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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245화 (245/373)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45화

한편, 북쪽 방면 바리케이드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미 바리케이드 앞은 온통 불바다였고, 전신에 불이 붙은 상태로 달려드는 좀비들로 인해 생존자들의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은 각성 플레이어도 없고, 파티 돼지국밥과 밤바다, 그리고 생존자들이 전부였다.

“저, 저것들 함정 무시한다! 전부 회피하고 있어!”

생존자의 외침에 윤성민은 구창진에게 달려갔다.

“함정 제대로 설치한 것 맞습니까?!”

“밟아야 걸리든 말든 하지!”

2차선 도로를 따라 수십 개의 구덩이를 팠다.

발을 헛디디며 구덩이에 빠지는 좀비들이 나타나자, 뒤따라오는 놈들은 회피기동을 하기 시작했다.

길거리의 좀비라면 앞에 동료가 빠지든 말든, 덩달아 구덩이에 빠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곳을 공격한 좀비는 5단계 대장의 수하들.

대장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기에, 장애물을 인지하고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는 무리에요! 바리케이드를 포기해야 합니다!”

홀로 좀비들을 저지하던 홍성범이 소리치자, 윤성민은 퍼석한 입술을 핥으며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성범의 직업은 에덤.

근력과 체력이 40대 중반인 홍성범마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윤성민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모든 생존자를 향해 외쳤다.

“후퇴!! 낙석지대까지 후퇴합니다!!”

윤성민의 외침에 생존자들이 헐레벌떡 이동하기 시작했다.

구창진은 옆구리에 차고 있던 수류탄을 2차 바리케이드 너머로 투척하며 이예진을 불렀다.

“예진이 너도 빨리와!”

“여기 사람! 와서 도와줘!”

하체에 불이 붙은 나머지 바닥을 뒹구는 남자.

고통의 비명을 내지르며 살기 위해 발악하고 있었다.

이예진은 걸치고 있던 겉옷을 벗어 남자의 다리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크어어어어어!!

곧 전신에 불이 붙은 좀비가 이예진을 향해 달려들자, 구창진은 황급히 쇠뇌를 견착하며 이예진의 곁으로 다가갔다.

퉁! 퉁! 퉁퉁! 퉁!

두 눈 부릅뜨고 달려드는 좀비들을 향해 쉴 새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이예진은 불을 진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생존자는 반쯤 기절한 모습을 보였다.

상황을 파악한 윤성민도 이예진의 곁으로 달려와 남자의 부축을 도왔다.

뜨드드득-! 끼이익-!

뒤이어 2차 바리케이드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쾅!!

바리케이드의 일부가 좀비들의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지지대 역할을 하는 나무마저 불에 타고, 하단을 고정해 둔 흙무더기와 바위가 흘러내린 탓이었다.

크어어어어어!!

틈이 발생하자, 그곳으로 좀비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구창진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좀비들을 바라보더니, 이예진의 곁으로 달려가 그녀의 옆구리에 있는 수류탄을 낚아챘다.

이예진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구창진은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낭만은…… 부산보다 여수지.”

투척하기엔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

이예진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쳤다.

“안 돼!!”

구창진은 결심을 내렸다는 듯이, 수류탄을 들고 좀비들에게 달려들었다.

눈앞의 좀비가 입을 쩍 벌리며 구창진을 물어뜯으려는 순간.

“……!”

2차 바리케이드 앞에 있던 좀비들이 일제히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감전된 사람처럼 전신을 떨더니, 허공을 향해 포효를 내지르며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텁!

동시에 구창진의 손에 있는 수류탄을 붙잡는 손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낭만은 부산이지.”

윤성민이었다.

그는 구창진의 수류탄을 빼앗으며 안전핀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뽑지 않은 상태.

뒤이어 언덕을 내려오는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파티 소리결의 플레이어, 최현이었다.

그는 공기 중에 퍼진 화약 냄새에 콧잔등을 찌푸리며 물었다.

“미안합니다. 늦었어요.”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 인형극을 사용한 것이다.

구창진은 두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까지 죽음을 각오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인생을 선물 받은 기분에, 다리에 힘이 풀린 것으로 보였다.

“미친놈아!”

뒤이어 이예진이 달려와 붉게 충혈된 눈으로 구창진의 옷깃을 흔들었다.

“네가 뭔데 나서. 왜 나서어!”

“…….”

구창진은 대답 대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대뜸 이예진을 품에 안았다.

상황을 지켜보던 최현은 헛기침과 함께 무너진 바리케이드를 살폈다.

반경 500m 내의 좀비들은 얼추 막았지만, 멀찍이서 좀비들의 발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최현이 눈살을 찌푸리자, 윤성민은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물었다.

“대장 좀비는 찾았습니까?”

