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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182화 (182/373)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82화

윤혜리의 말에 일행의 표정이 굳었다.

안 좋은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

다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미확인 변종이 존재한다는 말에 긴장한 것으로 보였다.

난 윤혜리가 당황하지 않도록 애써 태연한 목소리로 물었다.

“혜리야. 미확인 변종 마지막으로 확인한 장소가 어딘지 알아?”

“그건…….”

윤혜리는 손깍지를 끼며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자신 없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제가 이쪽 지리를 잘 몰라요. 넓은 주차장이 보이고…… 5차선 도로 맞은편에 카페가 있었어요.”

“카페 이름이 뭔데?”

이정우가 다가오며 물었다.

윤혜리는 곰곰이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이더니, 이정우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빨간색 간판이었어요. 24시간 카페였고…… 주변에 나무가 엄청 많았어요.”

“그럼 파스쿠찌 금오산점 같은데.”

이정우의 대답에 난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여기랑 가까워요?”

“가깝진 않아. 걸어서 이동하는 건 무리야.”

이정우의 대답을 듣고 다시금 윤혜리를 쳐다보며 물었다.

“미확인 변종 확실해?”

“확실해요. 키가 3m 가까이 됐어요.”

“또 다른 특이사항은 없었어?”

“두 팔이 바닥이 끌리는 거 같았어요. 오빠가 얘기했던 모습이랑 똑같아요.”

그럼 맞네.

미확인 변종.

아니지, 이젠 알파2라고 해야 하나?

난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일단 움직이죠. 쉘터부터 찾아가서 상황 파악하고, 향후 계획 세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슬슬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안개 속이 노랗게 물드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1시간 이내에 세상은 어두워질 것이다.

그러자 이정우도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다들 차량으로 돌아가. 쉘터부터 확인하자.”

알파 변종의 시신이 까맣게 타들어 간 걸 확인하고, 남은 불씨는 발로 밟아서 껐다.

더 늦기 전에, 우린 쉘터로 이동했다.

* * *

쉘터가 있다는 영화관은 병원과 굉장히 가까웠다.

대략 150m 거리.

우리가 구출한 여자의 이름은 이규리.

이규리가 쉘터의 위치를 어떻게 알았냐고 묻기에, 그건 차차 알려주겠다고 했다.

이규리는 불신 가득한 표정으로 일행을 노려봤다.

이에 대답 대신 시선을 회피했다.

지금은 하나하나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영화관 지하주차장에 차량을 정차한 뒤, 설여원과 나, 전완수, 최현은 보초를 섰다.

혹여나 우리를 쫓아온 알파 변종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뒤이어 이정우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재형아.”

“네 형.”

“우리가 먼저 올라가서 생존자 파악부터 할게.”

“네, 무슨 일 생기면 무전기로 얘기해 주세요.”

“미안하다, 쉬지도 못하고.”

“괜찮아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싱겁게 웃으며 대답하자, 이정우는 손에 들고 있는 작은 상자를 건네주었다.

“이거 여원이, 완수, 현이랑 같이 먹어.”

“……진영이 형한테 얘기했어요?”

“몰래 가져왔어.”

“허허, 이러면 대표 권력 남용인데.”

초코파이였다.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얘기하자, 이정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나중에 등짝 몇 대 맞지 뭐.”

“……진짜 이래도 돼요?”

“너희가 제일 고생 많은 거 다들 알아. 다들 어떻게든 챙겨주고 싶어서 안달이지. 초코파이 때문에 뭐라 할 사람들 아니야.”

“그럼…… 잘 먹을게요.”

“음료수도 승합차 뒤에 둘 테니까, 먹어가면서 해.”

“감사합니다.”

어떻게든 챙겨주려는 마음.

그거면 됐다.

이정우는 다른 일행을 이끌고 계단으로 이동했다.

뒤이어 설여원이 스리슬쩍 내 곁으로 다가오더니, 눈치를 보며 물었다.

“뭐야? 정우 오빠가 뭐 준 거야?”

“이거.”

“……나 하나만 먹어도 돼?”

“같이 먹으라고 주셨어.”

“오?”

설여원은 초코파이 3개를 챙겨서 하나는 본인 주머니에 넣고, 남은 2개는 전완수와 최현에게 하나씩 던졌다.

뒤이어 시야의 우측 상단에서 반짝이는 노란 불빛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을 때문에 온 세상이 노랗게 보이다 보니, 불빛이 점멸하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난 설여원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여원아, 잠깐 이쪽 좀 부탁할게.”

“이쪽? 내가 오른쪽 보초 서라고?”

