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144화 (144/373)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44화

설여원은 2㎝ 크기의 알약을 쳐다보며 물었다.

“이걸 먹으면 각성할 수 있는 거야?”

설여원의 물음에 전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전기를 손에 쥐었다.

“아아, 들리십니까.”

치지직- 치직- 삑.

-완수? 완수야?

“네 형, 퀘스트 완료 확인하셨어요?”

-방금 Clear 떴어. 너희 어디야. 다들 괜찮은 거야?

이정우의 물음에 전완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일행을 쳐다봤다.

박재형이 처한 상황을 알리는 게 옳을지, 삼키는 게 좋을지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최현이 전완수의 무전기를 낚아채며 얘기했다.

“저흰 괜찮아요. 마저 정리하고 출발할 때 다시 연락드릴게요.”

-돌아오기 힘들면 우리가 갈까? 좀비카 정비도 끝났어.

“괜찮아요, 돌아갈 때 다시 연락드릴게요.”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얘기해. 여기 운전할 사람 많으니까.

“넵.”

최현은 짧게 대답하고 전완수에게 무전기를 건네며 얘기했다.

“재형이 얘기 꺼내면 지금 오겠다고 난리를 칠 게 뻔한데, 절대 안 돼.”

“야, 그러고 보니 현이 너, 대체 무슨 생각을 들여다본 거야? 너는 재형이 계획 아는 거지?”

전완수가 눈꼬리를 치켜뜨며 묻자, 최현은 귓불을 만지작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뒤이어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으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일행의 얼굴을 가볍게 훑으며 얘기했다.

“지금쯤이면…… 이성을 잃었을 거야.”

“이성을 잃어?”

뒤에 있던 설여원이 최현의 앞으로 성큼 다가오며 물었다.

안 그래도 커다란 눈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커진 상태였다.

최현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미확인 변종들, 이미 수류탄이 위험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던지면 가만히 맞는 게 아니라 도망치거나 쳐냈다고.”

“…….”

“소총도 안 통해, 볼트는 박히지도 않아, 수류탄도 피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 남아 있어 봐야 재형이 발목만 잡았을 거야.”

“그럼…… 지금 재형이는…….”

설여원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렸다.

최현은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한숨을 내쉬더니, 입맛을 다시며 대답했다.

“지금쯤 광란을 썼을 거야.”

“광란? 그게 뭐야.”

전완수의 물음에 최현은 아, 하는 탄성을 뱉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최현은 박재형의 머릿속을 들여다봐서 알고 있지만, 일행은 광란이 뭔지 모른다.

이에 광란에 대해 들려주었다.

“횟수 제한이 있는 스킬 같은데…… 저번에 코스트코 정리할 때 봤던 재형이 모습 기억나? 미쳐 날뛰던 모습.”

“그게 스킬이었어?”

“어, 싸우다가 흥분하면 자동으로 발동하는 스킬 같아. 광란이 발동되면 신체 능력이 향상되는 대신 이성을 잃고 날뛰게 돼. 말 그대로 광란이지.”

최현의 설명에 일행은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뒤이어 전완수는 말까지 더듬으며 물었다.

“그, 그럼…… 지금 가면 우리도 못 알아보는 거야?”

“그렇지.”

“광란은 얼마나 유지되는데?”

“나도 정확히는 몰라.”

전완수는 멍한 표정으로 최현을 쳐다봤다.

설여원도 말문이 막히는지, 지금의 혼란스러운 마음이 고스란히 얼굴로 드러났다.

곽찬혁은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며 최현에게 물었다.

“잠깐, 잠깐만. 이성을 잃고 날뛰는 게 어떤 건지 몰라도, 현이 넌 대책이 있는 거지?”

“네?”

“재형이 의견에 순순히 따랐다는 건 대책이 있으니 그런 거 아니야?”

“처음엔 방해만 될 게 뻔해서 따랐지만, 지금은 대책이 생겼습니다.”

“그게 뭔데.”

“이거요.”

최현은 손에 쥐고 있는 각성 알약을 단숨에 삼키며 일행을 쳐다봤다.

그러자 설여원은 손가락을 튕기더니, 기대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데니의 각성! 스킬 마리오네트!”

“맞아.”

“그걸로 광란도 가라앉힐 수 있어? 감정도 조절할 수 있는 거야?”

“광란은 한번 발동하면 좀비화가 끝날 때까지 안 풀려. 감정을 조절해도 풀리지 않아.”

“……그럼 뭐가 대책이라는 거야.”

“재형이가 우릴 공격하려고 할 때, 살 기회가 한번 생긴다는 거지.”

