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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163화 (163/373)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63화

대략 60m 거리.

20초가 끝나기 전에, 재빨리 옆구리에 차고 있던 수류탄을 손에 쥐었다.

충분히 던질 수 있는 거리였다.

안전핀을 뽑고, 있는 힘껏 회장이 있는 곳으로 수류탄을 던졌다.

훙!

폭발하기 전에 60m를 날아가야 하기에, 야구공처럼 일직선으로 던졌다.

감지로 확인할 수 있는 건 변종과 좀비의 움직임뿐이라서, 수류탄이 제대로 날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쾅!!!

뒤이어 고막을 때리는 폭음과 함께 창문이 흔들리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숙였던 상체를 일으키며 다시금 정면을 살피자, 회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갔어.’

두 눈 부릅뜨고 회장이 있던 곳을 살피자, 이윽고 바닥에 엎어진 푸른 인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회장은 오른팔과 오른쪽 다리가 잘려나갔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모습을 보였다.

수류탄이 발밑에서 터졌다면 그 자리에서 즉사해야 정상인데, 살짝 빗나갔나?

감지를 통해 주변 건물이나 엄폐물은 확인할 수 없었다.

이삿짐 트럭 때문에 수류탄의 궤도가 틀어진 모양이다.

크어어어어어!!

카하아악!! 하악!!

뒤이어 좀비들의 포효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폭음을 들은 좀비들이 반응하고 있었다.

몇몇이 회장을 둘러싸고, 나머지는 수류탄이 날아든 방향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회장이 도망칠 시간을 주면 안 된다.

또한 시체 먹기를 통해 신체를 회복하도록 내버려 두면 안 된다.

가능하면 좀비화를 사용하지 않고 처리하고 싶었는데, 역시 무리였나?

난 훅, 하고 숨을 뱉으며 읊조렸다.

“다이브.”

두근-

심장에서 아찔한 충격이 느껴지고, 모든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오기 시작했다.

시야를 가리던 자욱한 안개가 서서히 사라지고, 이곳으로 달려오는 좀비들의 모습이 육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하들과 놀아줄 시간은 없다.

1시간 이내에 6,000에 가까운 좀비를 상대하는 건 무리.

평범한 좀비도 아닌 회장의 수하들이기에, 뼈마디에 충격이 쌓이면 나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

난 회장이 있던 곳을 응시하며 다시 한번 읊조렸다.

“가속.”

쾅!!

창틀을 박차며 좀비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착지하자마자 하체를 접으며 다시 한번 뛰어오르자, 회장의 모습이 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벌써 수하들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파괴된 신체를 복구하고 있었다.

달려드는 좀비들을 무시한 채, 일직선으로 길을 뚫었다.

열심히 시체를 뜯어먹던 회장은 인기척을 느끼고 이곳을 돌아봤다.

“크어어어어어!!”

놈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내 얼굴을 직시하며 포효를 내질렀다.

-전투의 포효가 적용됩니다.

-500m 내의 수하들은 대장 좀비의 포효에 따라 강화됩니다.

-대장 좀비와 그의 수하들의 신체 능력이 10분간 1.5배 증가합니다.

눈앞으로 떠오르는 홀로그램.

전투의 포효?

회장의 스킬인가?

크어어어어어어!!!

좀비들의 이동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회장과 수하들의 근력, 골밀도 등의 신체 능력을 수치로 환산하면 대략 14.

거기서 1.5배가 증가하면…… 순식간에 21이 된다.

이는 각성한 일행과 거의 동등한 스탯을 지니는 것이다.

갑작스레 빨라진 수하들이 내 앞을 가로막기 시작했다.

이에 지면을 박차며 코앞의 좀비에게 날아차기를 가했다.

쩍!!!

좀비의 안면이 함몰되며 지푸라기처럼 쓰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회장의 수하들이 강해졌다 한들, 내겐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성 이사를 처리하고 근력과 골밀도를 2배 가까이 높였기에, 지금은 좀비화만 사용해도 예전 광폭화를 사용했을 때와 동등한 힘을 지녔다.

현재 내 근력은 84.

좀비화를 사용한 내게 회장의 수하들은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회장은 기겁하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도망치는 와중에도 괴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괴성을 듣고 근방에 있던 모든 좀비가 달려드는 것으로 보아, 나를 저지하라는 명령을 내린 모양이다.

6,000마리의 좀비가 광견병에 걸린 짐승처럼 내 뒤를 쫓는 상황.

침착하자.

당황할 필요 없다.

적들이 빨라졌다면, 다시 느려지게 만들면 그만이니까.

“크어어어어어어!!”

-스킬 하울링을 사용합니다.

