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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207화 (207/373)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07화

설여원과 함께 승합차를 타고 빌라 밀집 구역으로 이동했다.

일전에 천호진의 이모네로 이동하며 미리 봐둔 상태라서, 이동에 어려움은 없었다.

크르르르르…….

서서히 들려오는 좀비들의 울음소리.

그러자 설여원은 브레이크를 밟으며 물었다.

“나가서 처리할 거지?”

“어.”

“진영 오빠 카타나 챙겼어?”

“당연히 챙겼지.”

칼집을 보여주자, 설여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본인의 칼집을 들었다.

곧 주변 지형을 살피며 얘기했다.

“내려서 50m 앞에 5층 빌라 있어. 거기서 처리하자.”

“거기가 제일 안전해?”

“대부분 2, 3층 건물이라서 위험 요소가 있어.”

예전이었다면 뭐가 위험 요소인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대충 얘기해도 알아듣는 수준이 되었다.

가장 높은 건물에서 좀비들을 처리하는 게 여러모로 이롭다.

버거운 순간에 층을 바꾸거나, 건물 내부 구조를 이용해서 시간을 끌 수 있다.

또한 위험하다 싶으면 옥상으로 올라가서 맞은편 건물로 이동하면 된다.

고층 건물이 퇴로의 역할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이 위험 요소를 방지한다는 말에 포함되어 있었다.

난 칼자루를 말아쥐며 얘기했다.

“가자.”

“이동할 때 소리 질러. 좀비들이랑 거리가 좀 있어서 은밀하게 움직이면 우리가 온 줄도 모를 거야.”

“오케이.”

조수석에서 내리자마자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야!!”

크어어어어!!

카하아악!! 카학!!

소리를 듣고 반응하는 좀비들.

설여원은 한발 앞서 전방 50m 앞의 건물로 달렸다.

난 설여원의 속도에 맞추며 달려드는 좀비들을 처리했다.

* * *

정진영과 전완수, 최현과 천호진은 영일만항의 생존자들을 데리고 쉘터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길에 전봇대 앞에 세워둔 중형차까지 챙겼다.

핸들 조작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행히 굴러가는 수준.

쉘터로 사용하는 윤혜리의 본가에 도달하자, 어느새 단지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세워둔 상태였다.

경계를 서고 있던 박재우와 황덕록, 김희연은 갑작스레 나타난 차량을 보고 황급히 바리케이드 밖으로 나왔다.

처음보는 차량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진영이 차에서 내리자, 황덕록은 말까지 더듬으며 물었다.

“아니…… 저게 다 뭐예요?”

“생존자한테 저거라니.”

“생존자 말고 차량이요. 개조 차량 같은데.”

황덕록은 길게 줄 지어선 2대의 버스와 2대의 승합차를 보고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또한 가장 뒤에 있는 망가진 중형차를 보고, 할 말을 잃은 것으로 보였다.

박재우는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무전기를 손에 쥐며 얘기했다.

“정우 형, 들리세요?”

치지직- 치직.

-얘기해.

“여기 좀 와보셔야겠습니다. 진영이 형 도착했어요.”

-다들 무사해? 다친 곳은.

“어…… 것보다 생존자들이랑 같이 왔어요.”

-생존자? 바리케이드 열어줬어?

“아니요, 아직 안 열어줬어요.”

-앞에서 기다리라고 해. 혜리랑 지금 나갈게.

이정우는 윤혜리의 능력을 통해 생존자들의 기억을 들여다볼 생각이었다.

이미 최현이 확인했지만, 두 번, 세 번 확인해서 나쁠 건 없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윤혜리와 이정우가 바리케이드 앞으로 나오고, 그들은 태연하게 송하윤과 악수를 주고받았다.

뒤이어 이정우는 송하윤과 영일만항 생존자들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혹시 모르니 검사부터 진행하겠습니다.”

“신체검사라도 하겠다는 거예요?”

“악수만 해도 충분합니다.”

“악수?”

송하윤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앞에 있는 윤혜리를 쳐다보며 물었다.

“혹시…… 데니?”

윤혜리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송하윤은 구레나룻을 긁적이며 얘기했다.

“벌써 속내를 들켰네.”

“예쁜 마음 잘 봤습니다.”

윤혜리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하자, 송하윤은 헛기침과 함께 시선을 회피했다.

내심 속마음을 들켜서 민망해하고 있었다.

윤혜리의 반응을 보고, 송하윤에게 악한 의도가 없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이정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검사가 끝난 분들은 바리케이드 안에서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난 방금 악수했으니, 안에서 기다리면 돼요?”

“네.”

