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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191화 (191/373)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91화

알파3부터 변종의 성능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 같더니, 보통 놈이 아니았다.

하긴, 외형부터 더는 인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6m에 달하는 키, 해괴망측한 얼굴, 낫처럼 휘어진 사지까지.

괴수나 다름없었다.

대체 알파3의 신체 능력은 얼마나 되는 걸까.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사용한 스킬들을 통해 얼추 파악할 수 있었다.

내가 광란을 중첩 사용했다는 건 광폭화와 광란이 유지되는 동안 알파3을 처리하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현재 내 근력은 55.

좀비화를 사용하면 110, 광폭화를 사용하면 220, 거기에 광란이 발동하면 440이 된다.

전투 중 광폭화의 지속시간이 끝나면 다시금 220이 되니, 알파3에게 일방적으로 밀렸을 것이다.

광폭화가 끝날 때까지 알파3을 처리하지 못했으니, 광린이 중첩 발동된 것이다.

내 원초아가 육체를 지키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말이다.

이는 알파3의 근력이 최소 450 이상이라는 말이 된다.

표피, 골밀도, 체력 등을 제외한 순수 근력만 450.

‘미친 괴물이네.’

현 상황에 알파2를 처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알파3은…… 파멸의 존재나 마찬가지였다.

이놈을 처리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

뒤에 있던 설여원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이거 뭐야? 지금…… 200코인 들어온 거야?”

그래, 내가 좀비 카운트 2000점을 획득했다면 일행에겐 200코인이 지급됐을 것이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들 탄성을 뱉으며 혀를 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최현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으며 얘기했다.

“보통 놈이 아니라고 생각은 했는데, 완전히 미친 괴물이었네.”

“아직 개체 수는 많지 않은 것 같아. 알파3만 조심하면서 이동하자.”

“당연히 개체 수는 적겠지. 알파2가 죽어야 알파3이 되는데, 누가 알파2를 죽여.”

최현의 말도 맞다.

알파2를 일반인이 죽이는 건 말도 안 되고, 플레이어도 버거운 게 사실이다.

이곳에 있던 알파3도…… 누군가가 알파2 하나를 처리하고, 뇌를 수습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됐을 것이다.

전완수는 현재 시각을 확인하더니, 피곤한 안색으로 얘기했다.

“처리했으면 빨리 가서 자자. 자야 내일 또 움직이지.”

난 이틀이나 잠을 자서 잠이 오지 않았다.

일행에게 먼저 가서 쉬라는 말을 남기고, 난 순찰을 돌겠다고 했다.

모두가 돌아가고, 난 죽은 알파3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언젠가 알파4가 나타나면…… 지금의 상태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더욱 강한 힘이 필요했다.

* * *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관내는 분주하게 돌아갔다.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모두가 짐 정리에 들어갔다.

그동안 설여원과 나, 이정우, 최현은 수색 준비를 마쳤다.

수비팀에 시야 확보가 가능한 사람이 둘은 있어야 안전하기에, 김희연과 전완수를 수비팀에 두었다.

그리고 전완수의 빈자리는 구미 지리에 능한 이정우가 들어왔다.

방현우는 들고 있던 지도를 내게 건네며 얘기했다.

“정말 고맙고…… 미안해.”

어쩌다 방현우가 죄인처럼 된 걸까.

본인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생존자들을 지켰다.

어깨를 펴야 하는 사람은 굽히고, 굽혀야 하는 사람은 떵떵거리며 사는 세상.

이 지긋지긋한 굴레는 내가 끊을 것이다.

난 방현우의 팔뚝을 가볍게 치며 얘기했다.

“최선을 다했잖아요.”

“…….”

“여기 있는 사람들 잘 지켜줘요.”

방현우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원평동과 인동은 거리가 멀지만, 형곡동과 상모동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또한 이곳을 공격한 알파2가 지원 요청했을 때, 수많은 변종이 몰려들었다.

어젯밤 고생한 만큼, 변종의 씨가 말랐을 가능성이 높다.

크게 위험하진 않을 것이다.

난 일행에게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승합차로 향했다.

운전석은 설여원이 담당하고, 조수석엔 이정우가 올랐다.

이쪽 지리에 밝은 이정우가 인간 내비게이션을 하기 위함이었다.

이정우는 설여원과 나, 최현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물었다.

“다들 무전기 챙겼지?”

“네.”

“자, 수류탄도 하나씩 받아.”

“언제 들고 왔어요?”

“혹시 몰라서 챙겼어.”

로그나이트로 무기를 만든 뒤로 수류탄과 소총, 쇠뇌를 사용하지 않았다.

