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52화
변종 에덤은 설여원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더니, 발목을 흘깃거리며 달려들었다.
설여원의 직업은 가브리엘.
안개 속에서도 변종 에덤이 어디를 보는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다리.’
“으히히!”
변종 에덤은 오른팔을 치켜들더니,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설여원의 정강이를 노렸다.
미리 파악하지 않았다면 가드를 올리고 얼굴을 방어했을 것이다.
그럼 하체가 잘려 나갔겠지.
예측이 통한 덕에, 설여원은 재빨리 백스텝을 밟으며 거리 조절에 성공했다.
공격이 빗나가자, 변종 에덤은 눈꼬리를 치켜뜨며 왼팔을 휘둘렀다.
훙-!
가볍게 상체를 숙이며 회피에 성공하는 설여원.
그 찰나의 순간, 설여원과 변종 에덤의 눈이 마주쳤다.
서로를 죽이겠다는 살기에 찬 눈빛들.
설여원은 등에 메고 있던 쇠뇌를 견착하며 변종 에덤의 눈을 조준했다.
‘이 정도 거리면 통할 거야.’
설여원은 변종 에덤의 안구를 직시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퉁! 퉁퉁! 퉁!
파팍! 팍! 팅!
껴어어어어어억!!!
네 발의 볼트가 변종 에덤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6개의 눈알 중 3개에 적중한 볼트.
남은 한 발은 미간에 맞고 튕겨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광분한 변종 에덤은 사마귀처럼 양팔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설여원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주춤거리더니, 쏜살같이 바닥을 굴렀다.
백스텝을 밟아도 거리를 벌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오히려 변종 에덤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는 걸 선택했다.
설여원은 연속으로 3바퀴를 구른 뒤, 황급히 상체를 일으키며 거리를 벌렸다.
광분한 변종 에덤은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좌측 방면을 담당하는 눈알들이 전부 망가졌으니, 시야 확보에 차질이 생겼을 것이다.
설여원의 예상대로 되었다.
제아무리 변종 에덤이라도, 각막까지 튼튼하진 않았다.
변종 에덤은 고개를 틀고 설여원을 노려보더니, 잔뜩 성난 표정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훙-!
설여원의 하관으로 날아드는 변종 에덤의 왼팔.
그런데 이상하다.
짧다.
거리 계산을 잘못한 건가?
설여원은 미동도 하지 않았지만, 변종 에덤의 팔은 50㎝ 앞에서 바람을 가를 뿐이었다.
이에 설여원은 확신을 가졌다.
‘원근감이 사라진 거야.’
좌측 부분의 눈알이 망가졌기에, 변종 에덤은 우측 부분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눈알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섬세한 움직임을 요구할 터.
그중 3개가 사라졌으니 괴리감이 발생한 것이다.
설여원은 이를 파악하고 집요하게 좌측을 노렸다.
퉁퉁! 퉁! 퉁!
볼트를 쏘며 회전하자, 변종 에덤은 설여원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덩달아 좌측으로 회전했다.
하지만 왼쪽이 보이지 않기에, 강아지 꼬리 잡듯이 제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보였다.
‘지능이 높지 않아.’
설여원은 자신감을 가지고 계속해서 볼트를 발사했다.
볼트로 처리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결인들이 신체를 회복할 시간을 끌기 위함이었다.
흥-!
그 순간, 좌측으로 회전하던 변종 에덤이 재빨리 우측으로 몸을 돌리며 오른팔을 휘둘렀다.
설여원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다급히 상체를 숙였다.
사락-
머리끈이 끊어지며 설여원의 긴 머리가 찰랑거렸다.
껴어어억-.
놈은 우측 눈알로 설여원을 직시하더니, 금방이라도 찢어 죽일 듯이 달려들었다.
지능이 높지 않은 게 아니라, 앞이 보이지 않아서 잠시 당황했던 모양이다.
설여원은 두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며 날아드는 공격에 집중했다.
‘왼쪽…… 아니, 오른쪽인가?’
여유가 생길 때마다 박재형에게 복싱을 배웠다.
어깨의 움직임과 하체의 반응, 허리의 기울기에 따라 주먹이 날아드는 궤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변종 에덤은…… 전혀 공격 궤도를 읽을 수 없었다.
이미 설여원의 대응책을 꿰뚫고 있다는 듯이, 양팔을 치켜들고 폭격에 가까운 공격을 퍼부었다.
콰과과과과과곽!!!
설여원은 쉴 새 없이 스텝을 밞으며 날아드는 공격을 회피했다.
