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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153화 (153/373)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53화

성 이사는 멀어지는 직원들의 뒤에 수하를 두 마리씩 붙였다.

혹여나 직원들이 사망한다면, 성 이사의 수하도 죽을 것이다.

이를 통해 누가 죽고, 누가 살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본인은 상동네거리에 진을 치고, 직원들의 보고가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 * *

퉁!!

배후를 노리던 좀비가 쇠뇌를 맞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전완수의 엄호 사격 덕에 위험한 순간을 모면할 수 있었다.

난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며 좀비들을 처리했다.

그렇게 20분가량을 싸운 끝에, 120마리를 모두 처리할 수 있었다.

코스트코 앞에서는 좀비들이 순차적으로 덤벼들기라도 했지, 일제히 덤벼드는 120마리는 생각보다 버거웠다.

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폐부에 들어찬 탁한 숨을 내쉬었다.

설여원은 내 곁으로 다가오더니, 전신을 살피며 물었다.

“다친 곳은 없어? 어떤 거 같아?”

“좁은 곳에서 싸우면 쉬울 것 같은데, 사방에서 덤벼드는 120마리는 어렵네.”

“그러게 같이 싸우자니까.”

설여원이 뚱한 표정으로 짓자, 전완수가 다가와 입을 열었다.

“재형이 너, 마지막에 방심했지?”

“……어떻게 알았어?”

“왠지, 가드 풀리는 거 같더라니. 내가 쇠뇌 안 쐈으면 위험했어 인마.”

전완수는 싱겁게 웃으며 내 등을 때렸다.

근력이 높아져서 그런지 손맛이 매워졌다.

좀비 120마리를 처리했지만, 보호대의 내구도는 생각보다 많이 줄어들지 않았다.

각 부위별로 10에서 15프로 정도 감소했다.

10분 정도 쉬면 다시 100프로 회복될 것이다.

패시브 스킬 재생 덕에 가빠진 숨도 서서히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어이! 정리 끝났어?”

저 멀리, 안개 속에서 최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근원지로 시선을 돌리자, 이곳으로 걸어오는 최현과 정진영의 인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진영은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살피더니, 혀를 끌끌 차며 얘기했다.

“이걸 언제 다 치우냐.”

“짐은 다 옮기셨어요?”

정진영을 쳐다보며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베이스캠프 설치도 끝났어. 탄알집이랑 수류탄, 볼트도 전부 4층으로 옮겼고.”

“고생하셨어요.”

“네가 고생했지. 이제 시체들 치우고, 다 같이 땅 파면 돼?”

“네, 이것들은 저희가 치울 테니 진영이 형이랑 완수는 근처 차량에서 휘발유 좀 뽑아주세요.”

전완수와 정진영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상가 지역으로 들어갔다.

설여원과 최현에게는 시체들을 수성 스퀘어로 옮기자고 했다.

다들 근력과 체력이 증가해서 그런지, 양손에 시체 두 구씩 끌고 수성 스퀘어로 향했다.

스퀘어 앞의 사거리에 시체를 차곡차곡 쌓은 뒤, 최현을 쳐다보며 물었다.

“현아, 우리 삽도 챙겼어?”

“가져왔지. 아직 트럭에 있는데, 들고 올까?”

“어, 여원이랑 나는 저쪽 뒷길까지 치우고 있을 테니 삽 들고 와줘.”

최현이 카페로 향하고, 난 뻐근한 허리를 주무르며 설여원에게 얘기했다.

“이제 겨우 120마리 치웠는데, 1500마리는 언제 치우냐.”

“넌 좀 쉬고 있을래? 시체 옮기는 건 나 혼자 해도 되는데.”

“다들 일하는데 어떻게 쉬어.”

“그럼 군말 말고 움직여야지?”

설여원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내 팔을 잡아끌었다.

이에 싱겁게 웃으며 설여원과 함께 수성못 뒷길로 향했다.

슥-

그 순간, 귓가를 간질이는 발소리에 황급히 좌측으로 시선을 돌렸다.

설여원은 갑작스러운 제동에 기우뚱거리더니, 내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왜?”

“방금 발소리 들리지 않았어?”

설여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현재 설여원의 반사신경은 22.

나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런 설여원이 못 들었다면……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설여원을 쳐다보며 물었다.

“여원아, 주변에 좀비들 안 보이는 거 맞아?”

설여원은 집중해서 주변을 살피더니, 다소 긴장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무것도 없어.”

이상하다.

분명 사람 발소리였는데.

