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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238화 (238/373)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38화

강요한은 황급히 곽찬혁의 치료를 시작했다.

강요한의 손끝에서 일렁이는 새하얀 빛이 곽찬혁의 전신을 감싸자, 거칠어진 호흡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강요한은 치료를 이어가며 다른 플레이어들의 위치를 살폈다.

저 멀리, 안개 속에서 번쩍이는 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크 내의 모든 조명을 켜둔 상태였지만, 거리가 상당한 탓에 얼굴 생김새까지 확인할 수 없었다.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집중하자, 양손에 무기를 들고 있는 여자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윤혜리.’

손도끼를 사용하는 플레이어는 윤혜리뿐이다.

텁!

곽찬혁은 강요한의 팔을 잡으며 얘기했다.

“됐으니 빨리 가서 도와.”

“아직 치료 덜 됐어요.”

“안 죽을 정도면 됐어. 빨리.”

강요한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곽찬혁은 두 눈을 부릅뜨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얘기했다.

“가라고.”

강요한은 바닥에 내려둔 창과 쇠뇌를 들고 윤혜리의 곁으로 달려갔다.

곽찬혁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전황을 살폈다.

바리케이드 위에서 좀비들을 처리하는 생존자들.

이 악물고 아등바등 버티고 있었다.

최현과 설여원은 어디 있는 걸까.

쾅!!

그 순간, 우측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시선을 돌리자, 정차된 차량을 들이받는 알파2를 발견할 수 있었다.

동시에 알파2에게 달려드는 인영.

설여원인지 최현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순서가 중요한 상황이 아니었다.

‘가까운 사람부터 돕자.’

곽찬혁은 바닥에 내려둔 카타나를 쥐고 굉음이 들려온 곳으로 달려갔다.

* * *

“다른 곳은 괜찮아? 잘 막고 있는 거야?”

바리케이드 중앙부를 담당한 이덕배의 물음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적으로 좀비들의 공세가 가장 적은 곳이 중앙이었다.

이에 실개천 너머의 생존자들, 구미 생존자들, 포항 생존자들이 이곳을 담당하고 있었다.

플레이어는 단 한 명도 없는, 순수 생존자들로 배치된 구역이었다.

내가 석포여중에서 좀비들의 시선을 유도할 때는 버틸 만했다고 한다.

하지만 잠깐 자리를 비운 새에, 좀비들의 공세는 일반인들이 저지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휘발유를 이용해서 힘겹게 버티는 와중에, 좀비화를 사용한 내가 도착한 것이다.

난 바리케이드 앞에 쌓인 좀비들을 최대한 치워주고, 뒤에 있는 이덕배에게 외쳤다.

“저는 광안대교 방면으로 가보겠습니다! 덩치 큰 변종 나타나면 무전 쳐요!”

“알겠네! 몸조심해!”

그들을 뒤로한 채, 다시금 광안대교 방면으로 이동했다.

쉴 새 없이 좀비들을 죽이며 바리케이드 앞에 도착하자, 저 위에서 좀비들과 혈투를 벌이는 박성훈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단숨에 바리케이드 상단으로 올라서자, 몇몇 생존자들은 기겁하며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박성훈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말까지 더듬으며 물었다.

“바, 바박, 박재형 씨?”

“찬혁이 형 어디 있어요.”

박성훈은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뒤편을 가리켰다.

저 멀리, 알파2와 싸우고 있는 일행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하체를 접으며 단숨에 그곳으로 뛰어올랐다.

가장 먼저 윤혜리와 강요한이 있는 곳부터.

콰직!!!

알파2의 뒤통수에 발길질을 가하자, 두개골이 으스러지며 지면에 곤두박질치는 모습을 보였다.

윤혜리와 강요한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놀라서 석고상처럼 굳은 모습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여원이 어디 있어.”

“저, 저쪽으로 이동했는데…… 정확한 위치는 몰라요.”

윤혜리는 2차 바리케이드 방면을 가리켰다.

알파2를 생존자들과 떨어뜨리기 위해 깊숙이 들어간 건가?

아니면 알파2가 그곳으로 도주해서 추격한 건가?

영문은 모르겠지만, 찾아야지 어쩌겠는가.

“둘은 찬혁이 형이랑 현이 도와서 알파2 잡아줘.”

“네, 네!”

상황 파악을 마치고 윤혜리가 가리킨 방향으로 튀어 나갔다.

대략 500m 정도 이동했을까?

퉁- 퉁! 퉁퉁-

먼발치서 들리는 쇠뇌 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지형지물을 이용해 알파2를 상대하는 설여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근접전은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건물 옥상과 비좁은 골목을 이용해 알파2를 따돌리며 볼트를 발사하고 있었다.

