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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161화 (161/373)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61화

띠링.

-긴급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무전을 마치자 눈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단결된 의지: S]

-모든 공격대원이 삶의 의지를 불태웁니다. 힘을 합쳐 황금동을 공격하는 좀비 무리로부터 살아남아야 합니다.

-클리어 보상: 모든 공격대원에게 상점 이용권을 지급합니다.

-클리어 조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모든 좀비를 처리하세요.

-제한 시간: 5시간

5시간 내에 16,000에서 18,000에 달하는 좀비를 처리하라는 퀘스트.

난이도가 S로 설정된 이유를 알 것 같다.

처리해야 하는 좀비의 숫자에 비해, 제한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뒤이어 전완수의 목소리가 무전기로 들려왔다.

-다들 퀘스트 확인했어요?

“확인했어. 퀘스트 못 받은 사람 있어요?”

그러자 무전기 너머로 곽찬혁과 정진영의 대답이 들려왔다.

-받았어.

-나도.

퀘스트를 성공하면 모두에게 상점 이용권이 지급되지만, 실패 시 페널티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퀘스트.

난 안개의 표면을 직시하며 얘기했다.

“온다, 다들 숙여.”

두두두두두두두두…….

크르르르…… 크어어어.

상동교 너머에서 들리는 다수의 발소리.

점점 가까워지는 좀비들의 음성.

설여원은 적의 동태를 주시하며 얘기했다.

“못해도 6,000마리.”

“동요하지 말고 대기해.”

설여원은 상동교를 건너 상동네거리로 진입하는 좀비들을 주시했다.

빠르게 눈을 굴리며 좀비들의 행색을 살피더니, 내 얼굴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방금 대장 좀비 하나 본 것 같은데, 확실하진 않아.”

“한 마리야?”

“모르겠어. 숫자가 너무 많아서 전부 확인하기 어려워.”

지면과의 거리는 20m.

우린 좀비들의 후각이 작용하는 범위에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신에 좀비들의 핏물을 발라둔 상태였다.

효과가 있는지, 상동네거리를 지나 황금네거리로 향하는 좀비들은 우리를 인지하지 못했다.

대로 건너편의 좌측 건물 옥상을 살피자, 좀비들을 살피던 전완수가 이곳을 쳐다보며 손가락을 펼쳤다.

V 모양.

대장 좀비가 2마리라는 건가?

2마리가 6,000에 가까운 수하를 끌고 왔다면…… 부회장과 이사급이 이 밑에 있다는 말이 된다.

난 무전기를 들고 속삭이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찬혁이 형, 진영이 형, 그쪽으로 좀비들 들어갑니다. 대장 좀비는 두 마리, 부회장이랑 이사로 추정됩니다.”

-확인.

-오케이.

두 사람의 대답을 듣고, 난 이정우와 설여원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둘은 여기서 좀비들 동태 계속 확인해요.”

“어디 가려고.”

이정우가 놀란 표정으로 묻기에, 난 상동교 건너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이삿짐 트럭을 끌고 왔잖아요. 좀비가 운전을 어떻게 해요?”

“……대장 좀비가 트럭 근처에 있다는 거야?”

“그럴 가능성이 높아요. 부회장이랑 이사가 선봉대로 들어왔으니, 후발대에 회장이 움직일 가능성은 낮아요.”

“무슨 근거로.”

“선봉대는 황금동 쉘터의 생존자들이 막아줄 겁니다. 그럼 회장 입장에선 아무런 정보도 없이 선봉대를 잃은 거죠.”

“네 말은…… 회장이 정보를 얻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을 거라는 거야?”

이정우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 정보를 얻기 위해 후발대가 출발할 거고, 회장은 직접 나서기보다 공명 좀비들을 뒤에 붙일 겁니다.”

“공명 좀비?”

“수하들이 사망하는 위치를 기억했다가, 마지막에 총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커요. 그러니 회장은 공명 좀비들을 후발대에 붙이고, 본인은 뒤에서 관망할 겁니다.”

“본인은 뒤에 있고, 후발대로 움직이는 대장 좀비한테 수하들만 붙인다는 거지?”

“네, 몸집이 있어 보이도록 다수의 수하를 붙일 겁니다. 후발대 대장을 지키라는 명령으로.”

“만약 아니면?”

“아닐 수가 없어요. 창고에 있던 좀비들을 이삿짐 트럭에 싣고 왔다는 건 최대한 머릿수를 활용하겠다는 뜻이니까요.”

이정우는 그제야 아, 하는 탄성을 뱉으며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정보가 생길 때까지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는 건, 정보가 생기기 전까지 빈틈이 많다는 거죠.”

“관망하는 회장을 공격하려고?”

“네.”

“혼자 괜찮겠어? 시야 확보도 안 되면서.”

이정우가 설여원을 쳐다보자, 설여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나랑 같이 가. 정우 형은 저쪽 완수랑 현이 있는 곳으로 붙고…….”

“아니야. 시선 분산은 최소한 2팀이 있어야 돼. 완수랑 현이, 여원이랑 정우 형, 이렇게 움직여.”