“아니요, 대장부터 찾으려다가 수류탄 폭음 듣고 달려왔어요.”

구창진이 2차 바리케이드 너머로 투척한 수류탄.

만약 그 수류탄을 먼저 던지지 않았다면, 최현은 자폭 수류탄 소리를 듣고 달려왔을 것이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조금 전 남쪽 바리케이드에서도 지원 요청이 들어왔어요.”

윤성민이 얘기하자, 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들었어요. 거긴 재우가 갈 겁니다.”

“저흰 어떡하죠?”

“재형이 올 때까지 버텨야죠.”

“상황이 이 지경이 됐는데, 대체 박재형 씨는 어디 있는 겁니까?”

윤성민이 울분을 삭이며 묻자, 최현은 화를 내려다가 참았다.

주변에 생존자들의 시신이 너무 많았다.

눈어림으로 살펴도 족히 60명.

저 중 몇 명은…… 20분 내에 좀비로 변할 것이다.

최현은 착잡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재형이는 더 강한 놈을 처리하러 갔어요.”

“5단계 대장 좀비보다 강한 놈이 있다고요?”

“정확한 진화 단계는 모르지만, 수하들의 움직임이 알파1보다 빠르더군요.”

알파1보다 빠르다는 말에 윤성민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현은 안개 속을 응시하며 얘기했다.

“빨리 이동하죠. 더 몰려옵니다.”

하체에 불이 붙은 생존자는 일어서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최현이 그를 등에 업고, 서둘러 낙석지대로 이동했다.

* * *

‘더는 무리야.’

송하윤은 서서히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근접전이 익숙하지 않은 탓에, 창을 휘두를 때마다 호흡이 불안정했다.

근력은 높지만, 금세 가빠지는 숨에 현기증마저 느끼고 있었다.

크어어어!!

하아악!! 카학!!

그러거나 말거나, 좀비들은 송하윤을 뜯어먹기 위해 더욱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턱!

“읏!”

뒷걸음치는 과정에, 송하윤은 발밑의 돌부리를 확인하지 못하고 그대로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전신이 뒤로 쏠리는 느낌과 함께, 좀비들의 모습이 송하윤의 두 눈에 들어왔다.

먹잇감을 노리는 굶주린 맹수처럼, 양팔을 뻗으며 달려드는 좀비들.

그 찰나의 순간이 엿가락처럼 늘어지며, 송하윤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하고 말았다.

피할 수 없다.

뜨드득-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느려진 세상 속에서, 좀비의 이마가 불룩 튀어나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뚜둑-!

동시에 이마를 뚫고 나오는 예리한 칼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두 눈을 껌벅이자, 느려졌던 세상이 다시금 원래 속도로 돌아오고, 이마가 꿰뚫린 좀비 시체가 송하윤의 발밑으로 떨어졌다.

“혜리 어디 있어.”

눈앞의 좀비가 쓰러지자, 잔뜩 광분한 박재우의 얼굴이 송하윤의 두 눈에 들어왔다.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한 얼굴.

낮게 깔린 목소리에 모든 것을 씹어 삼킬 듯한 분기가 엿보였다.

분명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숨이 차서 그런 건지 흥분해서 그런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송하윤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뒤편을 가리켰다.

박재우는 카타나를 말아쥐며 주머니에 넣어둔 강화제 알약을 손에 쥐었다.

곧 알약을 씹으며 윤혜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이미 강화제 알약을 2개 이상 먹은 것 같은데…….

별동대의 활동지역에서 이곳까지 오려면 직선으로 길을 뚫어도 1.8㎞는 된다.

또한 바글바글한 좀비들까지 처리하며 달려왔을 것이다.

웬만한 사람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박재우는 지칠 때마다 강화제 알약을 삼키며 여기까지 달려왔다.

체력 회복제만큼 효과가 좋진 않지만, 강화제 알약에는 신체 능력 1.5배 증가라는 효과가 있었다.

이는 체력도 포함되기에, 미세하게나마 체력 회복 효과도 포함되어 있었다.

크어어어어!!

박재우가 사라지자, 다시금 안개 속에서 좀비들의 인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송하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혼잣말을 읊조렸다.

“허, 애인 없는 사람은 억울해서 살겠나.”

박재우와 윤혜리가 각별한 사이라는 건 포항에서부터 쭉 봐왔기에 알고 있었다.

송하윤은 푸념 아닌 푸념을 뱉으며, 주머니에 넣어둔 강화제 알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지금은 30분 뒤의 리바운드를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문득, 파티 소리결이 강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뒷일을 생각하며 몸을 사리는 게 아니라, 당장 눈앞의 문제부터 전력을 다해 깨부수는 광기에 가까운 집념.