최현의 말에 설여원은 입을 떡 벌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띠링.

뒤이어 최현의 눈앞으로 홀로그램이 생성되었다.

-캐릭터의 각성이 완료되었습니다.

-모든 신체 능력이 2배 증가합니다.

-스킬 ‘마리오네트’가 생성됩니다.

-라스트아크 상점이 개방되며 파티원 및 본인이 좀비 10마리를 처리할 시 1코인이 지급됩니다.

-코인은 스킬 레벨업에 사용되며, 새로운 스킬을 습득할 때 사용됩니다.

-특정 직업군은 코인을 통해 라스트아크의 재료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띠링!

-귀하는 파티 ‘소리결’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소리결 파티에 각성 레이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레이첼의 패시브 스킬이 발동됩니다.

-모든 파티원은 기본 신체 능력이 1.5배 상승합니다.

띠링!

-귀하는 파티 ‘소리결’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소리결 파티에 각성 레이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레이첼의 패시브 스킬이 발동됩니다.

-모든 파티원은 기본 신체 능력이 1.5배 상승합니다.

기본 신체 능력이 1.5배 증가한다는 문구가 두 번이나 출력되었다.

이정우와 정진영의 직업이 레이첼이기에, 패시브 스킬이 중첩되었다.

평번한 인간의 근력을 숫자로 환산하면 대략 4.

박재형은 운동을 통해 근력과 체력이 증가한다고 했으니, 수색대의 근력은 적어도 5는 될 것이다.

-각성한 플레이어들은 지금부터 플레이어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껏 플레이어 정보를 볼 수 있는 건 강화의 능력을 지닌 박재형뿐이었다.

최현은 눈앞의 문장을 보고 조심스레 플레이어 정보를 열었다.

[플레이어 정보]

-캐릭터 이름: 데니 브라운

-능력: 독심술

-스탯: 근력 12(+12), 체력 12(+12), 반사신경 10(+10), 동체 시력 10(+10)

-스탯 2: 골밀도 8(+8), 표피강화 8(+8)

-보유 코인: 0

-스킬: 마리오네트 Lv1

최현은 눈앞의 홀로그램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는 옆에서 같이 홀로그램을 확인한 전완수와 설여원도 마찬가지였다.

소리결 파티가 아닌 곽찬혁만이 의구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전완수와 설여원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알약을 삼켰다.

설여원은 홀로그램의 내용을 멍하니 읽어내려가더니, 곽찬혁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오빠도 빨리 알약부터 먹어요.”

“어? 어어, 알았어.”

곽찬혁도 알약을 먹고 30초 정도 지나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홀로그램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최현은 설여원을 쳐다보며 물었다.

“레이첼의 스킬은 뭐야?”

“독 안개 제거. 아직은 쓸모없는 스킬이야.”

“너희도 신체 능력 증가한 거 봤어?”

설여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전완수를 쳐다봤다.

전완수는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더니,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며 얘기했다.

“미쳤어. 몸 X나 가벼워.”

설여원도 믿기지 않는지, 본인의 양손을 쥐었다 펴며 얼떨떨한 목소리로 물었다.

“재형이는 계속 이런 상태였다는 거야?”

“재형이는 훨씬 강하겠지.”

최현이 덤덤하게 대답하자, 설여원은 홀로그램에 적힌 글자를 가리키며 얘기했다.

“잠깐, 그럼…… 재형이도 소리결 파티니까 레이첼의 패시브 스킬이 적용되는 거 아니야?”

“그건 모르지. 에덤은 각성 퀘스트에서 제외되는 거 같은데,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마리오네트는 라스트아크랑 효과 똑같아?”

“아니, 제한이 많아졌어. 하루 1회 제한에 지속시간도 10초밖에 안 돼. 24시를 기준으로 횟수 제한이 풀리고.”

“난이도가 Hell로 바뀌면서 너프된 건가?”

“그런 거 같아. 그래도 좋아진 것도 있잖아? 각성에 신체 능력 향상은 원래 없던 거고, 레이첼의 패시브도 없던 설정이야.”

설여원은 진지한 표정으로 가만히 턱을 매만지더니, 최현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이상해.”

“뭐가.”

“이렇게 신체 능력을 높여주는 이유가 뭐지? 에덤을 제외한 캐릭터들은 원래 스킬로 살아가는 거 아니었어?”

최현은 씁쓸한 표정을 짓더니, 자신 없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인데, 에피소드를 진행할수록 좀비와 변종이 계속 강해진다는 징조가 아닐까?”

최현의 대답에 반박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쾅!!!

