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02화
한계 돌파도 했으니, 변화한 플레이어 정보를 확인했다.
[플레이어 정보]
-캐릭터 이름: 에덤 화이트
-능력: 강화
-한계 돌파 3단계
*한계를 돌파할 때마다 기존 모든 스탯이 1.3배 증가합니다.
*다음 한계 돌파에 필요한 포인트는 6000입니다.
-현재 처리한 좀비의 수: 2160/50000
-남은 포인트: 397
-스킬: 좀비화, 급가속 Lv5, 감지 Lv5, 하울링 Lv1, 광폭화 Lv2
-패시브 스킬: 재생, 광란
-특수 스킬: 연격
*좀비화의 능력치 반감 페널티 ‘과부하’가 사라집니다.
연격은 조건부 스킬이라 그런지, 특수 스킬이란 이름이 붙었다.
그건 그렇고 다음 한계 돌파에 필요한 포인트가 6,000이라고?
좀비 카운트의 최대치가 5만이라고 적혀있는데?
그럼 좀비 카운트 5만을 채우고 환전해 봐야 5,000포인트 밖에 습득할 수 없다.
다음 환전에는 죽었다 깨어나도 한계 돌파가 불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그럼…… 다음 환전에는 그동안 못한 스킬 레벨을 높이거나, 포인트를 축적하는 식으로 진행해야겠다.
홀로그램을 닫고 일행의 곁으로 다가가자, 그들도 습득한 코인을 확인하고 있었다.
다들 대수롭지 않게 확인하고 있지만, 최현은 곰곰이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였다.
이에 최현을 쳐다보며 물었다.
“뭘 그렇게 고민해?”
“재형아, 다음에 좀비 무리 발견하면 나 실험 좀 해봐도 돼?”
“실험? 무슨 실험.”
“저번에 습득한 스킬 성능 좀 보려고. 인형극.”
1,000코인을 투자해서 습득한 스킬 인형극.
난 눈썹을 긁적이며 물었다.
“그거 능력이 뭐라고 했지?”
“와서 봐봐.”
최현의 홀로그램을 확인하자, 스킬 인형극에 관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인형극 Lv.1]
-반경 100m 내의 좀비들을 20초간 조종할 수 있습니다.
-하루 1회 사용 가능.
-대장 좀비의 수하를 조종하려면 스킬 레벨을 높이세요.
하루에 한 번.
정말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는 스킬이었다.
마리오네트도 하루 1회 사용이었던가?
다른 직접군은 추후 변화할 상황에 대비해서 코인을 아껴두는 게 좋지만, 최현은 지금 당장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다.
난 최현을 쳐다보며 물었다.
“지금 코인 얼마나 있어?”
“지금 8,387코인.”
코인을 8,000 이상 모았다고?
단순하게 좀비만 잡았다고 쳐도, 캐릭터 각성 후에 80,000마리 이상 잡았다는 말이 아닌가?
심지어 인형극을 배우는데 1천 코인을 소모하고 8,387이 남았다는 말이 된다.
벌써 그렇게 됐다니.
시간이 많이 지나긴 지났구나.
난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너는 스킬 레벨업 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치? 나는 세 번째 에피소드를 대비해야 하는 직업군도 아니니까.”
내심 코인을 사용하는 게 망설여지는지, 본인의 선택이 옳다는 걸 확인받고 싶은 것으로 보였다.
이에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레벨 높여봐. 어떻게 되는지 나도 궁금하다.”
최현은 훅, 하고 숨을 뱉으며 손가락을 옮기더니, 내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누른다?”
“눌러.”
띠링-
-스킬 인형극의 레벨을 높입니다.
-1000코인을 소모합니다.
고작 1000코인?
스킬 구매에 1,000코인, 레벨업에도 1,000코인이면 완전 이득 아닌가?
최현에게 더 투자하라고 하자,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손가락을 옮겼다.
-스킬 인형극의 레벨을 높입니다.
-2000코인을 소모합니다.
아, 역시.
시스템이 순수한 의도를 가질 리가 없지.
나도 스킬 레벨을 높일수록 2배의 포인트를 요구했다.
이는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최현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한 번 더?”
“너 하고 싶으면 해.”
“재형이 너는 레벨5부터 성능이 달라졌다고 했지?”
“그것 때문에 레벨업 하겠다고 한 거야?”
“어, 나도 달라지는 거 있나 해서.”
이에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을 회피했다.
나도 확신이 없다.
그리고 선택은 본인이 해야지, 나한테 맡기면 안 되지.
최현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더니, 괜히 성질을 내며 얘기했다.
“에이 씨, 몰라! 못 먹어도 고!”
