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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239화 (239/373)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39화

높다란 언덕길을 내달리자, 주변에 있던 좀비들이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변종 에덤과의 거리는 150m.

재빨리 하체를 접고, 왼발로 땅을 차며 튀어 올랐다.

쾅!!!

지면으로 거미줄 모양의 균열이 발생하며 주변의 안개가 사라진다.

중학교 옥상에 있던 변종 에덤들은 안개 속에서 불쑥 솟아난 내 모습을 보고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금 전까지 히죽거리고 있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눈치가 빠른 놈들이니, 쉽지 않은 상대가 나타났다는 걸 감지한 것으로 보였다.

훙-!

공기를 차며 놈들의 앞에 다다르자, 우측에 있던 놈이 낫처럼 휘어진 오른팔을 휘둘렀다.

이에 황급히 가드를 올렸다.

카가가각-!!

건틀릿에서 불똥이 튀며 고막을 찌르는 파찰음이 들려왔다.

예전과 확연히 다른 느낌.

구미에서는 변종 에덤의 공격을 방어하는 게 버거웠는데, 지금은 충분히 저항할 여력이 있었다.

조금 전 한계 돌파를 6단계로 높여서 그런가?

현재 기본 근력은 159에 달한다.

거기에 좀비화와 광폭화를 적용하면 795.

한계 돌파를 통해 얻은 추가 근력까지 합하면 845가 된다.

변종 에덤조차 지금의 내겐 위협이 되지 않았다.

재빨리 왼손을 비틀어 변종의 팔을 붙잡고, 오른손으로 있는 힘껏 놈의 팔꿈치를 내려찍었다.

쩍-!!!

키에에에에에엑!!!

변종 에덤의 팔이 잘려 나가고, 분수처럼 쏟아지는 선혈을 확인할 수 있었다.

845의 근력에 일격 효과가 적용되면서 변종 에덤의 단단한 피부와 뼈조차 플라스틱처럼 깨지는 모습을 보였다.

일격 효과의 남은 시간은 15초.

두 마리의 변종 에덤을 처리하기엔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

두 눈 부릅뜨고 변종의 얼굴을 응시했다.

놈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는지, 6개의 눈알을 굴리며 옆에 있는 동료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쾅!!

이에 지면을 박차며 6m 위에 있는 변종 에덤의 머리 위로 뛰어올랐다.

“어디 봐. 여기 봐야지.”

나지막이 읊조리며 돌려차기를 가했다.

꽝-!!!

두개골을 발로 찼을 뿐인데, 거대한 바위가 쪼개는 소리가 들렸다.

일격에 터질 줄 알았는데, 변종 에덤의 관자놀이가 20㎝가량 함몰됐을 뿐 처리했다는 홀로그램은 뜨지 않았다.

그 순간, 옆에 있던 또 다른 변종 에덤이 커다란 주둥이를 쩍 벌리며 내 옆구리를 노렸다.

훙-!

지금의 난 2단 점프가 가능하기에, 공기를 박차며 놈의 공격을 회피했다.

동시에 코어와 등 근육에 힘을 주어 공중에서 상체를 비튼 뒤, 변종 에덤의 정수리를 향해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쩍!!!

손끝으로 느껴지는 묵직한 타격감과 함께 어깨로 전해지는 반작용.

구미에서도 느꼈지만, 변종 에덤의 두개골은 다른 부위에 비해 단단한 것 같다.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두개골만 단단하게 진화한 건가?

그래도 걱정할 필요 없다.

한 번에 깨지지 않으면 두 번 때리면 되고, 두 번을 때려도 깨지지 않으면 깨질 때까지 치면 그만이니까.

놈의 귓바퀴를 붙잡고 매달린 뒤, 방향을 틀어 목덜미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두 다리로 목을 조르며, 변종 에덤의 뒤통수를 향해 쉴 새 없이 난타를 가했다.

과과과과과곽!!!

1초에 수십 번은 휘두를 수 있는 주먹이다.

한 방 한 방을 전력을 다해 퍼부었다.

비록 특수 스킬 연격은 쿨타임이지만, 연격을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때려잡을 자신이 있었다.

놈은 저항조차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무차별 폭격에 가까운 난타를 가했다.

쩍-! 쩌적!! 떡!! 콰직!!

마침내 커다란 수박이 터지는 통쾌한 소리와 함께 오른손이 두개골을 뚫고 들어갔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2000점이 주어집니다.

일단 한 마리.

쒸익-!

뒤이어 좌측 관자놀이로 날아드는 살기에 황급히 가드를 올렸다.

뻑-!!

묵직한 압력과 함께 전신이 오른쪽으로 쏠렸다.

압박감에 눈살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리자, 관자놀이가 찌그러진 변종 에덤이 연계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자식…… 조금 전과 자세가 다르다.

