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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193화 (193/373)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93화

난 설여원을 쳐다보며 물었다.

“이쪽으로 접근하진 않아?”

“쳐다만 보고 있어. 지금 움직이면 발각될 것 같아.”

“한 마리 확실하지?”

챙그랑!

그 순간, 먼발치서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적이 내려앉은 도시에 울려 퍼진 유리창 깨지는 소리는, 300m나 떨어진 우리의 귀에도 선명하게 들렸다.

설여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한 마리 아닌 것 같은데, 여기선 안 보여.”

“…….”

“어? 움직인다.”

“어디로.”

“건물로 들어가려고 해.”

생존자가 유리를 깨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야가 닿지 않는 곳에, 반대편 방면으로 또 다른 변종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변종이 유리를 깨고 들어갈 만한 일이라면…….

실내에 있는 생존자를 발견한 것이다.

난 뒤에 있는 일행에게 얘기했다.

“정우 형이랑 현이는 차 타고 따라와요. 여원이는 나랑 도보로 가자.”

“도보로? 승합차로도 알파1은 밀 수 있어.”

“밀 수는 있지. 대신 승합차도 수리해야 되잖아.”

“…….”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고속도로 올려야 돼.”

알파3이 나온 이상, 부산도 안전할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포항을 확인하고, 부산까지 내려가야 한다.

차량 수리로 차일피일 시간을 허비할 수 없으니, 몸으로 처리할 수 있으면 몸으로 처리하는 게 옳다.

난 이정우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건물 앞에 있는 변종은 제가 처리할 테니까, 입구에 차 대기하고 기다려주세요.”

이정우에게 승합차를 끌고 오라고 한 것은 생존자부터 태우기 위함이다.

생존자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혹시 모르니까.

난 설여원과 함께 곧장 대로를 질주했다.

설여원은 정면을 직시하며 내게 외쳤다.

“이쪽 본다! 100m!”

난 두 주먹을 말아쥐며 읊조렸다.

“가속.”

쾅!!

지면을 박차며 노도와 같이 달려들자, 안개 속에서 달려드는 알파1을 발견할 수 있었다.

놈은 대폭 증가한 내 이동 속도를 보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황급히 방향을 비트는 모습을 보였다.

도망치려고?

난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놈의 뒷다리를 붙잡고 휘둘렀다.

훙-!

쾅!!!

알파1의 상체가 건물 외벽을 강타하더니, 그 자리에 힘없이 엎어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경추를 짓밟았다.

콰득!!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50점이 주어집니다.

“위!”

옆에서 들려오는 설여원의 목소리.

고개를 들자, 외벽을 타고 내려오는 알파1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놈은 기다란 팔을 이용해 내 관자놀이를 노렸다.

회피하는 대신, 머리로 날아드는 변종의 팔을 잡고 그대로 지면에 내리꽂았다.

쩍!!

케엑!

변종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외마디 비명.

망설일 필요 없이 있는 힘껏 변종의 팔을 잡아당겼다.

낚싯줄에 끌려오는 물고기처럼, 놈은 상체를 비틀며 발악하기 시작했다.

스킬 급가속을 사용한 이상, 알파1의 움직임은 내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콱!!

놈의 어깻죽지에 발길질을 가하고, 동시에 팔을 비틀어 부러뜨렸다.

알파1이 비명을 지르려고 하기에, 무릎으로 안면을 내려찍었다.

쩍-!

두개골이 으스러지며 뒤집힌 바퀴벌레처럼 전신을 파르르 떠는 변종.

뒤에 있는 설여원을 쳐다보자, 그녀는 주변을 살피며 얘기했다.

“밖에는 없어.”

“건물 상태는 어때. 변종이 들어간 흔적 있어?”

“4층 통유리가 깨졌어. 한 마리 들어간 것 같아.”

끼이익!

뒤이어 바로 옆으로 정차하는 승합차.

난 이정우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형, 접근하는 변종 있으면 처리해 줘요.”

“넌 어쩌려고.”

“알파1 하나가 실내로 들어간 것 같아요.”

이정우가 고개를 끄덕이기에, 이번엔 설여원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여원아, 너도 여기 있어. 시야 확보할 사람이 있어야 돼.”

“알았어.”

소란을 듣고 접근하는 변종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일행에게 수비를 부탁했다.

역할을 분담하고, 황급히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2층, 3층, 4층까지 쏜살같이 올라간 뒤, 내부의 모습을 살폈다.

기다란 복도가 보이고, 좌우로 유리 벽이 줄지어 있었다.