이미 고슴도치가 된 알파2.

검붉은 혈액을 철철 흘리면서도, 설여원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모습이었다.

고민할 필요 없이, 단숨에 알파2의 앞으로 달려가 일격에 머리를 날려 버렸다.

뻑!!!

터져 버린 머리와 사방에 흩날리는 뇌수.

방아쇠를 당기던 설여원의 손가락이 움찔거리더니, 곧 내 얼굴을 쳐다보며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재, 재형이?”

“불러야지.”

“어? 뭐를?”

“알파2가 4마리나 왔으면 불렀어야지!”

설여원은 쳐다보자, 그녀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금세 정신을 다잡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부탁만 할 순 없잖아.”

“…….”

“변종 에덤은 어쩔 수 없지만, 알파2 정도는 우리가 잡아야지.”

설여원에게 화가 난 게 아니다.

다만……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설여원을 보고 마음 한편이 착잡해졌을 뿐이다.

알파2의 공격을 회피하기 위해 얼마나 험하게 몸을 굴렸는지, 그 흔적이 보호대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찢어진 보호대가 서서히 복구되는 걸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전신에 흙먼지를 뒤집어쓴 상태였다.

심지어 태연한 척을 하지만, 옆구리가 불편한 것으로 보였다.

갈비뼈에 충격을 입은 모양인데…….

난 세차게 혀를 차며 시선을 회피했다.

지금은 잔소리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좀비화와 광폭화가 유지되는 동안, 최대한 많은 좀비와 변종을 처리해야 한다.

이에 설여원을 번쩍 들어 올리고, 단숨에 1차 바리케이드로 달려갔다.

어느새 곽찬혁과 최현, 윤혜리와 강요한이 남은 알파2를 처리한 상태였다.

“강요한 씨!”

강요한을 부르자, 최현과 윤혜리를 치료하고 있던 강요한이 미어캣처럼 고개를 들고 이곳을 쳐다봤다.

강요한의 옆에 설여원을 내려놓으며 얘기했다.

“여원이도 치료 부탁합니다.”

“맡겨주세요.”

설여원은 두 눈을 껌벅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빠른 속도로 500m를 돌파해서 그런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북항대교, 중앙부, 광안대교 방면까지 모두 확인했다.

상황이 썩 좋지 않았다.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1차 바리케이드가 무너지면 그 뒤엔 많은 생존자가 목숨을 잃을 것이다.

2차 바리케이드의 수비 방식은 1차처럼 견고하게 버티는 게 아니니까.

짧은 시간 쌓아 올린 바리케이드가 견고할 턱이 없었다.

이에 농구에서 쓰는 런앤건 방식을 도입했다.

정해진 세트 플레이가 아니라, 재량껏 자유롭게 싸우는 것이다.

좀비카를 이용해서 좀비들이 뭉치지 못하도록 유도하고, 각종 함정으로 좀비들의 접근을 저지하는 것.

그것이 2차 바리케이드의 역할이었다.

“최대한 버텨요. 몸 조심하고.”

쾅!!

지면을 박차며 바리케이드 너머로 뛰어올랐다.

크어어어어어!!

여전히 끝도 없이 밀려드는 좀비들.

허공에서 카타나를 뽑아 들고, 남은 내구도를 살폈다.

[로그나이트 카타나: 42%]

좀비들의 숫자가 워낙 많다 보니, 내구도 복구속도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시야의 우측상단에서 반짝이는 노란 불빛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홀로그램을 열고, 플레이어 정보를 확인했다.

[플레이어 정보]

-캐릭터 이름: 에덤 화이트

-능력: 강화

-한계 돌파 5단계

*한계를 돌파할 때마다 기존 모든 스탯이 1.3배 증가합니다.

*다음 한계 돌파에 필요한 포인트는 24000입니다.

-현재 처리한 좀비의 수: 159201/100000

(좀비 카운트가 10만으로 고정됩니다.)

-남은 포인트: 20207

-스킬: 좀비화, 급가속 Lv.MAX, 감지 Lv.5, 하울링 Lv.5, 광폭화 Lv.MAX

-패시브 스킬: 재생, 광란(4/10)

-특수 스킬: 연격

*좀비화의 능력치 반감 페널티 ‘과부하’가 사라집니다.

*광란 발동 시 이성이 유지됩니다.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2,044카운트였는데, 언제 이렇게 많이 올린 거지?

정신없이 좀비들을 처리하다 보니 카운트가 올라가는 것도 확인하지 못했다.

