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281화 (281/373)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27화

수색대와 함께 스타필드 정문으로 이동했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거 아니었어? 주차장 입구는 좀비들 정리도 끝났잖아.”

옆에 있던 전완수가 묻기에,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

“델타가 제일 많은 곳이 주차장이야. 어둡고, 비좁고, 습하니까. 게다가 생존자들이 주차장에서 지냈을 턱이 없지.”

“음, 듣고 보니 그렇네.”

전완수는 금세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현은 건물 외관을 살피며 얘기했다.

“엄청나게 크네. 여기서 단서를 어떻게 찾아?”

“가능성 높은 구역부터 찾아야지. 안개가 올라오지 않는 3층 이상에 터를 잡았을 거야.”

덤덤하게 얘기하자, 뒤따라오던 정진영이 싱겁게 웃으며 물었다.

“여기 3층 이상만 찾아도 엄청 오래 걸릴 것 같은데?”

“그건…… 어쩔 수 없죠.”

뒤이어 앞서가던 설여원이 오른손을 들며 벽면에 몸을 기대었다.

덩달아 외벽에 몸을 기대고, 속삭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변종이야?”

“정문 들어가면 바로 옆에 카페 보일 거야. 거기서 뭐가 움직였어.”

“크기는.”

“모르겠어. 어깨가 구부정했던 것 같아.”

움직임이 적고 항상 웅크리고 있기에, 아직 델타의 크기는 파악할 수 없었다.

이에 카타나를 말아쥐며 얘기했다.

“다들 여기 있어.”

“뭐 하려고?”

“델타의 인지 범위는 알아야 들어가서 움직이든 말든 하지.”

설여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하라는 말을 남겼다.

좀비화의 쿨타임은 돌아왔지만, 이곳에서 쓸 생각은 없다.

스타필드에서 단서를 찾지 못하면 설여원의 본가로 이동해야 하고, 본가로 이동한다는 것은 대단지 아파트로 진입한다는 것을 뜻한다.

조정경기장으로 대피하여 좀비들을 떨쳐내더라도, 도망칠 힘이 있어야 가능한 법.

그러니 좀비화는 아껴야 한다.

조심스레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자, 입구 좌측에 위치한 카페에서 기이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흐흑…… 흑…… 흐윽…….

델파 변종의 울음소리.

라스트아크를 플레이하며 몇 번이나 들은 울음소리였다.

게임에서 생존자인 줄 알고 찾아갔다가 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니기에,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인지할 수 있었다.

카타나를 말아쥐며 조심스레 접근하자, 5m 앞에 웅크리고 있는 델타 변종을 발견할 수 있었다.

놈의 뒷모습을 보고 반사적으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둥그렇게 말린 허리, 축 처진 어깨, 푹 숙인 머리.

길이 20㎝는 될 법한 기다란 손가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데, 전혀 등을 들썩이지 않았다.

슬프지도 않으면서 울고 있다.

조금 더 접근해 봐?

조심스레 오른발을 앞으로 내디디자, 귓가를 간질이던 울음소리가 뚝 끊기는 것을 느꼈다.

카타나를 말아쥐며 놈의 뒷모습을 응시하자, 웅크리고 있던 상체를 서서히 일으키기 시작했다.

대략 2m는 될 법한 크기.

2단계 변종인지 3단계 변종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변종에 비해 크기는 작은 편이었다.

뚜둑- 뚝- 뚜둑-

뒤이어 축 처진 어깨가 올곧게 펴지며 듣기 거북한 소리가 들려왔다.

털끝이 곤두서고, 등골이 오싹해지는 소리.

훙-

동시에 쏜살같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녀석.

내게 달려들 줄 알았는데, 놈은 맞은편에 위치한 옷가게로 들어갔다.

인기척을 느끼면 공격 태세를 취하는 다른 개체와 달리, 놈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

지원군을 부르는 것도 아니고, 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대체 무슨 의도지?

따라 들어가야 하나?

아니, 옷가게 내부는 햇빛이 들지 않았다.

선제공격하는 것보다, 다 같이 옷가게를 둘러싸고 조이는 형태로 가는 게 안전하다.

이에 뒤를 돌아보며 일행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그 순간, 유리문 밖에 있던 설여원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쳤다.

“앞에!!”

목덜미로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에, 황급히 백스텝을 밟으며 가드를 올렸다.

순식간에 나타나는 쩍 벌어진 구강과 그 속에 자리 잡은 수십 개의 날카로운 이빨.

이마부터 턱까지, 전부 입이었다.