-두려움이 각인된 적들의 이동 속도가 30% 반감됩니다.

근처에 있던 수하들의 이동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고, 도망치던 회장의 움직임도 둔해졌다.

놈은 어깨너머로 뒤를 돌아보더니,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혼비백산한 표정을 지었다.

머리가 좋은 늙은 여우라고?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한낱 미물일 뿐이다.

아무리 지략이 뛰어나도,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 법.

회장은 구석에 몰린 쥐새끼처럼 최후의 발악을 시도했다.

훙-

내게 주먹을 내지르지만, 놈의 움직임은 너무나 하찮았다.

얼굴로 날아드는 팔을 붙잡고 그대로 꺾어버리자, 회장은 비명을 내지르며 전신을 파르르 떨었다.

황급히 회장의 뒤를 잡으며 얘기했다.

“수하들한테 명령해. 움직이지 말라고.”

회장은 본능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말을 듣지 않으면 목이 달아난다는 것을.

회장의 목을 뒤에서 조르며 서서히 악력을 더하자, 회장은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크어어어어어어!!”

달려들던 좀비들이 일제히 멈춰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회장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명령해. 똘똘 뭉치라고.”

“크르르르…… 카하악!”

회장의 명령에 따라 수하들이 옹기종기 모이기 시작했다.

옹기종기?

6,000에 달하는 숫자였다.

아무리 뭉쳐도 숫자가 주는 압박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내게 남은 수류탄은 3개.

지금 던지면 효율을 높일 수 없으니, 회장부터 처리하고 수하들을 정리해야겠다.

회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바짝 긴장한 모습을 보이더니, 말까지 더듬으며 얘기했다.

“이, 이봐. 젊은 친구. 말로 하자고.”

이 와중에도 머리를 굴리는 건가?

“자네가 원하는 건 다 줄 수 있어. 정말이야. 우리가 힘을 합치면 뭐든 할 수 있다고!”

회장의 말을 듣고 눈꼬리가 꿈틀거렸다.

빠져나갈 방안을 모색하는 것 같지만, 쓸데없는 저항일 뿐이다.

애초에 들을 생각이 없으니까.

최현을 통해 회장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5시간 이내에 모든 좀비를 정리해야 한다.

난 회장의 머리를 붙잡으며 얘기했다.

“원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그래, 그래! 얘기해! 내가 다 들어줄 수 있어!”

“당신 목숨이면 충분합니다.”

“뭐?”

우드득!!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회장의 목을 부러뜨렸다.

-대장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70점이 주어집니다.

눈앞으로 떠오르는 홀로그램.

70점?

알파 변종보다 많이 주고, 미확인 변종보다 적은 카운트.

뒤이어 똘똘 뭉쳐 있던 6,000마리의 좀비들이 전신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대장이 죽으면서 평범한 좀비로 전락하고 있었다.

이에 황급히 수류탄을 손에 쥐고 뭉쳐 있는 좀비들에게 투척했다.

쾅!! 쾅!!! 쾅!!

50m 앞의 좀비들에게 연달아 수류탄을 투척하자, 순식간에 몇백 마리의 좀비들이 차디찬 주검으로 전락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재빨리 좀비들에게 달려들었다.

한 놈이라도 살려두면 퀘스트가 완료되지 않기에, 5시간 이내에 모든 좀비를 정리해야 한다.

* * *

황금네거리에 위치한 빌딩으로 곽찬혁과 윤혜리가 들어섰다.

박재우는 버스를 운전해야 하기에, 대장 좀비는 두 사람에게 맡겼다.

홍 이사와 김 이사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뒤이어 홍 이사는 눈살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너희들…… 각성 플레이어냐?”

홍 이사가 묻자, 곽찬혁은 대답 대신 소총을 견착했다.

“수하들 부를 생각이면 포기해.”

철컥.

귓가를 울리는 장전 소리에, 홍 이사는 두 주먹을 파르를 떨며 분기를 가라앉혔다.

수성구 쉘터가 보통이 아닐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설마 각성 플레이어들의 근거지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모든 계획이 물거품으로 변했다.

얼추 상황만 파악하고, 상동교로 돌아가 회장을 선두에 세울 속셈이었다.

조심성이 많은 회장을 속이려면 진실 속에 거짓을 숨겨야 하기에, 군말 없이 정찰대로 들어왔다.

하지만 각성 플레이어들로 인해 모든 계획이 무산되고, 이곳에서 쓸쓸히 죽을 운명에 처했다.

김 이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더니, 대뜸 곽찬혁을 향해 소리쳤다.

“야 이 새꺄!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우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부회장님과 회장님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너희를 돌려보낸다고 우리한테 득 될 것도 없잖아.”