송하윤을 시작으로 남은 51명의 검사가 진행되었다.

악수만 하면 금방 알 수 있기에,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모든 검사를 마치고, 생존자들이 타고 온 차량을 단지 내부로 들였다.

이정우와 송하윤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향후 계획을 세웠다.

오늘 처음 본 사람들인데, 어색함이나 불편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다들 인증된 사람이라서 그런지, 금세 마음을 열고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해주었다.

치지직- 치직-

그 순간, 이정우의 무전기에서 신호가 들어왔다.

-정우 학생, 들리나?

“네 덕배 아저씨, 말씀하세요.”

-양학동 방면에서 좀비들 이동이 있는 거 같아. 안개 표면이 불규칙적이야.

이덕배의 말에 이정우는 옆에 있는 김희연과 황덕록을 쳐다봤다.

황덕록은 가방에 넣어둔 드론부터 꺼내고, 김희연은 아파트 옥상으로 이동했다.

몇 번이나 쉘터를 만들고 수비진영을 갖추며, 각자의 역할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이제 눈빛만 주고받아도 본인이 해야 하는 일을 알아채는 정도였다.

황덕록은 고글을 착용하며 드론을 조종하더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좀비들 접근합니다.”

“숫자는.”

“그걸 모르겠어요. 나무가 흔들려서 규모 파악이 안 돼요.”

양학동과 용흥동의 사이에 위치한 양학산.

좀비들이 산을 타고 넘어온다는 게 아닌가?

이정우는 옆에 있는 전완수를 쳐다보며 물었다.

“오는 길에 좀비들 마주친 적 있어?”

“아니요, 구경도 못 했어요.”

“그럼 들키지도 않았는데 양학동에 있는 좀비들이 왜 넘어와?”

“해 떨어지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안개 속에서는 좀비들이 정처 없이 돌아다니잖아요.”

“그건 그런데, 다수가 한 곳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없었잖아.”

이정우는 손도끼를 손에 쥐며 얘기했다.

“일단…… 전부 안으로 들여보내. 수비팀은 각자 위치로.”

그러자 이정우의 옆에 있던 송하윤이 입을 열었다.

“저희도 돕죠.”

이정우는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금세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따라오세요.”

이정우가 한발 앞서 이동하자, 송하윤은 본인의 일행에게 얘기했다.

“진호야, 수색팀 데리고 따라와.”

“어쩌려고요?”

“우리도 도와야지.”

영일만항의 생존자들은 너도나도 쇠파이프를 손에 쥐며 송하윤을 따라나섰다.

대장 좀비의 공격도 이겨낸 생존자들.

그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결인들을 도왔다.

* * *

방어진영을 갖추고, 이정우는 담벼락 너머를 살피며 무전기를 들었다.

“희연아, 상황 보고해.”

치지직- 치직.

-200m 앞까지 접근했어요.

“좀비들 숫자는 얼마나 돼?”

-대략 1,500마리 정도요.

1,500이란 말에 송하윤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에 이정우는 눈꼬리를 치켜뜨며 물었다.

“생각보다 적은데? 나무 때문에 규모가 커 보인 건가?”

-그런 거 같…… 어? 돼지, 멧돼지!

김희연의 뜬금없는 소리에 이정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멧돼지? 그게 무슨 소리야.”

-좀비들이 멧돼지 따라온 것 같아요!

양학산에 있던 멧돼지가 식량을 구하기 위해 산에서 내려왔고, 그 과정에 양학동에 있는 좀비들에게 발각된 건가?

도망친 멧돼지가 양학산을 지나 용흥동으로 넘어온 모양이다.

이정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읊조렸다.

“안 풀리려니 별의별 게 말썽이네.”

그러자 이정우의 옆에 있던 이덕배가 외쳤다.

“사수 준비!”

담벼락 위에 올라선 실개천 너머의 생존자들은 쇠뇌를 견착하며 안개 속을 응시했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영일만항 생존자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저거 쇠뇌 아니야?”

“저걸 어디서 구한 거야?”

“만든 거 같은데?”

그들이 뭐라 하든, 실개천 너머의 생존자들은 상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영일만항의 수색대도 직접 제작한 활을 들고 안개 속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꾸에엑-!

뒤이어 멧돼지의 형체가 나타나자, 그 뒤로 좀비들의 인영이 나타났다.

질퍽한 흙길에 구르고 넘어지면서도, 멧돼지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좀비들.

“쏴!”

퉁! 퉁! 퉁! 퉁! 퉁!

쉭! 쉭! 쉭!

볼트와 화살이 좀비들을 향해 날아들자, 이곳으로 접근하던 좀비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어어어…… 어어어…….