또한 좌우로 펼친 10개의 손가락은 하나하나가 20㎝ 길이의 단도와 다를 바 없었다.

“……!”

놀라서 카타나를 휘두르자, 놈은 기이한 자세로 회피하며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보였다.

빠르다.

대응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껏 만난 변종들 중에선 가장 빠르다.

5m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상체를 좌우로 흔드는 델타 변종.

질질 끌어봐야 좋을 게 없기에, 하체를 숙이며 읊조렸다.

“가속.”

쾅-!!

총구를 떠난 탄알처럼, 눈 깜짝할 새에 접근했다.

순식간에 카타나를 휘두르자, 델타 변종은 반응조차 못 하고 머리가 떨어져 나갔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200점이 주어집니다.

일격에 떨어져 나간 머리.

이게…… 2단계였어?

방어력이나 공격력은 모르겠지만, 움직임만 보면 알파3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뒤이어 유리문을 열고 들어온 일행은 델타의 시체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진짜 더럽게 생겼네.”

전완수는 델타의 안면을 보고 치를 떨었다.

반면에 최현은 델타의 머리를 발로 툭툭 건드리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러 델타의 이빨을 지르밟으며 신발의 내구도를 살폈다.

“이동 속도만 빠른 것 맞아? 공격력도 보통이 아닐 것 같은데?”

“왜.”

“압력 좀 가했더니 내구도 1% 달았어. 이놈 치악력이 얼마나 되는지 몰라도, 제대로 물리면 내구도 쭉쭉 날아가겠네.”

“……한번 물려볼 걸 그랬나?”

“그건 오버고. 알아낸 건 있어?”

“4m까지 접근하는 건 안전해. 물론 2단계에 해당하는 정보고, 3단계는 인지 범위가 더 넓을 거야.”

“밖에서 봐도 엄청 빠르던데, 직접 겪어보니 어때?”

“델타2가 알파3이랑 비슷한 속도야. 심지어 반응속도 빠른 것 같아. 급가속 없이는 잡기 어려워. 방어력은 약한 것 같은데…… 공세에 밀리면 위험할 수도 있어.”

그러자 옆에 있던 설여원이 주변을 살피며 얘기했다다.

“일단 올라가자. 안개 없는 지역부터 확인해야지.”

“가자.”

설여원과 전완수가 선두에 서고, 좌측에 위치한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했다.

건물이 넓은 만큼 구조도 어려웠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스타필드 건물은 다른 평범한 건물들처럼 사각형, 직사각형 구조로 되어있지 않았다.

곡선이 많고, 내부가 미로처럼 엉켜 있었다.

“저기 있다.”

2층을 10분 정도 돌아다녔을까?

설여원은 3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를 가리키며 얘기했다.

서둘러 3층으로 이동하려는 찰나, 설여원은 정지신호를 보내며 쇠뇌를 견착했다.

정면을 유심히 살피자, 에스컬레이터에 걸터앉아 있는 두 마리의 델타 변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완수도 쇠뇌를 견착하며 설여원에게 물었다.

“둘 다 2단계 델타지?”

“그런 것 같아.”

“내가 오른쪽.”

“그럼 내가 왼쪽.”

설여원과 전완수는 시선을 주고받더니, 동시에 변종을 조준했다.

퉁! 퉁퉁!

퉁! 퉁!

다섯 발의 볼트가 델타 변종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들었다.

푸북! 푹! 푹! 푸북!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볼트를 붙잡을 만큼 반응속도가 뛰어난 건 아닌 모양이다.

아니면 기습을 당해서 그런가?

명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눈앞의 홀로그램을 닫고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에스컬레이터 앞에 도달하자, 관자놀이와 경추, 뒤통수가 뚫린 델타의 시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발사한 볼트를 회수하고, 계속해서 이동했다.

3층에 오르자, 최현은 난간 너머를 살피며 물었다.

“1층에서 3층이 보이는 구조 같은데, 여태 길을 헤맨 거야?”

“우리가 들어온 입구는 2층까지 밖에 없었어. 건물 외관만 봐도 층수가 제각각이잖아.”

“인테리어는 예쁘지만, 처음 온 사람들은 길 잃어버리기 딱 좋은데?”

최현은 싱겁게 웃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건물의 규모가 보통이 아니기에, 두 팀으로 찢어져서 찾기로 했다.

“혹시라도 3단계 변종 찾으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튀어.”

“강화제 알약 들고 다녀야겠네.”