귓가에 들릴 정도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생명체가 있다는 말이 된다.

이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감지.”

-5초간 전방 50m 내의 좀비와 변종의 움직임을 감지합니다.

-움직임이 포착된 적은 감지의 지속 시간이 끝나도 10초간 위치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감지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1시간입니다.

스킬 감지를 사용하자, 순식간에 세상이 흑백으로 변했다.

지속 시간이 5초밖에 되지 않기에, 놀랄 새도 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곧 전방 20m 앞의 좌측 건물에서 도깨비불처럼 일렁이는 푸른색 인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3층 높이에서 상체를 낮게 숙인 채 건물 깊숙이 들어가는 모습.

곧 푸른색 인영이 5개나 더 생기더니, 불편한 자세로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 내게 투시 능력이 생긴 건가?

아니, 투시라고 하기엔 모호하다.

말 그대로 감지라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적이 움직이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벽 너머의 적도 감지할 수 있었다.

5초의 지속 시간이 끝나자 다시금 새하얀 안개가 본래의 색을 되찾고, 푸른빛의 인영이 점점 옅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멍한 표정으로 3층을 쳐다보자, 설여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 그래?”

“여원아, 혹시 20m 앞에 3층 높이 건물 있어?”

설여원은 내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고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금세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맞아, 어떻게 알았어? 설마 너 또 어디 안 좋아?”

좀비화를 사용해야 시야 확보가 가능하다 보니, 내 상태가 또 불안정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에 감지 스킬에 대해 설명하자, 설여원은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20m 앞 3층 카페에 좀비가 있다는 거야?”

“어, 감지된 적은 총 6마리. 움직임이 특이했어.”

“특이해?”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거 같았어.”

“혹시…… 저기 생존자 있는 거 아니야?”

설여원의 물음에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다.

감지는 좀비와 변종의 움직임만 감지할 수 있다.

즉, 생존자의 움직임은 파악할 수 없다.

난 설여원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여기서 기다려.”

“왜, 어쩌려고?”

“이미 도착한 거 같아.”

“뭐가, 대명동 대장 좀비들?”

“어, 저것들부터 처리하고 올게.”

난 발소리를 죽인 채 안개 속으로 나아갔다.

설여원은 내 뒷모습과 일행이 있는 방면을 번갈아 쳐다보며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래 지나지 않아 결단을 내렸는지, 깊은 한숨 소리와 함께 내 뒤로 붙었다.

발소리를 죽인 채 카페 1층으로 들어갔다.

1층의 유리는 태반이 깨진 상태였다.

유리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혈흔이, 안개가 퍼진 시점의 상황을 대변한다.

유리를 밟지 않도록 바닥을 살피며, 조심스레 계단으로 향했다.

뒤이어 내 옷자락을 붙잡는 손길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자, 설여원이 내 귓가에 입술을 갖다 대며 속삭이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하나는 생포해.”

“나도 그럴 생각이야.”

설여원의 의견에 싱겁게 웃으며 대답했다.

혹여나 숨소리라도 들릴까 봐, 완전히 인기척을 지우고 3층까지 올라갔다.

“야, 들켰어?”

“아닙니다. 못 봤을 거예요.”

“그럼 왜 숨어?”

“뒷길로 이동하는 거 같아서 일단 숙였습니다.”

“다시 봐봐. 어디까지 갔어?”

3층에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3층에 있는 존재들이 대장 좀비라는 확신이 들었다.

고개만 슬쩍 내밀어 놈들의 위치를 살피자, 곧 구석에 있던 놈이 콧잔등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야, 인육 냄새나는데?”

“여기 창문이 깨져서 밖에 있는 냄새도 안으로 들어옵니다.”

“냄새가 이렇게 짙어?”

크르르르…….

뒤이어 대장 좀비들의 옆에 있던 몇몇 좀비들이 목젖을 갈며 이곳을 쳐다봤다.

재빨리 벽 뒤로 몸을 숨기며 현 상황을 정리했다.

대장 좀비는 둘, 나머지 넷은 일반 좀비인가?

대장 좀비들이 데리고 다니는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 사고능력이 있는 공명 좀비일 가능성도 있다.

그럼…… 구석에 있는 놈 빼고 다 죽이면 되겠네.

설여원에게 기다리라고 손짓한 뒤,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튀어 나갔다.

창밖을 살피던 대장 좀비는 발소리를 듣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이곳을 쳐다봤다.

크어어어어어!

옆에 있던 네 마리의 좀비가 목젖을 갈며 달려들기에,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가장 앞에 있는 놈의 안면에 주먹을 내질렀다.