“어, 나 홀로그램 좀 확인하려고.”

“아아, 그래.”

설여원은 초코파이를 먹으며 내가 경계하던 위치를 대신 확인해 주었다.

난 홀로그램부터 켜고, 현재 처리한 좀비의 숫자를 살폈다.

드디어 좀비 카운트 15,000을 달성했다.

1,500포인트가 들어온 상태였고, 일전에 사용하지 않은 포인트까지 합쳐서 1,597포인트가 남은 상황.

이에 고민할 필요 없이 한계 돌파를 시도했다.

-1,000포인트를 소모하여 한계를 돌파합니다.

-인간의 신체가 지닌 한계를 돌파합니다.

정신은 좀 맑아진 것 같은데, 이전처럼 몸이 뜨거워지거나, 특별한 반응이 나타나진 않았다.

직접적인 신체 변화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이제 시스템이 개입하는 건가?

그러려니 하며 플레이어 정보를 확인했다.

[플레이어 정보]

-캐릭터 이름: 에덤 화이트

-능력: 강화

-한계 돌파 2단계

*한계를 돌파할 때마다 기존 모든 스탯이 1.3배 증가합니다.

*두 번째 한계 돌파에 필요한 포인트는 3000입니다.

-현재 처리한 좀비의 수: 175/28000

-남은 포인트: 597

-스킬: 좀비화, 급가속 Lv5, 감지 Lv5, 하울링 Lv1, 광폭화 Lv2

-패시브 스킬: 재생, 광란

*좀비화의 능력치 반감 페널티 ‘과부하’가 사라집니다.

다음 한계 돌파를 하기 위해선 3,000포인트가 필요하다고?

포인트 획득에 필요한 좀비 카운트는 28,000.

즉, 남은 597포인트를 아껴둬야 다음 포인트 획득 시 한계 돌파가 가능하다.

이건 뭐…… 선택지가 없잖아?

아껴둬야지 어쩌겠는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홀로그램을 닫으려는 순간, 플레이어 정보 밑에 생성된 새로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좀비화의 능력치 반감 페널티 ‘과부하’가 사라집니다.

좀비화가 끝나면 1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가 반감되는 페널티 과부하.

그 효과가 사라졌다고 한다.

이게 한계 돌파의 매리트인가?

이럼…… 나쁘지 않은데?

다음 한계 돌파엔 어떤 매리트가 발생할까.

내심 기대감이 차올랐다.

그리고 모든 스탯이 1.3배 증가했다면…… 정확한 수치는 얼마나 되는 거지?

이전의 스탯을 떠올리며 하나하나 계산했다.

스탯 1에 해당하던 능력치가 근력 42, 체력 42, 반사신경 25, 동체 시력 25, 정신력 150.

스탯 2에 해당하던 능려치는 골밀도 31, 표피강화 31이었다.

모든 스탯의 소수점은 반올림 된다고 했으니, 여기서 1.3배 증가한다면…….

근력과 체력은 55, 반사신경과 동체 시력은 33, 정신력은 195, 골밀도와 표피강화는 40이 된다.

수치만 봐도 절로 미소가 번졌다.

알파2를 좀비화 없이 이기는 건 지금도 불가능에 가깝지만, 광폭화나 광란의 도움 없이, 좀비화만 사용해도 얼추 비빌 수 있을 것 같다.

홀로그램을 끄고 옆에 있는 설여원에게 물었다.

“주변에 변종 움직임은 없어?”

“지금은 조용해. 확인한다는 건 다 했어?”

“다 했어.”

치지직- 치직.

그 순간, 무전기에서 신호가 들어왔다.

-재형아, 올라와라.

“사람들 만났어요?”

-만났는데…… 우리끼리 얘기 좀 해야 할 거 같아.

이정우의 목소리가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가보면 알겠지.

주변에 변종은 없는 것 같으니, 서둘러 5층으로 향했다.

* * *

5층에 들어서자, 저 멀리 이정우가 오른손을 흔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생존자들은 영화관 5층, 1관에 모여 있었다.

눈어림으로 살펴보니, 얼추 8명의 생존자가 그곳에 있었다.

곧 이름 모를 남자가 다가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방현우라고 합니다.”

대뜸 내게 악수를 청하는 남자.

덩치도 좋고 키도 큰데, 얼굴은 순하고 안경을 쓰고 있었다.

얼떨결에 이정우를 쳐다보자,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내 친구야. 이전에 얘기했던 소꿉친구.”

“아, 반갑습니다. 박재형입니다.”