설여원은 곤란한 표정으로 이정우를 쳐다봤다.

이정우는 눈썹을 긁적이며 입맛을 다시더니,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생각이 있는 거지?”

“네, 스킬 감지로 대장의 위치만 파악되면, 속전속결로 끝낼 수 있어요.”

“상동교로 건너는 건 불가능할 것 같은데, 길은 알아?”

“아까 지도 보면서 이쪽 지리는 숙지했습니다. 북쪽으로 1.4㎞ 정도 올라가면 다리 하나 더 있어요.”

“엄청 돌아가네.”

“저한텐 금방이죠.”

이정우는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생각을 정리하더니, 금세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무전치고 빠져나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황급히 북쪽으로 향했다.

현재 근력과 체력이면 100m를 돌파하는 데 6초가 걸리지 않을 것이다.

아직 한계돌파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내 신체 능력은 인간의 범주를 한참 벗어났다.

* * *

“전원 대기.”

곽찬혁은 황금동 방향의 건물 옥상에서 좀비들의 동태를 살피며 무전기에 얘기했다.

크르르르…… 크어어어어!!

황금네거리의 골목 곳곳에 자리 잡은 생존자들은 귓가로 들리는 좀비들의 육성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황금동 쉘터의 생존자들은 20명씩 한 팀을 이루고 있었다.

팀당 무전기 하나.

곽찬혁의 명령에 따라, 숨죽인 채 골목을 지키고 있었다.

죽창을 말아쥔 생존자들의 손에 땀이 맺히고, 떨리는 동공이 그들의 심리를 대변한다.

두두두두두두두-

크어어어어어어!!

이윽고 수천 마리의 좀비가 황금네거리에 도달하자, 선두에 있던 좀비가 오른손을 들며 정지 신호를 보냈다.

양복을 입은 여자 좀비.

굳이 묻지 않아도, 저 여자가 홍 이사라는 걸 곽찬혁은 알 수 있었다.

곽찬혁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옆에 있는 이덕배에게 얘기했다.

“덕배 형님, 소총. 빨리.”

“여기.”

이덕배가 소총을 건네주자, 곽찬혁은 소총을 견착하며 대장 좀비의 이마를 조준했다.

전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대장부터 처리할 수 있는 기회.

거리가 상당하기에, 곽찬혁은 신중하게 홍 이사의 이마를 조준했다.

홍 이사는 옆에 있는 또 다른 대장 좀비와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황금네거리에 가득한 시체 냄새와 휘발유 냄새에 당황한 걸까?

혹은 황금동으로 향하는 길목에 즐비한 시체들을 보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걸까.

영문은 모르겠지만, 박재형의 말대로 2마리의 대장 좀비가 선발대로 출정한 건 확실했다.

곽찬혁은 긴장감을 떨쳐내기 위해 천천히 숨을 뱉으며 방아쇠에 검지를 얹었다.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고 다독이며,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총구를 떠난 탄알은 날카로운 빗금을 그으며 홍 이사의 얼굴로 날아갔다.

하지만 이마를 관통하지 못하고, 홍 이사의 어깨를 박살 내는 모습을 보였다.

“젠장……!”

다시금 방아쇠를 당기려는 찰나.

“크어어어어어어!!”

홍 이사의 옆에 있던 또 다른 대장 좀비가 포효를 내질렀다.

그러자 뒤에 있는 수하들이 일제히 황금네거리를 지나 황금동으로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 찰나의 순간에, 탄알이 날아든 궤도를 파악한 모양이다.

혹은 홍 이사의 어깨에 생긴 구멍을 보고, 곽찬혁의 위치를 파악했을지도 모른다.

크어어어어어어어!!

카하아악!! 카하악!!

수천 마리의 좀비가 몰려온다.

곽찬혁은 들고 있던 소총을 내려놓고 다급히 무전기를 들었다.

“이민정 씨! 준비되셨습니까?”

실개천 너머의 생존자, 박재형의 일행 이민정.

지금은 여자 남자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싸우기 위해 밖으로 나온 상황.

-준비됐습니다!

이민정의 목소리를 듣고, 곽찬혁은 좀비들의 위치를 살폈다.

길거리의 흔하디흔한 좀비들이 아니었다.

시체를 지르밟으며 달리고 있음에도, 속도가 줄어드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순식간에 접근하는 좀비들을 보고, 곽찬혁을 무전기에 소리쳤다.

“던져요!”

훙-

뒤이어 반대편 옥상에서 붉게 타오르는 횃불이 길거리에 깔아둔 시체 더미 위로 떨어졌다.

화르르륵-!!

어둑한 세상이 순식간에 밝아지고, 대로에 널브러진 시체들이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위에 있던 홍 이사와 김 이사의 수하들은 지옥 불에 휩싸여 고통에 몸부림치는 망령처럼 두 팔을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황금동으로 진입하던 수하들이 순식간에 화형당하자, 황금네거리에 있던 대장 좀비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홍 이사를 부축하고 있던 김 이사는 좌우를 살피더니, 주변의 수하들에게 일사불란하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카하악!! 카악!!”