전완수는 인벤토리에 넣어둔 강화제 알약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자 정진영과 최현도 강화제 알약부터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설여원과 내가 우측을, 전완수와 최현, 정진영이 좌측으로 이동했다.

지면에 발자국은 없는지, 벽에 적힌 글자는 없는지 샅샅이 살폈다.

미로처럼 엉킨 건물이지만, 슬슬 지형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재형아 저기.”

그러다 문득, 설여원이 걸음을 멈추고 대각선 위를 가리켰다.

그곳엔 영화관이 존재했다.

영화관 상호 옆에 적힌 파란색 글자.

-기도하라. 종말이 시작됐다.

달가운 글자는 아니지만, 저것도 생존자들의 흔적이었다.

발소리를 죽인 채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는 순간.

흐흑…… 흑…… 흐흑…….

영화관 내부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상체를 숙인 채 소리의 근원지를 살폈다.

저 멀리, 30m 거리에 위치한 계단이 눈에 들어오고, 그 위에 있는 델타 변종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놈의 생김새를 보고 반사적으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저거 3단계 아니야?”

옆에 있던 설여원도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2단계 변종보다 키가 더 큰 것 같다.

대략 3m 정도 될까?

한 가지 확연한 차이가 있다면, 손가락 길이가 2배는 길었다.

손가락의 길이가 40㎝는 족히 될 것 같고, 뾰족한 손끝은 무엇이든 꿰뚫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에 조심스레 무전기를 들고 일행을 불렀다.

“완수야, 들려?”

치지직- 치직-

-얘기해.

“흔적 찾았어?”

-아니 아직. 너희는 뭐 좀 찾았어?

“찾은 것 같은데, 이쪽으로 좀 와야겠다.”

-델타 변종이야? 어디로 가면 돼.

“오른쪽 끝으로 와. 끝으로 오면 위층에 영화관 입구 보일 거야.”

우리의 대화 소리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3단계 델타도 청각은 존재하지 않는 모양이다.

설여원은 쇠뇌를 견착하고 델타3은 조준하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일단 쏠까?”

“기다려. 완수 도착하면 그때 공격해.”

“저거 움직이잖아. 더 늦으면 시야에서 벗어나.”

설여원의 말대로였다.

델타3은 상체를 좌우로 흔들며 느릿느릿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전신을 웅크리고 자극이 있을 때까지 미동도 하지 않는 델타2와 달리, 능동적인 모습이었다.

성급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델타3은 모든 면에서 델타2보다 압도적으로 강할 것이다.

또한 날카로운 치아와 손톱으로 인해, 근력이 낮아도 치명적인 피해를 당할 수 있다.

타닥- 탁- 타닷-

뒤이어 이곳으로 달려오는 일행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자, 전완수는 벌써 쇠뇌를 견착한 상태로 달려오고 있었다.

오른손을 들고 흔들자, 전완수는 곧장 이곳으로 달려왔다.

“델타 어디 있어.”

“저 앞에, 보여?”

“다리밖에 안 보여.”

벌써 반쯤 올라간 상태.

더 늦기 전에 브리핑을 시작했다.

“델타 변종은 기습에 특화된 놈이야. 다들 각 모서리로 이동한 뒤에, 매표소 앞으로 끌고 와야 돼.”

“포위하는 방식으로 처리하자는 거야?”

“어, 저놈이 달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면 안 돼.”

간략하게 설명하자, 전완수는 한발 앞서 영화관 매표소로 진입했다.

설여원이 그 뒤를 따르고, 정진영과 최현은 좌우로 흩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난 에스컬레이터 앞에 서서 놈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자리를 선점했다.

뒤이어 쇠뇌의 파공음이 들려왔다.

퉁! 퉁퉁!

사선으로 날아간 볼트는 델타3의 허벅지에 박히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변종이라면 비명을 지를 텐데, 델타3은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대신 위층으로 향하던 델타3의 앞발이 전완수가 있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발밑에 불똥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재빠르게 스텝을 밟는 모습을 보였다.

투퉁! 퉁! 퉁!

전완수는 계속해서 볼트를 발사했지만, 첫 번째 볼트를 제외하면 단 한 발도 적중하지 않았다.

타닷!

뒤이어 눈 깜박할 새에 계단을 내려오며 전완수를 노리는 델타3.

“쏴!!”

전완수가 소리치자, 맞은편에 있던 설여원이 델타3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퉁! 퉁퉁! 퉁! 퉁!

연달아 발사되는 볼트.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설여원과 델타3의 거리는 10m밖에 안 되는데, 델타3은 모조리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