촤좌좌좌좌좍!!

성난 사마귀처럼 쉴 새 없이 양팔을 휘두르는 녀석.

그런데 날 쪽으로 공격하는 게 아니라, 칼등 쪽으로 공격을 시도하고 있었다.

보호대와 건틀릿을 의식하는 건가?

내게 팔을 휘둘렀을 때, 건틀릿에 갈려나가는 칼날을 보고 공격 방식을 바꾼 모양이다.

벨 수 없으니 부러뜨리겠다는 심보.

학습 능력이 뛰어난 건 알았지만,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이를 파악하다니.

채찍처럼 날아드는 공격에 쉴 새 없이 더킹을 시도하며 모조리 회피했다.

변종 에덤이 아무리 빠르다고 한들, 지금의 나보다 빠르진 않았다.

증가한 반사 신경과 동체 시력 덕분에, 놈의 공격 궤도를 모조리 꿰뚫어 볼 수 있었다.

‘빈틈.’

텁!!

사선으로 날아드는 변종의 왼팔을 붙잡고, 그대로 엎어치기를 시도했다.

드득! 떡-!!

하지만 놈의 어깨뼈가 빠질 뿐, 엎어치기를 당하지 않았다.

6m에 달하는 덩치 때문인가?

2m도 되지 않는 내가 저 덩치를 바닥에 내리꽂는 건 쉽지 않았다.

힘으로 잡아당기려고 하자, 변종의 왼발이 앞으로 나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왼팔이 빠지든 말든, 넘어지지 않기 위해 균형을 잡는 변종.

뒤이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한기가 느껴졌다.

왼팔을 내어주는 대신, 내 등을 오른팔로 찍을 속셈인가?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오른팔을 단두대처럼 치켜들었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먼저 쳐야 돼.’

날카롭게 벼려진 감각의 사이로 타개책이 떠올랐다.

붙잡은 왼팔을 바닥쪽으로 당기며, 오른발을 수직으로 뻗어 상단 차기를 시도했다.

떡-!!

변종 에덤의 상체가 앞으로 기운 상태였기에, 쭉 뻗은 오른발이 놈의 아래턱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그러자 6개의 눈알에서 잠시나마 초점이 사라지고, 치켜들었던 오른팔이 흐느적거리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리 변종 에덤이라 해도, 턱에 강한 충격을 받으면 어질어질하겠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동시에 놈의 안면을 향해 총구를 벗어난 탄알처럼 재빠른 잽을 날렸다.

팡-!!!

콧대가 내려앉으며 휘청거리는 녀석.

거기서 멈추지 않고 연달아 난타를 가했다.

콰과과과곽!!!

정신없이 유효타를 허용한 변종 에덤은 정신줄을 놓고 옆으로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놈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목숨을 취해야 한다.

도끼눈을 뜨고 두개골이 깨질 때까지 주먹을 내질렀다.

콰과과과과- 떠덕!! 쩍!!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2000점이 주어집니다.

눈앞으로 떠오르는 홀로그램을 확인하고, 그제야 참아왔던 숨을 뱉으며 상체를 일으켰다.

동시에 일격 효과가 사라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크어어어어어어!!!

운동장에 들어찬 좀비들은 뒤늦게 내 위치를 발견하고 목젖을 갈며 계단을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지금은 체력을 아껴가며 싸울 필요가 없다.

좀비화를 사용한 이상, 내게 체력적 부담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한발 앞서 운동장으로 뛰어내린 뒤, 주변을 둘러싼 수백 마리의 좀비를 쏜살같이 곤죽으로 만들었다.

좀비화의 남은 시간은 42분.

우리가 파악한 변종 에덤은 3마리였고, 3마리를 모두 처리했다.

물론 부산의 북쪽 방면, 또는 100㎞ 반경 내에 변종 에덤이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과가 어떻든, 놈들이 알아서 찾아올 때까지 최대한 많은 좀비를 처리해야 한다.

학살의 시간이다.

* * *

1차 바리케이드를 수비하던 생존자들은 먼발치서 들리는 좀비들의 아우성에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껏 인간의 살점만을 탐하던 짐승들의 외침이 아니었다.

괴리감이 느껴지는 음성.

심지어 접근하는 좀비들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상함을 느낀 이정우는 옆에 있는 김희연에게 물었다.

“희연아, 저쪽에 무슨 일 있어?”

김희연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이정우가 가리키는 방향을 살폈다.

곧 입술을 달싹이며 마른침을 삼키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재형 오빠가…… 학살하고 있어요.”

학살이란 말에 생존자들은 너도나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바리케이드 밑으로 내려가는 것도 무서운데, 홀로 수십, 수백만의 좀비를 저지하고 있었다.

1차 바리케이드의 길이만 3㎞.

그 장대한 길이를 단신으로 말이다.