죽이지 않으면 본인이 죽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들의 행동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망설임이 없었다.

* * *

낙석지대까지 대피했지만, 결코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마치 광견병에 걸린 들짐승처럼, 수천 마리의 좀비가 생존자들을 추격하고 있었다.

인형극으로 다수의 좀비를 처리했지만, 대장 좀비를 죽이지 않으면 소용없다.

지금은 주변에 널린 게 좀비라서, 수하가 죽어도 금방 복구할 수 있었다.

“준비해!”

윤성민이 소리치자, 생존자들은 초조한 모습으로 신호를 기다렸다.

두두두두두두두-

크어어어어어어어!!!

뒤이어 좀비들의 발소리와 함께 포효가 들려오자, 윤성민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끊어!!”

떵-!

좌측 언덕 위에 있던 생존자들이 대형 해머로 나무판자에 박힌 정을 내려치자, 쌓여 있던 바위들이 도로로 굴러떨어지기 시작했다.

쿠르르릉!! 우르르-!!

크어어-! 컥!

카하…… 칵!

목젖을 갈며 달려오던 좀비들은 바위에 쓸려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낙석이 2차선 도로를 가로막자, 좀비들은 불규칙적으로 쌓인 바위를 짓밟고 넘어오는 모습을 보였다.

낙석 사이에 발이 빠지기도 하고, 신체가 껴서 뼈가 부러지는 좀비들도 여럿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들의 전진은 막을 수 없었다.

전혀 나아지지 않은 상황을 보고 절망에 빠질 법도 한데, 윤성민과 생존자들은 바닥에 놓인 밧줄을 잡았다.

뒤이어 하나, 둘, 셋! 하는 소리와 함께 있는 힘껏 밧줄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나무로 만든 창이 솟아나며 좀비들의 하복부를 꿰뚫었다.

잠깐이나마 좀비들을 저지할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않았다.

일반 좀비들을 생각해서 만든 함정이기에, 대장 좀비의 수하들은 밀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였다.

복부에 주먹만 한 구멍이 뚫렸음에도, 뒤에서 밀고 들어오는 압력으로 인해 금방이라도 창이 부러질 것 같았다.

“철근 준비해!”

목장갑을 착용한 생존자들 길이 4m에 달하는 기다란 철근을 잡고 2차선 도로를 막아섰다.

두 사람이 하나씩 잡고, 달려오는 좀비들을 향해 악을 지르며 달려나갔다.

푸푹! 푹! 푸북! 푹!

앞줄의 생존자들이 이 악물고 버티자, 뒷줄의 생존자들은 조금 더 높은 각도로 철근을 들고 달려들었다.

푸북! 푹! 푹!

“버텨!!”

츠즈즈즉- 치지직!!

신발 밑창이 갈리든 말든, 그들은 죽을힘을 다해 버텼다.

안간힘을 쓰며 버티지만, 생존자들의 발이 점점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조금만 더 밀리면 균형을 잃고 넘어질지도 모른다.

최현은 빠르게 강화제 알약을 삼키고, 적진 한가운데로 달려나갔다.

조금이라도 좀비들의 압력을 줄여야 했다.

“이야야야야야!!”

“죽여!!!”

“다 죽여!!”

뒤이어 좌측 언덕에서 죽창을 들고 내려오는 생존자들.

낙석을 떨어뜨리기 위해 대형 해머를 들고 있던 생존자들이 무기를 바꿔서 2차선 도로의 측면을 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훈련이 제대로 된 사람들이 아니었다.

경사가 가파른 나머지, 죽창을 들고 뛰다가 구르는 사람도 있고, 본인의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뒤로 넘어지는 사람도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최현은 측면의 생존자들을 향해 외쳤다.

“중지!! 들어오지 말고 전부 뒤로 가요!!”

“죽여!!!”

“뒤로 가라고!!”

하지만 흥분한 생존자들의 귀에 최현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안 돼.

이러다간 다 죽는다.

훙-!

그 순간, 최현의 눈앞으로 기다란 무언가가 스쳐 지나가더니 2차선 도로에 들어찬 좀비들을 쓸어버리는 모습을 보였다.

지름 60㎝, 길이만 4m는 될 법한 나무를 빙빙 돌리더니, 좀비들이 달려오는 방향으로 집어 던지는 남자.

그는 등에 매고 있던 덩어리를 최현에게 집어 던졌다.

바닥에 떨어진 덩어리를 보고, 최현은 벌어지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아직 죽지 않은, 대장 좀비의 상체였다.

턱은 돌아가고, 눈은 파였으며, 사지는 잘려 나간 상태.

뒤이어 나무를 집어 던진 남자가 카타나를 손에 쥐며 얘기했다.

“뒤로 가서 그놈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해.”

박재형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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