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3화
시간은 무던히도 흘러, 어느새 약속의 24시간이 지났다.
업데이트가 완료되자, 눈앞으로 라스트아크의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전 세계 지형지물 및 환경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좀비들의 능력치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독 안개에 내성을 지니지 못한 좀비들이 사망합니다.
-전 세계 좀비의 25%가 사망했습니다.
-생존한 75%의 좀비는 강화됩니다.
-좀비들의 신체 능력이 4배 증가합니다.
눈앞의 홀로그램을 보고 결인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첫 번째 에피소드가 끝나고 좀비들의 감각이 증가한 것처럼, 이번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하지만 이렇게 대폭 증가할 줄은 몰랐다.
물론 결인들에겐 위협적이지 않은 변화였지만, 지금까지 각성하지 못한 플레이어와 생존자들은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독 안개에 내성을 지니지 못한 1성 변종들이 사망합니다.
-전 세계 1성 변종의 10%가 사망했습니다.
-생존한 변종들은 2성으로 진화하며, 2성 변종의 신체 능력이 2배 증가합니다.
-변종 에덤의 신체 능력은 변화하지 않습니다.
-공명 좀비들이 베타, 감마, 델타 변종으로 진화합니다.
-모든 베타, 감마, 델타 변종이 2성으로 진화합니다.
-모든 변종의 진화 한계가 해금됩니다.
-3성 변종은 2성보다 4배 강한 신체 능력을 지닙니다.
좀비뿐만 아니라, 변종도 신체 능력이 증가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변종 에덤의 신체 능력은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3성 진화가 가능하다는 건…… 변종 에덤도 3성 진화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또한 일전에 최현이 얘기했던 부분도 홀로그램으로 떠올랐다.
-감염된 동식물이 나타납니다.
-동물의 경우 개체에 따라 신체 능력이 판이합니다.
감염된 동식물이 나타난다는 말에, 일행의 시선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곳으로 쏠렸다.
헥, 헥헥.
장군이.
그 누구도 쉽사리 입을 열지 않았다.
장군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쳐다봤다.
그 초롱초롱한 눈빛을, 차마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띠링-!
뒤이어 익숙한 기계음과 함께 이정우의 눈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에피소드를 진행하며 충성도 100%에 도달한 동물이 존재합니다.
-이름: 장군이.
-소리결 파티의 반려견으로 등록하시겠습니까?
-반려견으로 등록된 동물은 독 안개에 내성을 지닙니다.
이정우의 눈앞으로 떠오른 홀로그램을 보고, 결인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
“반대하는 사람 없지?”
이정우가 묻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우는 훅, 하고 숨을 뱉으며 장군이를 소리결 파티에 등록했다.
-소리결 파티에 반려견이 등록되었습니다.
-이름: 장군이
-파티원들의 평균 신체 능력을 고려하여 스탯이 부여됩니다.
-반려견의 신체 능력은 산책을 통해 미세하게 증가할 수 있으며, 감정 변화에 따라 스킬이 생성됩니다.
모든 설명을 확인하고, 전완수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물었다.
“뭐야, 이제 장군이도 싸울 수 있는 거야? 감염될 확률도 없어?”
그러자 옆에 있던 최현이 어깨를 으쓱이며 되물었다.
“그렇지 않을까? 그리고 충성도 100%만 달성하면 다른 동물도 파티에 등록할 수 있는 것 같은데?”
“그럼 현실판 주머니 괴물 아니야?”
“가라 장군이! 몸통 박치기!”
“장군장군!”
전완수와 최현이 시시덕거리자, 장군이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꼬리를 흔들며 제자리에서 껑충껑충 뛰었다.
반면에 설여원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더니, 내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장군이는…… 일단 데려가는 거지?”
“그래야지. 파티 등록도 했는데.”
띠링-!
-세 번째 에피소드: ‘생명의 씨앗’을 시작합니다.
-클리어 목표: 전 세계 씨앗의 60% 이상을 수집하여 아크로 이동해야 합니다.
뒤이어 희뿌연 안개가 이끼라도 낀 것처럼 녹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설여원은 이를 발견하고 재빨리 독 안개 제거기를 가동했다.
위이이잉- 위이잉-
설여원의 머리 위로 지름 50㎝ 크기의 드론이 생성되고, 다가오는 독 안개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설여원은 머리 위의 드론을 확인한 뒤,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곧 콧방귀를 뀌며 얘기했다.
“허, 500m 밖은 전부 녹색으로 보여.”
“어쩔 수 없지. 독 안개 제거기의 효과가 반경이 500m잖아.”
“아니, 독 안개가 퍼진 지역은 내 눈에도 흐릿하게 보인다고.”
가브리엘의 눈으로도 명확하게 분간할 수 없다고?
난이도가 올라간 탓인가?
세 번째 에피소드에 들어서며 모든 캐릭터의 스킬이 전체적으로 너프됐다.