두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다랗게 변한 상태.
잠시라도 눈을 깜박이면 정수리가 뚫릴지도 모르기에, 설여원의 집중력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공격은 반사신경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종이 한 장 차이로 쏟아지는 공격을 모조리 회피했다.
순식간에 아스팔트 바닥에 생기는 수십 개의 구멍.
틱!
“윽!”
아스팔트 조각 하나가 설여원의 눈에 들어갔다.
설여원은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고,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은 변종 에덤이 설여원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쾅-!!!
“커헉-!”
설여원은 헛숨을 토하며 그대로 수십 미터를 나뒹굴었다.
쿵!!
뒤이어 지면을 박차는 소리와 함께 변종 에덤이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거대한 운석처럼 설여원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모습.
설여원은 이 악물고 상체를 일으키려고 했지만, 옆구리로 느껴지는 통증으로 인해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운석처럼 떨어지는 변종 에덤의 모습에, 설여원은 전신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피할 수 없다는 걸 직감했다.
“으쌰!”
그 순간, 옆에서 걸쭉한 소리가 들려왔다.
쾅!!!
동시에 변종 에덤의 옆구리를 가격하는 몇몇 인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박재우와 황덕록, 윤혜리와 김희연이 변종 에덤에게 몸통 박치기를 시도한 것이다.
공중에서 가격당한 탓에, 변종 에덤은 짧은 탄성을 뱉으며 옆으로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설여원은 피를 토하며 입을 열었다.
“너, 너희…….”
김희연은 대뜸 설여원을 등에 업고 이정우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이정우는 김희연을 발견하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뭐야, 희연이 네가 왜…… 등에 누구야. 여원이? 여원아!”
“빨리 치료해야 돼요!”
“눕혀!”
김희연이 설여원을 바닥에 눕히자, 이정우는 본인의 발목을 뒷전으로 미룬 채 설여원의 옆구리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설여원은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김희연을 쳐다보며 물었다.
“너희, 너희 알약은 어디서 얻은 거야.”
“강요한 씨한테 받았어요. 각각 10알씩.”
강요한의 직업도 각성 레이첼이었다.
공격대 어시스트로 받은 포인트가 상당하기에, 바깥 상황을 확인하고 망설임 없이 알약을 구매했다고 한다.
파티 황금동과 자사모, 영일대와 돼지국밥, 밤바다는 알파1을 처리하고 있기에, 결인들만 급히 지원을 왔다고 한다.
김희연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저 멀리 보이는 정진영을 발견하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진영 오빠는 왜 저기 있어요? 잠깐, 저거 설마…… 완수 오빠랑 현이 오빠예요?”
“안 죽었어. 걱정 마.”
설여원이 대답하자, 김희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카타나를 손에 쥐었다.
이정우는 김희연의 무기를 보고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
“변종 에덤한테 카타나는 안 통해. 지금은 재형이가 올 때까지 시간을 끄는…….”
“아니요. 진영 오빠 있는 곳으로 알파1이 몰려오고 있어요. 치료 끝날 때까지 지켜줘야 돼요.”
탓!!
그 말을 끝으로 김희연은 정진영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이정우는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김희연을 보고 싱겁게 웃었다.
“희연이도 많이 좋아졌네.”
김희연이 동아리방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모두가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지, 온전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지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만 보면, 그때의 모습은 눈 씻고 찾아도 볼 수 없었다.
설여원은 힘겹게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좋은 사람들이랑 있으면 나빠질 수가 없죠.”
이는 설여원도 느낀 부분이기에, 김희연의 변화에 공감할 수 있었다.
띠링-!
뒤이어 두 사람의 눈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1,000코인이 지급됩니다.
설여원과 이정우는 눈앞의 홀로그램을 보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처, 1,000코인?”
“저희가 1,000코인을 받았다는 건…… 재형이는 1만 카운트 올라갔다는 거 아니에요?”
두 사람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주먹을 불끈 쥐었다.
희망이 보인다.
1,000코인을 지급하는 변종이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뿐.
변종 에덤 진화체다.
또한 코인이 들어왔다는 건 박재형이 이겼다는 말이 된다.
“씨X 홀로그램!!”
그 순간, 변종 에덤을 저지하고 있던 황덕록의 외침이 들려왔다.
갑작스레 떠오른 홀로그램으로 인해, 시야가 차단된 모양이다.
알파 변종과 좀비들의 코인 공지는 차단해 둔 상태지만, 변종 에덤은 아니었다.