유리는 붉은색 마카로 가위 표시가 되어 있었고, 전부 상가임대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곧 좌측 복도에서, 바닥에 널브러진 유리 파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기다.

챙그랑! 쩍- 챙강!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동하자, 유리 깨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소리의 근원지를 쳐다보자, 좌측 복도에서 유리를 깨부수며 무언가를 쫓아가는 알파1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돌아가기엔 멀다.

길이 없으면 만들어야지.

두 주먹 불끈 쥐고 바로 옆에 있는 유리를 강타했다.

와장창!!

알파1처럼, 유리를 깨부수며 대각선으로 길을 뚫었다.

그러자 알파1이 이곳을 돌아보며 읊조렸다.

“음…… 식.”

사포로 목젖을 긁는 것처럼, 듣기 거북한 음성이 들려왔다.

놈은 입꼬리를 올리며 방향을 틀더니, 곧장 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챙그랑!

유리를 깨뜨리며 내 머리칼을 향해 손을 뻗는 알파1.

난 알파1의 오른팔을 붙잡고, 그대로 잡아당겼다.

놈은 중력을 거스르는 힘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바닥의 유리 파편을 빗자루처럼 쓸며 내 앞에 엎어졌다.

난 오른손을 치켜들며 읊조렸다.

“먹는 거 아니야.”

쾅!!!

알파1의 관자놀이가 터지며 검붉은 핏물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50점이 주어집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사방을 살폈다.

하지만 사람의 형체는 보이지 않았다.

“감지.”

스킬 감지를 통해 건물 내부를 살폈지만, 푸른색이나 자주색으로 보이는 존재는 없었다.

좀비와 변종은 없는 것 같고…….

콜록!

그 순간, 좌측에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좀비와 변종은 기침을 하지 않는다.

또한 생존자는, 감지를 사용해도 색깔로 표시되지 않는다.

난 머리에 붙은 유리 파편을 털어내며 기침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소리가 들려온 테라스로 시선을 돌리자, 잔뜩 겁에 질린 남자의 얼굴이 두 눈에 들려왔다.

이미 한쪽 발은 난간 밖으로 나간 상태.

난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쳤다.

“그만! 멈춰요!”

남자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입술만 벙긋거리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너무 놀라서, 몸이 굳은 것으로 보였다.

난 마른침을 삼키며 얘기했다.

“진정하세요. 구조댑니다.”

“사, 사람?”

“예, 사람 맞아요.”

“괴물, 괴물은 어디 가고.”

혼비백산 남자의 모습.

조금 전까지 알파1에게 쫓기고 있었으니, 그의 상태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난 양손을 뻗어 진정하라는 손짓을 보이며 얘기했다.

“영화관에 있는 방현우 씨가 얘기해 주셔서 왔습니다.”

“…….”

“상모동 식량 조달팀 맞죠? 생존자는 더 없습니까?”

그러자 남자는 금세 얼굴을 붉히더니, 아랫입술을 파르르 떨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린 것으로 보였다.

이에 최대한 침착하게 물었다.

“생존자, 더 없습니까?”

“있습니다. 지금…… 상모동에 있어요.”

“왜 혼자 계신 거예요.”

“제 형님이…… 지금 움직일 수가 없어요.”

남자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좀비나 변종에게 물린 게 아니라, 과도하게 달린 탓에 얼굴이 창백했다.

날씨가 더운 것도 아닌데, 땀으로 샤워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과호흡 증세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든 호흡부터 되찾아야 한다.

뒤이어 내 곁으로 접근하는 발소리에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이정우와 최현, 설여원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자 테라스에 앉아 있던 남자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불안증세를 보였다.

너무 오랫동안 변종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불안하면 도망쳐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것으로 보였다.

이에 남자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는 기겁하는 모습을 보였다.

“괜찮아요, 진정하세요.”

남자의 두 눈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이 커다랗게 변한 상태였다.

하지만 내가 미동도 하지 않자, 남자는 폐부에 들어찬 탁한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남자와 눈을 맞추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천천히 심호흡하세요. 천천히, 괜찮아요. 이제 안전해요.”

“크흑.”

남자는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눈시울을 붉혔다.

난 남자의 표정을 보고 다시 한번 얘기했다.

“이제 안전해요. 전부 괜찮을 거예요. 당신은 안전합니다.”

안전하다는 말이 남자의 심장을 주무른 모양이다.

그는 고개를 떨구며 쉴 새 없이 눈물을 쏟았다.

뒤에 있는 최현을 쳐다보자, 그는 헛기침과 함께 내 곁으로 다가왔다.

뒤이어 남자의 등을 토닥이며 얘기했다.