곽찬혁이 태연하게 반박하자, 김 이사는 빠득빠득 이를 갈았다.

끼이이익-!

뒤이어 빌딩의 입구에 중형 트럭이 정차했다.

정진영은 차량에서 내리며 김희연에게 소리쳤다.

“근처 돌면서 기다려! 대장 좀비 처리하면 손전등으로 위치 알릴게!”

“네!”

정진영이 조수석의 문을 닫자, 김희연은 있는 힘껏 액셀을 밟으며 황금네거리의 좀비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진영은 건물로 들어서며 물었다.

“대장 놈들 어디 있어요.”

안개 때문에 홍 이사와 김 이사가 눈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곽찬혁은 대장 좀비들을 직시하며 대답했다.

“15m 앞에.”

“예? 뭘 망설여요? 빨리 안 죽이고.”

“혹시 모르잖아. 정보 빼낼 만한 게 있을지.”

정진영은 옆에 있는 윤혜리를 쳐다봤다.

곽찬혁이 버스에 있는 윤혜리를 데리고 나온 건 데니의 능력 때문이었다.

정진영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빨리 죽여요. 정보는 부회장이랑 회장한테 뽑아내도 되니까.”

“후발대는 아직이야?”

“방금 무전 왔어요. 후발대 움직이기 시작했고, 지금 상동네거리에서 상대하고 있다고.”

곽찬혁은 마른침을 삼키며 김 이사의 이마를 조준했다.

정진영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곳을 빨리 정리하고 상동네거리 일행을 돕는 게 우선이다.

띠링!

그 순간, 정진영의 눈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대장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7코인이 지급됩니다.

대장 좀비를 처리하면 2.5코인이 들어오는 게 정상이었다.

그런데 7코인이라니?

정진영이 놀란 눈으로 윤혜리와 곽찬혁을 쳐다보자, 두 사람도 마른침을 삼키며 눈앞의 홀로그램을 읽어내려갔다.

정진영은 곽찬혁을 쳐다보며 물었다.

“7코인이면…… 회장 아니에요? 부회장이 7코인이나 주는 건 아닐 텐데.”

“난 공격대원이라 3.5코인 받았어. 이 정도면…… 회장이 죽었다고 봐야지.”

곽찬혁과 정진영의 대화를 듣고, 이를 빈틈이라 생각한 김 이사가 지면을 박차며 곽찬혁에게 달려들었다.

탕!!

하지만 아무리 빨리 뛰어도, 총보다 빠를 순 없었다.

1층 로비로 메아리치는 단발의 총성.

털썩-

김 이사는 방전된 로봇처럼 힘없이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대장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1.25코인이 지급됩니다.

곽찬혁은 소리결 파티가 아닌 공격대에 속하기에, 2.5코인이 아닌 1.25코인을 받았다.

곽찬혁은 눈앞의 홀로그램을 닫고 재빨리 홍 이사를 조준했다.

홍 이사는 허탈한 표정을 짓더니, 곽찬혁을 쳐다보며 물었다.

“방금…… 회장이 죽었다고 그랬어?”

“이제 당신 도와줄 사람 없어.”

홍 이사는 넋이 나간 표정을 짓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실성한 사람처럼 웃었다.

“하, 하하! 하하하하하!”

“……뭐가 웃기지?”

곽찬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홍 이사는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

“부질없어.”

“……뭐?”

“내 손으로 죽였어야 돼. 내 손으로…… 내 손으로 죽여야 하는데……! 내가 죽여야 의미가 있다고!!”

홍 이사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광기에 찬 홍 이사의 모습에, 곽찬혁은 마른침을 삼키며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었다.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모르기에, 긴장한 표정으로 홍 이사의 얼굴을 조준했다.

홍 이사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바닥을 응시하더니, 콧방귀를 뀌며 혼잣말을 읊조렸다.

“사는 거…… 진짜 X같다.”

윤혜리가 조심스레 다가가려 하자, 정진영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

“뭐 하는 거야? 미쳤어?”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거 같아요. 알아봐야죠.”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어. 괜히 나서지 말고 기다려.”

정진영이 윤혜리를 잡아끌자, 홍 이사는 두 사람을 쳐다보며 아무런 말도 잇지 않았다.

뒤이어 엷은 미소를 짓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희, 대학생이니?”

“……이 상황에 나이가 중요합니까?”

“살아 있을 때 하고 싶은 거 다 해. 너무 참고 살면 후회밖에 안 남아.”

홍 이사는 혓바닥을 쭉 내밀더니, 악에 받친 눈으로 본인의 혀를 씹었다.

이에 곽찬혁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황급히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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