박재형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모든 결인이 변종 에덤의 공지를 열어둔 상태였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 눈앞으로 떠오른 홀로그램은 변종 에덤의 공격 궤도를 놓치게 만들었다.
뻑!!!
뒤이어 묵직한 파열음과 함께 허공으로 날아가는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설여원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이정우에게 외쳤다.
“오빠 위, 위에!”
“안 보여, 어디? 뭔데!”
이정우가 허공을 쳐다보자, 설여원은 억지로 상체를 일으켰다.
하늘로 치솟은 존재는 변종 에덤이 아니었다.
변종 에덤의 공격을 받고 공중으로 떠오른 박재우였다.
홀로그램 때문에 변종 에덤의 공격을 정면으로 맞은 모양이다.
저 높이에서 추락하면 아무리 신체 능력을 200까지 높인 상태라도, 최소한 사망이다.
또한 힘없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아, 제대로 맞고 기절한 것으로 보였다.
설여원은 박재우를 받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갈비뼈가 부러진 탓에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크윽! 정우 오빠! 위에 재우 좀 받아줘요!”
“위치 얘기해! 난 안 보여!”
“하늘에 있는 걸 어떻게 설명해요!”
이정우는 안개 속에서 시야 확보가 안 되기에, 박재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
쾅-!!!!
그 순간, 3차 바리케이드 방면에서 공기가 찢어지는 굉음과 함께 무언가가 사선으로 날아가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허공으로 뛰어오른 존재는 추락하는 박재우를 받아서 안정적으로 지면에 착지했다.
이를 발견한 설여원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얘기했다.
“왔다.”
“뭐가.”
“누구겠어요. 재형이죠.”
* * *
박재우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왼팔이 덜렁거리고, 갈비뼈가 으스러지며 심장 대동맥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기절한 것 같은데…… 맥이 약하다.
이에 무전기부터 들었다.
“정우 형, 어디예요.”
치지직- 치직-
-너 있는 곳에서 북동쪽으로 300m!
대답을 듣고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쾅!!!
좀비화와 광폭화, 광란까지 중첩된 상황.
300m를 돌파하는 데 3초가 걸리지 않았다.
이정우와 설여원을 발견하고 재빨리 두 다리에 제동을 걸자, 두 사람은 날아드는 흙먼지와 아스팔트 조각으로 인해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들고 있던 박재우를 바닥에 눕히자, 이정우는 질문 대신 치료부터 시작했다.
“커헉!”
박재우는 피를 토하며 두 눈을 게슴츠레 떴다.
강한 충격으로 인해 잠시 정신을 잃었지만, 금방 돌아온 모양이다.
박재우는 내 얼굴을 보고 힘겹게 입꼬리를 올리더니,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홀로그램…….”
힘없이 흘러나오는 목소리.
박재우의 입술로 귀를 갖다 대자, 그는 한 차례 숨을 들이쉬며 얘기했다.
“홀로그램만 안 떴어도…… 저거 내가 잡았다.”
박재우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설여원과 이정우를 쳐다보자, 설여원이 대신 설명해 주었다.
“변종 에덤이랑 싸우고 있는데 1,000코인 들어왔다는 홀로그램 떴거든.”
“아…….”
다 죽어가는 마당에 농담이라니.
난 박재우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얘기했다.
“수고했어, 이제 쉬어.”
박재우가 안정되는 걸 확인하고,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정면을 응시했다.
저 멀리, 안개 속에서 들려오는 둔탁한 소리.
“혜리랑 덕록이가 버티고 있어. 전방 250m.”
설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마리 놓쳐서 미안하다.”
씁쓸한 마음에 사과부터 하자, 바닥에 누워 있던 박재우가 입을 열었다.
“사과할 시간에…… 저것 좀 잡아줘.”
이에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하체를 접으며 변종 에덤이 있는 곳을 응시했다.
쾅-!!!
* * *
박재형이 사라진 자리로 거센 바람과 함께 흙먼지가 일어났다.
설여원과 이정우, 박재우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기침을 토했다.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박재형이 이동한 방면을 살폈다.
꽝-!!!!
뒤이어 250m 밖에서도 쩌렁쩌렁하게 들리는 묵직한 파열음이 그들의 귓가를 간질였다.
띠링-!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200코인이 지급됩니다.
동시에 일행의 눈앞으로 떠오르는 홀로그램.
결인들이 기를 써도 잡을 수 없던 변종 에덤.
그런 괴물이, 박재형의 도착과 함께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