뻑!!

‘어라?’

순간, 손끝으로 느껴지는 미묘한 차이에 눈꼬리가 꿈틀거렸다.

두개골이…… 평범한 좀비치고 단단하다.

평범한 좀비가 두꺼운 플라스틱을 부수는 느낌이라면, 이놈은 송판 정도 되려나?

카하아악!!

우측에서 책상을 타 넘고 내게 몸을 날리는 좀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움직임에 거리낌이 없었다.

평범한 좀비라면 책상을 밟고 올라설 때 약간의 버벅거림이 있어야 하는데, 저놈은 너무나 쉽게 책상을 밟고 올라서며 연결 동작처럼 내게 몸을 날렸다.

이에 왼손을 밑에서부터 끌어올리며 있는 힘껏 어퍼컷을 날렸다.

떡!!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졌던 좀비는 일격에 목이 부러지며 지면에 머리부터 곤두박질치는 모습을 보였다.

뒤따라 달려드는 두 마리의 좀비는 전진 더킹 동작을 취하며 빠르게 레프트, 라이트를 뻗어 처리했다.

“히익!”

창밖을 바라보던 대장 좀비가 밖으로 몸을 날리려고 하기에, 재빨리 달려들어 놈의 뒤통수에 발길질을 가했다.

쾅!!!

대장 좀비의 두개골은 내 오른발과 벽 사이에 껴서 수박처럼 터져 버렸다.

바닥에 떨어져 터진 물풍선처럼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선혈에, 남은 대장 좀비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넋을 잃어버렸다.

난 빠르게 주변을 살피며 대장 좀비에게 물었다.

“더 없어?”

놈은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연거푸 고개만 끄덕였다.

한 놈은 살려두는 게 이롭다.

최현이 있으니, 놈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일어나.”

“지, 진정해. 우리 말로, 말로 하자고.”

양손을 덜덜 떨며 얘기하는 대장 좀비.

이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가속.”

쾅!!

지면을 박차며 순식간에 대장 좀비의 양팔과 두 다리를 부러뜨렸다.

놈은 눈앞에서 부러지는 본인의 사지를 보고 두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더니, 뒤늦게 오만상을 찌푸리며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악!! 으읍……!”

비명을 지르지 못하도록 대장 좀비의 입에 눈에 보이는 아무거나 쑤셔 넣었다.

넣고 보니 찢어진 수건이었다.

설여원은 순식간에 정리된 상황을 보고 태연하게 내 곁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이게 다야?”

예전이었으면 설여원도 놀라서 당황했겠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이 정도 일로는 눈도 깜박이지 않게 되었다.

난 버둥거리는 대장 좀비의 입을 틀어막은 채, 설여원을 쳐다보며 물었다.

“여원아, 혹시 밧줄 가져왔어?”

“밧줄 네가 가져온다며.”

“내가?”

“호텔 옥상에서 미확인 변종 처리할 때 네가 그랬잖아.”

아차, 또 깜박했다.

어차피 사지가 부러졌으니 포박할 필요는 없으려나?

멋쩍은 마음에 대장 좀비를 쳐다보며 물었다.

“수하들 어디 숨겼어.”

“으읍…….”

놈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신음을 뱉었다.

아, 입을 틀어막고 있어서 대답은 못 하려나?

수건을 빼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기에, 설여원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여원아, 현이한테 빨리 오라고 무전 좀 보내줘.”

설여원이 무전기를 들자, 무전을 보내기도 전에 최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지금 들어온 코인 뭐야? 누가 죽인 거야? 좀비들이야?

대장 좀비와 4마리의 좀비를 처리하면서 일행의 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오른 모양이다.

설여원은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덤덤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현아, 일단 여기로 와줘야겠어.”

-거기가 어딘데.

“수성 스퀘어 지나서 쭉 들어오면 카페 보일 거야. 아니다, 내가 마중 나갈게.”

설여원이 1층으로 내려가자, 대장 좀비는 무언가 얘기하고 싶은 게 있는지 계속해서 읍읍, 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에 오른손으로 놈의 목을 잡고, 왼손으로 조심스레 수건을 빼주었다.

그러자 놈은…… 눈물을 글썽이는 와중에도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이 X발놈아. 너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이에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금 수건을 쑤셔 넣었다.

예전이었으면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가며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경험이 쌓였고, 말이 안 통하는 놈들은 죽을 때까지 안 통한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어차피 최현이 도착하면 정리될 상황, 굳이 쓸데없는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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