그 순간, 호텔 방면에서 우레와 같은 굉음이 들려왔다.

일행은 반사적으로 상체부터 숙이며 호텔 방면을 쳐다봤다.

최현은 안개 속에서 시야 확보가 안 되기에, 놀란 눈으로 일행을 쳐다보며 물었다.

“뭐야, 무슨 소리야.”

“저, 저거 설마…….”

전완수는 말까지 더듬으며 정면을 응시하더니, 황급히 우측에 있는 편의점 건물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저기로 올라가, 빨리 올라가!”

최현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머뭇거리자, 전완수는 그의 팔을 억지로 잡아끌며 편의점 건물로 향했다.

2층 건물의 옥상에 자그마한 창고처럼 생긴 단칸방이 있기에, 수색대는 그곳에 몸을 숨겼다.

최현은 좁은 방에 웅크리고 앉으며 구시렁거렸다.

“무슨 일인데 갑자기 숨으래?”

“재형이가 나왔어.”

전완수가 마른침을 삼키며 대답하자, 최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호텔에서 여기까지 족히 400m는 떨어져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지금 들키면 그냥 죽는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 도망쳤어.”

최현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옆에 있던 곽찬혁이 입을 열었다.

“재형이가…… 던졌어.”

“예? 뭐를요.”

“미확인 변종을 던졌다고.”

“그 커다란 걸 던졌다고요?”

“그냥 던진 정도가 아니야, 미확인 변종이 수성 스퀘어 건물을 뚫고 나왔어.”

조금 전에 들렸던 굉음은 수성 스퀘어 건물의 외벽이 부서지는 소리였다.

최현이 넋이 나간 표정을 짓자, 설여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어떡하지? 재형이가 우리 체취 맡고 이리로 오는 거 아니야?”

띠링.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10코인이 지급됩니다.

수색대는 눈앞의 홀로그램을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최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일행을 쳐다보며 물었다.

“좀비 10마리에 1코인이라고 하지 않았어?”

“미확인 변종은 좀비 100마리에 해당하나 보지.”

전완수는 입맛을 다시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뒤이어 창밖을 살피던 설여원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재형이 왜 저래?”

설여원의 물음에 최현을 제외한 모두가 창밖을 살폈다.

박재형은 미확인 변종을 쓰러뜨리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였다.

설여원은 망원경을 들고 박재형의 상태를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박재형의 전신으로 퍼진 검은 혈관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모든 일행이 설여원을 쳐다보자, 설여원은 마른침을 삼키며 얘기했다.

“혈관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있어. 광란 끝난 거 같아.”

설여원이 밖으로 나가려 하자, 최현은 다급히 그녀의 팔을 잡았다.

“아니야, 혈관색이 변하는 건 광폭화야.”

“광폭화? 그건 또 뭐야.”

일행은 지금껏 박재형의 상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좀비화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 알았지, 그 이후에 사용할 수 있는 스킬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최현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좀비화를 쓰면 신체 능력이 2배 증가하고, 광폭화를 쓰면 거기서 2배가 더 증가해.”

“광폭화? 그럼 광란은 뭐야.”

“광란은 말 그대로 광란. 아까 얘기했잖아. 자의로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아니야. 흥분하면 발동되는 스킬이라고.”

“…….”

“광폭화 상태에서 광란이 발동됐다면…… 그 상태에서 2배 더 강해졌을 거야.”

“……그게 가능해?”

“미확인 변종만 둘이었어. 전력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했겠지.”

전완수는 설여원의 손에서 망원경을 빼앗은 뒤, 박재형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뒤이어 마른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일어났다. 다시 움직여.”

“지금도 광란 상태야?”

최현의 물음에 전완수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망원경을 살피더니, 오래 지나지 않아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야, 광란은 한번 발동하면 좀비화 끝날 때까지 안 풀리는 거 같은데?”

“왜.”

“죽은 미확인 변종을…… 갈가리 찢어발기고 있어. 저게 광란 상태가 아니면 뭐야.”

“절대 놓치면 안 돼. 어디로 튈지 모르고, 좀비화가 끝나면 또 기절할 거야.”

“에이 씨…… 저 새끼 무리하지 말라니까. 하여튼 말 더럽게 안 들어.”

“재형이가 무리 안 했으면 우린 다 죽었어.”

최현의 말에 반박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

뒤이어 망원경을 들고 있던 전완수가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왜 그래.”

최현이 묻자, 전완수는 불안한 눈빛으로 박재형의 모습을 주시하며 얘기했다.

“X됐다.”

“왜.”

“재형이 이쪽으로 온다.”

0