칼로 써는 게 소음도 줄이고, 훨씬 효과적이었다.

이정우는 수류탄을 하나씩 나눠주며 얘기했다.

“수류탄은 정말 위험할 때만 사용해. 얼마 안 남았어.”

“저희 탄알은 얼마나 있어요?”

“탄알도 거의 없어. 대명동 좀비들 처리할 때 너무 많이 썼어.”

“볼트는요.”

“볼트는 덕록이랑 재우가 개조하겠다고 하더라.”

“개조요?”

“화살촉에 로그나이트를 입힐 수 있는지 실험해 보겠대.”

로그나이트로 만든 볼트.

그건 효과적일 것 같다.

대신 한 발 한 발이 소중하고, 사용한 뒤에는 필히 회수해야 한다.

이정우는 지도를 펼치며 얘기했다.

“가자.”

* * *

형곡동에 도달하자, 좁은 골목과 특이한 형태의 도로가 두 눈에 들어왔다.

이에 안개 속을 응시하며 이정우에게 물었다.

“형, 여기 길이 좀…… 이상한데요?”

“이쪽 길이 좀 특이해. 동네가 육각형 모양이거든.”

가뜩이나 길도 좁은데, 불법 주정차로 인해 속도도 낼 수 없었다.

설여원은 쉴 새 없이 사이드미러를 확인하더니, 결국 미간을 구기며 브레이크를 밟았다.

뒤이어 사이드브레이크를 걸며 얘기했다.

“걸어가야 할 거 같아.”

“왜, 못 지나가?”

“휠에 달린 칼날이 걸려.”

설여원의 의견에 다들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현은 가장 먼저 차에서 내리며 칼자루에 손을 얹었다.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동네를 살피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귀신 동네네 완전.”

오는 길에 좀비는 구경도 못 했다.

물론 변종도 보이지 않았다.

생명체가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만 풍기고 있었다.

서늘한 바람 속에 담긴 비릿한 피 냄새.

난 콧잔등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조심해요. 변종 있는 거 같으니까.”

“어떻게 알아?”

이정우가 묻기에, 난 건틀릿을 착용하며 얘기했다.

“피 냄새가 짙어요. 사냥이 한창인 거 같아요.”

이정우는 마른침을 삼키더니, 두 주먹을 쥐었다며 펴며 상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사신경이 증가함에 따라, 청각과 후각은 이미 인간의 영역을 초월했다.

난 몇백 미터 밖에서 풍기는 악취도 맡을 수 있었다.

뒤이어 운전석에서 내린 설여원이 이정우를 쳐다보며 물었다.

“먼저 확인해야 되는 마트가 어디예요?”

“저쪽 골목으로 쭉 들어가면 나와.”

방현우에게 받은 지도를 이정우에게 주었다.

지도에는 마트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기에, 이정우는 현 위치와 마트의 위치를 살피며 대답했다.

설여원은 이정우가 가리키는 방향을 가만히 응시하더니, 카타나를 뽑으며 얘기했다.

“다들 딱 붙어서 따라와요.”

* * *

형곡동을 샅샅이 살폈지만, 지도에 표시된 마트에는 생존자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형곡 시장까지 확인했지만, 작은 단서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설여원은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내쉬더니, 내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이런 식으로는 온종일 찾아도 못 찾아. 시간만 버리는 꼴이야.”

동감이다.

지도에 표시된 마트에 조달팀이 없다면 변종을 피해 숨었거나, 이미 죽었다는 말이 된다.

동네 전체를 확인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수색을 포기하고 차량으로 돌아왔다.

다들 착잡한 표정으로 차량에 올랐다.

내심 생존자가 있기를 기대했는데, 흔적조차 찾지 못해서 아쉬운 모양이다.

“야, 방법을 바꾸는 건 어때?”

뒤이어 옆에 있던 최현이 손가락을 튕기며 얘기했다.

최현을 쳐다보자, 그는 망설임 없이 얘기했다.

“우리가 찾아 나설 필요 없이, 생존자가 나오게 하면 되잖아.”

“무슨 수로.”

“고등학교에 갇혀 있던 생존자들 어떻게 찾았는지 기억 안 나?”

“……경적을 울리자고?”

그건 좀 위험한데?

알파3이 있을 확률은 없지만, 이 동네에 있는 모든 알파1이 몰려올 것이다.

또한 알파2가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앞에 있던 이정우는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결정은 재형이가 해.”

“네? 형도 찬성이에요?”

“네가 하자고 하면 우리도 할 거야.”

