눈에 들어온 마지막 장면은 베타2의 혓바닥이 잘려 나가는 모습이었다.

* * *

“재형이부터 확인해요!!”

전완수는 베타2의 혓바닥을 잘라내고, 놈의 미간에 카타나를 찔러넣으며 외쳤다.

최현은 박재형의 양팔을 감싸고 있는 식물을 처리하고, 이정우와 정진영은 박재형의 심박을 확인했다.

김희연과 박재우, 황덕록은 달려드는 좀비와 변종을 처리하며 시간을 끌었다.

이정우는 박재형의 심장에 손을 얹고 두 눈을 지그시 감더니, 오래 지나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살아 있어.”

“숨은 붙었지만 맥이 약해. 호흡도 불규칙적이고.”

정진영이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하자, 전완수는 주변 지형을 살피며 얘기했다.

“일단 빠져나가죠. 정우 형이 재형이 업고, 진영이 형이 옆에서 호위해 줘요.”

이정우와 정진영은 순순히 전완수의 의견에 따라주었다.

평소 진지함을 찾아볼 수 없는 전완수지만, 마냥 긍정적이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농담해도 무방한 상황에는 시도 때도 없이 농담을 던지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면 머리 회전이 빨라지는 사람이었다.

전완수는 주변을 훑더니, 우측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저쪽 이마트 옆에 샛길로. 빨리!”

이정우와 정진영은 박재형을 등에 업고 전완수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달렸다.

전완수는 대로 방면에 있는 일행을 불렀다.

“다들 이쪽으로 와!”

전완수의 목소리를 듣고, 대로에서 좀비들을 저지하던 황덕록이 외쳤다.

“먼저 가! 뒤에서 쫓아갈게!”

최현과 박재우, 김희연이 먼저 이동하자, 황덕록은 좀비들을 처리하며 샛길까지 뒷걸음질 쳤다.

뒤이어 인벤토리에 넣어둔 방패를 꺼내더니, 방패로 샛길을 틀어막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발견한 김희연이 발걸음을 멈추며 얘기했다.

“오빠 뭐해요! 빨리 와!”

“박재형부터 보내! 다 같이 도망가면 스타필드까지 좀비들 따라올 거야!”

하지만 황덕록 홀로 좀비들을 저지하는 건 역부족이었다.

샛길이라고는 하지만, 폭이 5m는 되었다.

계획도시답게 샛길마저 넓었다.

옆으로 새는 좀비들이 나타나자, 김희연은 카타나를 손에 쥐고 황덕록의 옆으로 붙었다.

“뭐해 안 가고!”

황덕록이 소리치자, 김희연은 양옆을 살피며 언성을 높였다.

“좀비들 옆으로 빠지잖아요! 안개 속에서 앞도 못 보면서 뒤처지면 어쩌려고!”

티격태격하면서도 힘을 합쳐 좀비들을 저지했다.

두 사람이 좀비와 변종을 저지하는 동안, 선두에 있던 이정우는 좌우를 살피며 물었다.

“완수, 전완수! 여기서 어디로 가!”

“그 앞에 근린시각공원이라고 있어요! 쭉 가면 연못 보일 겁니다! 연못 쪽으로 직진!”

전완수의 외침에 이정우는 빠르게 좌우를 훑었다.

“연못, 연못, 연못, 아니 연못이 어디야!”

안개 속에서는 시계가 5m 밖에 안 되는 이정우였다.

“정우야 이쪽!”

앞에서 좀비들을 처리하던 정진영이 연못을 발견하고 이정우를 불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