이전처럼 전투에 유용한 게 아니라, 서포트에 가까운 스킬들뿐이었다.
일행의 신체 능력은 대폭 증가했지만, 스킬을 이용해서 사냥하는 일은 앞으로 어려울 것 같다.
뒤이어 상황을 지켜보던 이정우가 박재우와 황덕록을 쳐다보며 물었다.
“보호대 업그레이드는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쉬지 않고 돌리고 있어요. 앞으로 이틀 내에 전부 끝날 것 같습니다.”
박재우가 덤덤하게 대답하자, 이번엔 정진영이 물었다.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재료는 뭐야? 충분해?”
“똑같이 로그나이트랑 덤프요. 압축시켜서 강화하는 것 같아요.”
“업그레이드 최대치는 몇인데?”
“보호대도 그렇고 카타나도 그렇고, 전부 5레벨이 최고 레벨이에요.”
박재우의 대답에 난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로그나이트랑 덤프는 충분해?”
“함선 보내기 전에 받은 로그나이트만 212㎏이고, 덤프는 148㎏이야. 덕록이랑 내가 보유하고 있는 코인까지 사용하면 전부 5레벨 만들 수 있어.”
“212㎏으로도 부족하다고? 업그레이드에 얼마나 필요한데?”
“너 예전에 상점 이용권 한 장으로 보호대 레벨 1에서 2로 높였지?”
“그랬지.”
“2에서 3으로 올릴 때는 상점 이용권 몇 장 필요한지 알아?”
“2장이겠지? 항상 배로 증가하니까.”
“똑같아. 카타나 만들 때 500g 들었는데, 강화할 때는 배로 들어. 4에서 5레벨 만들 때는 8㎏이 아니라 10㎏ 들고.”
장비 하나 만드는데 500g.
강화 레벨에 따라 1㎏, 2㎏, 4㎏, 10㎏ 순으로 필요하다는 건가?
즉, 이미 만들어진 카타나를 5레벨로 만들기 위해선 17㎏의 로그나이트가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설마 하는 마음에 박재우를 쳐다보며 물었다.
“혹시 보호대는…… 부위별로 17㎏ 들어가는 거야?”
“아니, 다행히 상점에서 구매한 보호대는 묶음으로 올라가. 우리가 제작한 가슴 보호대랑 무기만 따로고.”
기존 보호대라면 손목, 팔꿈치, 상완, 허벅지, 무릎 보호대를 뜻한다.
그럼 한 사람을 풀세팅하는 데 필요한 로그나이트는 총 51㎏이 된다.
“너희가 구매할 수 있는 로그나이트는 얼마나 되는데?”
“덕록이랑 나랑 합쳐서 250㎏ 살 수 있어.”
“그래도 510㎏은 안 되잖아. 부족한 거 아니야?”
“가슴 보호대는 덤프가 더 많이 들어가. 충분해.”
박재우와 황덕록이 고안해서 만든 가슴 보호대의 경우, 로그나이보다 덤프의 소모가 크다고 한다.
결국 한 사람에게 들어가는 로그나이트는 총 42㎏, 덤프는 10㎏이라고 한다.
그럼 얼추 맞아떨어진다.
뒤이어 황덕록은 손에 쥐고 있던 볼트를 보여주며 얘기했다.
“아이템 강화 끝나면 이 볼트도 강화할 거야.”
“볼트까지?”
“센 놈들 잡으려면 강화 볼트도 있어야지.”
하긴, 변종을 상대하기 위해 로그나이트로 볼트를 제작한 것처럼, 더 강한 놈을 잡기 위한 강화 볼트도 필요하다.
이에 박재우와 황덕록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얘기했다.
“고생해 줘. 우린 좀비카 수리하고, 필요한 물품 찾아보고 있을게.”
“그래.”
상황을 정리하고, 늦기 전에 이동 준비에 나섰다.
* * *
박재우와 황덕록이 아이템을 강화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고장 난 좀비카를 수리하고 짐칸에 넣고 다니던 물건들을 모조리 인벤토리에 넣었다.
“이렇게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니, 역시 게임은 인벤토리지.”
전완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인벤토리에 들어간 각종 물건을 살폈다.
독 안개가 퍼진 뒤로 이틀이 지나서야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난 보호대와 카타나, 건틀릿의 성능부터 확인했다.
[보호대 Lv.MAX]
-적의 공격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충격의 30%를 흡수합니다.
-자가재생기능이 존재합니다.
-내구도 100% 손상 시, 1시간의 복구시간이 소요됩니다.
-내구도가 0으로 떨어지면 충격 흡수 효과가 사라집니다.
이젠 내구도가 0이 돼도 아이템이 파괴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충격 흡수 30%.
5레벨을 달성하자 특수 효과가 생성되었다.
아주 흡족한 결과.
일행의 대폭 증가한 신체 능력에 장비 효과까지 더해지면…… 서울까지 충분히 뚫고 올라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쉬운 점이라면 카타나와 건틀릿은 특수 효과가 생성되지 않았다.