이정우는 손목시계를 통해 좀비화의 남은 시간을 계산했다.

뒤이어 바리케이드 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외쳤다.

“앞으로 길어봐야 40분입니다! 그때까지 부족한 물자 확보하고, 다친 사람들은 치료부터 받으세요!”

생존자들은 1시간이 넘도록 사투를 벌였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일반인이 감당하기엔 버거운 상황이었다.

땀에 젖은 사람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급히 목부터 축이고, 물자 보급팀은 서둘러 휘발유와 철근, 화살과 볼트를 옮기기 시작했다.

이정우는 무전기를 들고 다른 구역의 사람들을 불렀다.

“찬혁이 형, 덕배 아저씨, 제 목소리 들립니까?”

치지직- 치직-

-얘기해.

-들린다.

“그쪽 상황은 어때요. 보강할 부분 있어요?”

-광안대교 방면은 충분해. 여원이랑 현이, 혜리, 요한이까지 도와주는데 칭얼거릴 수는 없지.

-여기도 괜찮네. 재형 학생이 와서 언덕 치워주고 갔어.

이정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찬혁이 형, 강화제 알약은 지금 보내드리…….”

-아니야 괜찮아. 이미 요한이한테 받았어.

강요한의 직업이 레이첼이었다.

강요한은 거의 코인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광안대교 방면의 플레이어들에게 세 알씩 배분한 상태라고 한다.

좀비들 쪽으로 기울었던 전세는 박재형의 등장으로 역전되었다.

이정우는 무전기를 꽉 쥐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만약 박재형이 없었다면…… 암담한 상황에 부닥쳤을 것이다.

안개가 퍼진 초기에는 다 함께 힘을 합쳤는데, 지금은 박재형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항상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박재형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본인의 나약함에 치가 떨렸다.

“왜 그래, 다른 곳은 상황 안 좋대?”

이정우의 표정이 좋지 않자, 그의 안색을 살피던 정진영이 다가왔다.

정진영의 물음에 이정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들 괜찮대.”

“표정은 전혀 안 괜찮은데?”

정진영이 싱겁게 웃으며 묻자, 이정우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우리가…… 도움이 되는 게 맞나, 싶어서.”

자신감을 잃은 이정우의 말에, 정진영은 눈꼬리를 치켜뜨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뒤이어 그의 팔을 툭, 치며 얘기했다.

“도움이 되고 말고는 우리가 판단할 일이 아니지.”

“뭐?”

“호의, 도움, 이런 건 받는 사람만 아는 거야. 주는 사람은 도움 주겠다고 마음먹었으면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면 되는 거고.”

정진영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하자, 이정우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다.

카하악!! 하악!!

뒤이어 바리케이드로 접근하는 200마리의 좀비가 정진영의 두 눈에 들어왔다.

3㎞를 박재형 홀로 완벽하게 저지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렇게 옆으로 새는 좀비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정진영은 카타나를 말아쥐고 좀비를 처리하며 얘기했다.

“우리 역할은 이거야.”

“…….”

“우리가 재형이한테 줄 수 있는 도움도 이것뿐이고.”

“……그래.”

이정우는 2m 길이의 창을 말아쥐며 둔덕을 올라오는 좀비들을 처리했다.

* * *

시간은 무던히 흘러, 어느새 좀비화의 남은 시간은 2분.

크어어어어어!!!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좀비와 알파 변종을 처리했지만, 웨이브가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대도시의 힘인가?

인구 330만의 부산이 이 정도면, 경기도와 서울은 대체 어떤 상황일까.

아크는 적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지만, 그 외의 지역은…… 가망이 없을 것이다.

“젠장…….”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황급히 1차 바리케이드로 이동했다.

1시간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과격하게 몸을 굴린 탓에, 좀비화가 풀리면 기절할지도 모른다.

이에 바리케이드로 이동하며 무전기를 들었다.

“좀비화 남은 시간 1분! 지금 바리케이드로 이동합니다!”

치지직- 치직.

-1차 바리케이드 보강 완료!

-확인!

-수고했다 재형아!

무전기로 들려오는 곽찬혁과 이덕배, 이정우의 대답을 듣고 단숨에 5m 높이의 바리케이드를 뛰어넘었다.

탓!

바리케이드 위에 안착하는 찰나, 전신을 휘감고 있던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크윽……!”

1시간 동안 축적된 피로와 충격이 한순간에 몰려왔다.

모든 뼈마디가 울리고, 두 팔은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현기증과 함께 숨이 턱 막히고, 귀에서 가느다란 실이 끊어지기라도 한 듯 틱! 하는 소리와 함께 끝도 없는 이명이 이어졌다.

관자놀이를 누르며 그 자리에 쓰러지자, 전완수가 다가와 나를 부축해 주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전완수를 쳐다보자,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이제 우리한테 맡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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