급등한 카운트에 놀란 건 사실이지만,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었다.

어시스트로 받은 카운트만 3만이 넘었다.

이는 일행이 처리한 좀비만 15만 이상이라는 뜻.

일행이 화공으로 죽인 좀비도 어시스트로 계산되기에, 이렇게 많은 카운트를 얻을 수 있었다.

망설임 없이 좀비 카운트를 환전하고, 한계 돌파를 시도했다.

-한계 돌파가 6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선택지가 제공됩니다.

-반사 신경 및 동체시력 50 증가 or 근력 50 증가.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근력 50에 투자했다.

띠링-!

-한계 돌파로 얻은 스탯은 기본 수치가 아닌 추가 수치로 적용됩니다.

-한계 돌파의 최대 단계는 7단계입니다.

-7단계를 달성하고 해금을 시도하세요.

웬일로 이런 걸 알려주는 거지?

그보다 7단계가 마지막 한계 돌파라고?

해금은 또 뭐야.

명확한 정보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가 아니다.

공중으로 떠올랐던 부유감이 사라지고, 전신을 잡아끄는 중력이 느껴졌다.

지면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다시금 칼자루를 말아쥐며 상황에 집중했다.

쾅!!!

촤악-!

착지하자마자 좀비들의 목을 도려냈다.

크어어어어어어!!!

카하악!! 카학!!!

쏜살같이 좀비들을 처리하며, 플레이어 정보에 적힌 남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남은 포인트: 6207포인트

변종을 찾기 위해선 스킬 감지의 범위를 넓혀야 하기에, 남은 포인트를 감지에 투자했다.

-스킬 감지의 레벨을 높입니다.

-스킬 감지의 레벨을 높입니다.

-스킬 감지의 레벨을 높입니다.

-스킬 감지의 레벨을 높입니다.

총 4개의 레벨을 높이는 데 들어간 포인트는 4,800.

스킬 감지는 순식간에 9레벨이 되었다.

[감지 Lv.9]

-1분 30초 동안 250m 내의 좀비와 변종의 움직임을 감지합니다.

-움직임이 포착된 적은 감지의 지속 시간이 끝나도 10초간 위치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감지의 재사용 대기 시간은 20분입니다.

*5성 이상의 대장 좀비, 혹은 변종은 자주색으로 표시됩니다.

역시, 6레벨부터는 지속 시간과 적용 범위가 대폭 증가한다.

또한 재사용 대기시간도 40분에서 20분으로 감소했다.

띠링!

-스킬 감지의 최고 레벨은 10입니다.

동시에 10레벨이 마지막이라는 문구도 떠올랐다.

여기까지 올렸는데, 스킬 강화권까지 사용할까?

감지는 스킬 급가속과 동일한 포인트를 소모하기에, 10레벨을 찍기 위해선 1만의 포인트가 필요할 것이다.

찰나의 고민 끝에, 홀로그램을 닫고 좀비들을 응시했다.

한계 돌파의 최고 단계가 7이고, 그 뒤에 해금을 통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새로운 조건이 생성된 이상, 스킬 강화권도 아껴두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난 눈앞의 좀비들을 전광석화처럼 처리하며 읊조렸다.

“감지.”

-1분 30초 동안 250m 내의 좀비와 변종의 움직임을 감지합니다.

광활하게 펼쳐진 푸른 물결의 사이로, 옥에 티처럼 보이는 몇몇 자주색이 눈에 들어온다.

5성 이상의 대장 좀비와 변종은 자주색으로 보이기에, 카타나를 말아쥐며 박차를 가했다.

쾅!!!

노도와 같이 달려들자, 자주색으로 보이는 변종들이 다급히 방어자세를 취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 봐야 알파1과 알파2.

칼자루를 말아쥐며 휘두르자, 가드를 올린 알파 변종들의 두 팔이 잘려나가고, 무방비 상태의 얼굴이 두 눈에 들어왔다.

겁에 질린 듯, 잔잔하게 떨리는 알파 변종의 눈빛.

동정심은 들지 않았다.

촤악-!

변종들의 머리를 일격에 날려버리고, 주변을 에워싼 좀비들을 처리하며 계속해서 변종을 찾아나섰다.

그리고 마침내, 석포여중 방면에서 거대한 자주색 덩어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크기만 봐도 알 수 있었다.

6m에 달하는 덩치.

변종 에덤이다.

그것도 두 마리.

곽찬혁이 봤다는 두 마리의 변종 에덤이 저것들인가?

이에 들고 있던 카타나를 칼집에 집어넣고, 건틀릿을 말아쥐며 읊조렸다.

“가속.”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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