최현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스킬의 레벨을 높였다.
-스킬 인형극의 레벨을 높입니다.
-4000코인을 소모합니다.
한순간에 7,000코인을 소모했다.
난 최현과 함께 변화한 스킬 설명을 확인했다.
[인형극 Lv.4]
-반경 400m 내의 좀비들을 20초간 조종할 수 있습니다.
-하루 1회 사용 가능.
-3단계 대장 좀비의 부하들까지 조종할 수 있습니다.
지속시간은 여전히 20초, 사용 횟수도 변하지 않았다.
다만 범위가 100m에서 400m로 증가하고, 3단계 대장 좀비의 부하들을 조종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최현은 감았던 눈을 서서히 뜨더니, 스킬 설명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씨X,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최현의 표정을 보고 반사적으로 웃음이 터졌다.
그의 실망한 표정을 보고, 예전에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저런 표정이었나?
최현은 뚱한 표정을 짓더니, 하단의 설명을 보고 투덜거렸다.
“3단계 대장 좀비?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인데?”
“기본 대장 좀비가 1단계. 3단계면…… 대명동 좀비로 따지면 이사급이지.”
“그럼 이사급 대장 좀비의 부하는 내가 20초 동안 조종할 수 있는 거야?”
“그렇지, 설명에 그렇게 나와 있잖아.”
최현은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호한 모양이다.
효과는…… 나중에 써보면 알겠지.
난 최현의 어깨를 토닥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충분히 쉰 것 같은데, 슬슬 이동할까요?”
정진영과 설여원은 가볍게 팔다리를 풀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에 최현은 한숨을 내쉬며 마지못해 일어났다.
투자한 코인에 비해 결과가 아쉬워서, 기력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천호진은 좌우를 살피더니, 내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형, 저 앞에 있는 시체들은 어떡해요?”
“저 많은 시체를 지금 처리하는 건 무리야. 일단 영일대 해수욕장부터 확인하고 생각하자. 여기서 500m 거리라고 했나?”
“네, 다 같이 승합차 타고 가요?”
“중형차 고장 났다며. 그럼 승합차 타고 가야지.”
천호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옆에 있던 정진영은 손목시계를 살피며 얘기했다.
“지금이 12시 20분이니까, 영일대 해수욕장 확인하고 간단하게 점심 먹자.”
“좋죠.”
“운전은 완수가 할 거지?”
정진영이 옆을 쳐다보자, 조금 전까지 그곳에 있던 전완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저 멀리 안개 속에서 전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서 뭐 해! 빨리 와!”
본인이 운전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이미 승합차로 이동한 상태였다.
* * *
영일대 해수욕장으로 이동하는 길은 지나치게 조용했다.
한차례 소동으로 인해 근방의 모든 좀비가 몰려든 탓도 있지만, 한때 대피소로 이용됐으니 해변 근처의 좀비는 얼추 정리된 것으로 보였다.
좁은 골목을 지나 해안도로에 다다르자, 내게도 익숙한 길이 눈에 들어왔다.
한때 동기들, 선배들, 후배들과 함께 자주 놀러 오던 영일대 해수욕장.
그날의 낭만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지금은 인기척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을씨년스럽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안개 때문일까?
아니면 사람의 인기척이 사라진 탓일까.
철썩이는 파도가, 마치 삼도천을 지키는 뱃사공의 손짓처럼 느껴졌다.
핸들을 쥐고 있는 전완수는 계속해서 좌우를 살피더니,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도심이랑 500m밖에 차이 안 나는데, 완전 다른 세계네.”
전완수의 말대로였다.
여긴…… 이승과 저승의 사이 어딘가.
마치 중천의 세계처럼 느껴졌다.
설여원은 전방을 주시하더니, 어딘가를 가리키며 얘기했다.
“완수야, 저 앞에 길 막아둔 거 아니야?”
“어디.”
“저쪽,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길 끝에. 자동차로 길 막아둔 거 아니야?”
전완수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정면을 응시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저기가 대피소로 사용된 건가?”
설여원은 도로와 모래사장을 번갈아 살피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맞네, 맞아. 모래사장에 벽처럼 생긴 거 깔려 있잖아.”
“저건…… 자동차 아니야?”
“차 옆에 철판 세워둔 거 같은데?”
설여원의 말을 듣고 전완수의 어깨를 톡톡 건드리며 얘기했다.
“완수야, 여기서부터 걸어가자.”
“오케이.”
승합차가 정차하고, 한발 앞서 차량에서 내렸다.
설여원과 전완수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하자, 부패한 시체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죽은 지 몇 달은 지난 시체들.
불로 태운 흔적은 없지만, 여기저기 칼자국이 보였다.