그래도 훨씬 견고해졌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카타나를 쥐고 아파트 외벽을 사선으로 긋자, 검이 통과한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또한 물을 벤 것처럼, 아파트 외벽을 베었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칼날의 예리함과 견고함이 상상을 초월했다.
황덕록은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며 내게 다가왔다.
“재우랑 나랑 코인 탈탈 털어서 만들었어. 이제 887코인 남았다.”
“그럼 로그나이트는 하나도 없는 거야?”
“어, 하나도 없어.”
“강화한 볼트는 몇 발이나 돼?”
“5레벨까지 강화한 볼트는 30발. 3레벨까지 강화한 볼트는 100발.”
여유롭진 않지만, 위급한 순간에 사용하기엔 충분하다.
정리를 마치자, 이정우는 좀비카 앞으로 걸어가며 얘기했다.
“다들 고생 많았어. 앞으로의 여정도 쉽지 않겠지만, 지금처럼 잘해보자.”
“네!”
“무전기 확인하고, 조심해야 하는 부분 브리핑하고 이동할게.”
이정우의 지시에 따라 한 명씩 무전기의 상태를 확인했다.
하나씩 배분하고도 남은 무전기가 40개나 되었다.
생존자들이 남긴 무전기까지 깨끗하게 모아서, 각자 인벤토리에 4개씩 여유분을 챙겼다.
오작동하는 무전기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680개의 강화제 알약도 배분했다.
결인들은 70알씩 강화제 알약을 배분받고, 전부 인벤토리에 넣는 모습을 보였다.
이정우는 내 얼굴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지금부터 베타, 감마, 델파 변종에 대해서 재형이가 얘기할 거야. 다들 집중해 줘.”
난 이정우의 옆으로 걸어가 결인들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잊은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간략하게 설명할게.”
“오케이.”
전완수는 팔짱을 끼며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베타 변종의 별명은 개구리야. 혓바닥을 뻗어서 공격할 수 있고, 게임에서는 최대 50m까지 늘어났어.”
“그 정도면 몸보다 긴 거 아니야?”
“그래서 질질 끌고 다녀. 덩치는 2m 정도 되지만, 지금은 모든 변종이 2성부터 시작하니 더 비대할 수도 있고.”
“다른 특징은 없어?”
“베타의 전투력은 알파보다 떨어지지만, 방어력이 높고 혓바닥에 잡히면 까다로울 거야.”
“서포터구나.”
“맞아. 만약 붙잡히면 혼자 떨쳐내려고 하지 말고 바로 지원 요청해.”
다들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일행의 표정을 살피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감마 변종의 별명은 풍선이야. 움직임은 느리지만 몸을 부풀려서 20m 높이까지 올라갈 수 있어.”
“아, 그건 기억난다. 가까운 거리에서 공격하지 말라고 했지?”
최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감마는 움직이는 폭탄이야. 최대한 거리를 벌려서 처리해야 돼.”
“그럼 감마가 폭탄이면…… 델타가 그거였나? 처녀귀신?”
최현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맞아. 델타는 뒤에서 보면 사람처럼 생겼어. 하지만 앞에서 보면 눈이랑 코가 없어서 변종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거야.”
“그럼 처녀귀신보다 달걀귀신이 어울리는 거 아니에요?”
윤혜리가 손을 들고 묻기에,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델타 변종의 우는 소리가 처녀귀신 곡소리처럼 들리거든.”
“아…….”
“델타는 어둡고 비좁은 곳을 좋아해. 델타 변종은 방어력과 공격력은 떨어지지만, 움직임이 빨라.”
“얼마나 빨라요?”
“글쎄, 그건 나도 알 수 없어. 지금은 좀비랑 변종의 신체 능력이 대폭 증가했고, 게임에는 변종의 진화체가 존재하지도 않았거든.”
그러자 옆에 있던 최현이 입을 열었다.
“움직임에 몰빵된 녀석이면 체감상 알파2랑 비슷하지 않겠어?”
“그 알파2의 신체 능력이 2배 증가했잖아. 지금은 알파2의 근력이 250은 될 거야.”
“우리도 그만큼 강해졌으니, 시작도 하기 전에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그건 그렇지. 하지만 3성 진화체가 나온다고 하니, 다들 조심하자고.”
이정우는 모든 이야기를 듣고 손뼉을 치며 얘기했다.
“자, 다들 집중! 한 가지 더, 전 세계 좀비의 25%가 사라졌다는 건 우리가 습득할 수 있는 코인이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야.”
“…….”
“지금이야 강화제 알약이 많지만, 언제든 바닥을 보일 수 있으니 알약 남용하면 안 돼. 알뜰하게 싸우자고.”
“넵!”
“그럼…… 더 할 말 없지?”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의 무기를 챙겼다.
이정우는 결인들을 쳐다보며 뒤에 있는 좀비카를 가리켰다.
“출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