그러자 수백 마리의 좀비가 사방으로 산개하며 곽찬혁이 있는 건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곽찬혁은 그 모습을 확인하고 무전기를 들며 외쳤다.

“1팀, 2팀, 3팀! 골목으로 좀비들 접근합니다! 준비해!”

각 골목에 있던 남자들은 무전을 듣고 황급히 죽창을 들고 일어났다.

또한 건물 4층 높이에서 대기하던 여자들은 횃불에 불을 붙였다.

골목에 다다른 좀비들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설치된 무릎 높이의 밧줄을 확인하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박재형의 일행이 가져온 정과 망치로 아스팔트 바닥에 단단히 고정한 밧줄이었다.

떠덕! 쩌더덕!

선두의 좀비들이 밧줄에 걸려 넘어지자, 뒤따라오던 좀비들도 발이 걸려 넘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관중 하나 때문에 아수라장으로 변한 자전거 대회처럼, 좀비들은 서로 깔고 뭉개며 뒤엉키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이야!”

그 모습을 확인한 생존자가 소리치자, 죽창을 들고 있던 남자들이 3m 높이로 쌓아둔 시체 벽을 밀었다.

넘어진 좀비들의 위로 시체가 쏟아지고, 뒤에서 달려오던 좀비들은 파도에 휩쓸린 사람처럼 뒤로 밀려나는 모습을 보였다.

곧 죽창을 들고 있던 남자가 바닥에 내려둔 횃불을 들고 좀비들에게 집어 던졌다.

화르르르륵!!

휘발유에 젖어 있던 시체들이었다.

전신이 불이 옮겨붙은 좀비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발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4층에서 대기하던 여자들이 황급히 좀비들의 위로 휘발유를 부었다.

“정수 엄마! 휘발유 더 가져와! 빨리!”

“수진 엄마! 손 조심해!”

뜨거운 열기로 인해 본인의 살이 익어가는 것도 잊은 채, 창가의 여자들은 쉴 새 없이 좀비들의 머리 위로 휘발유를 부었다.

전신에 불이 붙은 상태에서도 발악하며 달려드는 좀비들은 남자들이 죽창을 들고 상대했다.

좀비들과 전면전이 시작되자, 곽찬혁은 다급히 무전기에 대고 외쳤다.

“진영아! 재우야! 출발해!”

번-쩍!

부르르르릉-

좀비들의 화형식이 신호탄이 되어, 동대구로에 숨어 있던 중형 트럭과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곽찬혁은 황급히 건물 1층으로 내려가 박재우와 만나기로 한 장소로 이동했다.

크어어어어!!

전신에 불이 붙은 몇몇 좀비들이 곽찬혁을 발견하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곽찬혁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다급히 헌팅 나이프를 뽑는 찰나.

퉁! 퉁! 퉁!

좀비의 관자놀이에 박히는 볼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빨리 가!”

발치에서 들리는 이덕배의 목소리.

곽찬혁이 버스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엄호부대가 따라나섰다.

곽찬혁은 가벼운 목례와 함께 황급히 이동했다.

굽이굽이 이어진 골목을 빠져나와 박재우와의 약속장소에 다다르자, 눈부신 상향등과 함께 경적을 울리는 버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빠아아아앙!

곽찬혁은 주머니에 넣어둔 손전등을 꺼내며 박재우를 향해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대로를 질주하던 버스가 다급히 브레이크를 밟으며 정확히 곽찬혁의 앞에 정차했다.

“빨리 타요!”

박재우의 외침에 곽찬혁은 황급히 버스에 올랐다.

모든 상황이 계획한 대로, 연습한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출발해!”

곽찬혁이 외치자, 박재우는 황급히 버스의 기어를 바꾸며 황금네거리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김희연과 정진영이 중형 트럭을 담당하고, 버스를 운전하는 박재우는 곽찬혁과 합을 맞추었다.

크어어어어어!!!

뒤이어 동대구로를 막아선 좀비들의 모습이 박재우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박재우는 이 악물고 액셀을 밟으며 소리쳤다.

“다들 꽉 잡아!”

버스에 타고 있던 윤혜리와 황덕록, 이현배와 최만석, 그리고 곽찬혁까지 황급히 손잡이를 붙잡았다.

쾅! 콰각!! 텅- 떠덕!!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좀비들.

하지만 수수깡처럼 쓰러지던 이전의 좀비들과 달리, 몇 놈이 버스에 부착된 철판을 잡고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증가한 신체 능력 때문에 버티는 좀비들이 나타났다.

황덕록과 이현배, 최만석은 죽창을 이용해 버스에 달라붙은 좀비들의 머리를 꿰뚫었다.

쇠창살 사이로 빠르게 죽창을 내질렀다 집어넣으며, 좀비들이 철판을 뜯어내지 못하도록 저지했다.

윤혜리는 사방을 살피며 곽찬혁에게 물었다.

“찬혁 오빠! 언제 써요?”

“기다려! 숫자부터 줄여야 돼!”

윤혜리를 버스에 태운 이유는 하나였다.

윤혜리의 직업은 데니.

최현과 마찬가지로 스킬 마리오네트를 사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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