“괜찮아요, 괜찮아. 울어도 돼요.”

남자를 위로함과 동시에, 그의 기억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 * *

설여원과 이정우가 남자를 위로하는 동안, 최현과 나는 따로 대화를 나누었다.

“확인했어?”

“좋은 사람이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최현은 테라스 방면을 슬쩍 확인하더니,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네 말대로야. 홈플까지 갔다가, 변종이 따라붙은 걸 확인한 거 같아. 영화관으로 돌아가면 변종을 끌고 가는 꼴이니 여기로 돌아온 거고.”

“생존자는 몇 명인데. 셋 다 살아 있어?”

“어, 셋 다 살아 있어.”

“남은 둘은 어디 있는 거야.”

“상모동에 아파트단지가 있어. 거기 숨어 있는 거 같아.”

“멀리도 갔네. 저 남자는 왜 혼자 있는 거야?”

“홈플에서 상모동으로 가는 길에 저 남자 친형이 다리가 부러졌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라도 했나?

다리가 부러진 일행을 데리고 도망칠 정도면…… 유대감이 보통이 아닌 모양이다.

최현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항생제나 진통제 찾으러 나왔다가 변종한테 들킨 거야.”

“그래서 상모동부터 여기까지 달린 거야?”

“여기가 어딘지도 모를걸? 앞만 보고 도망친 거 같아.”

체력이 보통이 아닌데?

감탄사를 터뜨리며 고개를 젓자, 최현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취미로 마라톤 하던 사람이야. 달리는 건 자신 있는 거 같아.”

남자의 취미가 마라톤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죽었을 것이다.

최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아파트에 친형이랑 형수가 같이 있는 거 같은데, 바로 이동할 거지?”

“친형이랑 형수? 가족끼리 조달팀을 꾸린 거야?”

“배신의 여지는 최대한 줄이는 게 좋으니까.”

하긴, 생판 남과 생사의 순간에 서게 되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

조금이라도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족이나 지인끼리 조달팀을 꾸린 모양이다.

물론 지인이라 해도, 생사의 갈림길에서는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 생각하면…… 구미 생존자들은 정말 선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혹은 두 차례나 쉘터가 파괴됐으니, 거르고 걸러서 모인 사람들이라 그런가?

얼추 상황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친형은 다리가 부러진 상태로 아파트에 있고, 친형을 간호하는 형수.

항생제와 진통제를 찾으러 밖으로 나왔다가 알파1에게 들킨 동생.

상황 파악을 마치고, 최현과 함께 테라스로 돌아갔다.

남자는 많이 진정된 모습을 보였다.

얼굴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남자는 설여원이 건네주는 물로 목부터 축이고, 옷소매로 입가를 닦으며 얘기했다.

“감사합니다. 구조대를 꾸리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사람 가려가면서 구조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싱겁게 웃으며 얘기하자,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대충 이해한 것으로 보였다.

이들도 많은 쓰레기를 마주했을 것이다.

물들지 않고 선한 마음을 유지한 것만 봐도, 인품을 알 수 있었다.

뒤이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한 차례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옆에 있던 이정우가 부축하자, 그는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미안합니다. 다리에 힘이 풀렸네요.”

“이제 달리지 않아도 됩니다. 일행은 상모동에 있다고 했죠?”

“네. 안내하겠습니다.”

남자를 부축하여 1층으로 내려왔다.

승합차에 남자를 태우고, 그가 안내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 * *

상모동에 위치한 아파트단지.

남자는 7층 702호로 들어서며 조심스레 일행을 불렀다.

“형, 형수? 어디 있어?”

그러자 안방 문이 열리며 낯선 여자가 고개를 내밀었다.

여자는 남자의 얼굴을 보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금세 울상을 지었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여자는 남자를 토닥이며 소리죽여 눈물을 쏟았다.

우리를 보고 놀라지도 않는다.

지금은…… 살아 돌아온 일행을 보고 안도감이 극에 달한 모양이다.

“상진이? 상진이냐? 상진아!”

안방에서 들려오는 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

다 함께 방문 앞으로 향하자, 오른쪽 다리가 부러진 남자가 식은땀을 흘리며 누워 있었다.

그는 우리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짓더니, 말까지 더듬으며 물었다.

“누, 누구십니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동생과 함께 왔으니 적은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정우는 남자의 곁으로 다가가며 얘기했다.

“치료가 끝날 때까지 움직이지 마세요.”

“예?”

“구조대예요.”

이정우의 손끝에서 은은한 빛이 맴돌더니, 부러진 다리가 치료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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