곤란한 마음에 이마를 긁적이자, 앞에 있던 설여원이 얘기했다.

“난 현이 의견에 찬성.”

설여원의 대답에 눈꼬리가 꿈틀거렸다.

언제나 신중한 모습을 보이던 설여원이 최현의 의견에 찬성할 줄은 몰랐다.

곧 설여원의 말이 이어졌다.

“우리 2시간은 돌아다녔어. 하지만 알파 변종도 못 봤다는 건…… 여긴 변종이 없는 거 아니야?”

“…….”

“어젯밤에 몰려온 변종의 숫자만 봐도 그래. 구미에 있는 변종의 씨가 마른 것 같은데?”

일리는 있다.

2시간이나 걸어 다녔는데, 우린 아무런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으니까.

심지어 은밀하게 이동하지도 않았다.

생존자 수색에 약간의 소란은 도움이 되기에, 알파 변종이 나타나기를 내심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한 마리도 못 봤다는 건…… 변종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형곡동은 원평동과도 가깝기에, 이규리가 순천향병원으로 돌아올 때 이 근처의 변종까지 전부 따라왔을 가능성이 있다.

설여원은 핸들에 손을 얹으며 물었다.

“어떻게 할래. 못 먹어도 고?”

까짓거, 안 되겠다 싶으면 차 타고 튀지 뭐.

지금은 우리도 지켜야 할 게 없고, 위험하면 도망칠 수 있는 상황이니까.

“고.”

설여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경적을 울렸다.

빠아아아아아앙!

정적이 내려앉은 도시로 시끄러운 경적이 울려 퍼졌다.

반응이 없자, 설여원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신호로 경적을 울렸다.

빵! 빵빵! 빵!

반응이 있을 때까지 기다렸지만, 이번에도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하다.

분명 차에서 내렸을 때 비릿한 냄새를 맡았는데…….

이렇게까지 조용하다고?

설여원은 차 문을 열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다시 한번 경적을 울렸다.

빵! 빵빵! 빵!

나도 차량에서 내려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에 이정우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정우 형, 여긴 생존자가 없는 것 같으니 상모동으로…….”

“잠깐.”

그 순간,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설여원이 우측을 바라보며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뒤이어 퍼석한 입술을 핥으며 얘기했다.

“알파 변종 두 마리.”

“알파1?”

“어.”

“어디.”

설여원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얘기했다.

“우측 골목. 200m.”

난 설여원이 가리키는 방향을 직시하며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설여원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여기 있어. 정리하고 올 테니.”

손쉽게 카운트를 올릴 수 있는 상황이라면 내가 직접 처리하는 게 이롭다.

100카운트 올릴 기회를 20카운트로 만족할 순 없지.

탓!

지면을 박차며 달려나가자, 안개 속에서 드리우는 알파1 두 마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주먹을 내지르는 찰나, 알파1의 얼굴이 두 눈에 들어왔다.

놈은…… 입에 붉은 핏물을 잔뜩 묻힌 채 무언가를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인간의 팔이었다.

빡!!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50점이 주어집니다.

사람 팔을 껌처럼 씹는 놈을 처리하고, 바로 옆에 있는 놈을 노려봤다.

옆에 있던 놈은 일격에 사망한 아군을 보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잔뜩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계할 게 아니라 도망쳤어야지.

탓!

쏜살같이 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두 눈 부릅뜨고 오른팔을 뻗자, 놈은 세차게 머리를 비틀었다.

이미 순천향병원에서 놈들의 패턴을 파악했다.

이 동네 알파 변종들은 반응속도가 좋다.

기이하게 휘어지는 알파1의 목을 보고, 두개골을 노리는 대신 목덜미를 붙잡았다.

동시에 있는 힘껏 지면에 내리꽂았다.

쾅!!

알파1의 안면이 아스팔트 바닥에 직격하며 이빨이 부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틈을 놓치지 않고, 황급히 뒤통수를 짓밟았다.

쩍!!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50점이 주어집니다.

두 마리의 알파1을 처리하고, 앞서 처리한 녀석의 얼굴을 살폈다.

질겅질겅 씹고 있던 사람의 오른팔.

그 오른팔을 보고, 착잡한 마음을 떨쳐낼 수 없었다.

사후경직으로 인해 꽉 쥔 주먹이 풀리지 않았다.

그 작디작은 주먹으로, 찢어진 에코백을 쥐고 있었다.

굶주리고 있을 자식을 생각하며, 죽는 순간까지 놓지 못한 이름 모를 생존자의 미련.

죽는 순간까지 자식 걱정뿐인 부모의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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