방현우와 악수를 주고 받고, 현 상황에 대해 물었다.

방현우는 대답 대신 이정우를 쳐다봤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정우가 대신 설명해 주었다.

“여기 있는 8명 말고도 생존자가 더 있는 거 같아.”

“몇 명이요?”

“9명.”

“9명이요? 지금 어디 있는데요.”

“식량을 구하러 나갔다는데…… 아직 소식이 없나 봐.”

문득, 이규리와 함께 나온 식량 조달팀의 최후가 떠올랐다.

3명이 한 팀으로 움직이는 모양이다.

9명의 식량 조달팀도, 어쩌면 탈출 과정에 변종에게 발각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방현우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원래 나흘이면 돌아와야 하는데, 벌써 일주일째 소식이 없어요.”

“식량 조달팀의 행동 범위는 얼마나 돼요?”

“이 근처는 거의 다 털어서 이젠 멀리까지 나갑니다. 금오산이나 인동까지 갈 때도 있고요.”

금오산이라면…… 아까 윤혜리가 얘기했던 알파2가 있는 장소 아닌가?

걸어가기엔 무리하고 하더니, 얼마나 식량이 없으면 거기까지 간단 말인가?

아니지, 안개가 퍼진지 넉 달 이상 지났으니, 근처 식량이 바닥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방현우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더니, 끝내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정말 죄송하지만, 동료들을 두고 갈 수는 없어요.”

대답 대신 이정우를 쳐다봤다.

벌써 상황 설명을 마친 건가?

얘기가 어느 정도 진행된 것 같으니, 빙빙 돌려 얘기할 필요 없이 방현우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렇게 걱정되면 직접 찾아 나서지 그랬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을 두고 어떻게 갑니까.”

난 방현우가 가리키는 사람들을 살폈다.

저 멀리, 앞줄에 앉아 있는 사람들.

10대 안팎의 아이들과 50대 이상의 여자, 혹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었다.

저런 사람들을 두고 도망가도 상관없을 텐데, 모두를 위해 식량을 구하러 나갈 정도라면…… 식량 팀의 인성을 알 수 있었다.

뒤이어 구석에 앉아 있는 이규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규리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 이규리를 위로하는 이름 모를 중년의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난 그들의 표정을 외면하며 이정우에게 물었다.

“형, 퀘스트는 완료됐어요?”

“퀘스트는 완료됐어.”

“예? 그럼 어머니는…….”

말끝을 흐리자, 이정우는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저기 앞에, 아이들이랑 같이 있는 게 우리 엄마야.”

이정우가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보자, 걱정 어린 표정으로 이곳을 쳐다보는 50대 여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난 황급히 고개 숙여 인사부터 했다.

그러자 아이들과 함께 있던 이정우의 어머니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돌아가신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천만다행이다.

이정우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전부 현우 덕이야.”

이정우가 방현우의 어깨에 손을 얹자,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 말 하지마. 너희 아버지…… 결국 못 구했어.”

“네가 최선을 다했다는 건 사실이잖아. 그것만으로도 고맙다.”

보아하니 윤혜리를 통해 이곳 상황부터 확인하고, 그 뒤에 방현우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모양이다.

그러니 이런 스스럼없는 분위기가 되지.

난 방현우의 얼굴을 쳐다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현우 형님 어머니는…….”

“우리 어머니도 살아계십니다. 저쪽에 규리 누나랑 같이 있는 사람이 우리 어머니예요.”

이규리를 위로하고 있던 중년의 여자가 방현우의 어머니라고 한다.

그럼 퀘스트도 완료되었으니, 곧장 포항으로 가면…….

아 참, 식량 조달팀.

이정우를 쳐다보자,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얘기 좀 하자고 한 거야.”

“바로 포항으로 갈지, 9명 구출할지 정하려고요?”

“맞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퀘스트가 완료된 시점에 이동하는 게 옳다.

9명의 정확한 위치도 모르는 마당에, 섣불리 움직이는 건 무리수였다.

하지만 이곳의 모든 사람을 대표해서, 식량을 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간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모른 체해도 괜찮을까?

사람다운 사람은 살리자고 다짐했는데, 쉽사리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착잡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며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오래 지나지 않아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고민을 정리하고, 이정우와 방현우를 쳐다보며 진지하게 얘기했다.

“9명의 정확한 위치라도 알면 시도라도 해보겠지만, 아무런 정보도 없이 저희 일행을 위험에 노출시킬 수는 없습니다.”

안타까운 건 사실이지만, 감정에 휘둘려서 내 가족이나 다름없는 친구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건 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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