이곳에 있던 생존자들이 어떤 무기로, 어떤 방식으로 싸웠는지 시체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렇게 300m 정도 걸었을까?
설여원이 얘기한 바리케이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버스와 승합차를 도로부터 모래사장까지 기다랗게 연결하고, 그 옆에 각종 철판과 책상, 커다란 널빤지를 세워둔 형태.
여기저기 부서지고 휘고, 전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또한 철판에 흩뿌려진 혈흔은…… 이미 딱딱하게 굳은 상태였다.
무너진 틈 사이로 들어가자, 생존자들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찢어진 텐트와 모래에 파묻힌 식기, 부러진 막대기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 너머로 보이는 바다 위에 지어진 정자 영일정.
그리고 영일정으로 이어지는 다리 영일교.
그 위로 좀비들의 시체가 쌓여 있었다.
시체 일부는 파도에 젖어 푸르죽죽해진 상태였고, 고약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더는 생기를 찾아볼 수 없는, 무너진 쉘터의 모습이었다.
“아주 박살이 났네.”
등 뒤로 전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여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영일정을 쳐다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2층 난간에도 좀비들 시체 널려 있어.”
도심은 좀비들이 많으니, 완전히 바다에 터전을 만들고 생활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모습.
난 가만히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앞뒤가 안 맞는다.
포항 생존자들은 최근에 부산 광안리에 도착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 주변에 널브러진 시체들이 이렇게까지 부패한 상태는 아니어야 한다.
내 생각이 맞다면…… 이곳은 초기 쉘터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구미만 봐도 쉘터가 두 번이나 파괴되었다고 했으니, 포항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을 것이다.
난 두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상황을 그렸다.
포항 생존자들은…… 좀비를 피해야 한다는 생각에 바닷가로 이동하고, 급하게 바리케이드를 설치했을 것이다.
하지만 좀비들의 공습을 버티지 못하고 영일대 해수욕장을 포기했겠지.
그럼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말이 되는데…….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반복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정진영이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물었다.
“괜찮아?”
“네? 아, 네.”
내가 두통을 호소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정진영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아무래도 포항은…… 생존자가 없는 거 같아. 부산에 도착한 사람들이 마지막이었을 가능성이 커.”
“그건 그렇지만…… 아직 확신하긴 일러요. 여긴 파괴된 지 한참은 지난 것 같아요. 분명 다른 쉘터가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포항을 전부 돌아볼 순 없잖아? 중국 공격대가 언제 에피소드 클리어할지 모르는데.”
“예상가는 곳이 하나 있어요.”
정진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얼굴을 쳐다봤다.
이에 팔짱을 끼며 대답했다.
“항구요.”
“항구?”
“예전에 포항 신항에 지진대피소가 있다고 들었어요. 바닷가 앞에 대피소까지 있으니 쉘터로 사용됐을 겁니다.”
반박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확신이 없으니,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자 상황을 지켜보던 천호진이 조심스레 오른손을 들며 얘기했다.
“형, 북쪽에도 항구 있어요.”
“북쪽?”
“네, 장량동 옆에요.”
내심 장량동부터 확인하고 싶은지, 결인들의 눈치를 보며 얘기했다.
잠깐, 북쪽에도 항구가 있어?
북쪽에도 항구가 있다면…… 이곳에 있던 생존자들이 위아래로 갈렸을지도 모르겠다.
구미에 있던 쉘터도 변종의 공격을 받은 뒤에 생존자들이 뿔뿔이 흩어졌다고 하지 않았는가?
여기서 동쪽은 바다고 서쪽은 좀비가 바글바글한 도심.
생존자들의 선택은 북쪽과 남쪽으로 나뉠 수밖에 없다.
그러자 고민에 잠겨 있던 정진영이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우리 어차피 장량동도 확인해야 되잖아?”
“그렇죠.”
“장량동이랑 그 옆에 있는 항구부터 확인하자. 재형이가 말하는 포항 신항은 남쪽이거든.”
북쪽이고 남쪽이고를 떠나서, 지진대피소가 있는 건 포항 신항인데?
내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정진영은 이를 눈치채고 먼저 입을 열었다.
“포항 신항에 쉘터가 있다는 건 추측이지만, 북쪽은 호진이 이모네가 있잖아. 좀 더 가능성 있는 곳부터 확인하는 게 좋지 않겠어?”
정진영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찬성하니,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깔끔하게 목표를 정하고, 우린 고민할 필요 없이 행동으로 옮겼다.
정진영은 승합차로 이동하며 속에 담아두었던 불안한 마음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이번엔…… 흔적이라도 찾았으면 좋겠네.”
대답 대신 그의 등을 토닥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