그러자 배후에 있던 공명 좀비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근방의 좀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정우는 손도끼를 말아쥐며 전완수에게 얘기했다.

“완수야.”

“네 형.”

“지혜랑 수연이, 성하 데리고 아파트 단지 뒤편 확인해 줘.”

“거긴 정리 끝난 거 아니에요?”

“단지 뒤편에 초, 중, 고 붙어 있더라고. 공명 듣고 남은 좀비들 모여들지도 모르니 확인해 줘. 조금이라도 뒤가 잡히면 안 돼.”

“넵!”

전완수가 안개 속으로 이동하자, 이정우는 옆에 있는 이덕배에게 얘기했다.

“덕배 아저씨는 만석 아저씨랑 현배 아저씨, 호진이랑 같이 담벼락 담당해 주세요.”

“알았네.”

“현이는 나 따라와. 우린 남쪽 쪽문 막는다.”

“넵!”

이정우는 쪽문으로 이동하며 무전기를 들었다.

“재우야, 들리냐.”

치지직- 치직-

-말씀하세요.

“지금 정문에 너랑 덕록이뿐이지?”

-네, 둘이서 처리할게요.

“혜리도 그리로 보낼게.”

-둘이서 처리할 수 있어요.

“입구 폭만 8m야. 혜리는 뒤로 새는 좀비들 처리해야 돼.”

-아, 그럼 보내주세요.

그러자 옆에 있던 윤혜리는 헌팅 나이프를 쥐고 정문으로 이동했다.

이정우는 계속해서 지시를 내렸다.

“희연아, 들리니?”

-말씀하세요.

“옥상에서 좀비들 위치 계속 브리핑해 줘. 좀비들 뭉치거나 밀리는 장소 있으면 바로 얘기해 줘야 돼.”

-네!

“민정 이모 들리세요?”

-얘기해.

“민정 이모랑 덕록이 어머니, 이신혜 씨는 덕배 아저씨 쪽에 볼트 보충해 주세요.”

-알았어.

이정우는 마른침을 삼키더니, 곧 헛기침과 함께 얘기했다.

“마지막으로…… 엄마, 들려요?”

-들려.

“무전기 사용법 재우한테 배웠죠?”

-배웠어, 안 틀리니까 걱정하지 마.

“엄마는 규리 누나랑 현우, 그리고 구미 식량 조달팀이랑 같이 북쪽에 있는 쪽문 막아줘요.”

-알았어.

“몸조심해요. 무슨 일 생기면 나한테 바로 얘기하고.”

몸조심하라는 말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치지직- 치직.

-내가 책임지고 너희 어머니 지켜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

뒤이어 들려오는 방현우의 목소리.

이에 이정우는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우리 엄마 잘 모셔라.”

-걱정 마셔!

모두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생존자와 결인들.

아무리 부모님이라고 해도, 예외는 존재할 수 없었다.

이정우는 빠르게 현 상황을 정리하고, 옆에 있는 최현에게 얘기했다.

“도착하자마자 쉬지도 못하고, 미안하다.”

“멧돼지가 이리로 도망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최현이 싱겁게 웃으며 얘기하자, 이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조금만 더 힘내자.”

“오늘 저녁은 꿀맛이겠네.”

최현은 카타나를 뽑으며 이정우와 함께 남쪽 쪽문으로 향했다.

1,500마리의 좀비.

10분이면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이때까지는.

* * *

난 얼굴에 묻은 좀비들의 혈흔을 털어내며 설여원을 쳐다봤다.

설여원은 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푹 숙인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족히 2,500마리 이상은 잡은 것 같다.

설여원이 숨을 돌리는 동안, 홀로그램을 열고 좀비 카운트를 확인했다.

-현재 처리한 좀비의 수: 13360/50000

천호진의 이모네, 그리고 빌라 밀집 구역에서 11,200카운트를 높였다.

최현의 스킬 인형극 덕분에 빈사 상태의 좀비들을 손쉽게 처리하면서 많은 카운트를 높일 수 있었다.

띠링!

-현재 처리한 좀비의 수: 13361, 13362, 13363…….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좀비 카운트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설마.

황급히 설여원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여원아 일어나.”

“어디야.”

설여원은 카타나부터 손에 쥐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좀비가 나타났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난 홀로그램을 닫고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얘기했다.

“쉘터가 공격받는 거 같아.”

“쉘터?”

여기서 쉘터까지의 거리는 대략 15㎞.

홀로그램은 인식되지만, 무전기는 닿지 않는 거리.

설여원은 뒤늦게 홀로그램을 확인하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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